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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49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49화

149화. 이번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를 거다

 

 

"어때?"

"……놀랍군. 이종진기를 깡그리 흡수해 버리다니."

천마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초식을 써보기도 하고, 큰 기술을 사용하며 몸 상태를 점검한다. 그렇게 한참 내기를 운용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그가 천강을 돌아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근데 자넨 괜찮은가?"

자신에게서 이종진기를 가져갔다는 건, 흑살마신의 몸속에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뜻.

"걱정할 거 없다. 너도 북명신공 비급 봤을 거 아냐?"

"북명신공…… 설마?"

지금 생각하는 그게 정확하다며 천강이 미소 지었다.

"그래. 그때 본 북명신공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북명신공의 가장 큰 강점은 그 어떤 기운이라도 하나로 만드는 것.

제아무리 말 안 듣는 이종진기라 한들 몸에 들어오면 그저 내 것이 될 뿐이다.

"어떻게……. 그건 다른 심공을 익힌 자는 절대 익힐 수 없는 무학이거늘."

모두가 죽고 혼자 남겨진 천마.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 천산의 보고에서 갖가지 비급서를 가져다 모두 익혀보았다.

마공부터에서 정파의 무공까지.

그중엔 북명신공 또한 있었다. 흡공의 강력함을 직접 옆에서 눈여겨보았기에 필사적으로 그걸 익히고자 노력했었다.

그러나 기존 무학들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기 운용 방식은 이미 심공을 익혀 단전까지 만든 그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자칫 강해지기는커녕 주화입마에 절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샘솟았다. 그러나 신전의 자리를 오래 비운 걸 깨달은 천마는 애써 그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은 호기심 따위를 충족할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자네 계획은 뭐지? 이제부터 내가 무얼 하면 되지?"

 

***

 

웅성웅성.

천산의 꼭대기에 자리한 신전. 그 넓은 공간에 수많은 마인들이 모여들었다.

신교의 기둥들을 맡고 있는 100인의 마두들. 그들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자리했다.

물론 그 사이로 적은 수의 무리 또한 있었지만, 그들의 세는 두 세력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여울나무 측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교주 앞에 섰다. 그는 얼마 전 정찰임무 총 지휘대장에 오른 죽섬일마였다.

"신교의 하늘이시여. 지금 중원에서 급보가 날아들었는데, 그곳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하옵니다. 하여 중원의 정찰대 예산과 비중을 늘리기를 건의드리나이다."

"정찰대면…… 지금도 충분히 많지 않은가?"

"지금의 중원은 다수의 고수들이 양산돼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그 수를 늘리고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섬일마의 말에 여울나무 쪽과 중립 세력들 또한 옹호하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정찰대뿐만 아니라 각 훈련소의 인원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원의 칼날이 언제 저희 쪽을 향할지 모르는바, 준비를 하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교활한 놈들. 교주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취지는 좋다. 분명 정찰대의 인원 확충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긴 했다. 신선환이라는 영약은 무림인들을 전체적으로 비약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예산은 한정적이다. 그쪽에 돈을 풀 경우 다른 부분을 줄여야 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예산은 기계‧진식과 천산의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곳에서 삭감이 들어가겠지.'

교주 측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뜻은 알겠으나 현재 본교의 자금은 정해져 있소이다. 투자를 하기 전에 돈을 수급할 곳을 먼저 구해야 하는 것 아니겠소이까?"

"그럼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면 어떻습니까?"

쾅.

"지금 그걸 말이라 하시오! 세금이라니!"

현재 신교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세금이 아니라 헌금이 정확하겠지만.

그들은 1년에 한 번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신교에 헌납한다. 1할 밑으로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걸 늘린다는 건 자칫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었다.

상황이 심화되자 적삼혈마가 앞으로 나서서 중재에 나섰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다른 부분에서 조금씩 줄이는 겁니다. 당장 전시에 필요 없는 부분은 좀 더 과감히 줄이고 말이지요. 어떻습니까?"

역시나. 알아챈 거로군. 기계‧진식 쪽이 우리 쪽 자금줄인걸.

반대하던 이들이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치 확인 사살하듯 여울나무와 중립 세력이 한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정찰대의 확충을 건의드리나이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교주 측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어찌할 생각이냐는 뜻.

천마가 눈을 감았다.

- 흑살마신. 네게 말해줄 게 있다. 여울나무의 약점에 대한 거다.

- 수뇌부에 해당하는 몇몇만 처리하면 된다는 걸 말하는 거지? 소수에게 관리가 집중돼 있으니까.

- 그걸 어떻게…….

- 여울나무 총책임자 사무실이 불타던 그 날, 거기 있던 모든 극비문서를 내가 싹 다 긁어왔거든.

씨익. 천강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늘 음흉한 계략을 꾸밀 때면 나타나는 그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 아마 적들은 너희 측이 가진 것들을 하나하나 뺏어가려 할 거다. 직책이건 돈이건, 사람이건……. 그걸 다 내어줘.

- 그러면 중립을 유지하던 세력이 여울나무로 쏠릴 게다.

한 번 그리 세가 기울면 멈출 수 없다. 반전의 기회마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리어 천강은 그거라며 박수를 쳤다.

- 내가 원하는 게 그거야. 적이 완전히 자기 세상이라 여기도록 만들어. 반대로 넌 궁지에 몰린 척 대응하고.

- 너무 위험한 도박 아닌가?

- 넌 걱정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럼 이길 테니까.

천강의 확신에 찬 얼굴이 눈앞에 선선히 떠올랐다. 회상에서 돌아온 교주의 눈이 다시 천천히 뜨였다.

- 이번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를 거다. 날 믿어라, 천태현.

"좋은 생각이군. 정찰대에 자금과 인력을 더 보충하도록 하지."

"교, 교주님!"

"정말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양측 세력.

그 사이에 자리한 중립 세력들의 고개가 여울나무로 향했다. 그걸 가만 지켜보며 천마는 해산을 명했다.

천산을 내려가는 마두들. 각각의 세력들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일단 여울나무 측의 얼굴엔 모두 미소가 그득했다.

"적삼혈마. 그대 말대로 모든 게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는군."

"교주로서도 별수가 없을 테니까요. 반격의 순간을 노리려면 하나라도 더 내어주면서 버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러겠지. 자네들도 봤나? 교주 측의 똥 씹은 표정들을?"

"큭큭. 아주 볼만하더군!"

일 년 전만 해도 크게 밀려 불안불안했었는데, 이제는 한껏 여유로워진 여울나무 마두들이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그들의 시선은 이제 천산에 머물지 않고 중원을 향했다.

"이로써 우리 측 전력을 합법적으로 대폭 늘릴 수 있게 되었구만. 중원 정벌 또한 순항에 들어서겠고 말이야. 이제 남은 건 중원을 어찌 요리할까만 남은 건가?"

"정찰대를 대폭 늘려 밑 작업을 단단히 하고 들어가야 손쉽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 몸이 근질거리는 건 나만이 아니지?"

"하핫. 나도 그러하네."

불과 일 년 사이에 크게 불어난 마두들을 바라보며 적삼혈마가 미소 지었다.

"아무튼 자세한 논의는 오늘 밤 하도록 하지요. 맛난 술을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그래. 다들 이만 내려가세!"

그렇게 여울나무 세력이 우르르 좌측으로 사라지고, 그들 무리를 지켜보던 교주 측 또한 우측으로 나아가며 작게 투덜댔다.

"교주님께선 언제까지 이리 내어주기만 하실 건지. 이러다 제대로 싸움도 못 해보고 다 목 날아가는 건 아닌가 걱정됩니다."

"후우. 그러게 말이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내몰린 것인지 참."

"역시 그때 소교주를 어떻게든 지켰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소."

교주 측 대부분은 소교주의 뛰어난 실력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어떻게든 대립 구도를 유지만 하면 소교주가 크게 성장해 중립 세력 대부분을 데려올 거라 본 것이다.

그러나 일 년 새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 버렸다.

소교주는 죄를 뒤집어써 구금되고, 그 사이 여울나무 측은 성장했다.

"청청이라는 계집이 보통이 아니라 하더군."

"들었네. 아직 지학(志學)의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화경이라지?"

"화경이 문제인가. 듣기로는 투파창귀가 매일 깨달음을 전수해 준다 하더이다."

삼라만상을 통달하는 길목에 있는 현경의 깨달음이란 분명 쉽지 않다. 다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길을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머릿속에 든 것이 없어 깨끗한 어린아이에게 옳은 길만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현경의 고수가 직접.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가르쳐 준다면?

"빠른 시일 내에 현경에 도달할 거라는 예측들이 많네."

교주 측 마두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런 그들을 뒤에서 지켜보던 일필일사가 잘 달래었다.

"진정들 하시지요. 소교주 시절 혼자가 되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숱한 고난에서 살아남으셨던 분입니다. 다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흠흠. 하긴 그것도 그러오. 일단 다들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그러나 상당수는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그렇게 교주 측도 내려가고, 그 모두를 지켜본 중립 세력들은 큰 고심에 빠졌다.

불과 반년 만에 반수로 줄어든 그들은 한데 모여 의논했다.

"다들 이제 어찌할 생각이시오?"

"슬슬 결정할 때가 되긴 했지."

원래라면 만천옥주에게 뜻을 물어봤을 터이나 그는 고인이 돼 사라졌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다음 거물인 암운사신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암운사신 왈.

"난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실례하겠소. 그럼 이만."

검은 안개가 되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남자.

남은 이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저건 각자 살아남자는 뜻인 게요?"

"그렇지. 뭐 틀린 말도 아니잖은가? 만천옥주가 사라진 시점에 이미 우린 구심점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래서 어디로들 가실 겐가?"

그때 가만히 눈치를 보던 이가 말을 꺼냈다.

"듣기로는 교주 측에서도 여울나무로 뒤늦게 전향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하더이다."

"나도 그 소식을 들었소. 세 명이었나?"

"어제 소식으론 일곱 정도 된다더군. 아마 오늘 일로 더욱 가속화되겠지."

흠. 장고에 빠진 마두들. 운을 뗀 이가 마지막 말을 장식했다.

"그에 나도 여울나무로 갈까 생각 중이오. 어떻소. 이왕 가는 거 다들 함께하시겠소?"

이미 여울나무 측에 전향한 한 마두의 꼬드김에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번 싸움은 여울나무와 투파창귀의 확정적 승리였다.

"그럼 지금 바로들 가십시다!"

"바로 말인가?"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교주 측에서 전향하는 이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 아니오? 눈총도 덜 받고."

"그것도 그렇군."

"갑시다, 자 다들 가지요."

그렇게 중립 세력은 암운사신을 제외한 모두가 여울나무 측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짙은 그늘 속에서 한 여인이 가만 지켜보았다.

이번에 새로이 암운사신의 제자가 된 암룡이었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 암운사신을 제외한 중립 세력 모두 배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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