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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52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52화

152화. 비부쌍마

 

 

- 크하핫!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냐!

- 형편없군. 이런 것들이 마두라니.

천강의 등에서 쏘아져 나간 신병이기들이 적들을 하나씩 맡아 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은 건 넷. 천강이 단숨에 튀어 나가 양손을 쭉 내뻗었다.

"놈!"

"겨우 그깟 장법에 우리가 당할 성싶으냐!"

무기를 들어 방어하는 두 녀석. 그러나 그 결과는 비참했다.

천강의 손이 무기에 닿는 순간, 체내의 기력이 쪽 빨려 나간 것이다.

"끄아아아악!"

"크허억."

내기를 다 빨려 바닥에 쓰러진 그들을 발로 걷어차며 천강이 지나갔다. 그들은 벽을 부수고 나가 그대로 목뼈가 부러져 절명했다.

"이런 미친……!"

"도, 도망가!"

천강의 신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걸 본 적들이 도주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걸 놓칠 신병이기들이 아니었다.

- 겨우 그 정도 보법으로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 제게서 도망치려면 아직 100년은 이릅니다!

그나마 상대가 없어 발이 잡히지 않은 두 마두에겐 기회가 있었으나, 그중 하나도 이내 천강의 손에 잡혀 그대로 세상을 하직했다.

그렇게 해서 남은 건 단 하나.

"사, 살았어! 이대로 여울나무로 도망을 치면……."

그는 필사적으로 발걸음을 놀려 추혼살개의 거처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을 누군가 나타나 막아섰다.

한 손엔 망치를, 다른 한 손엔 몽둥이를 든 노인 맹익이었다. 그는 야차와 같은 인상으로 노호성을 내질렀다.

"이놈! 너 같은 호랑말코를 살려 보낼 것 같더냐!"

"괴기나한, 죽고 싶지 않다면 비켜라!"

자신은 마교 서열 42위의 고수. 기관진식이나 만지는 일개 잡부 따윈 단숨에 베어 넘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마두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어? 이게 대체…….'

몸이 붕 허공에 떠오른다. 달려온 반대편으로 도로 날아간다.

'분명 날아드는 몽둥이를 비스듬히 흘린 뒤 반격할 생각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답은 얻지 못했다. 벽에 처박히기가 무섭게 천강이 다가와 그 목을 비틀어버린 탓이다.

"선배님, 여기 있습니다."

맹익이 다가와 선계 토끼의 흑색 절굿공이를 건넸다. 그걸 받아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싸움을 끝내고 되돌아오는 신병이기들이 보였다.

내기 양만 충분하다면 능히 화경을 씹어 먹을 능력을 갖춘 무구들이었다.

"일단 배신자들은 끝난 건가?"

"예. 남쪽과 동쪽 부대는 다 끝냈고, 정찰 부대 본부도 이제 막 장악했답니다."

중원에서 정찰을 도는 이들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들어오는 족족 목을 칠 것이니 사실상 교주 측 배신자들을 다 처리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천강이 목을 좌우로 풀었다.

조금 전 놈들은 몸풀기에 불과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여울나무 새끼들 족쳐야지."

 

***

 

목조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건물.

벽 곳곳으로 각종 동물의 가죽들이 걸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는 동물의 머리가, 선반 위에는 발톱과 이빨이 널려있다.

그리고 그 중앙으로는 한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온몸에 털이 꽤 덥수룩해 이게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이 안 될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비부쌍마. 마교 서열 10위이자, 적삼혈마 다음으로 여울나무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다.

사실 인지도나 직책은 별 볼 일 없는 그가 중요한 이유는 밑에서 모인 정보를 취합해 적삼혈마 쪽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우휘전마가 사라진 이후로는 간자의 관리까지 맡은 그였다. 그런 그에게 한 수하가 뛰어와 웬 서신을 건넸다.

"이게 무엇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에 띄워보면 글자가 나타날 것이니 내용을 확인하지 말고 바로 전하라는 말만 전해 들었습니다."

"……알았다. 가 보거라."

"예."

수하가 물러가고, 서신을 상에 펼쳐 놓은 비부쌍마가 물을 가져다 그 위에 뿌려보았다.

그러자 선명히 새겨지는 글자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신녀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 자시(子時)에 앵화고목 뜰 안쪽으로 혼자 나와라. 그러지 않을 경우, 신녀를 대동해 그동안의 일을 전부 폭로하겠다. 여울나무로 돌아가야 할 뇌명창을 몰래 빼돌리려 한 사실까지. 』

 

쾅.

"이놈!"

누가 봐도 분명한 함정. 그러나 비부쌍마로서는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녀를 통해 뇌명창을 빼돌리려 했다는 사실이 들킬 경우, 여울나무 내에서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을 것이기에.

특히 그 이야기가 투파창귀에게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꿀꺽. 비부쌍마의 손바닥 안으로 촉촉이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응할 수밖에 없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만나는 위치가 앵화고목 뜰이라는 점.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으면 자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머리를 쓴 모양이지만, 비부쌍마에겐 이건 기회였다.

앵화고목 뜰은 여울나무 숲과 맞닿아 있기에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또한 도망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큰 내력 발산만 해준다면, 주위 정찰을 도는 인원들은 물론 본진의 아군들까지도 그를 돕기 위해 나타날 것이었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라도 비부쌍마는 녀석의 생각대로 응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게 있느냐!"

"예."

"지금 당장 애들을 끌어모아라."

"얼마나 모으면 되겠습니까?"

"잔챙이들은 빼고 정예로 모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대신 은밀히 모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명을 받듭니다."

비부쌍마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도끼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잘하면 실수를 만회하는 게 아니라 크게 한 건 할 수도 있겠군. 크큭.'

 

***

 

자시(子時) 천산 앵화고목 뜰.

미풍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몇 안 남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하늘 위에 걸린 보름달은 숲 위로 은은한 달빛을 뿌려댄다.

그 아름다운 전경을 가만 바라보길 잠시, 머릿속으로 막야의 목소리가 울렸다.

- 적이 나올까요, 소년?

누가 봐도 뻔한 함정. 괜히 상대로 하여금 경각심만 심어주는 꼴이 아닐까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러나 천강의 생각은 달랐다.

'걱정 마. 반드시 나온다.'

그러기 위해 이것저것 신경 좀 썼기 때문이다.

일단 신전에서 힘을 철저히 숨겼고, 내력을 발산할 때도 화경 수준으로 보이게끔 유도했다.

또한 여울나무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두려워할 투파창귀를 끌어들였다.

뇌명창을 내가 챙긴 걸 어떻게 아는지는 몰라도, 회수한다면 필시 투파창귀에게 돌아갔을 터.

그러나 그걸 신녀와 짜고 중간에 챙겨 가려 했다. 아직 신녀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녀석은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그래도 자신은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않나요?

'신녀와 밀월 관계였잖아. 그런 신녀가 증언하면 답이 없는 거지. 그러니 어떻게든 날 죽이려 할 거야. 아마 혼자 나타나진 않을걸?'

- 그럼 뭔가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혹여라도 소란스러워지면 수뇌부들을 다 처리하기 전에 적들이 한데 모여 몸을 웅크릴 텐데요.

- 막야. 뭘 그리 걱정하는가? 다 생각이 있겠지.

- 고럼고럼.

전에는 천강을 못 미더워하더니, 이제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신병이기들이었다.

그에 뿌듯함이 좀 밀려들어 오는 그때 천강의 시선이 여울나무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부터 다량의 기운이 빠져나와 앵화고목 뜰 곳곳을 메우는 게 느껴진 탓이다.

- 결국 소년 말대로 사람들을 끌어들였군요.

'훗. 그러게.'

-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기분 탓이 아니다.

솔직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었으나, 이왕이면 저리 끌고 나와 주는 게 천강으로서는 더 좋았다.

'자, 그럼 우선 털북숭이부터 사냥해보자고.'

 

***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다가온 자시(子時).

비부쌍마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앵화고목 뜰 외곽으로 이동해 대기한다. 그러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단번에 모이는 것이다. 알겠느냐?"

오백여 명의 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같이 정예라 그런지 눈빛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들키지 않게 하나둘 은밀히 이동하거라."

사사사삭-

마치 인기척에 도망치는 바퀴벌레들처럼 순식간에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는 여울나무 숲을 빠져나가 앵화고목 뜰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비부쌍마 또한 자신의 도끼를 챙겨 들었다. 발걸음을 옮기자 아직 떠나지 않은 네 명의 수하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대장, 괜찮으시겠습니까? 저희도 함께하는 것이……."

"뭐가 걱정이냐."

"그래도 명색이 흑살마신이니 걱정입니다."

"하. 제아무리 신교의 영웅이라 하나 내가 놈을 상대로 일다경(一茶頃)도 버티질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흩어져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의 대장 또한 마교 서열 10위의 고수.

쉽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상 조언하는 건 대장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였다. 걱정은 앞서지만, 하나둘 흩어지는 직속 부하들이었다.

비부쌍마의 시선이 앵화고목 뜰 중앙으로 향했다.

"그럼 어디 본교의 영웅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러 가볼까?"

부하들을 지나쳐 은밀히 숲 안쪽으로 들어선다. 기척을 완전히 지운 그는 곧 달빛을 올려다보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앳된 얼굴이 남아 있는 청년. 목표를 확인한 비부쌍마가 조용히 손도끼들을 꺼내 들었다.

스으읍.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이내 멈춘다.

아직까지 상대는 자신이 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에 끝낸다.'

비부쌍마의 왼팔이 뒤쪽으로 크게 휘었다.

근육이 팽창하고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자루를 타고 도끼날을 덮는 순간, 활처럼 휜 그의 팔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훙. 훙.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는 손도끼.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몸이 휙 회전하더니 오른손에 들린 도끼 또한 같은 방법으로 쇄도해나가며 앞서 나가던 도끼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달을 구경하던 사내가 흠칫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미 늦었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던지며 익힌 도끼술이다. 위력은 현경의 이기어검술에 버금가고, 은밀함은 당가의 암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워낙 순식간에 이루어지기에, 상대가 기척을 느끼고 반응할 때쯤엔 이미 코앞에 다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설령 막아내도 그게 끝이 아니지!'

비부쌍마는 자신의 기술이 통할 걸 확신했다.

이건 그동안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며 얻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흑살마신의 손이 움직였다. 기척이 느껴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올라온 까닭에 첫 도끼는 어렵지 않게 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두 번째.

곧바로 연이은 두 번째의 도끼를 막을 재간은 없었다.

한 손은 뒷짐을 지느라 허리 뒤에, 다른 한 손은 도끼를 쳐내느라 머리로부터 멀찍이 자리한 상황이었다.

비부쌍마가 던진 손도끼가 흑살마신의 미간에 적중했다.

퍽 소리와 함께 그 신형이 뒤쪽으로 날아가 나무 그늘에 처박혔다. 검은 구름이 사라지며 땅 위로 신병이기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크하핫! 성공이구나!"

뜻밖의 전리품에 신이 난 비부쌍마가 후다닥 그늘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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