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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사일 35화

무료소설 풍운사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풍운사일 35화

풍운대가 망산으로 들어서자 가로막고 있던 자들의 신형이 바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룡단(九龍團).

칠절문이 무림을 상대로 최후의 승부를 보기 위해 키워낸 암천(暗天)의 이름.

전부 삼십 대로 구성되어 있는 그들은 전왕 혁기명이 어릴 때부터 직접 키워낸 제자다.

무력이 어느 정돈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보검처럼 뿜어져 나오는 예기는 그들이 절정을 넘어선 검사란 걸 충분히 알려주고도 남았다.

 

망산은 미고를 좌측에 놓고 길게 뻗어 있는 산으로서, 높이는 백오십 장에 이르고 길이는 남북으로 칠십 리가 넘게 펼쳐져 있었다.

풍운대는 움푹 꺼진 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전력으로 움직였다.

마룡단은 완전히 떨쳤으나 무풍칠사와 구룡단이 좌, 우측을 점한 채 아직도 맹렬하게 쫓는 중이다.

운곡은 신형을 날리면서 적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확실히 무룡단이 무림칠사보다 뛰어난 무력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대면했을 때 풍겨 나오는 예기로 짐작했지만 막상 그들의 바람 같은 신법을 확인하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풍칠사와 마룡단만이라면 각개격파를 시도할 생각이었다.

운호를 찾는 것도 급했으나 풍운대가 사천에 들어온 것은 적진을 휘젓는 역할이기에, 운곡은 미고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 무풍칠사와 마룡단을 제거하려고 했다.

포위당하지 않고 무풍칠사와 마룡단을 분리시킬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었다.

구룡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구룡단의 출현은 계획의 변경은 물론, 생사까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했다.

그들이 합류한 이상 이 싸움은 위험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랬기에 운곡은 망산을 거침없이 넘었다.

망산을 넘으면 미추가 나오고, 미추는 당문의 영역이다.

불과 산 하나를 경계로 칠절문과 당문의 영역이 갈리는 것이다.

당문의 영역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당문을 침범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칠절문이라면 그 경우가 더욱 특별해지는데, 두 문파의 감정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운곡이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놈들이 따라올 수 있는 것은 미추 전까지가 한계였다.

미추로 들어서게 되는 순간 칠절문은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그들은 풍운대가 미추로 들어섰음에도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당문의 지부가 보이는 곳까지 거침없이 따라왔다.

예측이 틀렸다는 것보다 놈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 더 기분 나빴다.

뭔가 모를 찜찜함.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 찜찜함 속에서도 풍운대는 당문의 혈련각 지부를 통과해 그대로 질주했다.

어차피 이리 된 것, 무사히 몸을 빼내는 것이 더 급했다.

일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이각 정도 지난 후였다.

미추를 벗어나자 적들의 추적이 중지되었기에 풍운대는 한참을 더 달린 후 신형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추격이 멈추었으니 휴식도 취하고 적들의 동태도 살필 필요성이 있었다.

그때 미추 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쾅, 콰앙, 쾅!

오 리 정도 떨어진 이곳까지 들려온 폭발음은 미추에서 뭔가 일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사형, 저건 당문의 벽력탄 소리 아닙니까?”

“그런 것 같다.”

“뭔가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어차피 미고로 돌아가야 됩니다. 운호를 찾기 위해 풍현으로 간다면 다시 망산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놈들이 왜 추적을 중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건 그런데…….”

운몽의 말에 운곡이 말끝을 흐렸다.

뭔가 계속해서 감각이 흔들리고 있었다.

좋지 않은 느낌.

그럼에도 운몽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에게도 급한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운호.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운호를 찾아야 했다.

그것은 풍운대 전체의 생각이었고, 그중 운여의 마음은 가장 급해서 거듭 운곡을 재촉했다.

“사형, 운호가… 빨리 가야 합니다.”

“…그래, 가자. 하지만 주의할 게 있다. 아까 그자들이 남아 있다면 우린 우회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놈들, 한번 붙고 싶더군요.”

“알아.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길 테니 그때 놈들을 잡는다.”

운검의 말에 운곡이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분광과 회풍을 검에 장착한 풍운대는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다.

수룡대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풍운대는 지금껏 싸우면서 분광과 회풍을 꺼낸 적이 없었다.

목숨을 걸고 싸움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 이것이 풍운대의 생각이었다.

 

미추로 다시 돌아간 풍운대는 혁련각 지부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간의 시선을 살폈다.

궁금하다고 해서 선뜻 가볼 수도 없다.

자칫 잘못하면 당문과 시비가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각이 파괴되어 연기가 오른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그들은 의문 속에서도 망산 쪽을 바라봤다.

그러나 운곡은 사제들의 시선을 비켜내고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가보자.”

“사형!”

“도대체 왜 이리 기분이 나쁜 건지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칠절문의 행사가 이해되지 않는단 말이다.”

운곡은 말을 끝내고 즉시 혁련각 지부 쪽으로 향했다.

내키지 않았으나 대사형의 결정은 풍운대의 결정이기에 나머지도 즉시 그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전각에 도착한 그들은 급히 입을 막아야 했다.

연기 속에 섞여 나오는 살 타는 냄새는 지독할 정도로 역겨워 즉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부서진 대문을 통해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무려 오십여 명이 죽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삼십여 명의 시신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괴되었는데 벽력탄에 당한 모습이고 나머지 이십여 명은 검에 의해 사살되어 군데군데 쓰러져 있었다.

“으, 사형. 큰일 났습니다.”

“뭐가 말이냐?”

역겨움 속에서 시신들 사이를 헤집던 운몽이 급히 다가오며 소리를 지르자 운곡의 눈이 커졌다.

그의 목소리에서 찜찜함의 원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이놈들이 당문을 끌어들일 생각인 모양입니다.”

“자세히 말해봐라.”

“벽력탄에 당한 사람들의 복장을 보십시오. 그리고 검도.”

“이놈들이!”

운곡의 입에서 긴 신음이 흘러나왔다.

벽력탄에 당했어도 복장을 완전히 태우지는 못했는데 시신들이 입고 있는 옷은 점창의 전통 복장인 흑색 도복이었다.

강호에 이런 도복을 입는 문파는 점창이 유일해 강호인들은 점창의 도복을 적응의라 불렀다.

점창의 흑색 도복 왼쪽 상단에는 적색 독수리가 새겨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쥐고 있는 청강검에는 검신 한쪽에 독수리가 새겨져 있어 점창 제자만이 소지하는 신응검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함정!

이것은 함정이 분명했다.

점창의 공격에 당문이 벽력탄으로 반격한 모양새다.

아무리 달리 해석하려 해도 현장 상황을 본 사람이라면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벽력탄에 당한 괴한들은 철저하게 신체가 훼손되어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점창 무인이 아니라고 변명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을 보고 빼도 박도 못한다고 한다.

머리가 뛰어난 운몽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풍운대를 끌어모으며 운곡을 향해 급히 소리 질렀다.

“사형,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본능.

하지만 운곡은 전각과 담장으로 올라서는 적색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검을 꺼냈다.

그들의 손에 든 원통형 무기는 사천무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당문의 전위부대 신풍단의 독문 무기 뇌전이었다.

“올가미를 제대로 씌워놨군. 할 수 없구나. 일단 뚫고 나가는 수밖에!”

 

천수의 표정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귀계의 소유자는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정무자 천수였다.

용정차를 찻잔에 따른 그는 아주 조금씩 입안으로 넘기며 그 향취를 음미했다.

그는 은은하고도 깊은 향기를 좋아해 수시로 용정차를 곁에 두고 마셨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앞에 앉아 있는 비각주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조치는?”

“구룡단과 무풍칠사, 그리고 마룡단이 망산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당분간 그놈들은 당문의 세력권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일이야. 마무리 잘하도록.”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앞으로 재밌어질 게야. 당문이나 점창이나 뻔히 알면서도 당할 테니 환장하겠지.”

천수가 유쾌하게 웃으며 비각주의 굳어 있던 얼굴이 슬쩍 풀렸다.

많은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분석과 대책 수립을 하느라 두 시진도 못 자고 나온 그의 얼굴은 푸석푸석하게 말라 있었다.

“총사, 청무자와 청문자의 병력이 곧 당도합니다.”

“얼마 남았지?”

“칠십 리 남았습니다.”

“공격은?”

“신기단과 명륜단이 번갈아가며 십여 차례 공격했습니다.”

“어차피 피해는 생긴다. 피해가 생겨도 놈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도록!”

“그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왔을 때 아마 놈들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들 겁니다.”

“비각주가 전투단과 긴밀히 연락을 취해 완벽하게 몰아세워 봐. 주제넘게 산에서 내려왔으니 세상 무서운 걸 제대로 알도록 만들어줘.”

“존명!”

“그럼 수고해!”

천수가 손을 흔들자 비각주가 일어나서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수의 얼굴에는 여전히 밝은 웃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쟁.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싸움.

그 전쟁이 자신의 머리에 의해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운호는 계속해서 운공에 매달렸다.

끔찍하게 괴롭히던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는 천룡무상심법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키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최대한 빨리 일어나 사형들을 찾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천룡무상신공의 무한한 공능은 상처를 빠르게 가라앉혔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자 불편은 했지만 어느 정도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랬기에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즉시 길을 떠날 생각이었다.

당운영이 들어온 것은 운호가 운공을 마치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였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활인고가 들려 있었는데 두 시진에 한 번씩 들어와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했다.

운호를 치료하는 그녀의 정성은 그야말로 지극했다.

처음에 거리를 두던 운호는 이틀에 걸친 그녀의 치료에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느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보는 정성이 가슴을 적셔 그녀를 바라보는 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꼭 천사처럼 보였다.

“어서 와요.”

“상처를 보려고 왔어요.”

“번번이 고맙습니다.”

“호호, 나중에 신세 갚으면 돼요.”

“반드시 그러겠소.”

다짐하듯 말하는 운호를 향해 그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당운영은 운호가 신세를 갚겠다는 말만 하면 이렇게 웃는다.

붕대를 풀고 상처를 확인한 그녀가 웃음을 거두고 놀란 눈을 했다.

“또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네. 난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수많은 환자를 봤지만 상처가 이렇게 빨리 아무는 건 처음이에요.”

“활인고가 명약이라 그런 거라면서요?”

“명약이긴 하지만 이렇게 빠른 치료는 불가능해요. 아무래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난 뭐 때문에 그런지 알 것 같소.”

“그래요? 그게 뭔데요?”

“당 소저의 정성이 상처를 감복시킨 모양이오. 그 아름답고 부드러운 손길이 어루만지니 상처가 정신이나 있겠소. 아마 그래서 이리 빨리 치료가 된 것 같소.”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운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러자 당운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갔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운호의 입에서 농담 섞인 감사함과 칭찬이 한꺼번에 나오자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뭐라고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운호의 눈을 바라보자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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