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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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풍운사일 73화
능외쌍마 손칠(孫七), 손평(孫平) 형제의 고향은 원래 강서의 축천(逐川)이었다.
쌍둥이로 태어나 고아로 자라면서 사람들의 괄시와 냉대로 인해 심성이 비틀어진 그들이 송백신검 갈홍(葛鴻)의 제자가 된 것은 열 살 때의 일이다.
갈홍은 신문십삼검(神門十三劍)으로 당시 강서를 종횡하던 절정고수였는데 쓰레기를 뒤지던 손칠과 손평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제자로 삼았다.
사람의 본성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갈홍은 십여 년간 형제를 키우면서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그들의 흉성을 알아보고는 자신의 독문검법 후삼식을 전수하지 않았다.
선조의 검법으로 제자들이 혹시라도 강호를 어지럽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칠 형제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기른 정이 낳은 정 못지않다고 하더니 갈홍은 그들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 형제는 갈홍의 예측보다 훨씬 악독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비기를 전수하지 않고 시간을 끌자 몰래 국에 독약을 풀었다. 그리고 중독된 갈홍을 마당으로 끌어내어 사지를 잘라 죽여 버렸다.
평소 자신들을 혐오하던 갈홍의 딸을 번갈아 윤간한 후 목을 자른 것은 그들의 성격으로 봤을 때 어쩌면 당연한 짓인지도 몰랐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들.
마귀고 마두다.
그 후로 십여 년간 종적을 감추었다가 그들이 행적을 나타낸 것은 강서가 아닌 감숙이었다.
훔친 비급으로 신문십삼검을 완벽하게 익힌 그들은 감숙을 종횡하며 수많은 여인을 강간하고 수많은 무인을 죽였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즐거움.
그렇다. 놈들은 살인과 강간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으니 마두로 손색이 없는 자들이었다.
성도의 외곽에 세워진 작은 장원에 그들이 안개처럼 스며든 것은 오 일 전의 일이다.
그날로 장원에 살던 사람들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야산에 버려졌고 새로운 주인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들어온 자들은 능외쌍마만이 아니었다.
무려 이십여 명의 흑건사내가 장원에 상주하며 경계를 섰고, 수시로 어딘가를 향해 분주하게 나가고 들어왔다.
더 이상한 것은 능외쌍마가 극도의 공경을 보이는 자들이 장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숫자는 셋.
그들은 능외쌍마가 장원을 장악한 그다음 날 나타났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능외쌍마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그들이 머무는 방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공경을 넘은 두려움이 분명했다.
능외쌍마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 얼굴에 검상을 입은 자가 형인 손칠이고 검은 안대를 한 자가 동생인 손평이었다.
으스스한 기운.
수많은 사람을 죽여본 자들에게서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운, 바로 살기였다.
“조만간 움직이겠지?”
“더는 못 참을 거야. 사천에서 그것을 옮길 수 있는 곳은 금룡표국뿐이다.”
“천문상단은?”
“애들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니 다른 짓은 하지 못해. 그놈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삼 일밖에 없다.”
“평, 청성이 내려왔다. 알고 있지?”
“기껏 둘이라고 하더군.”
“광검과 청성일미란다. 광검은 만만한 놈이 아니다.”
“크크크, 광검은 신마나 혈번에게 맡기면 돼. 우린 사천제일미녀라는 한설아를 잡는다.”
“흐흐, 그자들이 그렇게 해줄까?”
“통령께서 오셨는데 지들이 별수 있겠어?”
“하긴 그들이 있는데 통령께서 우리보고 광검을 잡으라고 하진 않을 테지. 그렇다면 우린 그년의 속살 맛을 볼 수 있겠구나.”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거다.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
“걱정 마라. 그게 내 주특기 아니냐.”
“잘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고.”
“금룡표국에 표사를 지원하는 놈들이 계속 들어오는 모양이다. 어제 저녁에도 셋이 왔다더군.”
“곧 죽을 놈들이지.”
“이번엔 피 맛을 제대로 보겠어. 더불어 속살까지 맛볼 테니 기대가 된다.”
손평의 말에 손칠이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놈의 입술은 검었고 잇몸은 여인내의 속살처럼 선홍색으로 빛나 꼭 요괴를 보는 것처럼 섬뜩했다.
운호 일행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 어제 그들을 안내한 표두 황충이 국주가 찾는다는 전갈을 가지고 왔다.
그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서자 네 사람이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맞이했다.
현천우와 총표두 황학, 그리고 청성에서 온 백건과 한설아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정중함.
현천우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극도의 정중함으로 운호 일행을 맞아들였다.
“식사는 하셨소?”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현천우가 허리를 가볍게 숙이며 겸양의 말을 흐리자 옆에 있던 백검이 틈을 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오. 천하의 마검을 눈으로 보게 되어 영광이오.”
“과하신 말씀이오.”
“나는 입에 발린 이야기를 하지 못하오.”
“그렇다면 고맙게 받아들이리다.”
자공에서 봤을 때와는 확실하게 달라진 태도다.
여전히 살을 엘 듯한 날카로운 기세가 삐죽거리며 빠져나오고 있었지만 말투는 정중했고 그 내용도 예의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랬기에 운호는 마주 허리를 숙였다. 상대방이 예를 갖춰왔으니 뻣뻣하게 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백건이 안부 인사를 하고 물러나자 현천우가 다시 나섰다.
“이리 모시게 된 것은 마검 일행께서 도와준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벌어졌던 일을 알려주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함이오.”
“그렇지 않아도 들어봐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주의 깊게 듣겠습니다.”
“그럼 먼저 능외쌍마의 행적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그들이 맨 처음 나타난 것은 지금부터 한 달 전 충현이었소.”
요약해서 이야기했는데도 단숨에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일목요연한 설명.
압축해서 말하는 능력으로 따진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달변이었다.
현천우는 불과 일각 만에 설명을 마치고 운호 일행을 쳐다봤는데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시선이었다.
운여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
“국주님께서는 직접 현장을 보셨습니까?”
“처음 두 번은 워낙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보지 못했소. 하지만 마지막 달주(達州)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소.”
“달주에서 표사 일곱과 표두 한 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했는데 그들의 상처를 확인했는지요?”
“그렇소. 모두 검에 당했고 상처 부위가 사혈이라 즉사를 면치 못했소.”
“검상만 가지고는 알 수 없었을 텐데 능외쌍마의 짓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건… 나중에 일이 끝나면 말해주리다.”
운호 일행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으나 여기서 하오문을 언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천우는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다.
하오문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건 청성에도 알려주지 않은 비밀이었다.
표국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륜과 인맥이 필요하고 그 못지않게 신뢰도 중요했다.
현천우가 하오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유가 있으니 말하지 않는다는 걸 단박에 눈치챈 운여가 슬쩍 말을 돌렸다.
주인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손님의 도리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람만 죽여 놓고 표물은 손을 대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자들은 금룡표국에 원한이 있는 건 아닙니까?”
“그건 아니오.”
“어찌 그리 단정하십니까?”
“그 표물의 주인이 모두 한곳이기 때문이오.”
“천문상단 말씀이지요?”
“그렇소.”
“그들이 천문상단을 노린 것이라면 표물이 사라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표물은 그대로 있고 표두와 표사만 죽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금룡표국이 목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처음엔 그리 생각했소. 하지만 천문상단의 대처를 보고 의심하기 시작했소. 천문상단은 그동안 우리에게 매달 수십 건의 표물을 운반시켰는데 한 달 전부터 서서히 그 수를 줄였소. 마지막 달주 사건 때는 단 한 건만 의뢰한 상태였소.”
“표물의 수를 줄인 것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소. 아무래도 천문상단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소.”
“미끼를 계속 던진 것은 일을 크게 만들기 위함이란 얘기군요.”
“그런 것 같소. 그들은 금룡표국이 전력을 다하길 바라는 모양이오.”
“음,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간을 본 것이고 조만간 진짜 표물을 의뢰할 생각이겠죠.”
“대단한 추리력이오.”
“별말씀을…….”
“오늘 아침 천문상단에서 표물을 의뢰해 왔소. 모두 다섯 개의 표물이고 의뢰 금액이 무려 만 냥씩이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금액인데 천문상단은 표물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운반해 달라는 제의만 해왔소.”
“음, 동시에 다섯 군데란 말입니까?”
“방향도 전혀 다르고 거리도 천차만별이오.”
“어려운 일이군요.”
“거절했더니 천문상단은 단호하게 거래를 끊겠다고 알려왔소. 이대로라면 표국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오. 천문상단에서 의뢰하는 표물이 끊어지는 건 견딜 수 있지만 겁을 내어 표물 운송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금룡표국은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오.”
“방금 사형이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현천우와 운여의 대화를 그동안 조용히 듣고 있던 광검 백건이 눈을 부릅뜨며 나섰다.
그는 이런 내용을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백건이 안색을 굳히며 나서자 현천우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가 어릴 뿐 백건은 본산제자이자 청풍팔검에 속하는 청성의 대표적인 무인이니 속가인 자신이 쉽게 대할 상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급한 마음에 미리 상의하지 못하고 점창인들과 같이 듣게 만드는 실수를 했다.
그랬기에 현천우는 미안한 표정으로 급히 변명을 했다.
“사제, 이 일은 아침에 일어난 일이라 미리 설명하지 못했네. 그러니 이해하게.”
“상황이 그랬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하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천문상단이 그리 나왔다면 대처가 달라야 합니다. 그들은 청성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린가? 자세히 말해보게!”
“천문상단의 이번 의뢰는 금룡표국이 아니라 청성에게 한 것입니다. 따라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음…….”
현천우의 입에서 깊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운호 일행을 흘끗 쳐다보며 던진 백건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이제야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현천우는 마검의 등장으로 인해 더 이상 청성의 추가 지원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마검의 명성은 찬란했기에 불안함 속에서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백건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
현천우의 마음을 질타하는 것이었다.
천문상단이 청성을 원한 이상 타 문파가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사형, 청성의 일은 청성의 힘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바로 본산에 별도의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반나절 거리밖에 되지 않으니 오후 늦게면 지원 병력이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준다면야…….”
어두워졌던 현천우의 얼굴이 스르륵 풀렸다.
고집을 피우며 두 사람만의 힘으로 처리하겠다면 어쩌나 했는데 백건은 즉시 전서를 날리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청성 본산의 병력이 추가로 내려온다면 이제 혈번과 신마의 존재도 노출시켜야 한다.
만약 그들이 능외쌍마와 관련 없다 하더라도 이리된 이상 판을 크게 벌릴 필요가 있었다.
“사제, 이왕 그리할 작정이라면 사숙들 중 몇 분이 나오셨으면 좋겠네.”
“이유가 있습니까?”
“정보에 따르면 귀영신마와 금마혈번이 사천에 나타났다고 하네. 아무래도 난 그들이 능외쌍마와 한통속이란 생각이 드네.”
“음…….”
금마혈번이 나타났다는 현천우의 말에 백건의 입에서 깊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혈번은 강북십마에 포함되는 절정의 고수로서 청풍팔검에 속하는 자신조차 그와 붙는다면 오십 초를 버티기 힘들다.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형, 사안이 너무 중해서 아무래도 제가 직접 본산으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는 표물을 받지 마십시오.”
“그래줄 텐가? 고마운 말일세.”
백건을 주시하고 있던 현천우의 얼굴에서 안도의 한숨과 웃음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직접 본산에 가겠다는 말은 사안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 된다.
세상에 쩌렁쩌렁한 명성을 날린 청성의 주력들이 오게 된다면 이 난관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건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와 운호 일행에게 멈춘 것은 현천우의 웃음이 멈췄을 때다.
“그래서 말인데, 점창은 이쯤에서 빠져줬으면 좋겠소.”
“무슨 말이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점점 커지는구려. 천문상단이 청성을 원하오. 이제 이 일은 청성의 명예가 달린 일로 바뀌었단 뜻이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
“그대들에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말을 바꾼 것이 미안하고 강호의 정의를 위해 나선 당신들의 협의를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하오. 하지만 청성의 명예를 시험하는 자들이 생겼으니 어찌 그대들의 도움을 받겠소. 이해해 주시오.”
“당연한 말씀이오. 충분히 이해하오. 원하는 대로 우리는 이 일에서 빠지리다.”
“고맙소.”
운여가 결론을 짓자 백건이 앉은 채 허리를 숙였다.
사과를 하면서도 당당한 태도.
자공에서 본 그의 모습은 일부 단면에 지나지 않는 것인 모양이다.
그랬기에 운호 일행도 마주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분이 청성으로 기울었으니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거 참 일이 엿같이 돼버렸네.”
“그러게 말이다.”
운상이 투덜거리자 운여가 입맛을 다셨다.
혹시 모르니 청성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표국에 머물러 달라는 현 국주의 부탁 때문에 하루를 더 묵게 되었으나 일행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렸으니 황당함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
만약에 현 국주의 말대로 금마혈번과 귀영신마까지 이 일에 관여되어 있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천을 떠나야 할 판이다.
“운호야, 네 생각은 어떠냐?”
“뭘?”
“이건 청성의 일이 분명하다. 있어 봤자 끼어들지도 못한단 뜻이지. 그래서 말인데, 감숙이나 귀주로 넘어가는 게 어때?”
“거기 있는 놈들 잡자고?”
“응.”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난 여기 일도 궁금하다. 쌍마에다가 혈번과 신마까지 끼어들었어. 너, 그놈들이 붙어 다닌단 소리 들어봤냐?”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놈들은 항상 별개로 활동했다. 절대 같이 다닐 놈들이 아니지.”
“내 말이 그 말이다.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아.”
“있긴 뭐가 있어. 너희 또 말도 안 되는 추리 놀음하면 가만 안 둔다.”
운호와 운상이 서서히 죽을 맞춰가자 옆에서 듣고 있던 운여가 도끼눈을 떴다.
의빈에서 거지를 잡고 늘어지더니 이제는 잘못하면 청성과 한판 붙을 일을 떠들고 있다. 절대 용납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상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운여야, 청성의 일에 관여한다는 게 아냐. 그저 지켜보자는 거지. 넌 그놈들이 함께한다는 게 이상하지도 않냐?”
“그놈의 호기심. 잘못하면 이번에 청성과 붙는다니까. 내가 너희 때문에 아주 살이 다 떨린다.”
“호기심이 아니라 의문이지. 의문이란 풀어야 속이 시원해지는 거거든. 더군다나 명부에 적혀 있는 놈들이잖아. 다섯 군데로 출발한다니까 그중 하나만 따라가 보자. 별일 없으면 그길로 떠나면 되잖아.”
운상이 슬며시 제안하자 운여의 눈이 즉시 오므라들었다.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기 때문이다.
“흐흥, 이놈이 이제 보니 다른 속셈이 있었군.”
“귀신같은 놈. 눈치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