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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사일 185화

무료소설 풍운사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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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풍운사일 185화

요홍이 진 속으로 숨어버리자 잠시 열렸던 천왕무영진이 굳게 닫혔다.

한번 닫히자 물 샐 틈조차 보이지 않는 기막이 펼쳐지며 황곡이 전부 가로막혔다.

청문자의 입이 열린 것은 요홍의 모습이 사라졌을 때였다.

“장문인께서는 여기에 잠시 계시오.”

“어쩌시려고요.”

“저 병진은 많은 수가 들어간다고 해서 깨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내가 풍운대를 이끌고 생문을 넓혀놓겠소. 장문인께서는 사형들과 함께 중앙의 구궁문이 깨지면 그때 진격해 주시오.”

“괜찮겠습니까?”

“가공할 위력을 가진 진법일수록 원리를 알면 간단하게 파훼되는 약점이 있소. 나는 저 진법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이각이면 충분할 것이오.”

“만약에 이각이 지나도 안 된다면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제자들을 뒤로 물리시오. 저 진법은 강력한 적을 막기 위한 방어진이니 후퇴를 해서 다시 기회를 보시는 것이 좋겠소.”

“사형은 어쩌시고요?”

“정 파훼가 어려우면 생문을 통해서 빠져나갈 생각이오. 우리는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지 않을 것이니 기다리지 않아도 되오.”

“그러다가 협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나와 풍운대는 충분히 몸을 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음…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청현자가 가벼운 신음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강력한 병진이었으니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었지만 그는 청문자가 내보인 자신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청문자는 본진에서 빠져나와 선두에 서 있던 풍운대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 후 운곡의 옆에 섰는데 그의 음성은 작았어도 풍운대 전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내 뒤를 따라 저 진법으로 들어간다. 너희들이 할 일은 간단하다. 개진이 되는 순간 내가 뚫는 생문을 확장하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생문을 찾아내서 중앙까지 들어가면 구궁의 중심을 장악하고 본진이 들어오길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적들의 공격을 차단해야 된다.”

“예, 사숙.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동시에 대답을 마친 풍운대가 거대한 병진을 바라보며 긴장된 눈으로 검을 들었다.

청문자의 뜻은 간단한 것이었다.

병진의 중심을 장악해서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어 난전으로 변환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구궁의 중심에서 적들의 수뇌부와 싸워야 한다는 건데, 그리되면 풍운대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할 수 있었다.

병진의 압박과 절대고수들의 합공을 본진이 올 때까지 막아낸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위협도 풍운대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청문자는 풍운대를 이끌고 칠성의 꼬리에 해당하는 현문을 향해 날아갔다.

운호가 검을 빼 들고 회풍의 멸자결을 때려낸 중앙보다 한참 좌방으로 떨어진 곳이었는데, 청문자의 검에서 검기의 물결이 파생되며 뻗어나가자 어이없게도 병진이 충격을 받으며 비틀거렸다.

운호의 강력한 일격에도 끄떡없던 천왕무영진은 청문자가 펼친 분광에 셋이 나가떨어지며 균열이 만들어졌다.

그 속을 청문자는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천왕무영진으로 들어서자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압력이 생성되며 천지사방에서 병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모든 방위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날아온 병기들은 하나같이 치명적인 살기를 담고 있었는데, 아무리 튕겨내도 끝도 없이 재생산되며 일행을 난도질할 것처럼 찔러왔다.

선두에 선 청문자는 그런 공격을 튕겨내기만 할 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전삼보, 우삼보, 후일보, 좌일보…

빠르지도 않았으나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그토록 강력한 공격에도 일행의 신형이 조금씩 중앙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앙으로 다가설수록 더욱 강력한 공격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산이 움직이고 대해가 밀려왔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압력이라고 볼 수 없는 기세와 기운은 청문자와 풍운대의 온몸을 핏물에 젖게 만들 정도로 무서웠다.

그럼에도 청문자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상한 보법을 펼치며 끝없이 전진해서 결국 중앙에 도착했다.

그가 진으로 들어오기 전에 풍운대에게 말했던 구궁의 중심이었다.

중앙에 들어선 청문자는 그동안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분광과 회풍을 번갈아 펼쳐 냈는데, 한눈에 봐도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였다.

청문자의 공격을 확인한 운호가 범위를 확장시키며 좌측으로 움직이자 그 뒤로 운곡과 운검이 따라왔고 반대쪽 우방으로는 운상과 운여, 그리고 나머지 풍운대가 치고 나갔다.

구궁의 중심에서 진의 변화를 관장하는 병력은 겨우 오십에 불과했으나 그들의 기세는 산처럼 장중하고 무거워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다.

그 오십 명 안에는 요홍과 천왕삼공, 그리고 천왕칠절 등 각 전대를 이끄는 수장들을 제외한 남부 정벌군의 최절정무인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이 펼친 방진 또한 또 다른 천왕무영진이었다.

칠성과 오행의 방위를 점유한 채 기묘한 형태로 진을 구축한 그들의 방진은 청문자와 풍운대의 공격을 튕겨낸 채 완강하게 버텼는데, 뒤쪽에서 무영대진이 압박해 왔기 때문에 완벽하게 포위를 당한 형국이었다.

치열한 전투.

거대한 병력과 절대적 무력으로 버티는 천왕무영진 속에서 청문자와 풍운대의 몸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가 생겨났다.

청문자의 시선이 흔들렸다.

나름대로 진법에 자신이 있었고 구궁의 중심을 깨뜨리면 모든 사문이 파괴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중문이 완강하게 버티자 오히려 모든 방위가 사문으로 변해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천왕무영진.

요홍이 자신할 만큼 대단한 방진이었다.

진 속에 또 다른 소진을 두었고 그 소진에 절대고수들을 배치함으로써 어떠한 흔들림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을 마련했으니 이 진을 깬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졌다.

자신과 풍운대의 무력이라면 어떠한 문파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

절대고수의 숫자만 해도 다섯이고 나머지도 절대의 경지의 근접했으니 구궁의 중심에 선 자들과 정면으로 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진과 대진의 조화였다.

소진을 공격할 때 뒤쪽에서 거대한 압력으로 밀어붙이는 대진의 공격에 그들은 소진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었다.

하긴 무영대진이 없었어도 무영소진조차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무영소진을 구성하고 있는 무인들의 면면은 핵심 방위에 절대고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나머지도 초절정고수들로 채워져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다.

무영소진을 깨지 못한다면 자신과 풍운대의 목숨은 바람 앞의 등불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악물고 공격하던 청문자가 입술을 깨물며 후회를 했다.

괜한 자신감 때문에 풍운대를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오자 그는 가슴이 터질 듯한 괴로움에 사로잡혔다.

그때 좌측을 공략하기 위해 빠져나갔던 운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아……!

방진에 갇힌 자가 몸을 허공으로 부유시킨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랬기에 청문자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뜨렸는데, 갑자기 공간이 반으로 쪼개지며 무영소진의 일각이 부서져 버렸다.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공간참(空間斬). 바로 후예사일의 마지막 초식이다.

그토록 노력했고 참오했던 초식이 운호의 검에서 쏟아져 나오자 청문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부릅떴다.

허상이었다 해도 놀랄 지경인데 운호의 검은 실제 공간을 반으로 잘라놓은 채 무영소진을 구성하고 있던 여덟 명의 무인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완벽한 후예사일이다.

운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몸을 날려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미 무영소진은 깨져 버렸으나 운호는 불타는 시선으로 적들을 바라보며 또다시 공간을 잘라 버렸다.

그 공격에 아홉 명이 진영에서 이탈하면서 처참하게 변한 채 외곽으로 날아가자 그나마 버티던 무영소진은 완전하게 찢어져 구궁의 중심이 깨졌다.

운호가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무영소진을 구성한 채 진을 지휘하던 자들이 진을 풀고 청문자와 풍운대를 향해 협공을 가해오자 운호는 몸을 돌려 무영대진을 휩쓸기 시작했다.

구궁의 중심이 깨졌기 때문에 본진의 진격을 돕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강한 자들이라도 무영대진만 안에서 휘젓는다면 청문 사숙과 풍운대는 본진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운호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폭풍과 같았다.

그는 구궁의 중심이 깨져서 움직임이 원활치 못한 무영대진의 곳곳을 누비며 방진을 완전하게 박살 내고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시체가 산이 되어 쌓일 지경이었다.

자신이 흘린 피와 적의 피가 하나가 되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온몸에서 풍겨 나왔으나 운호는 오직 남아 있는 적들을 향해 돌진할 뿐이었다.

운호는 삼십 장 앞에서 질풍처럼 적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하고 있는 점창 본진을 확인하자 가차 없이 몸을 돌려 다시 구궁의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제 무영대진은 본진에게 맡기고 청문자와 풍운대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여전히 구궁의 중심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요홍은 붉은 옷의 괴인들과 함께 청문자를 공격하는 중이었고 삼공은 운여와 못다 한 승부를 벌이며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문제는 운상이 청색 전포를 입은 일곱 명의 검객들에게 둘러싸여 고전을 하는 중이었고 나머지 풍운대가 적들에게 포위되어 힘겨운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었다.

워낙 많은 초절정고수들의 합공이었기 때문에 원형을 구축한 채 버티고 있었으나 운검을 비롯한 풍운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도 운호처럼 핏물에 잠겨 혈인으로 변해 있었다.

돌아온 운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풍운대를 둘러싼 채 공격을 하고 있는 적들을 향해 검기를 난사했다.

막는다고 막을 수 없는 공격.

십제를 넘어선 마검의 공격은 그들이 방어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었다.

일격에 두셋씩 퍽퍽 나가떨어지자 풍운대를 에워쌌던 포위망이 금방 찢겨졌다.

쓰러져 가는 적들의 눈망울 속에는 슬픔이 가득 들어 있었으나 운호는 이를 악물고 연민을 가슴속으로 숨겨 버린 채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피가 튀는 전장.

누가 누구를 향해 동정의 시선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운호의 검에 의해 무려 스물에 달하는 자들이 쓰러지자 풍운대는 나머지 자들을 처리한 후 본진을 돕기 위해 무영대진의 외곽을 향해 질주해 나갔다.

운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청문자를 공격하는 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굳건히 버티고 있었으나 청문자는 적들의 공격에 의해 서서히 밀리고 있는 중이었다.

청문자의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끼어들지 않는 것이 맞았으나 운호는 이번에도 가차 없이 적들의 등판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요홍과 함께 공격을 했던 세 명의 붉은 전포 괴인들이 운호의 공격을 받고 비틀거리며 전권에서 이탈했다.

워낙 강력한 기습 공격에 그들은 운호의 회풍을 막아내지 못하고 팔다리가 잘린 채 핏물이 잔뜩 고인 땅바닥을 설설 기었다.

목숨은 부지했으나 살아도 산 몸이 아니었다.

질풍(疾風).

적들을 향해 날아가는 운호의 몸은 질풍처럼 움직였다.

그는 곧바로 운상을 공격하고 있는 청색 전포 무인들을 향해 날아가며 분광을 터뜨렸다.

내공이 오기조원에 이른 그의 분광은 투명해질 대로 투명해져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청색 전포 무인들은 분분히 몸을 날려 반격을 해왔다.

강한 무력.

이 정도의 반응속도를 보인다는 건 절대의 경지에 근접한 자들이란 뜻이다.

그걸 증명하듯 운상은 그들의 공격을 홀로 받아내느라 전신에 상처가 그득했다.

운호의 검이 하늘을 날아 움직인 것은 포위망에서 벗어난 운상이 그동안의 분풀이를 하듯 적들을 향해 반월형의 검기를 난사하며 돌진할 때였다.

검이 살아서 움직였다.

공간을 넘어 날아간 흑룡검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적들을 향해 검기를 난사한 후 운호의 손으로 돌아왔다.

운호를 상대하기 위해 접근했던 청색 전포 무인들이 그 공격으로 일 장이나 튕겨져 나갔다.

그들의 전신은 검기에 당해 벌집처럼 변해 있었는데, 곳곳에 치명상을 입어 움직이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운호는 기다리지 않고 곧장 그들을 향해 돌진하며 회풍을 펼쳤다.

전쟁에서 서툰 자비는 오히려 상대에게 더 커다란 고통과 절망을 주는 법이다.

그랬기에 운호는 금방 적들의 숨통을 끊어냈고, 방어선을 펼치는 천왕성의 병력을 향해 지체 없이 날아갔다.

점창 본진은 삼 대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었는데, 청무자와 청면자, 청우자가 각기 백 명씩 갈라 적진을 헤집고 있었다.

천왕무영진이 무너졌고 수뇌부를 상당수 잃어버렸음에도 천왕성의 병력은 곳곳에 방어선을 형성하며 맞서 싸웠으나 점창 본진의 힘은 순식간에 방어선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움직였다.

본진의 위력도 막강했지만 그 이면에는 운호를 비롯한 풍운대의 힘이 컸다.

운상과 운여도 어느새 적들을 해치우고 방어선을 펼치는 적들의 후위를 공격했기 때문에 점창 본진은 손쉽게 적들을 제압하며 돌진을 거듭할 수 있었다.

피가 강이 되어 흘렀고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어간 시신들이 산이 되어 쌓일 때 그토록 치열했던 전투는 청문자가 요홍의 가슴에 검을 꽂으면서 서서히 끝이 났다.

언제나처럼 붉은 노을이 하늘을 채웠고 태양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구름 속으로 잠겨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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