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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4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4화

14화. 절벽

 

 

아침 햇빛이 노랗게 물들고,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식사를 마친 천강 일행은 마치 산보라도 나온 것 마냥 느릿느릿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걸어도 걸어도 먼저 뛰어간 아이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그것이 살짝 불안한 98번은 천강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형님, 그런데 저희 이렇게 천천히 가도 괜찮은 겁니까?"

"왜?"

"형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저희가……."

"꼴찌라고?"

"예……."

"걱정 마라. 반드시 제 시간 안에 목표지점에 도착하게 될 터이니. 넌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

그제야 걱정을 훅 털고는 환히 웃는 98번.

"예. 전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녀석은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천강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걸렸다.

'이번 생은 사람 복이 좀 있네.'

첫 만남에 자꾸 안 된다 안 된다를 외쳐대기에 홧김에 형님 소리를 하게 만들어뒀는데, 의외로 98번 아우 성격에 만족 중인 천강이었다.

기본적인 눈치가 있는 건 물론, 천강이 뭔가를 지시하면 군말 없이 믿고 따른다.

'이런 녀석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 법이지.'

그래도 설명은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천강이 나직이 운을 뗐다.

"이대로 쭉 산을 오르고 나면 난관 하나가 나타날 거다."

"난관이요?"

"그래. 아마 1번은 알고 있을 거야."

"절벽 오르는 거 말하는 거지?"

"예에? 절벽을 올라요?!"

절벽을 오른다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일류 고수도 쉬이 할 수 없는 게 바로 절벽을 타는 일이다.

그러나 겨우 쥐 굴 졸업관문 시험 치르는 아이들에게 그런 난관을 줄 리 없는 걸 아는 천강은 98번을 진정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절벽이라 해도 그다지 높지도 않고, 줄을 타고 오르는 것이니까."

이 길은 천산을 오고가는 마인들이 이용하는 길 중 하나다.

중급 마인들 같은 경우엔 가볍게 도움닫기를 해 절벽을 타고 오를 정도니, 아주 높은 건 아니라도 봐도 될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지금 거길 오르려는 이들이 10살 아이들이라는 점이지.'

그것도 산을 오르면서 제대로 먹지 못해 극도로 피로한 상태의.

"그래서 형님이 이렇게 천천히 가시는 거군요! 체력 비축을 위해……!"

"그래. 지금 겨우 언덕배기 오르는데 힘을 다 써버리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 절벽을 오르지 못하거든."

98번이 존경의 눈빛을 한가득 보내온다.

그 옆에 있는 1번 또한 그런 깊은 뜻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역시 우리 형님!"

"역시 내 미래 남ㅍ…… 엣헴!"

"응?"

방금 1번으로부터 뭔가 소름이 돋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런데 형님. 그 이야기대로면 다른 애들은……."

"뭐…… 네 생각대로다. 아마 대다수가 그 절벽을 통과 못해 죽는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

그래서 사실상 졸업관문 중 그 절벽이 제일 큰 난관이라 보면 되었다. 그 뒤로는 그저 이 악물고 진행하면 어떻게든 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슬슬 지금쯤이면 낙오한 애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들.

천강의 미간 주름이 작게 좁혀졌다.

"우욱. 우에엑."

"끅. 끄윽……."

누군가는 쉴 새 업이 헛구역질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배를 잡고는 이리저리 바닥을 뒹군다.

그 외에도 시체마냥 쓰러져 꼼짝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게 대체……."

"계속 이동한다. 쳐지지 말고 따라와라, 아우야."

"네, 네……."

그렇게 30분 정도 올랐을까.

더 이상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걸음을 멈춘 천강은 한쪽 바닥에 자리를 잡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양 옆으로 두 아이도 따라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대략 50명 정도 됐나?"

"네. 그 정도 됐습니다, 형님."

분명 전체적인 수준은 올라갔는데, 낙오자는 50년 전보다 더 많군.

먹을 것 먹지 말아야 할 것조차 구분 못하다니…….

그것이 한심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든 천강은 98번에게 진심이 담긴 조언을 해주었다.

"똑똑히 기억해라. 지천에 먹을 것이 널린 것 같고, 너무도 풍족해 줍기만 하면 다 내 것 같아도…… 아는 만큼만 내 몫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그 이상의 욕심은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과 같지."

"예."

"무공 또한 마찬가지다. 욕심을 버리고 아는 만큼만 해도 최소 중간은 간다. 천운이 닿아 오래 산다면 그 이름 정도는 날릴 수 있게 될 것이고."

흑살마신 천강.

사실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5년 만에 단명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스승은 자신의 제자를 위해 나름 철저히 준비했고, 스승이 잘 닦아놓은 그 길만 갔어도 나이 40즈음에는 능히 마교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는 들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늘 욕심이 문제였다.

스승의 품을 떠나 활동을 시작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마두가 되고.

단 5년 만에 마교 서열 11위 달성.

그 뒤엔 천마의 의뢰를 받아 마교 십대 고수와 십대일로 싸워 이기고, 죽기 직전엔 천마가 죽으면서 사실상 마교 최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게 자신이었다. 전생에 흑살마신이 이루었던 성취.

그러나 그 화려한 끝은 결국 죽음이었다.

'항상 욕심이 문제야.'

천강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눕자, 그를 본 1번과 98번도 서로를 한 번 쳐다보더니 따라 드러누웠다.

'이번 생은 좀 천천히 가보도록 할까.'

어차피 최강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조금 천천히 간다 해서 문제 될 건 딱히 없으리라.

그러나 그런 마음을 품으면서도 천강은 알고 있었다.

큰 힘을 얻는 순간, 그에 따른 숙명 또한 따라오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걸.

'암운곡의 생활이 기대되는구만.'

 

***

 

나무가 우거져 짙은 그늘이 진 어느 돌 벽.

한 아이가 그 앞에 서서 바삐 손을 움직이고, 그 뒤로 네 아이가 그것을 지켜본다.

"이야……. 이런 곳에 비밀 통로가 있을 줄이야. 7번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안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마교에서 이쪽 일에 종사하고 계시거든. 아! 다 됐다."

소녀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린다.

그렇게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성인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통로였다. 그 안으로 먼저 들어서며 7번이 손짓했다.

"바로 따라 들어와. 오래 열려 있진 않으니까."

"으자자! 그럼 들어가 보실까?"

"어서 가 보자고."

 

***

 

웅성웅성.

고개를 완전히 쳐들어야 끝이 간신히 보이는 거대한 절벽.

그리고 그 좌우로 자리한 가파른 낭떠러지.

그 사이 자리한 평지에서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멍하니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이걸…… 오르라고? 진짜 미친 거 아냐?"

"씨발. 못해. 난 못해! 여기까지도 겨우 올라왔다고!"

과도하게 움직인 탓에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물론, 먹은 게 없어 도저히 오를 힘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때 2번 패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나둘 밧줄을 잡고 오르는 녀석들.

"대박. 저걸 올라간다고?"

"하……."

양팔로 밧줄을 잡고, 두 다리로 절벽을 짚으며 올라간다.

그러다 적당한 턱이 나오면 발끝으로 지탱, 호흡을 고르고는 다시 위로 오른다.

2번 패거리의 움직임을 본 아이들 또한 그들이 오른 밧줄을 잡고는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하며.

그러다 대다수는 얼마 못 올라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금 오르는 2번 패거리의 경우 두세 시진 가량 힘을 비축하고는 출발한 것에 반해, 다른 아이들은 끽해야 30분 정도 쉬었기 때문이다.

털썩.

털썩. 털썩.

시도는 하나, 계속해서 떨어지는 아이들.

그때 천강 일행 또한 그곳에 도착했다.

"오……. 잘 오르네? 역시 내공을 쌓기 전에는 체급이 갑이야."

"형님. 얼마나 쉬실 건가요?"

"흐응. 바로 올라가자고 안 하네?"

"하핫. 형님에게 들은 게 있는데 절대 그러지 않죠!"

천강은 한 쪽에 자리 잡고 누우며 말했다.

"쟤들 다 오르는 거 보고 출발하자."

"예."

현재 2번 패거리는 거의 3/4 정도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막판이라 다들 쉬이 속도가 안 나오는 상황.

그때 2번이 꼭대기에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는 밑에를 슥 훑더니 밧줄 하나를 잡고는 끄집어 올리기 시작했다.

"46번. 지금 올려줄 테니 버티기만 해라."

"예, 형님……!"

"38번은 조금 기다려라."

"전 아직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직접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나둘 꼭대기에 도착하는 2번 패거리들.

그 모습을 천강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2번 자식, 밑에 것들이 뭘 하건 신경 안 쓰기에 성격이 모난 녀석인가 했더니…… 그런 쪽이었나?'

꼭 그런 이들 있잖은가.

내놓은 자식마냥 신경 안 쓰는 듯해도, 하나하나 지켜보다 크게 위험할 것 같으면 손쓰는 겉과 속이 다른 부류.

'피곤하게 사는구만.'

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들이 다 올랐으니 이젠 천강 일행이 오를 차례였다.

앞으로 나아가자 옆으로 비켜서는 아이들. 천강은 가만 위를 쳐다보며 오르기 좋은 곳을 찾았다. 그리고는 98번을 불러들였다.

"아우야. 이쪽으로 올라라."

"형님이랑 1번은요?"

"너 다 올라가면 올라갈 생각이다. 명심해라. 한 번에 올라야 한다. 실패하면 두 번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무슨 말인지 알지?"

"예, 형님!"

"그래. 밧줄 탈 줄은 알고?"

98번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출발!"

천강의 신호를 받은 98번이 심호흡 후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잘 먹고 체력을 비축한 만큼 그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근육 또한 혹사를 하지 않았기에, 98번은 한 마리의 원숭이가 되어 빠르게 절벽을 올라갈 수 있었다.

단번에 1/2까지 올라선 소년.

그런데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투둑.

"어……?"

잠깐 흔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밧줄이 뚝 끊어진 것이다.

그에 98번뿐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1번도, 다른 아이들도, 그리고 천강조차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98번!"

"아우야!"

"윽……."

순식간에 바닥에 추락한 소년에게 천강을 포함 모든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98번, 괜찮아?!"

"으응. 괘, 괜찮아……."

"잠깐 너 피가……! 99번 얘 피가 나! 피난다고!"

"어디?"

"팔 쪽이……."

왼팔의 옷감이 붉게 물들어 간다.

그에 재빨리 상태를 확인한 천강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때?! 98번 괜찮은 거야?"

"어. 일단 생명엔 전혀 지장 없어. 피가 나는 건 피부가 까져서 그런 거야. 다른 데도 다 괜찮고. 다만……."

"다만?"

천강은 씁쓸함을 입에 머금으며 말했다.

"손목이 부어오르는 정도를 보니, 더 이상 절벽을 오르는 걸 무리일 것 같아."

"그런……!"

절벽을 못 오른다는 건 곧 죽는다는 뜻.

숨을 턱 막히게 하는 답답함에 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끊어진 끈을 살펴보았다.

인위적으로 끊긴 흔적이 있다. 그에 길이를 살펴보니 범인을 알 것 같았다.

"어이. 너희들이 끊었냐?"

고개를 들어 절벽을 올려다보며 묻는 질문에 위에서부터 답변이 돌아온다.

"그래! 내가 끊었다. 큭큭."

"66번. 네가 그때 덜 맞았나 보구나?"

이 씨발 새끼가 감히 자비를 원수로 갚아?

그러나 천강이 화를 내기도 전에 먼저 행동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바로 1번이었다.

"이 돼지 새끼가! 넌 뒈졌어!"

바로 밧줄 하나를 잡고 오른다. 내공을 운용할 줄 아는 만큼 순식간에 오르는 그녀.

그러나 1/2즈음 올랐을 때 그녀 또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 또 다시 자른 것이다.

"이익! 이 뚱보 새끼가!!"

"한 번 열심히 올라와 보라고. 밧줄 없이 맨손으로 말이야~"

"넌 잡히기만 해! 진짜 가만 안 둘 줄 알아!"

"잡고 나서나 말하시지? 참고로 벽 집고 올라와도 발길질 받을 각오는 하라고."

"젠장!!"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1번이 벽을 주먹으로 치며 분을 토해낸다.

쿵. 부스스…….

'대단하군. 고작 열 살짜리 주먹질 한 방에 벽이 산산조각 나다니.'

1번이라면 충분히 밧줄 없이도 오를 것 같다.

천강 자신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절벽 위에서 계속 밑을 쳐다보며 대기 중인 2번 패거리들. 저들의 눈을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리라.

"어떡하지, 99번?"

천강의 시선이 자리에서 막 일어서는 98번에 가 닿는다. 그리곤 이내 서서히 돌아 1번이 후려친 절벽으로 향한다.

"애들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마교 떨거지 5인방이 이 위로 올라간 거 본 사람?"

아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곤 이내 이상함을 느꼈는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라? 근데 걔네 어딨지? 분명 제일 선두에 있는 건 2번 녀석들이었는데?"

"뒤에 있는 거 아냐?"

"그게 말이냐, 방구냐? 그 새끼들이 솔직히 재수 없긴 해도 우리보다 체력이 떨어질 리 없잖아?"

그걸 들은 천강의 입 꼬리가 스윽 말려 올라갔다.

'하……. 새끼들. 치사하게 지들끼리만 비밀통로를 이용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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