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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70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70화

170화. 흑살마신 등장

 

 

광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올라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신형이 맹익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걸 보고는 재빨리 따라붙어 뒤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암운사신.

그 순간 광존의 몸이 홱 회전하며 강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뒤에서 공격하려던 암운사신을 그대로 뒤덮었다.

태산 가르기.

"큿."

급하게 방어해 막긴 막았으나 암운사신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경지 차이가 있는 탓에 직접적인 공격을 받아내면서 내상을 입은 까닭이었다.

"저런 치사한!"

"허. 같은 무림인으로서 정말 수치스럽군."

"저게 광존의 실체란 말인가?"

정파 무리에서 야유가 흘러나왔다.

때는 바야흐로 신선환으로 무림인들이 파다하게 성장하는 시기. 그에 따라 권력도 갖지만, 덩달아 협과 의의 필요성을 더욱 소리높이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광존의 행동은 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은원관계도 아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하는 행동이 사파 무리와 무엇이 다를까."

"어허. 말을 바로 하시오! 우리도 요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소이다!"

그리고 싸움을 신성히 여기는, 싸움에 미친 이들이 모인 마교에서는 더더욱 부정적인 눈빛이 드러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광존.

그는 집요하게 맹익을 노리면서 암운사신을 공격하였고, 곧 두 사람은 광존의 발밑에 쓰러지게 되었다.

"자, 선택하십시오. 누굴 먼저 죽여 드리리까?"

"치사하군. 그대가 그러고도 무인인가?"

광존이 암운사신의 가슴팍을 발로 강하게 짓누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세상은 승자만 기억합니다. 그대들은 패자. 죽어서 그 이름이 육신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제 이름은 후대에 널리 널리 알려지겠지요."

"그래 봤자 후대에 알려질 명성이라고는 치졸한 네 행적뿐이겠지만 말이다. 큭큭."

맹익의 발언에 광존이 그의 목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교주님. 그냥 저대로 둘 생각이십니까?"

일필일사의 질문에 교주가 입술을 짓씹었다. 사실 진즉에 움직이고 싶었으나, 그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것은 저 둘이 조금 전 전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 나서지 마십시오. 다 계획이 있습니다.

'죽기 직전인데 대체 무슨 계획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암운사신과 괴기나한의 눈엔 아직 투지가 불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 선배님.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 조금 더 기다려야 해. 어찌 됐든 약속 시간은 칼 같이 지키는 녀석이니까.

"둘이서 뭔 이야기를 그리들 하십니까?"

광존이 손과 발에 힘을 실었다. 그 악력에 저항하며 암운사신과 괴기나한의 대화는 지속됐다.

-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그걸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큿. 별수 없지.

"참. 끝까지 흑살마신은 안 나타나는군요. 별수 없죠. 이 정도면 충분히 기다린 듯하니."

광존의 팔다리에 강한 기운이 실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두 사람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그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어?"

쿠콰콰콰콰-

팔과 다리에 실었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광존은 손아귀와 발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걸 본 교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것은……!"

교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두 사람이 쓴 기술은 다름 아닌 흡공이었던 것이다.

"이, 이게 대체?!"

흡성대법은 북명신공과는 다르다.

북명신공은 그저 상대의 기를 매우 자연스럽게,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슥 가져오는 거라면 흡성대법은 강탈이다.

저항하는 상대에게서 강제로 뺏어 오는 기술이기에, 필연적으로 상대의 기운을 흩뜨려 놓고 근육과 뼈를 부숴놓는 게 다반사였다.

"이 벌레 같은 것들이……! 놓으십시오! 이익!"

고통에 몸부림치며 흔들어대나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암운사신과 괴기나한의 눈이 강하게 번뜩였다.

"이대로 끝을 보자!"

"죽어라!"

"끄아아아아……!"

그렇게 광존의 내기를 단번에 쪽 빨아들이려는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

돌연 강한 폭발이 일었다.

광존에게 달라붙어 흡공을 펼치던 두 사람은 멀찍이 날아가고,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자 이죽이죽 웃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

 

- 광존이 위험하다. 그의 전력이 사라져선 안 된다. 공격해라.

- 명을 받듭니다!

지금 움직이면 정파의 사람들은 도움을 주지 않을 테지만, 방법이 없었다. 광존이 죽어버리면 흑살마신을 견제할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투파창귀의 지시를 받은 적삼혈마가 빠르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튀어나오는 걸 확인한 교주 측도 따라 나오고, 순식간에 연무장은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죽어랏!"

"자, 어디 한번 자웅을 겨뤄보자꾸나!"

그렇게 막 싸움에 열을 올리던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큰 폭발이 일고, 모두의 시선이 연무장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엔 한 사내가 미치광이마냥 웃고 있었다.

내기를 빼앗다 튕겨 나간 암운사신과 맹익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분명 내기를 밑바닥까지 다 뺏어왔는데?"

뺏어온 기를 다 회복하고도 그걸 아득히 넘어서는 상대의 기운.

자세히 본즉, 실시간으로 자연의 기가 그의 몸으로 맹렬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한 번 비슷한 현상을 본 적 있는 맹익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저건 분명 무진이란 아이의 특이체질…….

"너희 둘 제법이야. 막아놓은 혈도를 강제로 풀게 만들고 말이야."

줄곧 예의 바르던 광존의 행태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그는 앵속에 취한 중독자마냥 기이한 미소를 뿌려대었고, 순간순간 눈동자가 흰자위를 드러내며 회까닥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아직은 빈틈투성이. 어쩌면 기회가……!'

암운사신의 신형이 검은 안개에 뒤덮이며 빠르게 그의 뒤를 잡았다.

몸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가속한 덕에, 그 칼끝이 지척에 이르러서야 광존은 멈칫하며 그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쾅. 바로 튕겨 나가는 암운사신.

"이런 무식한!"

남들은 내력이 부족해 잘 사용하지 않는 강기의 막을 아예 온몸에 두르고 있었던 것!

"대체 어떻게 된 몸뚱어리야?"

암운사신과 맹익으로서는 방도가 없었다.

강기의 막을 온몸에 상시 두르고 있는 현경에게 화경의 기술이 먹힐 리도 없거니와, 그나마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흡공 하나인데 그것도 이미 이종진기로 인해 더 흡수하는 건 위험했다.

이종진기를 다스리는 법을 알지 못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조금 전 일격 한 번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광존이 사박사박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왔다.

이대로는 더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천마가 투파창귀가 아닌 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의 기를 통해 내기가 무한히 공급되는 저 괴물을 쓰러뜨릴 사람은 지금 이곳엔 오로지 그뿐이기에.

그런 그때였다.

"여어. 벌써 한판 하고들 계셨네."

전장을 가로지르는 한 사내의 목소리.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옆으로 향했다. 일필일사의 거처 담벼락 위로 한 어린 사내가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 사내는 하의만 입고 있었다. 그 하의도 거의 반이 날아가 중요 부위만 남았지만.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지?"

폴짝 뛰어 연무장 중앙으로 다가오는 사내.

그를 알아본 교주 측 얼굴이 확 살아났다. 반대로 여울나무 측은 석상처럼 굳었다.

"흑살마신?"

"저자가 흑살마신이라고?"

"55년 전 사천당문의 당주를 단 일격에 쓰러뜨렸다던?"

"그런데 기운은 별거 없는데?"

그랬다. 사람들이 의아함을 드러내는 이유는 바로 연무장 중심부로 찬찬히 걸어가는 사내에게서 그 어떤 특이점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파창귀와 같은 흉흉한 기운이나 광존과 같은 폭발적 기운도.

"화경 아냐?"

그것이 태아를 얻기 위해 찾아온 정사파 인원들의 솔직한 평가.

그건 광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광소를 터뜨리며 천강을 향해 도발했다.

"참 아쉽구나. 조금만 늦게 왔다면 네 벗들이 시체가 된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 빨리 왔으니 이젠 네가 그 꼴이 되겠네."

"크큭. 건방진 녀석. 어디 그 주둥이만큼이나 실력도 있는지 보겠다."

광존의 외침에 천강이 픽 웃음을 흘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광존이 천강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광포한 기운이 검 끝에 응집해, 하늘 위로 높게 쳐들렸다.

"선배! 조심하십시오!"

"천강. 녀석 공격 한방 한방이 장난 아냐! 피해!"

그때 천강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광존이 말했다.

"만약 네가 이 일격을 손쉽게 받아낸다면 네놈을 형님으로 모셔주마!"

"응하지 마십시오. 함정입니다!"

그러나 이런 도발엔 늘 응해온 천강이다.

"너 그 약속 지켜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강의 머리 위로 광존의 검날이 내려앉았다.

태산부수기.

쿠구구구구.

"하하하하핫!"

광존의 광소가 터져 나왔다.

사실 광존은 이곳에 오기 전, 투파창귀로부터 천강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전달받았다.

들을 땐 뭐 별게 있나 했는데, 조금 전 암운사신의 경공에 호되게 당해본 그는 어떻게든 천강의 발을 묶어놓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에 도발을 해, 일격을 먹인 것이었다.

방금은 자신이 가진 내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공격. 방어를 했다 해도 내상을 피하긴 어려우리라.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지반은 그대로 내려앉아 거대한 화산구처럼 변모했다.

일격이 제대로 들어간 걸 확신한 광존의 이가 환히 드러났다. 물론, 그 미소는 찰나에 불과했지만.

"하하핫. 어떠……어?"

광존의 얼굴에 떠오른 의아함. 광소가 멈추고, 그 표정을 본 사람들도 덩달아 의문을 표한다.

'뭔가 잘못됐다.'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은 가운데 어디선가 미풍이 불어오고. 흙먼지를 걷어내며 조금 전 일격의 결과를 모두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말도 안 돼."

흑살마신은 살아 있었다.

무려 현경. 그것도 다섯 존자라 불리는 자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맞고도 살아있었다.

근데 그냥 살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게 끝이냐?"

광존의 검이 잘게 떤다. 그의 검은 천강의 이마에 정확히 내려앉아 있었는데…… 마치 날을 손보지 않기라도 한 듯, 날과 살이 맞닿은 부위에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광존이 검을 들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이건 말이 안 돼.'

분명 전력으로 내려친 일격이었다. 가진 기의 절반을 쏟아부은.

조금 전 일격은 같은 현경이라도 쉬이 막을 수 없는 것이었고, 그 결정적인 증거가 바로 교주와 투파창귀의 크게 뜨인 눈이었다.

'미, 미쳤어.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어.'

그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평범한 무인이 아니었다.

같은 현경이었으나 현경이라 할 수 없었고, 인간이었으나 인간이라 부르기 힘든 존재였다.

그제야 광존은 상대의 내면에 깊이 감춰진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광존의 얼굴이 석상마냥 딱딱하게 굳었다.

파안광귀. 싸울 때면 늘 미소가 끊이질 않아 붙은 그 별호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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