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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50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50화

50화. 무영삼귀

 

 

일단 5년차 시합은 암운곡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조금 있자, 바로 그 다음 경기가 시작됐다.

4년차 무휘와 소운의 결투.

지켜보는 천강의 고개가 위아래로 주억인다.

"5년차들보다 더 강하군요, 저 둘."

"응. 아무래도 둘 다 부모가 마두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확실히……. 부모의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네. 어쩌면 마두에 오를 수 있는 떡잎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우리 스승님이 참으로 대단하단 말이야.'

쟁쟁한 이들을 놔두고 아무런 뒷배도 없는 날 선택하다니.

결국 그 제자는 잘 커서 죽기 직전엔 사실상 마교 최강자까지 될 수 있었으니, 스승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나도 제자를 하나 키워야하긴 할 텐데 말이야.'

어디 무진이 같은 애 똑 하나 안 떨어지나?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그 때,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천강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린다.

'이제야 나타난 건가?'

 

***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고, 세상 두려울 게 없어 보이는 이들조차도 한 번쯤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암살자.

이들은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걸 업으로 삼으며,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걸 아끼지 않는다.

무영삼귀도 그런 자들 중 하나였다.

"들었는가? 이번에 모용세가의 4장로가 무영삼귀에게 당했다는구만?"

"잠깐. 모용세가의 4장로면 화경 아닌가?"

"그렇지. 이로써 벌써 그들의 손에 죽은 화경 고수만 11명째네."

무영삼귀.

그림자가 없는 세 명의 살수라 하여 붙은 이름. 그들은 늘 셋이 하나처럼 움직였고, 어떤 임무건 귀신 같이 완수해냈다.

그런 그들이 저승으로 인도해낸 숫자만 무려 세 자리수.

여러 희생양이 있겠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남궁천 사건에서 기인한다.

"남궁세가의 소가주를 암살해 주시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남궁세가의 후계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상대를 겁박하기 위해 누군가 암살이란 장난을 떠올렸고, 그저 경고차원에서 끝나겠거니 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그들의 명성이 강호 전체에 번지게 된 것이었다.

그들의 별호 또한 그때 지어졌다.

다만 문제는 그 사건으로 인해 이들은 늘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런 이들에게 누군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이번 일을 잘 수행해준다면, 우리 마교에서 그대들을 정식 마인으로 입적시켜 주지."

"……정말이오? 그대도 알겠지만, 우린 지금껏 마인들도 꽤 많이 죽여 왔소."

"알고 있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군. 이전의 원한마저도 다 덮을 만큼, 이번 일을 우리가 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무영삼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기경만회를 맞이해 시끄러이 떠드는 마교 주민들 사이에 끼어 천마의 소교주를 은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간단하군."

"예, 형님.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미파 때보다 훨씬 쉽겠는데요?"

그에 어느 때 치는 게 좋을까 기회를 엿보는 그 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의뢰자의 하수인.

"무진이란 꼬마를 인질로 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무진? 저 꼬맹이 말인가?"

"그래."

서로를 쳐다보는 세 사람.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

아무래도 인질을 잡으면 더 쉽겠지.

그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인질을 잡아놓고 목표물을 유인할 장소도. 그리고 그 가는 길의 길목길목도.

'이제 저 세 사람이 서로 떨어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때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경기를 구경하던 두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화장실에 가려는 듯싶었다.

"가라."

무영삼귀의 두 동생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금 있으니 신호가 날아든다.

- 납치 성공.

그걸 확인한 무영삼귀의 첫째 일귀는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소년 하나가 돌아와 조교 초아의 옆에 앉는다. 일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가는 한 마을아이에게 쪽지와 돈을 건네주며 심부름을 부탁했다.

쪽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무진이란 아이를 인질로 잡고 있다. 동남쪽 숲 안쪽으로 혼자 와라. 만약 사람들을 끌고 온다면, 이 아일 죽이겠다.

"저기 저 형이요?"

"그래."

짧은 발걸음으로 달려가 심부름을 수행하는 마을아이. 소년이 쪽지를 받고는 내용을 살펴본다. 일귀의 눈이 소년에게 완전히 고정된다.

'자, 어떤 반응을 내보일 것이냐?'

분노를 표출할 것이냐, 아니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냐.

그런데 웬걸. 이상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저 본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경기를 관람할 뿐이다.

'뭐지?'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었다. 분명 두 동생과 함께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번 목표물과 방금 납치한 두 소년 사이에는 목숨을 넘어서는 어떤 연이 있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약속 장소로 튀어나가야만 했다. 그 급박함 속에 빈틈을 보이면 공격을 시도해 보려는 게 그들의 속셈이었고.

설령 그게 아니라도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정도는 나와야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거지?

갑자기 동생들 쪽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직감. 그의 직감이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음을 경고해 왔다.

일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동생들에게 신호를 계속 보내보았다.

'이귀, 삼귀. 어서 대답해라! 어서!'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신호. 발걸음에 더욱 힘을 싣는다. 수풀을 밟고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그렇게 뛰는 듯 나는 듯 움직여 인질을 묶어두기로 한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볼 수 있었다. 역으로 인질이 되어버린 그의 두 동생을.

"여어. 빨리 왔네. 안 올까봐 걱정 했는데. 눈치가 제법 빠른 부류인가 봐?"

"어, 어떻게……."

"어떻게 무진이가 아닌 내가 여기 있냐 이 말이지?"

일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그의 동생들을 방석마냥 깔고 앉은 소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다.

천강은 거만한 자세를 잡은 채, 양팔을 벌리며 자신이 이곳에 있게 된 과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게 어찌된 일이냐면……."

삼일 전.

애들과 마을을 함께 돌아다니던 천강은 순간 어떤 은밀한 시선을 느꼈다.

그것은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녔고, 전생에 수많은 암살자들로부터 기습과 선고를 받아본 천강으로서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흠. 암살자인가?'

슬슬 나타날 때가 됐긴 했지. 사신 놈의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걸 알아챘을 테니까.

놈이 천강을 살피듯, 천강 또한 티 나지 않게 녀석을 조금씩 살펴나갔다.

'일단 그저 그런 암살자는 아닌 모양이군.'

풍기는 기세만 보면 최소 초절정 이상.

'그렇다면 날 적어도 화경급으로 보고 불러왔다는 건데.'

상대의 전력을 파악한 천강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암살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경지라면 한수 더 높게 쳐준다. 오랜 시간 목표물을 감시하고 취약점을 파악, 기습을 하기에 사실 같은 동급의 실력이라도 어? 하면 죽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소 초절정급을 보냈다는 건, 하나를 의미한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번에 천강을 아주 작정하고 죽이기 위해 보냈다는 것이다.

그에 어떻게 나오나 가만 지켜보는데, 오늘 아침. 천강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하……. 새끼들. 감히 무진이를 인질로 삼으시겠다?'

가끔 더러운 수를 쓰는 암살자들도 더러 존재한다. 굳이 더는 지켜볼 이유가 없는 천강은 놈들을 잡기 위해 꾀를 하나 썼다.

"무진아, 잠깐. 나 숙소에 놓고 온 게 있다."

"예, 형님."

도로 숙소로 들어가, 무진과 함께 복면을 쓰고 밖으로 나온다.

두 사람은 키가 엇비슷했고, 둘 다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았기에 겉모습만으로는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천강은 무진의 걸음걸이를 신경 써 따라하며, 일부러 자신의 기운 일부를 드러내고 다녔다. 누가 봐도 품은 기운이 천마의 소교주로 보일 정도로.

"둘이 왜 그러고 나온 거야?"

의아함을 드러내는 초아. 그러나 천강이 한 번 생긋 웃어주자 재차 질문을 하진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경기장에 도착했고, 적이 나타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나타난 녀석. 천강은 사냥의 때가 도래했음을 느꼈다.

"누님. 무진이랑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응? 지금?"

"네. 급해서요."

"응. 얼른 갔다 와."

무진과 함께 관중석 밑으로 내려간다. 사전에 설명을 들은 무진이 묻는다.

"형님, 지금 하면 될까요?"

"그래."

온힘을 주자 순식간에 풀리는 점혈. 무진 주위로 빠르게 기운이 휘몰아친다. 천강은 그걸 가만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내기가 차올랐을 때 다시 점혈 했다.

"좋았어. 잘 됐네. 그럼 이제 다시 초아 누님에게 돌아가. 내 자리에 앉으면서 나 인척 하는 거 잊지 말고."

"네, 형님."

무진이 관중석으로 돌아간다. 천강은 내기를 확 줄여 숨기고는, 무진인 척 화장실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자, 와라!'

화악-

천강은 일부러 잡혀주었다.

천강의 자연스런 연기에 조금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적은 천강을 무진으로 오해, 그 뒷목을 내리쳐 기절을 유도했고. 천강은 그대로 잡혀 어디론가 이동되었다.

'어휴. 하마터면 북명신공이 발동될 뻔 했네.'

살며시 눈을 뜬다. 마을 어귀 수풀이 많은 곳으로 이동 중인 게 보인다.

'나아가는 방향에 적 하나, 경기장에서 나인 줄 알고 무진을 관찰 중일 적 하나, 그리고 지금 날 들쳐 메고 뛰는 놈 하나. 해서 총 셋.'

반쯤 감겨 있던 천강의 눈이 번쩍 뜨인다. 견적이 나왔다면 바로 움직여줘야겠지?

북명신공.

"목표물을 납치해 왔…… 컥……."

천강을 들쳐 메고 있던 남자의 몸이 앞으로 확 수그러든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삼귀야!"

상황이 뭔가 잘못됨을 깨닫고는 바로 검을 찔러 들어오는 또 다른 적. 그러나 그의 검이 천강의 등에 닿았을 때,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이, 이것은…… 설마 천마흡기공?!"

미안하지만 아니거든!

천강은 대답 대신 적의 기운을 확 빨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적은 꽤 실력자인 걸까? 강하게 회전을 해 검을 회수해낸다.

'오. 제법이야. 아무리 등 쪽이라 미숙하다고는 해도 흡수 중에 떨쳐내다니?'

그러나 천강이 손을 뻗어 도로 검신을 움켜쥐자, 적은 그대로 내기를 모조리 뺏길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나머지 한 명이 올 때까지 우리 돈독히 이야기 좀 해볼까?"

"뭐 그렇게 된 거야."

"……어떻게 안 거냐?"

"뭘? 아. 너희들이 날 노리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챘냐고?"

"그렇다."

목을 좌우로 흔들어 풀며 천강이 대답한다.

"워낙 많이 시달려 봤거든. 거의 일주일에 3번? 한창 암살자들에게 시달릴 때는 하루에 서너 번 정도."

"말도 안 돼. 그 정도라면 분명 소문이 났을 터인데……."

"암살자들은 특이해. 뻔히 안 되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끝까지 시도하는 걸 보면 말이야. 내게 칼을 들이민 놈들 중 살아남은 이는 아마 다섯 명이 채 안 될 걸? 걔들이 입을 닫았다면…… 뭐. 모를 수밖에."

소년이 활짝 웃는다. 그 앞에 선 일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있어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눈앞에 어린 아이가 어느 정도의 괴물인지를 말이다.

왜 화경 사냥꾼이라 불리는 자신들에게 이번 일이 오게 되었는지를 그제야 깨닫게 된 일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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