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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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풍운사일 136화
객당에서 나갔던 뇌현 대사가 돌아온 것은 거의 반시진이 지난 후였다.
그는 객당으로 다시 돌아와 청문자에게 접견이 허락되었다는 통보를 하며 직접 방장실로 안내했다.
운학과 운일은 객방에 머물렀고 청문자 혼자의 접견이다.
독대를 신청했기 때문이었는데 소림 측에서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역시 태산북두.
지객당을 벗어나 산으로 오르자 수많은 불전과 건물이 숭산 곳곳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르면서 만난 제자들은 뇌현 대사와 청문자를 향해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는데, 하나같이 고요했고 정중했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자를 만난 것은 산비탈을 돌아 대웅전 쪽으로 걸어갈 때였다.
눈처럼 하얀 백의 전도복을 입은 노인.
바로 화산의 추령자였다.
백대고수 중 오십삼 위에 오른 절대고수로서 화산이 자랑하는 검객이었다.
그는 일을 마친 듯 여유로운 신색으로 산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청문자를 확인하자 슬쩍 얼굴을 굳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굳어졌던 얼굴은 어느샌가 펴지고 그 자리를 웃음이 대신했다.
웃음.
반가운 사이에 나타나는 웃음은 기껍고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자의 웃음은 조소로도 보이며 실제로 그런 경우가 허다했다.
추령자의 웃음을 본 청문자가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감히 웃어!
가슴속에 타오르는 분노.
옆에서 뇌현 대사가 그의 소매를 붙잡지 않았다면 청문자는 그의 웃음에 검을 꺼내 들었을지 모른다.
강호의 늑대가 어찌 그런 기운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추령자는 여유 있게 다가와 청문자의 앞에 서서 가볍게 포권을 했다.
그러나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담겨 있었다.
일종의 도발로도 보일 만큼 그의 행동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이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십 년이 넘는 것 같구려.”
“시간이 참 빠르오. 하지만 우리는 칠 년 전부터 시간의 흐름을 잊었으니 당신의 말은 의미가 없소.”
“내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군.”
청문자가 얼굴을 굳히며 시선을 돌리자 추령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청문자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당시 그는 백대고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던 무적의 고수였으니 청문자의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은 무시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추령자는 청문자를 향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칠절문과의 황수전투를 통해 백대고수에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청문자는 아직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호에서는 무력이 강한 자가 언제나 선이고 법이다.
그랬기에 그는 시선을 피한 청문자의 옆얼굴을 노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가소로운 자.
어떻게 무슨 기연으로 무공이 그리 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까짓 것으로 자신을 능멸한다면 그냥 넘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피했던 청문자의 시선이 다시 돌아온 것은 추령자의 눈이 계속해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말을 잘랐으니 청문자의 입에서는 이제 거침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의 성격은 진중했고 사리를 따지는 데 한 치의 오차도 없었지만 추령자에 한해서 만큼은 예외였다.
점창을 치욕 속에 빠뜨린 장본인.
물론 그 혼자의 결정은 아닐 것이나 선두에 서서 점창을 병신으로 만든 건 추령자였다.
그랬기에 청문자는 이를 드러내며 추령자를 쏘아봤다.
추령자와 청문자의 나이는 한 살 차이기 때문에 사실 같은 연배나 다름없는 사이다.
더군다나 화산과 점창에서도 똑같은 장로의 위치에 있었으니 배분에도 차이가 없다.
“반가운 얼굴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가던 길이나 그냥 가지그래.”
“말이 짧아졌군.”
“먼저 말을 자른 건 너다. 혹시 나에게 시비를 걸고 싶은 것이냐.”
“푸하하하…….”
청문자의 말에 추령자의 입에서 대소가 튀어나왔다.
입은 웃는데 눈은 웃지 않는다.
살기, 아니면 화기.
그의 기세가 검이 되어 청문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은 웃음이 끝나면서부터였다.
“점창이 많이 컸구나. 감히 나에게 함부로 대하다니 죽을 자리를 찾는 하루살이와 진배가 없다.”
“추령자, 내가 만만해 보이느냐?”
“당연히!”
“곧 너와 검을 부딪칠 날이 올 것이다. 오늘은 급한 볼일이 있고 남의 집에 왔으니 내가 참겠다. 그러니 꺼져.”
“이자가!”
불같은 기세.
추령자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며 검병에 손이 얹혀졌다.
검병에 손이 얹혀지는 순간 검신은 이미 반이나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검을 마저 뽑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청문자를 가로막은 뇌현 대사가 염주를 가운데로 모으며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소림이오!”
뇌현 대사의 중재로 추령자가 산을 내려간 후 청문자는 계속해서 산을 올라갔다.
분노.
뛰는 가슴.
생각 같아서는 단박이라도 검을 뽑아 목을 치고 싶었지만 청문자는 겨우 참아내고 추령자가 내려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번이 끝은 아니다.
언젠가… 마음껏 검을 뽑을 수 있는 자리에서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저자의 검을 반드시 꺾어버린다.
평화로운 모습.
예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불전을 공부하는 학승들의 모습들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외관으로 보인 모습일 뿐이다.
청문자의 이목과 감각에는 소림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기운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산방에서, 혹은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은밀한 기운들은 외인의 움직임을 철저히 통제했고 감시하며 따르고 있었다.
불쾌하다고 감정을 드러낼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외부인이 맞았고 소림에서 가장 중요한 방장을 만나겠다고 온 사람이었으니 주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은 방장실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허락해야 할 일이었다.
그랬기에 청문자는 방장실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 뇌현 대사를 바라보았다.
“대사, 한 말씀 드려도 되겠소?”
“말씀하시지요.”
“점창의 명예와 청문자란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소. 이번 사안은 소림도 그 책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요. 그러니 감시의 눈을 치워주시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으니 염려하지 마시지요. 대신 방장실에는 불제께서 자리를 하셨습니다. 귀도의 말씀은 저까지 셋이 듣겠습니다.”
뇌현 대사의 말에 청문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를 치우는 대신 불제를 참석시키는 것으로 미리 입이 맞춰진 모양이었다.
하긴 불제라면, 절대 그런 일은 없겠지만 청문자의 암습을 차단할 수 있으니 방장의 안위를 위한다면 최적의 방안이었다.
더군다나 청문자가 직접 올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무력으로 소림을 대표하는 불제가 자리를 같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소림의 방장실은 점창 장문인이 머무는 상청궁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웠으며 안락했다.
방장실을 채운 집기는 고풍스러웠고 벽에는 불전들이 걸려 있었는데 한쪽에는 언제든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기 잔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방에 앉아 있는 사람은 둘.
바로 소림 방장인 뇌인 대사와 불제 뇌공 대사였다.
각각의 품격.
부처님 같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 뇌인 대사의 모습은 부처를 보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뇌공 대사의 모습은 달랐다.
마귀를 때려잡는 사천왕이 현세에 왕림한다면 아마 그 모습은 뇌공 대사와 비슷할 것이다.
강렬한 눈, 상대를 압박하는 절대의 기세.
과연 천하무림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천십제의 일인답다.
하지만 청문자는 그런 뇌공 대사의 압박을 묵묵히 견뎌내며 먼저 뇌인 대사을 향해 예를 표한 후 뇌공 대사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언뜻 의외의 표정을 짓는 뇌공 대사의 얼굴이 보였으나 청문자는 모른 체하며 방장의 손짓에 따라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뇌공 대사였다.
그는 청문자가 들어서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귀인의 예로 맞아들였는데 목소리는 부드럽고 행동은 지극히 겸손했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오늘따라 귀인들이 연달아 오시는구려. 이건 용정차라고 합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맛이 깊고 향이 좋아 심신이 맑아진답니다.”
“고맙습니다.”
뇌인 대사가 손수 차를 따라줬기 때문에 청문자는 화답을 하고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용정 차는 중원에서 손꼽히는 명차였다.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싸기도 해서 마시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소림 방장실에서 마시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소개한 것처럼 입안에서 퍼지는 향기가 너무 좋아 저절로 눈이 감길 지경이다.
“어떠세요. 좋지요?”
“그렇습니다. 이런 좋은 차를 마시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은 모양입니다.”
“오시다가 불민한 일이 있었다면서요. 소림의 체면을 봐서 참아주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괜한 일로 신경을 쓰게 해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역시 보고 있던 눈들이 많다.
그리고 그 눈들은 어느샌가 소리가 되어 뇌인 대사에게 고해졌던 모양이었다.
새삼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남의 집에 와서 목소리를 높였으니 예의에 어긋난 짓을 한 건 틀림없다.
추령자에 대한 감정과 소림에 대한 예의는 분명히 경계를 짓고 생각할 부분이었으니 청문자는 지체 없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뇌인 대사는 거기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는 듯 화제를 돌려주었다.
점창과 화산의 뿌리 깊은 대립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였다.
그는 언제나 중도를 걸은 사람이었으나 사안의 핵심에 대해서는 명확했다.
“자, 그럼 이제 본론을 들어볼까요?”
“현재 혈검쟁투가 벌어지는 강남은 매일 많은 무림인의 목숨이 헛되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또한 청당전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휘에서 막사검이 나타나 수많은 생명들이 덧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방장께서는 무림이 이런 환란에 처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혹시 아십니까?”
“들어 보니 어떤 특별한 연유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귀를 씻고 들을 테니 말씀해 보세요.”
“저희는 처음 혈검쟁투나 청당전이 벌어졌을 때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물이 고이면 넘치고 힘이 과하면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입니다. 각 세력마다 사정이 있었고 뿌리 깊은 분쟁이 있었으니 그것이 곪아 터진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것이 아니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확정적인 청문자의 대답에 뇌인 대사가 뇌공 대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점창이 내놓은 판단은 소림과 비슷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판단이 틀렸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청문자께서는 그 연유를 아시오?”
“청당전은 모르나 혈검쟁투와 막사검의 출현 뒤에는 신비 세력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말 그대로 음모를 가진 어떤 세력이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귀도께서는 믿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사실입니다. 그들 세력의 이름이 천이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천검회를 비롯해서 천문, 수라맹, 팔황문, 무풍사가 그들의 예하 세력으로 이번 혈검쟁투와 막사검의 파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청문자의 설명에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뇌공 대사가 나섰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청문자가 말한 세력들은 모두 삼십팔세에 포함되어 있는 강자 중의 강자들로서 이런 세력을 하나로 묶을 수만 있다면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될 수 있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씀이오. 그자들이 뭐가 아쉬워 특정 세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단 말이오?”
“하수인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올시다.”
“어허… 도대체 나는 이해가 안 가오. 그자들의 목적이 뭐기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무림일통이오.”
좌중이 청문자의 한마디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가볍게 흥분했던 뇌공 대사와 뇌현 대사의 숨소리가 급작스럽게 가라앉았다.
점창의 장로 청문자.
믿을 수도 없고 믿겨지지도 않는 이야기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하는 청문자의 태도에 기가 질린 건지도 몰랐다.
침묵이 깨진 것은 소림 방장 뇌인 대사로 인해서였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분쟁들의 이유가 상잔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자들은 무림 세력들을 서로 상잔케 해서 최대한 세력을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보입니다.”
“그런 후 전면에 나선다는 뜻이오?”
“점창은 그리 생각합니다.”
“어허… 어허.”
“그자들의 계획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무림은 피로 강을 이룰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혈사들을 가만히 보세요. 거대 세력들이 연합해서 싸우고 있지만 철저하게 국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더 많은 세력들이 쟁투에 참여해서 숨통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게 분명합니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요.”
“무림의 북두인 소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구룡회를 소집하고 호천십문과 칠대세가에 이를 알려야 하오. 다행스럽게 천하의 반은 아직 쟁투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자들의 흉계를 미리 알았으니 음모를 분쇄해야 합니다.”
“점창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소?”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라니요?”
“지금 점창의 제자들은 탕마행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연히 알게 된 것을 본산에 알려왔습니다.”
“이건 보통 커다란 사안이 아니오. 일개 문도의 보고로 움직일 수는 없소이다.”
“우린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룡회를 개최하면 그 증거들을 보여 드리지요.”
“지금 보여주면 안 된단 말이오?”
“장문인, 지금 우리 점창은 구룡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중입니다. 구룡회가 개최되어야 그 증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점창은… 구룡 복원이 목적이구려. 시주, 점창의 목적이 구룡 복원이라면 소림은 구룡회를 열지 않을 것이오. 점창의 의도를 안 이상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안 들은 것으로 하겠소.”
“어쩌실 요량입니까?”
“예정대로 구룡회는 삼 년 후에 개최할 것입니다. 그러니 돌아가세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하고 가야 될 것 같군요. 점창의 의도가 불손하다고 생각해서 구룡회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요. 자칫 무림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이때 그까짓 이유로 인해 대의를 망친다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오. 과거 점창은 홀로 천하를 구하기 위해 비천과 싸운 전력이 있는 문파요. 구대문파가 중심이 되어 바친 영웅기가 아직도 점창 본산의 상청궁에 남아 있소이다. 그런 점창을 구룡회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낸 것은 분명 소림을 위시한 구파의 명백한 잘못이오. 그런데도 회복을 주장하는 점창의 행사가 불손하다고 생각하는 게요!”
“청문자께서는 말을 가려 하시오.”
“나는 그만 일어서겠소. 할 말은 다했고 들을 말도 다 들었으니 남아 있을 이유가 없소. 홀로 천하를 구하려다 백여 년이 넘도록 다른 문파에게 괄시를 당해온 점창이 무림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기는 하오. 하지만 방장께서는 심사숙고하셔야 될 거요. 나는 불가의 목적이 중생의 구제라 알고 있소. 수많은 생명이 누군가의 음모로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본다면 방장께서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실 겁니다. 무림 전체가 피가 강이 되고 여인네와 아이들의 입에서 통곡이 흘러나오는 걸 보게 될 테니 나 역시 마음이 아프오. 하지만 기다릴 생각이오.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시오. 천이란 자들의 음모가 사실이란 것을 명백히 증명할 테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