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89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9화
혈하-第 189 章 군림운집
웅이산(雄耳山) 천주봉(天柱峰).
웅장한 대산의 장엄한 기상을 머금고 있는 웅이산의 천주봉 중턱에 큰 장원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백제장원(白帝莊園)!
낙향한 고관의 은신처란 말이 인근에 알려진 곳.
그러나 그 누구도 몰랐다.
이곳이 바로 군림성의 총본산이라는 사실을.
이를 증명하듯 백제장원 심처에 자리한 거대한 대청의 이름이 바로 군림청(君臨廳)이요, 곳곳엔 백해와 묵혈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고루전각들이 즐비했다.
군림청.
군림성의 대소사를 의논하는 의사청에 때 아닌 사람들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이미 운집한 사람들은 군림청을 가득 메우고 남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밀어닥쳤다.
이 손님들을 안내하는 사람들은 한 결 같이 검은 흑의무복을 입었다.
또한 흑의무복 가슴에는 넘실거리는 파도 모양이 하얀 수실로 새겨져 있었다.
검은 무복을 묵혈방의 전통적인 복색이었고, 하얀 파도는 백해를 의미한다.
군림청 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들은 대개 강호에 은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대기인에서 당금 무림을 위진 시키는 강호고수들까지 다양했다.
이때 군림청 입구에 네 사람이 나타났다.
천라삼군과 공자립의 부인인 빙설선녀 용화화다.
그 뒤에 여섯 노인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의 등에는 고색이 창연한 장검이 메여 있었다.
군림청 입구에 나와 있던 중년인 하나가 천라삼군을 보고는 포권을 취했다.
“어서 오십시요, 천라삼군.”
“다시 뵙습니다. 군사.”
“그래, 남해에 가신 일은 어찌……아! 잘 됐군요.”
중년인은 말을 하다말고 천라삼군 뒤를 따르는 여섯 노인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역시 천라삼군의 남해행은 헛되지 않았구나. 저 고집불통들을 끌어들이다니.’
권풍진이 중년인을 향해 포권을 하였다.
“백리 총관님, 소개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남해의 뇌벽육검(雷霹六劍)입니다.”
“소문 익히 들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년인은 권풍진이 소개하는 여섯 노인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여섯 노인들은 거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뇌벽육검(雷霹六劍)!
남해(南海) 뇌벽도(雷霹島).
작은 섬이나 20여 년 전 강호를 풍미했던 여섯 검수들이 은거지로 삼은 이후 강호에 널리 알려진 섬이다.
뇌벽도에는 여섯 명의 검수들이 은거해 있었다.
바로 뇌벽육검이다.
이들은 정사양도의 인물로 오직 검 한 자루로만 강호를 살아온 자들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검공만 익혀온 자들로 그 흔한 장법을 한 초식도 익히지 않은 자들이다.
그런 그들을 천라삼군이 이번에 남해로 가서 영입해 온 것이다.
그들의 가세는 군림성의 힘을 가일층 올려놓았다.
중년인은 가볍게 눈썰미를 좁혔다.
‘음……너무 방자하구나. 이 기회에 코를 납작하게 꺾어놓지 않으면 통제하는 데 골치 깨나 아프겠다.’
나름대로 뇌리를 굴린 중년인은 뇌벽육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서들 오십시요. 본인은 백리천(白理天)이라 합니다.”
거만하던 뇌벽육검의 얼굴이 돌덩어리마냥 굳어졌다.
“허억! 정……정녕 백리선배님이십니까?”
“이곳에서 선배님을 뵙게 될 줄이야.”
“몰라 뵈었습니다. 이 후배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뇌벽육검은 황망히 허리를 조아렸다.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자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중년인이 설마 50년 전 천지쌍괴와 함께 강호를 풍미했던 전대고수일 줄 그 뉘가 알았으랴.
천뇌사야(天腦邪爺) 백리천(白理天)!
만약 묵혈방의 삼뇌마자 막여천이 없었다면 당당히 사도제일뇌란 명에를 얻었을 지략가.
그의 두뇌는 삼뇌마자 막여천와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더욱이 삼뇌마자 막여천이 무공 한 줄 익히지 않은 몸인데 반해 그의 무공은 가히 하늘도 놀라게 할 정도다.
삼뇌마자 막여천에게 사도제일뇌란 자리를 내주자 은거해 버린 자.
그가 군림성의 총관이 되어 강호에 재등장했다.
백리천이 나직이 웃었다.
“허허허……다 허물일 뿐이네, 안으로 드시게.”
어느 새 그는 말을 놓았다.
뇌벽육검은 당연하다는 듯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백리천의 안내를 받았다.
군림청 안.
안에 들어온 뇌벽육검은 우선 대청 안에 있는 고수들을 보고는 일제히 입을 벌린 채 다물 줄 몰랐다.
아니 그들은 고양이 앞의 쥐 마냥 기를 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어마어마한 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만상천공(萬象天公) 독고령(獨孤領).
천강마종(天剛魔宗).
철사대존야(鐵獅大尊爺) 상관패룡(上官覇龍).
철혈검모(鐵血劍母) 자운혜(紫雲慧).
빙백마존(氷魄魔尊) 냉천(冷天).
등등의 흑도거마들이 있는가 하면 정파도 아니요, 그렇다고 흑도 사파도 아닌 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천인살예(千刃殺藝).
환락지존(歡樂至尊).
금상대야(金商大爺) 염뇌릉(廉賂陵).
취라천황(翠羅天皇) 단리극(段里極) 등등.
군림청엔 무림의 각파 종사들과 장주, 보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상석에는 태사의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태사의 바로 밑으로 모두 여덟 개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자리는 군림성의 주요인물들이 앉는 그야말로 고수 중에 고수들만의 자리가 분명했다.
이미 그 자리는 꽉 차 있었다.
뇌벽육검은 그들을 보다가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하마터면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으으……저 노선배는 분명……지옥혈제……!”
“저, 저 분은 또 어떻고……맙소사! 어떻게 정도인인 옥성 옥붕대제가 지옥혈제와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눈단 말이냐?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건 아닌가?”
헛것!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 상석에는 두 사람이 마치 노부부인 양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옥혈제와 옥성 옥붕여제다.
놀라운 일이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할 일이다.
절대마종 지옥혈제와 백도무림에서 가장 성스럽다는 여인, 옥성 옥붕여제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도 기절초풍할 일인데 도란도란 뭔 얘기가 그리도 다정한지.
뇌벽육검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그때다.
누굴 발견했는지 뇌벽육검 중 맏형인 금무령검 사여막이 헛바람을 토했다.
“저 사람은 혹시……천지쌍괴?”
둘째 염후검작 풍천해가 기겁을 했다.
“맞아! 합방괴노와 지랄마군이다.”
돼지마냥 차려진 음식을 마구 집어먹고 있는 자들은 천지쌍괴였다.
어안이 벙벙한 채 마치 홀리듯 뇌벽육검의 시선은 다른 사람에게 쏠렸다.
그들의 시선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철궁마종에 이어, 바다의 신이라 불리는 대해멸존에 이른다.
그 옆으로 한 소녀의 시중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신음하듯 말했다.
“으……검의 하늘이시다.”
“아아……그토록 뵙고 싶던 위대한 검가.”
“이곳에서 저 분을 뵙다니……”
찬탄과 존경의 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
검을 쥔 자 치고 그 앞에 감히 검에 대해 논하지 못한다는 이 시대 최고의 검수.
검성 화운결(華疎缺).
그가 아니고 또 누구겠는가.
지금 화운결은 국연옥의 시중을 받으며 빈자리인 태사의만 계속 바라보았다.
태사의의 주인을 몽매하며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 뿐만 아니다.
수십 명의 초야에 묻힌 무림고수들도 간혹 태사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
탈명혈하 사군보.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뇌벽육검은 기가 질렸다.
그들은 숨소리도 못 내며 조용히 한 쪽 구석에 찌그려졌다.
그런데 정작 나타나야 할 사군보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가장 궁금히 여긴 사람은 개방의 걸왕과 지옥혈제였다.
분명히 오늘까지 오겠다고 약속한 사군보다.
또 있었다.
국연옥과 수룡왕 이만기다.
그들 역시 사군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연옥은 정인으로서 그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녀는 그동안 그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필설로는 설명되지가 않을 것 같았다.
한편-
수룡왕 이만기는 사군보의 인격과 무공에 감격해 스스로 군림성에 가입했다.
그는 이제나 저제나 사군보를 보기만 기다렸다.
여인인 국연옥과는 다른 기다림이다.
어디 그 뿐인가?
사군보를 기다리는 건 그들 외에도 광룡비검 용사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군림성의 성주가 사군보란 사실이 공공연해자 아예 군림성을 찾아와 식객이 된지 오래다.
이곳에 있으면 자연히 사군보를 만난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문득,
“정말 지루하군요.”
누군가가 짜증 섞인 투로 말하였다.
침묵과 긴장이 무겁게 흐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은 이경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때 성미가 급한 맹가보주(孟家堡主) 맹여백(孟汝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도착하시지 않은 분들이 누구누군지 확인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의 제안에 모두 동의했다.
절혼검객 홍기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도착하시지 않은 분들은 주광신걸(酒狂神乞), 사해오호(死海五湖), 무림쌍봉(武林雙鳳)등 대략 30여 명입니다. 그리고 아직 소종사께서 당도하지 않으셨습니다.”
홍기익이 설명하자 강북제일장주(江北第一莊主) 어인중(漁人中)이 일어났다.
“전 노선배님께서 오늘 소종사가 나타날지 육효점(六爻占)을 뽑아보시겠습니까?”
그의 제안에 모두들 호응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진작 물을 걸 그랬습니다.”
모두들 찬성했다.
그러자 평소 점을 잘 치기로 알려진 육효신건(六爻神乾)이 상자를 열어 신중하게 점괘를 뽑았다.
점괘는 봉(逢)이었다.
만남을 예언한 점괘였다.
“좀 더 기다리셔야겠습니다.”
육효신건이 자리에 앉았다.
서가보주(徐家堡主) 서석송(徐石宋)이 일어섰다.
“철궁마종 노선배님께선 소종사님과 언제 헤어지셨습니까?”
철궁마종 초사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20일 전이었습니다.”
철궁마종 초사경이 말을 꺼내자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노선배님께 여쭈겠습니다.”
웅산검절(雄山劍絶) 주현곡(朱玄曲)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소종사님이 이번에 오시면 과연 대하교와 한판 붙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사람들은 얼굴을 굳히며 철궁마종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과연 사군보가 나타날까?
나타난다면 그는 대하교와의 한판을 먼저 생각할지, 아니면 대정맹를 먼저 칠지 그게 궁금했다.
철궁마종은 쉽게 대답치 못했다.
그가 당혹해 하는 순간 군림청 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소종사님 납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