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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65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65화

65화. 사신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렇지 않은 천강.

천강의 고개가 갸웃한다. 그걸 지켜보는 준조는 더 갸웃거린다.

'무, 뭐지? 타다 말았나?'

주변에 나뭇가지를 집어 안쪽을 쑤시는 중년인. 불이 더 활활 타오른다. 연기 또한 더욱 뿌옇게 올라온다.

"옳지! 이젠 끝이다! 죽어라. 하하핫!"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

천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픽 흘렸다.

'목이 왜 따갑나 했더니 그냥 연기를 들이켜서 그런 거였구만.'

천강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녀석에게 다가간다. 준조의 눈이 바로 왕방울만해진다.

"마, 말도 안 돼. 화경인데 이 연기를 들이키고도 멀쩡하다고?"

"그러게. 생각 외로 멀쩡하네?"

준조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신선환을 먹은 이들이라면 필히 죽어야 하거늘!'

그랬다. 신선환에는 독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것은 혈도들을 청소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특정 물질과 만나면 극독이 되는 성질이 있었다.

심지어 그것은 화경이 되거나 현경이 되어서도 체내에 축적되어 몸 밖으로 배출이 되지 않기에, 신선환을 먹은 이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죽는 게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통하질 않는다고?"

그렇다는 건 눈앞의 존재는 신선환을 사용하지 않고 화경에 도달한 진짜배기이자, 현 무림에서 최강의 경지라 일컬음을 받는 현경마저도 쓰러뜨린 괴물 중 괴물이란 뜻.

"아까부터 뭘 그리 혼자 중얼거릴까? 응?"

"어, 어어. 저기 그게···."

준조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린다. 그는 어느새 소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이 소년에 대한 정보를 태감(太監)께 전해야 한다.

"살고 싶어?"

"예!"

"그럼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잘 대답해야 할 거야."

끄덕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마구 흔드는 준조에게 천강이 흥미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아는 거 다 말해."

 

***

 

팡. 팡팡!

어둠 속으로 번쩍번쩍 불꽃이 인다.

거센 폭발이 이는가 하면, 숲의 나무들이 해일을 만나기라도 한 것 마냥 우수수 쓰러진다.

암운곡 교관들과 사신들. 양 세력은 서로 뒤엉켜, 상대의 목숨을 뺏기 위해 치열하게 접점을 이루었다.

그런데 형세로는 분명 암운곡 쪽이 유리한데, 싸움이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씨발. 좀 죽어랏, 이 새끼야!"

"젠장! 더럽게 단단해!"

분명 수십 번도 더 내려쳤음에도 이렇다 할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

일곱 교관이 서로를 쳐다본다.

"각자 가진 비기를 날리는 건 어떠한가?"

"좋아. 겹치지 않게 순서대로 가자고."

"그럼 내가 먼저로군! 잠시 붙잡아들 주게!"

검술교관이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절기를 사용하기 위한 형(形)을 갖추었다.

"다들 움직임을 봉쇄해!"

"꼼짝 못하게 힘으로 찍어 눌러!"

무언가를 느낀 세 명의 적이 발악을 한다. 어떻게든 몸을 빼내려 애를 쓴다.

그러나 암운곡 교관들은 한 놈 당 둘씩 앞뒤로 붙어 집요하게 발을 붙잡아뒀다.

"하! 어딜 가려고?"

"날 뿌리치려면, 당장 화경부터 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검술교관 월영절검.

'이 한 방에 내 모든 내기를 쏟아 붙는다.'

온몸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온다. 검 끝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마치 아지랑이 같이 월영절검의 몸과 검 위로 검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앞으로, 옆으로, 그리고 뒤로 검을 휘두르며 형(形)을 만드는 교관.

이내 모든 동작이 끝났을 때, 그는 한 차례 폭음을 터뜨렸다.

팡!

검술교관의 신호에 모든 교관들이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복면인들이 뒤늦게 움직이려 했으나, 아직 화경은커녕 제대로 된 경공조차 익히지 못한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도 느렸다.

그리고 그 때, 월영절검의 검이 움직였다.

스스슷-

검 끝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수평으로 움직인다.

숲의 나무들이 두부마냥, 왼편에서부터 우수수 잘려 나간다.

'단 일검에 달과 그 그림자를 베니···.'

그러나 그 순간 울컥 쏟아져 나오는 핏물.

검의 움직임이 멈춘다. 공간을 가로지르던 검기 또한 사신 하나를 베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커헉. 무, 무슨?!"

이것은 독···?

'대체 어디서? 검을 휘두르는 순간 독침이라도 맞은 건가?'

그러나 그 증상은 그에게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공중에 떠 있던 다른 모든 교관들 또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땅바닥에 떨어지더니, 부들부들 떨다 모두 숨을 거두었다.

"257호. 팔은 괜찮나?"

"그래. 강한 위력이긴 했으나 상처는 미비하다. 살짝 긁힌 정도다."

"그런데 희한하군. 시체 상태를 보아하니 독인 것 같은데, 왜 우리는 멀쩡한 거지?"

"···글쎄. 그래도 이 연기를 따라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군."

"방향은?"

"서쪽. 아까 회동을 가졌던 인원들이 향한 장소다."

세 복면인이 연기가 치솟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

 

"이야. 현경을 죽이는 독이라! 갑자기 급 궁금해지네. 자, 빨리 말해. 이거 어디서 났어?"

"저기 그게···."

"혹시 당가야? 그놈들 그새 더 뛰어난 독을 만들어낸 건가?"

하긴. 50년의 세월이라면 뭘 못하겠어.

'그건 그렇고, 현경을 독살시키다니. 진짜 생각할수록 감탄밖에 안 나오네.'

천강은 간만에 호기심이 부쩍 자극되는 걸 느꼈다.

그에 반해 그 앞에 선 준조는 고민에 잠겼다.

'젠장. 응당 독의 출처를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을. 멍청하게 살려 달라 빌다니···.'

죽어야 한다. 어떻게든 자살을 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조직의 크나큰 대의가 그 자신 하나로 인해 망가질 수 있었다.

"어이. 왜 대답을 안 할까? 응? 왜 살기 싫어?"

순간 그냥 대들고 죽을까 생각한 준조. 그때 그의 눈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죽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처맞던 모용진이란 인간이.

'큭. 대체 어떻게 해야 편히 자살을···.'

그런 그 때였다.

살짝은 멍청한 얼굴로 미소 짓던 소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저, 저기 왜 갑자기 그런 무서운 표정을···?"

소년이 수그렸던 몸을 일으킨다. 소년의 손에 들린 막대기를 보는 순간, 준조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매질만은!"

손발이 닳도록 싹싹 비는 중년인.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고. 이렇게 꼼짝 없이 몸 곳곳, 말 못할 곳까지 사정없이 두들겨 맞다 죽는구나 라며 자포자기하는 그 때,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냐?"

"예, 예? 저, 저는 그러니까 궁(宮)에서 나온···. 응?"

준조가 고개를 든다. 한 손에 막대를 든 소년은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대신 준조의 어깨 너머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다.

그에 무슨 일인가 하여 돌아본즉, 그곳에는 아까 헤어졌던 마교 쪽 경호 인력들이 서 있었다.

"이번 회동의 총책임자로군."

"다른 이들은 어디 있나?"

"왜 혼자지?"

"그, 그게··· 이 소년에게 모두 죽었소이다."

세 복면인이 천강을 에워싼다. 그 중 시체들과 가까이 있던 이가 그것들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한 명은 목이 부러져 죽고, 다른 하나는 똑같다. 독에 의해 죽었다. 아니··· 잘 모르겠군. 맞아죽은 것 같기도 하고."

"네 짓인가?"

그러나 대답 대신 반대로 질문을 던지는 소년.

"너희들 뭐냐? 사신 친구냐?"

"······."

복면인들이 서로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소교주로군."

"작전을 변경한다. 탐색에서 처단으로 변경."

"해당 사건을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목표는 마교의 소교주···."

세 복면인이 일제히 천강에게 달려들었다.

"천강을 죽여라!"

"하···!"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다.

"너희 셋이서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아? 이전 새끼도 몸만 튼튼하지 그 외엔 별 거 없었다고!"

"우리는 219호와는 다르다."

"어쭈. 그럼 한 번 확인해볼까?"

막대기를 버리고 주먹을 움켜쥔다. 천강이 싸움에 돌입할 기세를 보이자, 놈들은 한 명이 시선을 끌고 다른 두 명이 사각에서 덤비는 식으로 천강에게 달려들었다.

'굉장히 성가시군.'

내기 자체가 없기에 시야 위주로 추적을 해야만 하는데, 사각지대로 들어오다니. 간단하지만 나름 효과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피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지만.'

수준들이 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기의 흐름이나 옷자락 소리 등의 기척은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놈들은 화경조차도 되지 못한 조무래기들.

전생에 암살자들로부터 수도 없이 시달린 천강으로서는 굳이 암운행보를 쓸 필요도 없이 가벼운 발놀림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각(一刻)정도를 피해 다녔을까. 딱히 특별할 게 없다는 걸 깨달은 천강은 피하는 대신 방어를 취했다.

그걸 보고는 신나 떠드는 녀석들.

"놈이 지쳤다."

"이 기세를 몰아 혼을 빼놓도록 한다."

"몰아붙여라."

정말 무식하게 공세를 퍼붓는구만.

방어를 하며 북명신공을 운용해 본다. 역시나 북명신공은 통하지 않는다.

대신 놈들이 공격을 해올 때마다 그 공력은 고스란히 흡수가 되었다. 이전 녀석보다 더 싸움을 잘할 뿐, 그 외엔 모두 똑같단 의미.

'자. 그럼 대충 견적도 나왔겠다, 끝을 볼까?'

수세에 몰려 맞고만 있던 천강의 신형이 전광석화로 움직인다. 천강은 단숨에 한 녀석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놈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지천뇌공.

콰앙.

폭음과 함께 한 놈이 순식간에 날아가 나무들을 부수고 저 멀리로 처박힌다. 뒤에서 덤비던 두 녀석이 깜짝 놀라 천강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의도치 않게 잠시 멈추게 된 싸움의 흐름.

흙먼지가 걷힌다. 날아갔던 적이 되돌아온다.

"281호. 몸은 괜찮나?"

"아아. 멀쩡하다. 그저 가벼운 손짓 치고는 꽤 묵직했을 뿐이다."

"피해야 할 가능성은?"

"없다. 그냥 맞아줘도 문제없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덤비는 녀석들.

오른편에서 찔러 들어오는 녀석을 팔꿈치로 후려친다. 왼편에서 달려드는 놈은 수도로 내려친다. 전방에서 달려드는 놈은 가볍게 딱밤.

멀리 날아가고, 땅에 처박히고 하는데도 끊임없이 덤벼온다. 회피라는 동작 자체를 배제한 채, 오로지 유효타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무식하게 덤벼든다.

천강의 얼굴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올라왔다.

'진짜 개 단단하네. 무슨 지들이 금강석이야?'

이대로는 밤새 싸워도 승부가 날지 확신이 안서는 상황.

천강은 지천뇌공으로 얻어맞은 부위들을 유심히 살폈다. 유효타는 아니지만, 피부에 손상자국이 남아있다.

'일단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니군. 다만 문제는 내기인가?'

지천뇌공. 한 번 한 번이 일격필살이라 불릴 만큼의 강대한 위력을 자랑하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바로 사용하는 내기의 양.

원체 많은 기운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놈들을 쓰러뜨릴 때까지 내기가 버텨줄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천강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적들의 검이 천강의 급소들을 가격했다.

"성공이다."

"정확히 급소에 들어갔다."

"죽어라."

그러나 고통스런 표정일랑 일절 보이지 않고 도리어 방긋 웃는 소년.

"무, 무슨?"

"공격이 통하질 않아?"

"우리의 일격은 반탄강기 또한 관통하거늘···!"

내력이 담기지 않은 검은 그저 막대기일 뿐이지.

천강이 재빨리 한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쾅. 쾅. 쾅쾅쾅쾅.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지는 상대. 그럼에도 소년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때리고 또 때리고. 계속해서 놈의 안면을 내려쳤다.

지천뇌공. 지천뇌공. 지천뇌공···.

쿵. 쿵. 쿵. 쿵.

내려칠 때마다 땅에 큰 진동이 인다. 그것이 쉼 없이 연달아 이어지니,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느껴졌다.

"281호!"

"죽어랏!"

281호 위에 올라타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꽂는 소년에게 두 개의 날붙이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소년은 피하지 않았다. 그들의 검날은 소년의 머리를 포함 주요 급소들을 가격했으나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도리어 반대로 힘을 실어주었다.

'좋아좋아. 더 세게 때리라고. 소모한 내기 보충하게.'

방어 따윈 전혀 없이 오로지 공격만 해대는 천강. 얻어맞는 사신의 얼굴에 조금씩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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