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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38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38화

38화. 신선환

 

 

천산은 마교의 영역이다.

그 끝자락에라도 발을 디디는 순간, 은밀하게 여러 그림자가 따라 붙는다.

그러다 신원이 확인이 되면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그에 남자는 쓰고 있던 복면을 벗어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자 스르륵 사라지는 기척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마교 서열 13위 천수마검이었다.

"신교의 하늘을 뵙습니다."

"그래. 나 없는 동안 아무 일 없었는가?"

"음……. 별 일은 없었고, 시끄러운 일은 좀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일?"

두 사람은 찬찬히 천산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 주위로는 교주를 비호하는 무리가 은밀히 따르며, 듣는 귀가 없는지를 사방팔방 살피고 있었다.

"이번 쥐 굴 기수 있잖습니까? 암운곡 합격자가 200명이 넘는답니다."

"흥미롭군. 실력들이 좋은 건가?"

"그건 아니고…… 비밀통로를 발견했답니다."

"하하핫. 비밀통로라? 굉장한 인맥이 끼어있었던 모양이로구만."

"괴기나한의 손녀딸이 있었습니다."

"……그렇군. 슬슬 들어올 때가 되었지."

천마의 얼굴에 미약한 그늘이 졌다.

"여울나무 쪽도 움직였겠군."

"예. 안 그래도 진법 작업실에 몇 차례 적삼혈마가 드나들었다 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5년 전에 했던 요구를 똑같이 했다더군요. 협박도 일삼았다 들었습니다."

"후우……."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긴 했지만, 그 순간이 이리 빨리 다가오다니. 준비할 시간이 짧음에 한숨이 나오는 천마였다.

"교주님."

"말하게."

"어떻게…… 나가신 일들은 성과가 좀 있으셨습니까?"

천마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아주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더군. 우리 마교가 그나마 제일 정상이네. 정파, 사파 할 것 없이 그들 세력에게 안 넘어간 이들이 없었네."

중원과 마교를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그들의 정체를 아직은 모른다. 언제 등장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무림인들을 상대로 은밀히 포섭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약 50여 년 전, 마교를 집어삼키기 위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의 아비이자 전대 교주는 음독을 당한 상태라 싸울 수 없는 상태였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려는 순간, 흑살마신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하면서 그들의 마수를 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상황이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종진기 문제는 답을 찾지 못했네."

"그렇……군요."

이종진기. 통솔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기운이 내 몸속에 같이 공존하는 것.

이것은 시한폭탄과 같았다. 도움은 되지만, 언제 내게 반기를 들지 알 수 없는 그런 존재였기에.

"흑살마신의 거처를 다시 한 번 방문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후우. 의미가 있을 진 모르겠군."

배신자 무리를 처단하고, 자연스레 교주가 된 천진위.

흑살마신이 그보다 강한 이들은 다 죽이고 떠났으나 그의 자리를 탐내고 도전하는 무리는 많았다. 마교는 힘이 가장 강한 자가 교주가 되는 곳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 어쩔 수 없이 그는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때…… 흑살마신이 어떻게 했더라?'

바로 흑살마신의 흡성대법을 익혀 따라한 것. 그로 인해 천진위는 교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고, 무사히 현경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마인들이 천마신공에도 흡공이 있다고 오해한 건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생겼다.

'더는…… 흡공을 해선 위험하다.'

흑살마신과 같은 문제에 빠진 것이다. 이종진기. 그걸 위해 각종 자료를 찾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으나, 결국은 오늘날까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생사경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천마의 입에서 나직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걸 본 천수마검은 재빨리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그러고 보니, 교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한 가지 재미난 일이 또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에겐 기회이기도 하고요."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번 암운곡 신입들 중에…… 묵범귀영의 기록을 깬 자가 나타났습니다."

"정말인가? 자세히 좀 이야기 해보게."

"쥐장수들이 데려온 아이인데, 눈썰미가 매우 뛰어나고 머리가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물의 흐름을 보고 저항을 최소화하여 이동을 하는데, 기록이 묵범귀영을 한참 앞선답니다. 아마 후세에 그 기록을 깰 사람이 나타나지 못할 정도로요."

"하핫. 정말 대단한 아이로군. 간만에 매우 기쁜 소식 아닌가?"

"그렇습니다."

현재 마교에서 교주의 편이 되는 텃밭이 있다면, 바로 암운곡이다. 그런 면에서 암운곡 신예의 등장은 매우 반길 만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번 기수엔 마두의 두 자녀도 함께했는데, 그 두 명과도 싸워서 이겼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중 흑선마희의 아들은 일격에 무력화시켰답니다."

"하하핫.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일격이라……!"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교주님."

천마의 얼굴에 흥미가 돌았다. 말을 하는 천수마검의 표정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자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로군. 그 정도로 좋은 소식인가?"

"그렇습니다. 이게 좀 애매하긴 한데, 그 아이가 특이한 무공을 쓴답니다. 흡공을 쓴다고 하더군요."

"흡공을?"

"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름이 천강이랍니다."

교주의 눈이 번쩍 뜨였다. 현재 흑살마신이 죽은 걸 아는 이는 오로지 그 자신과 맹익 뿐이다. 그 시체가 사라진 것도 오직 둘만 아는 사실이고.

'흡공을 쓰는 아이가 나타났는데 그 이름이 천강이라고? 설마…….'

아냐. 넘겨짚지 말자.

애정이 깊은 맹익은 몰라도 천마 자신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입장이다. 당시 흑살마신은 분명이 호흡과 맥이 끊어졌다.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속내를 모르는 천수마검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흑살마신은 현재 은거 중이잖습니까? 그래서 다들 교주님의 아들로 확신을 하고 있더군요."

"내 아들?"

"예. 슬슬 들어오실 시기가 되었잖습니까? 흡공이란 게 흔한 무공이 아닌지라, 그리 의심을 하는 거지요. 천강이란 이름 중 앞에 천을 성씨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요."

"기회로군."

"네, 기회입니다. 이제 자제분을 안으로 들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교주님."

고민 가득하던 천마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걸리었다.

 

***

 

"애들아, 나 왔다!"

"형님!"

"천강!"

"천가아아앙~"

천강의 복귀에 너도나도 뛰어오는 아이들.

1, 2번은 역시나 초아와 연화였다. 그 둘은 서로 몸싸움을 벌이며 뛰어옴에도, 다른 아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먼저 도착해 천강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응? 뭐지? 너 오늘 따라 얼굴이 더 잘생겨 보이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맞아맞아. 뭔가 이상한데?"

"하핫."

환골탈태를 하면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미모 보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천강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형님!"

그리고 이제야 도착한 무진과 다른 아이들. 천강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뒤, 일행을 데리고 연화의 숙소로 이동했다.

"2번 너도 잠깐 나 좀 보자."

"……알겠다."

숙소에 도착하자마 바로 본론을 꺼내는 2번 묵현.

"그래서 용건이 뭐지?"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잠깐만."

짐을 풀어, 들고 온 암기들을 일렬로 나열한다. 표창 4개, 수리검 4개. 천강은 그것들을 반으로 나눠, 초아와 묵현에게 건네주었다.

"뭐야뭐야? 이거 나 선물로 주는 거야?"

"에에? 야, 천강! 내 거는?!"

천강에게 달라붙어 볼을 비벼대는 초아와 멱살을 잡고는 흔드는 연화. 천강은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시선을 2번에게 고정시켰다. 그는 말없이 암기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좋은 무기다. 어디서 난 거지?"

"아는 사람을 만나서 말이야. 받았어."

"아는 사람?"

"있어, 그런 게. 그리고 그것들은 사천당문의 가주가 쓰던 것들이야. 아마 좋긴 할 거야."

그 한마디에 모여 있던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사천당문이 어딘가? 암기와 독으로 정파에서 최고라 불리는 집단 아닌가?

그런 곳의 가주가 쓰던 물건들이라고?

"정말…… 내가 가져도 되겠나?"

"그래. 대신 나중에 강호 나갔을 때는 당가 놈들 피해 써야하는 건 알지?"

"그 정돈 나도 안다."

뭐 말이 없긴 해도 눈치가 빠른 녀석이니 그 정돈 알아서 처신 하겠지.

2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잠시 우물쭈물 하더니 천강에게 한마디 했다.

"이걸로 값을 치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만 알고 있어라."

"뭔데 그리 무게를 잡아?"

"절대로 신선환을 섭취하지 마라."

"신선환?"

뭐지? 처음 듣는 단어다. 그러나 묵현은 그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에 별 수 없이 천강은 옆에 있던 초아에게 물었다.

"초아 누님. 신선환이 뭔가요?"

"아, 그게…… 화경의 경지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특수 제조된 환이야."

"정말로요?"

"응. 초절정 상태에서 그걸 먹고 내기를 운용하면, 임독양맥이 자연스럽게 뚫리면서 아주 쉽게 환골탈태를 할 수 있어. 성공률도 굉장히 높고."

"얼마나 되는데요?"

"거의 9할 이상이지?"

"말도 안 돼."

임독양맥을 성공적으로 뚫을 확률은 채 1할이 안 된다. 시도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져 생을 마감하는 게 대다수. 그런데 환 하나를 먹었다고 그리 달라진다고?

"나도 너 자리 비운 동안 이번에 초절정 됐다? 그래서 하나 받았어."

"축하드려요. 그런데 요새는 다들 그렇게 화경에 도달하는 건가요?"

"그렇지, 아무래도? 그래서 요새 정파 사파 가릴 것 없이 화경이 무지 많아. 현경도 꽤 되고."

놀라운 이야기였다. 전생 시절에 마교에서 현경은 오로지 천마 한 명이었을 뿐이었는데.

천강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건 도전을 받은 자의 눈빛이었다.

'이번 생은 아무래도 재미있겠어.'

전생엔 이종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느라, 남들 다 즐기는 싸움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생은 이종진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강자는 전생보다 더 많다.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다.

"히잉. 천강~ 내 선물은 없엉?"

멱살을 흔들다 천강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이젠 울상을 짓는 연화.

"있지."

"정말로?"

천강은 들고 온 영약들을 꺼냈다. 세 사람이 그 앞에 모여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이것들은 뭐야?"

"이 두 개는 만년하수오고, 이건 만년 산삼."

"에에?"

"뭐라고?"

"!!"

그저 선물을 받는 것이 기뻐 헤벌쭉 웃고 있던 세 사람의 눈이 단번에 휘둥그레졌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천강은 그것들을 하나씩 짚어 각 사람의 손에 놓아주었다.

"자……. 무진이랑 연화는 하수오고, 초아 누님은 산삼입니다."

"지, 진짜 이거 우리 주는 거야? 이 귀한 걸……."

무진을 제외한 두 여인의 손이 발발 떨린다. 무진과는 다르게 태생이 무림인인 만큼, 어릴 적부터 그 가치를 귀 아프게 들은 탓이리라.

'하긴. 만년하수오만 해도 웬만한 마두들도 못 구해 안달인 것들이지.'

거처 관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용케도 50년간 안 훔쳐간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아 누님은 알아서 하실 수 있죠?"

"으응."

"그럼 연화 너부터 해. 어서 먹어. 위험하면 바로 도와줄 테니까 걱정 말고."

"응, 알았어."

두 여인이 영약을 섭취하고는 자세를 잡는다. 천강과 무진은 그 뒤에 가만히 앉아,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이걸 먹으면 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 건가요?"

고개를 돌려 무진을 바라본다. 열 살 치고는 침착하고도 조숙한 아이. 천강은 얼마 전 있었던 일을 가만 떠올렸다.

분명 영약을 완전하다고 할 만큼 다 흡수했었지. 그 특이체질을 감안하면….

"최소 초절정은 될 수 있을 거다. 물론 깨달음이 동반되어야겠지만."

"초절정……. 그럼 저도 그 신선환인가 뭔가를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단 이야기로군요. 그런데 형님."

"응?"

"묵현은 왜 그런 좋은 걸 절대 먹지 말라고 했을까요?"

그러고 보니 좀 이상했다. 그동안 지켜본 2번 성품으로 보면 은혜를 반드시 갚는 성격이다. 말도 꼭 필요할 때만 하고.

'그런 걸로 볼 때, 그냥 꺼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단 말이지.'

마치 말 못할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글쎄다. 명색이 마두의 아들이니,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는 걸지도……."

신선환이라……. 왠지 모르게 좀 찜찜한 기분이 드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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