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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167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167화

167화. 자신감

 

 

천강의 도발이 제법 세게 먹혔는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청이 칠현금에서 내려와 섰다.

곧바로 줄이 퉁겨지고, 평상시의 아름다운 곡조가 아닌 매섭고 사나운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내기와 만나 형(形)을 갖추었다.

소요절기 제1식 칼바람.

파앙-

푸른 기운이 넘실대길 잠시, 이내 날카로운 칼바람이 되어 쏘아져 나간다.

그것은 선형(扇形)으로 퍼져 나가며 전방의 모든 것들을 산산이 베어 넘겼다.

'좋군.'

이전에 봤던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속도는 빨라졌고 절삭력은 높아졌다.

이해도가 크게 좌지우지한다는 음공답게 청청의 무(武)는 거의 완성단계에 다다라 있었다.

'현경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겠어.'

이전에 싸웠던 투파창귀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

천강이 오른팔을 들어 휙 허공에 휘둘렀다.

그러자 맹렬한 바람이 일며, 날아오던 칼바람을 일시적으로 막아 세우고 와해시켰다.

"그런…….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순간적으로 벙찐 표정을 지은 청청이 바득 이를 악물고는 손을 더욱 강하게 튕겼다.

음파가 하늘로 높이 쏘아져 올라가고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서서히 꺾이더니, 날카로운 이빨이 되어 천강이 자리한 전 지역을 타격했다.

소요절기 제4식 소나기.

'흥미롭네. 음공은 직선 공격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포물선을 그리다니.'

그러나 흥미는 흥미일 뿐.

음공의 강점은 속도와 거리, 절삭력.

무기처럼 다양한 기교를 부리지 못하기에,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천강이 다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쳐낼 준비를 하는데, 전방에서 또 다른 기의 파동이 일었다.

소요절기 제6식 해일.

'오호. 한 번에 두 가지 공격을?'

그것은 공중에서 쏟아지는 공격과 시간 박자를 맞춰, 천강을 향해 일시에 짓쳐들어왔다.

청청의 안광이 매섭게 번뜩였다.

'상대는 흑살마신이야. 적당히 해선 안 돼. 한 번에 끝을 봐야 해.'

강기에도 급이 있다.

대체로 무기와 이해도, 숙련도에 따라 나누어지고, 음공의 강기는 그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그런 까닭에 청청은 그가 방어 대신 몸을 빼낼 것이라 확신했다.

'그때 최고의 절기를 사용하는 거야.'

소요악사에서 전해져오는 비기 중 비기를!

아직 완전한 현경이 아니라 조금은 불안정해도, 내상을 입는 걸 각오하고 사용한다면 온전히 사용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어?"

자신에게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지 않고 가만 바라보는 사내.

이내 그 입가에 짧은 호흡이 흘러나오고, 이어 양 주먹을 불끈 쥐며 힘을 발산한다.

파앙-

몸에 갈무리되어 있던 내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 일격에 칼날과도 같은 음파들은 산산조각이 나 허공에 흩뜨려졌다.

"내, 내력 발산만으로 내 기술을 막는다고?"

믿을 수 없어.

흑살마신이 강한 건 이전부터 알았다.

만날 때면 함께 잘 어울리기도 했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여유와 자신감은 그 누구에게서도 엿보지 못한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이젠 나도 현경에 도달했다.

그 경지를 이룬 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예측할 수 있었고, 신병이기인 구소환패까지 있으니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나 차이가 난다고?'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본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태산…… 절벽을 우러러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로 인해 허망한 얼굴이 올라오길 잠시, 바득.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자각한 청청이 자신의 온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상대는 아직도 처음 그 자리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것은 그녀에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연꽃, 해일, 폭포수, 소나기…….'

- 청청. 여기까지 하자. 네가 이길 수 없는 상대야.

'도와줘, 구소환패.'

이것은 자존심 싸움이었다.

저 인간에게 그 어떤 일격도 먹이지 못한다는 건, 곧 스승에게서 배운 무공이 그만큼 별 볼 일 없다는 것이니까.

그녀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

천강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칠현금 구소환패가 덜덜 떨며 사방으로 내기를 쏘아 보내고.

이윽고 바람 소리인지 물소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겹겹이 둘러싸 밀려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아아-

볼을 스치는 미풍. 훅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상승기류.

'선풍인가?'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하듯 사방에서 매서운 강풍이 몰아쳐 와, 중심부에 자리한 천강을 뒤덮었다.

소요절기 제7식 회오리.

냇가 사이로 세워진 거대한 바위 천암이 두부처럼 갈가리 찢겨 가루가 됐다.

강기의 바람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바닥의 풀과 흙, 물을 가르며 그 위세를 사방에 맹렬히 떨쳤다.

모든 내기를 다 사용해 앞으로 고꾸라진 청청은 고개만을 든 채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시야를 가득 메운 돌 부스러기.

귓가를 울리는 매서운 바람.

결과는…….

- 청청.

소녀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입에서 연신 '말도 안 돼.'가 터져 나왔다.

바람이 빠르게 잠잠해진다. 사내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작게 투덜댄다.

"아…… 다 가루가 돼버렸네."

현경에 도달한 음공 고수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해보려다가 옷을 홀라당 날려버린 천강이었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깨닫고는 하의는 지켜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연회에 발가벗고 참여할 뻔했다.

"자, 그럼 이제 끝났나? 더 보여줄 거 없어?"

청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존재는, 그녀가 복수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도 아득한 존재였다.

처음으로 우물 밖으로 나와 세상이란 걸 인지하게 된 개구리의 심정과 같았다.

어쩌면 산이란 걸 인지하게 된 개미의 심정이 이와 같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물고 뜯고 밟아도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그러한 존재.

청청은 가슴 속 뜨거운 열기가 빠르게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

 

-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네요.

- 상대가 너무 강하면 투지보단 경외가 이는 법이지.

물론, 일시적일 뿐이다.

가족을 죽인 원수를 경외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튼 소득은 있었네.'

- 어떤 소득 말인가?

'굳이 표현하자면…… 자신감을 얻었다고 할까.'

강해진 건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다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를 몰라 좀 난해한 감이 있었다.

근데 방금 청청과 싸워보고 확실히 알았다.

비록 입문자에 불과해도 현경은 현경.

현경급 음공 고수의 절기조차 천강의 몸에 흠집을 못 냈다. 천강은 투파창귀와 싸워 이길 자신감을 얻었다.

천강이 찬찬히 걸음을 옮겨 청청의 앞에 섰다.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옆 수풀에서 후다닥 누군가 달려와 엎드렸다.

"형님!"

"왔냐?"

"무, 무진?"

청청의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천강에게 무진이 땅에 머리를 박으며 간청했다.

"제발 청청을 살려주십시오!"

"무진 일어나! 지금 뭐 하는……."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

무진의 간절한 부탁에 입술을 짓씹는 청청.

사실 그녀가 천강을 불러내 각종 살격을 퍼붓긴 했어도 죽일 마음은 없었다.

무진이라는 존재. 그리고 이전에 보여준 천강의 행보들이 그녀의 결정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만약 천강이 도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살격을 내지르는 일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싸움은 싸움대로 패하고. 스승에게 배운 기술들은 흑살마신에게 그 어떤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무진은 그녀를 살리겠다며 땅에 이마를 박고 있는 상황.

청청의 꾹 다문 입술이 부르르 떨며 선혈이 흘러내렸다.

"……."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천강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숙였던 허리를 도로 펴고, 청청의 머리를 움켜쥐었던 손을 푼다.

"그래. 그럼 이따 보자꾸나, 무진아."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뭐?

청청이 눈을 크게 뜨고는 고개를 들었다.

천강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멀어지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냥 이대로 날 놓아준다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청청이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만요! 흑살마신! 멈춰요!"

"음?"

"왜 저를 살려주시는 거죠? 제가 당신의 의동생과 그렇고 그런 관계라 그런 건가요?!"

"……무림인에게서 은원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지."

천강이 다시 발을 옮겼다.

"복수를 원하면 그리 해라. 도망가지 않을 테니."

"……."

이로써 하나의 문제는 해결한 건가.

복수의 마음을 힘으로 찍어 눌렀으니 폭주는 안 할 것이고, 겸사겸사 내기를 흡수해 신선환의 독 문제도 해결했다.

무진이 녀석은 저 하나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천강은 청청 옆에 딱 붙어 있는 무진의 기를 느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빨리 와.'

- 아, 알겠다.

- 그럼 이만 가세.

청청 주위로 떠 있던 신병이기들이 후다닥 천강에게로 돌아간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흑살마신이 사라지는 방향을 가만 바라봤다.

"청청. 괜찮아?"

"미안. 나 때문에……."

"아냐."

무진은 청청이 일어날 수 있게 부축했다. 반대로 그녀는 무진의 이마에 묻은 흙을 털어주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무진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과 스승의 복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혼재한 탓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흑살마신을…….'

그런 그때 그녀의 머릿속으로 구소환패의 목소리가 울렸다.

- 청청. 조금 전 영감들에게 들은 말인데 말이야.

'영감들?'

- 흑살마신이 들고 다니는 신병이기들. 그 노인네들 말로는 너희 스승님을 해친 게 흑살마신이 아니래.

'……뭐?'

싸움이 일어나기 전, 천강의 행보에 답답함을 느낀 신병이기들은 작당 모의를 했다.

- 요 답답한 녀석은 오해를 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군.

- 내가 봐도 그러하네.

- 흠흠. 이건 연장자인 우리가 해결해줘야 할 일.

그들은 머리를 맞댄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도출했으니, 천강 몰래 무저갱에서 있었던 일을 구소환패에게 밀고하는 것이었다.

- 구소환패. 실은 말일세…….

- 그게 사실이야? 주인을 위해 당신들이 짜고 거짓말하는 거 아냐?

- 허! 거짓말이라니. 우리 모두가 다 함께 봤거늘! 못 믿겠으면 나중에 투파창귀의 신병이기들에게 물어보거라!

사실 천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투파창귀를 죽일 생각이었기에 그냥 자신이 뒤집어쓴 것이었지만, 어찌 됐든 최후의 일격을 누가 먹였는지는 분명 중요한 대목이었다.

살심을 품은 것과 실제로 살인을 한 것 사이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청청의 얼굴이 뻣뻣이 굳었다.

구소환패로부터 사실을 소상히 전해 들은 그녀의 시선은 이내 일필일사의 거처, 연회장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

 

눈에 익은 거리를 거닌다.

흙길을 밟아 앞서가는 인파를 쭉 따라 걸으며, 거대한 산에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 그 성벽을 넘어선다.

시끌벅적 떠드는 사람들과 귓가를 간질이는 구수한 어투.

사천의 정겨움이 음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녀에게 사천이란 많은 걸 의미했다.

어릴 적 추억부터 해서 첫사랑까지 모두 이곳에 묻혀 있었기에.

그러나 그녀가 이곳을 자주 들르지 않는 건, 상처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처가 되는 존재 중 하나가 이번에 사라졌다.

천수향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저잣거리를 지나 거대한 담벼락이 이어지는 길목에 들어서자, 다수의 강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문지방에 올라서기가 무섭게 지키던 이들이 예를 올렸다.

"오셨습니까."

"내가 누군지 알아?"

"전대 교주님의 첫째 되시는 홍랑님 아니십니까."

"……이번 문지기들은 제법 교육을 잘 받았네."

5년 전쯤엔 얼굴도 못 알아보고 무례하게 굴어, 그 모가지를 세 바퀴 정도 돌려줬었는데.

천수향이 성큼 문지방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비단 교육을 잘 받은 건 그들만이 아닌 듯, 곳곳에서 예를 갖추었다.

5년 전 깽판을 친 까닭에 장로들이 미리 주의를 준 것이다.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색목인이 나타나거든 반드시 예우를 갖추라고.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일 뿐, 다들 보이지 않는 데서는 쉬쉬하고 있었다.

-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사천당문의 미친년.

- 말조심해. 그거 입 밖으로 냈다가 하직한 이들 소식 목 들었어? 그들을 일렬로 세우면 능히 장안을 가로지를걸?

- 가자가자. 괜히 우리에게 불똥 튈라.

'다 들리거든?'

그러나 욕먹는 일엔 어느 정도 면역이 된 그녀는 그들을 가만 놔두었다.

굳이 이런 날에 악명을 더 쌓아본들 뭐 할까 싶기도 해서.

천수향은 곧바로 아비의 위패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섰다. 위패를 중심으로 양측으로 서 있던 네 명의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위패 앞에 서서 픽 웃음을 흘렸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굴더니 훅 가는군요. 참으로 당신다운 말로네요."

"무엄합니다! 어찌 그런 막말을……!"

2장로가 나서서 호통을 쳤으나 천수향은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아닌 말로, 중원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인 그녀는 도리어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하시게. 홍랑님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지 않나."

"흠흠. 그건 그러하오나……."

1장로의 말에 다른 장로들이 고개를 수그렸다.

솔직히 가문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천수향이 뒤집어쓴 누명은 너무 가혹했다.

한 차례 망자에게 예를 갖춘 천수향이 몸을 돌려 물었다.

"근데 누가 이리 한 거래?"

"그게…… 마지막으로 하신 행보가 영독을 들고 파안광귀를 찾아가신 것입니다."

"그 새끼 요새도 주둥이 털고 다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1장로.

파안광귀는 예부터 호시탐탐 당가의 치부를 떠들고 다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놈인 건 알고는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목적이란 게 만독불침을 만들어주는 당가의 독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 위치를 자꾸 캐묻고 다녔던 거로군.'

너구리 같은 놈이…… 언제고 손을 봐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지금인 모양이다.

그때 그들에게로 한 여인이 나아왔다. 요염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녀는 천수향의 자매인 당묘오였다.

"어머. 언니 오셨군요."

"어. 이제 가려고."

"간만에 한잔 같이하시지."

"독보단 차가 더 좋아져서 말이야."

옆으로 바짝 따라붙은 묘오가 걸음 속도를 맞추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이제 바로 마교로 가시는 건가요?"

"……어딜 가든 네가 신경 쓸 바 아니다."

대체 내가 마교에 몸 담그고 있던 건 어떻게 안 거지?

한 가지 가능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설마 하오문주 이 새끼가 내 정보를 돈 받고 팔았…….'

그러나 곧 그 의문은 자연스레 해결되었으니, 말 많은 그녀의 동생이 놀랄 만한 정보를 툭 내던진 것이다.

"그냥 놈이 중원으로 돌아오면 같이 복수하는 게 어때요? 아……. 하긴. 괜히 그 미친놈이 흑살마신이라도 잡았다가는 태아를 소유하게 되니까 그 전에 치는 게 맞나?"

"묘오. 그게 무슨 말이야?"

걸음을 멈춘 천수향에게서 맹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히 누가 내 사냥감을……!

그녀의 동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한창 무림인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태아와 흑살마신의 출현을.

그를 죽이는 자에게는 태아를 넘겨주겠단 정보를 전해 들은 천수향이 번개같이 서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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