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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51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51화

151화. 지금 이곳이 너희들 무덤이다

 

 

세를 확장했다.

50년 전과 비교해 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더 나을 정도로 마교를 장악했다.

교주는 자신의 후계를 잃어버렸고, 그 또한 이종진기로 인해 내기 운용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에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천산을 지배하던 용에겐 더 이상 권력을 휘두를 여력이 없었기에. 분명 그러했는데…….

"새 소교주는 앞으로 나와, 그 모습을 드러내라!"

갑작스런 새 소교주의 책정.

눈에 익은 얼굴의 등장.

마두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저, 저자는?"

"아니, 저건 교주의 아들 아니오?"

정확히 말하면 아들인 척 행세한 가짜.

그런데 그 사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더욱 그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강녕하셨나이까. 흑살마신 천강, 신교의 하늘께 인사드리옵니다."

"무, 뭣?"

"흑살마신?!"

흑살마신이 누구인가.

신교를 구했다던 전설. 그 영웅 아닌가.

50년 전, 외부 세력과 결탁한 배신자들이 교주를 음독하고 마교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때 홀로 그들을 일망타진한 괴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흑살마신이었다.

근데 그 전설의 존재가 눈앞의 사내라고?

그의 등장에 장내에는 큰 술렁임이 일었다. 몇몇은 그가 흑살마신이라는 사실을 믿기 거부했다.

"저런 어린아이가 흑살마신일 리가 없지 않소이까!"

"그렇소. 이 무슨 해괴한 장난인 것이오!"

그러나 대다수는 입을 다물었으니, 지금의 소교주가 이름을 떨쳤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흡공이었던 탓이다.

사실 흡공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 또한 흑살마신이었다.

나이가 어린 건 그저 반로환동으로 치부하면 그만.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혼란스러운 마두들 사이로, 천강과 천마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투파창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왜 소교주가 여기 있는 것입니까?"

그는 자신의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며 무리를 선동했다.

"분명 소교주는 죄를 짓고 무저갱에 갇힌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소이까?"

"그렇소. 왜 죄인이 이곳에 있는 겁니까!"

"천산의 보고 일로 감옥에 갇히지 않았습니까!"

"아직 죗값을 치를 날이 많이 남았는데 그 기한을 채우지 않고 도로 밖으로 나오다니요!"

"신교의 하늘이시여. 저 죄인을 당장 끌어내리기를 청하옵나이다!"

여울나무가 한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어떻게든 흑살마신이란 괴수를 무저갱에 도로 가두어, 앞으로의 위험해질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쾅 폭음이 일었다. 천강이 가볍게 내력을 발산한 것이다.

"시끄러. 이 잡것들아."

"무, 뭣."

"그 무슨 건방진……!"

"왜 무저갱에 있는 소교주를 찾는진 모르겠지만, 난 그 소교주가 아니다. 내 이름은 천강. 마교의 흑살마신이다."

사내의 시선이 마두들을 한 차례 슥 훑었다.

"그러니 내가 무저갱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만약 한 번만 더 나를 다른 이로 혼동한다면, 그 죗값을 물어 바로 그 자리서 모가지를 비틀어줄 것이다."

마교를 지탱하는 기둥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거침없는 그 발언에 마두들의 수군거림은 일시적으로 수그러들었다.

천강은 기운을 잘 포장했다. 마치 보잘것없는 것처럼.

그러나 꼼짝하지 않는 적들.

'의외네?'

한 명쯤은 검증하겠다며 달려들 줄 알았더니.

대신 그들은 화살을 교주 쪽에게로 돌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이란 말입니까!"

"지금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말도 안 되기는. 그런 걸로 치면, 거기 그쪽에 서 있는 형씨도 피차일반 아닌가."

천강의 시선이 투파창귀를 향했다.

"안 그래? 감쪽같이 속이고 혼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말이야."

"……."

투파창귀와 천강의 시선이 교차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그로 인해 백여 명의 사람이 모인 신전엔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런 폭풍전야의 고요를 깬 건 투파창귀였다.

"……소교주가 된 것을 축하하네."

"미안하지만 아직 소교주 아닌데."

천강이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따 정식으로 소교주에 임명되면 한 번 더 인사하라고. 그땐 기꺼이 받아줄 테니까."

다시금 이어진 적막.

큭큭. 투파창귀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가 한발 물러났다.

대강 일단락됐다고 판단이 선 교주가 오른팔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좌중을 향해 장엄한 목소리로 공표했다.

"현 시간부로 흑살마신을 소교주로 임명한다. 이는 교주에게 속한 전권을 행사하는 바이다."

"신교의 하늘이시여. 재고해 주시옵소서! 자격도 없는, 검증되지 않은 자를 소교주에 앉히시다니요!"

여울나무 측이 다른 이유를 들고 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으나 교주는 그걸 가볍게 일축했다.

"흑살마신의 실력과 명성은 더 설명할 가치가 없다. 본교의 영웅이란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앞으로 나오라."

나타날 리가 없었다. 나설 경우 흑살마신과 일대일로 싸워야 할 테니까.

"그럼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이만 회의를 파하겠다. 흑살마신, 소교주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교주 측으로부터 갈채가 터져 나오고, 그렇게 천강은 옛 이름을 되찾아 다시 마교에 복귀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소교주가 된 천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복도로 나서고 있는 중년 사내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여어. 나 이젠 소교주 됐는데, 축하 인사 안 해주시나?"

대놓고 하는 도발.

투파창귀의 시선이 잠시 천강에게 머물다가 되돌아갔다. 그는 신전 밖으로 나가며 나직이 한마디 뱉었다.

"소교주가 된 걸 축하하네."

아직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해 그 도발에 응할 생각이 없는 투파창귀였다. 다른 마두들이 빠르게 그 뒤를 따라 밖으로 사라졌다.

천강은 몸을 돌려 주변을 슥 돌아보았다.

서른 명이 채 못 되는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버틴 교주의 진짜 측근들이라 할 수 있으리라.

즉,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자들이란 뜻.

천강은 그들을 한데 모아 말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발 빠르게 움직인다."

"선배님, 바로 말입니까?"

맹익의 질문에 천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교주 공표는 일종의 선전포고. 적들의 혼란스러움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으니 이젠 정신을 차리기 전 후다닥 해치울 차례다.

"오늘, 여울나무를 친다."

 

***

 

여울나무 측은 신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회의를 열었다.

그들의 회의실에는 약 칠십여 명에 달하는 마두들이 자리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구려. 나 또한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소. 이 박자에 흑살마신이라니, 너무 절묘하지 않소이까?"

그랬다. 아까는 너무나 깜짝 놀라 사태 파악이 안 됐으나, 머리가 식고 나니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까 녀석의 기운을 봤나?"

"어. 우리와 별반 차이 없더군. 그런 녀석이 흑살마신이라고? 하! 말도 안 되지."

깜짝 인사에 놀란 건 놀란 거고, 느껴지는 내기 양은 형편없었던 것.

"그딴 걸 내력 발산이라고."

적들은 궁지에 몰린 교주가 흑살마신의 이름을 팔아먹은 거라 판단했다. 그리하면 자신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일단 하루 이틀 지켜보도록 하지요. 윤곽이 잡히면 그때 확실히 하도록 합시다."

"그게 좋겠군."

마두들의 생각이 하나로 모이자 적삼혈마의 시선이 투파창귀에게 향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일단 하루 정도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투파창귀의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다.

"어르신. 무슨 일 있으십니까?"

"뭔가 찜찜하군."

"예? 방금 뭐라고……."

"아니다. 그럼 회의를 이만 파하지. 내일 오전에 다시 모이는 것으로 하세."

그렇게 모든 건 천강의 생각대로 움직여져 갔다.

그리고 여울나무를 치는 그 계획의 시작은 천산의 남쪽에서 일어났다.

마두의 수뇌부들이 잠깐 회의하는 사이, 암운사신과 교주 측 측근들은 자신들의 정예 병력을 이끌고 은밀히 움직였다.

- 단번에 들이닥치는 거네.

- 알겠네.

- 지금.

쾅.

"누, 누구냐?!"

"적의 기스……. 컥."

교주 측 병력이 해일처럼 밀려들어 남쪽 부대를 모조리 휩쓸었다.

우선 새로이 임명된 부관들부터 깡그리 목을 친 그들은 그거로 그치지 않고 여울나무로 전향하는 데 편승한 이들까지 모두 도륙했다.

"자, 잠깐! 어제 난 부대 이전을 하기로 했었다고!"

몇몇 이런 이들도 나타났으나…….

"이 녀석. 기록에 있나?"

"없습니다. 이전에는 간자였고 지금은 배신자입니다."

"그, 그런……."

적들이 득세해 교주 측의 목을 움켜쥐고 회유를 시도하는 동안, 암운사신과 그 휘하들은 모든 배신자와 간자들의 정보를 취합했다.

그 자료를 들고 있는 한,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었다.

"모조리 죽여라.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암운사신의 서늘한 지시에 곳곳에서 날붙이가 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렇게 암운사신이 배신자와 간자들을 처리하는 동안, 천강은 한 허름한 거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가만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니, 곧 십여 명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끼이익.

"흑살마신."

"우리를 불렀다 들었소만?"

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다들 내가 왜 부른지는 들어서 알겠지?"

"길 인도를 해주는 이의 말로는 우리에게 제안할 게 있다고 들었다."

벗과 교주 측이 배신자들과 간자들을 모조리 처리하는 그 시간에 천강은 여울나무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을 이쪽으로 불러들였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할 게 있다면서.

"어디 한번 들어나 보지. 어떤 제안을 하는지 말이야."

"우리가 회유당할 일은 없지만 말일세."

서로를 쳐다보며 한바탕 웃는 사람들.

천강의 몸이 움직였다. 원을 그리듯 그들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천강이 입을 열었다.

"이곳이 어디인 줄 아나?"

"글쎄……. 여기가 대체 어디지?"

"50여 년 전, 마교에 배신자들이 득세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난 내 일이 바빠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교주가 날 부르더군."

옛이야기에 사람들의 얼굴에 흥미가 떠올랐다. 다들 흑살마신의 영웅적 행보 결과만 알지, 그 과정을 아는 이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에 찾아갔더니 내게 이리 말하더란 말이지."

- 북명신공의 비급서를 원한다고? 알겠네. 그런데 경쟁자가 좀 많네. 마교 서열 3위 추혼살개 기억하나? 지금 그의 자택에 가면 경쟁자들이 모여 있네. 자네가 마지막 참가자일세. 승자에게 그 위치를 알려줄 것이니 이긴 뒤 찾아오게.

"난 단번에 그 길로 뛰어가 이곳에 당도했다. 정말 많이 있더군. 경쟁자들이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소? 다 죽이고 비급을 찾아 이종진기 문제를 해결한 것이오?"

한 마두가 참지 못해 되물었다.

천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결과적으로 얻긴 했지. 그들 모두를 쓰러뜨리고 말이야. 근데 중요한 게 있어."

사람들의 시선이 천강에게 집중되었다. 천강 등 뒤의 검은 안개에서 일곱 검과 창 하나가 튀어나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 모두 배신자였단 말이지."

"무, 무슨?!"

"이 무슨 짓인가!"

뭘 당황하고 그래. 이만큼이나 친절히 설명해 주었구만.

그래도 아직 이해 못 한 것들에게 천강이 똑똑히 일러주었다.

"지금 이곳이 너희들 무덤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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