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화
“그럼 동진 학사와의 인연으로 덕을 봤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
“진만 학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동진 학사가 호현 학사에게 쉬운 질문을 했다고 하지 않았소?”
학사들의 분위기가 은연 중에 자신을 질책하는 쪽으로 변하자 진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게…… 하지만 도교에 대한 지식이 깊다고 학식까지 높다는 보장은 없잖소. 향시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여러분들도 잘 알지 않습니까? 저 나이에 향시 합격이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긴…… 그것도 일리가 있지.”
“그럼 향시 합격에는 죽대 선생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그렇겠지.”
자신의 말에 다시 호현에 대한 불만을 품는 학사들의 모습에 진만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진만이 안도의 한숨을 다 쉬기도 전에 어느새 다가온 동진이 혀를 차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쯔쯔쯔! 성현들을 받든다는 학사라는 자들이 이따위 생각들이나 하고 있다니…….”
동진의 싸늘한 눈빛에 학사들이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동진이 말했다.
“작년 향시에 출제된 문제가 뭔지는 알고 있나?”
동진의 말에 진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진만도 작년에 향시 시험을 봤던 것이다.
“구민(救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에 합격한 거인들의 답안은 보았나?”
“보았습니다.”
향시 시험에 합격한 자들의 답안지는 필사가 되어 향시를 준비하는 학사들에게 큰 값에 거래가 되었다.
학사들 중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동진이 말했다.
“사득지해(四得之解)라는 답안을 본 자가 있으면 이야기해 보게.”
동진의 말에 고손기가 슬며시 말했다.
“사득지해는 네 가지를 얻으면 구민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답안으로, 사득은 토득, 인득, 수득, 병득입니다. 토득(土得)은 땅을 개간해 식량 확보를 늘리고, 인득(人得)은 능력 있는 인재를 입관시켜 백성들을 살피고, 수득(水得)은 저수지를 늘리고 확충해 수해 피해를 막고 농사에 사용할 물을 확보하며, 병득(兵得)은 병사를 튼실하게 해서 외부의 적을 막고 내부의 질서를 지킨다는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맞네. 자네들은 내가 왜 사득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줄 아는가?”
동진의 물음에 고손기와 진만 등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진만이 순간 놀란 눈으로 호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호현은 선인각 입구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설마…… 사득지해 답안의 주인공이…….”
“그렇다네. 사득지해의 주인공이 바로 호현 학사네.”
쿵!
동진의 말에 학사들이 놀란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 고손기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사득지해의 주인공이 호현 학사라고?’
향시 합격자들의 답안 중 고손기가 가장 감탄을 한 답안이 바로 사득지해였다.
다른 합격자들의 답안도 훌륭하기는 했지만 유학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사득지해 속에는 사득을 이루기 위한 계획과 방안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어 당장 실천을 해도 모자랄 것이 없는 실학이었던 것이다.
학사들이 호현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호현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호현의 눈에 명백이 하얀 운무에 휩싸인 채 땅에서 한 뼘 정도 떠서 회전하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사람의 몸에서 운무가 나오고 거기다가 공중에 떠서 회전까지 하고 있으니, 호현의 얼굴에는 온통 경외감과 신비감이 깃들어 있었다.
‘어찌 사람이 저런 모습을 보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명백 도장은 선인인가? 선인이 거하는 곳이라니 과연 도가의 본산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구나.’
명백 도장을 선인이라고 확신한 호현이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크게 절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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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득지해(四得之解).
네 가지(四得)를 얻으면 구민(救民)은 절로 해결이 될 것입니다.
첫째는 토득(土得)입니다. 황무지를 개간해 땅을 얻고, 땅이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들에게 농토를 빌려 주는 것입니다.
소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와는 다르게 매해 일정량의 곡식을 받아 그 곡식으로 땅값을 치르게 한다면 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쌀 소득이 늘어날 것입니다.
각 지역의 호족들에게 개간에 필요한 대금을 대도록 하고, 개간이 된 땅의 일부를 하사한다면 개간에 필요한 자금이 해결될 것입니다.
둘째는 수득(水得)입니다.
해마다 비로 인한 수해로 많은 백성들이 피해를 입고 삶의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강우량은 하늘의 뜻이나 수해는 인재(人災)라 할 만합니다.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를 만들면 수해가 될 빗물을 인간을 이롭게 하는 농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면 수해로 사라져야 할 농토들은 보전이 될 것이고, 수해가 될 물들은 땅을 기름진 옥토로 만들게 될 터이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되옵니다.
저수지에 들어가는 재화는 중원 각 상단들을 이용하시면 큰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할 것이옵니다.
셋째는 인득(人得)입니다. 국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모두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국사를 계획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하위 관리들이 부정하고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실패한 국사일 것입니다.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이 있는 인재들을 고루 등용하여 황제 폐하의 어진 마음이 촌부들에게까지 이르게 하소서.
또한 동창의 기능을 강화시켜 위로는 삼사와 아래로는 각 현의 현관들을 감독하고 내사해 황제 폐하의 위엄으로 백성들의 삶을 살피시기 바랍니다.
그러하다면 그 어떠한 자가 감히 백성들의 고혈을 탐할 엄두를 내겠습니까.
넷째는 병득(兵得)입니다. 병사를 키운다함은 많은 재물과 인력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허나 재물과 인력이 소모된다하여 나라의 국방력을 키우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밖으로는 오랑캐들이 황제 폐하의 백성과 땅을 유린하고 안으로는 산적들과 범죄자들이 백성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을 키워 오랑캐를 막으시고 안으로는 산적들과 범죄자들을 단속하신다면 백성들의 입에서 절로 황제 폐하에 대한 칭송이 흘러나올 것입니다.
*
*
*
선인각의 한 방 안에 호불위와 호현, 그리고 동진과 명백이 모여 있었다.
호불위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큭큭 거리며 웃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명백 사형이 있는 자리에서 보일 수 없는 경박한 모습이었지만 호불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흐흐흐! 내가 호현 학사를 데리고 온 것은 정말 잘한 것이었어.’
속으로 중얼거린 호불위는 사부님에게 인사를 하고 선인각에 들어 왔을 때를 떠올렸다.
청명진인에게 인사를 하고 선인각에 들어서던 호불위는 입구를 막고 있는 무당파 이대 제자인 동자배 사질들을 볼 수 있었다.
선인각은 외부 인사들이 무당에 오면 머무는 장소이기에 이런 식으로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에 불안감을 느낀 호불위가 급히 사질들에게 다가갔다.
- 명백 사숙께서 무아(無我)에 이르셨습니다.
사질 중 한 명에게서 온 전음에 호불위가 급히 걸음을 멈췄다.
‘명백 사형이 무아(無我)에?’
깨달음이 생기면 간혹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명상에 잠기게 되는데, 무인들은 그것을 무아라 칭했다.
하지만 모든 무인들이 그 경지를 겪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대부분의 무인들이 그 경지를 밟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도사들 사이로 선인각 쪽을 바라 본 호불위의 눈에 명백이 하얀 운무에 휩싸여 있는 것이 들어왔다.
‘꿀꺽! 대단하구나. 기가 저렇게 유형화 될 정도의 경지라니…….’
명백의 경지에 감탄을 하며 호불위가 안력을 돋울 때 그의 주위로 속가제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동자배 도사들이 보내는 전음에 놀란 눈으로 힐끗 거리며 명백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명백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들이 사라졌다.
번쩍!
명백이 눈을 뜨자 강력한 빛이 뿜어졌다 사라졌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며 명백이 미소를 짓자 주위에 있던 도사들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백 사숙님의 대공을 축하드립니다.”
“명백 사숙님의 대공을 축하드립니다.”
도사들의 외침에 명백이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그러고 있는 사이, 밖에 있던 속가제자들이 속속 명백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했다.
“명백 사형의 대공을 축하드립니다.”
“사형, 축하드립니다.”
속가사제들의 인사에 포권을 하며 답을 하던 명백이 인사를 하는 호불위를 보고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내가 이룬 대공은 호 사제의 도움이 크네.”
“네? 제가요?”
영문을 모르는 호불위를 보며 명백이 웃었다.
“하하하, 오늘 내가 무아에 이르게 된 것은 호 사제가 데리…… 아니, 모시고 온 호현 학사께서 주신 가르침 덕분이네. 그러니 호 사제는 나에게 은인이라고 할 수 있지. 고맙네.”
명백의 말에 호불위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명백이라면 무당칠검에 속하는 고수 중에 고수. 게다가 이번에 무아의 상태를 겪었으니 그 무공 수위가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은인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흐흐흐! 앞으로 무단표국과 내 미래는 탄탄대로구나.’
명백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던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호불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호불위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웃고 있을 때 명백이 호현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은인에게 무당파 명백이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명백의 예에 호현이 마주 포권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명백 선인의 예는 과합니다.”
“선인?”
자신을 선인이라 말하는 호현의 모습에 명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선인이 아닙니다.”
“네? 그럴 리가요. 아까 명백 선인의 몸에서 하얀 운무가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허공에 떠서 회전까지 하시던데, 선인이 아니라면 어찌 몸에서 그런 신묘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옆에 있던 동진이 웃으며 말했다.
“명백 도장을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선인은 아니다.”
“선인이 아니라고요?”
“그렇다. 아까 네가 본 것은 경지에 이른 고수의 몸에서 뿜어진 내공이 유형화 된 것이다.”
“내공? 내공이라면 호불위 국주도 가지고 계신 것인데……. 그럼 호불위 국주님도 명백 도장이 보여 준 것과 같은 것을 하실 수 있습니까? 허공에 뜨거나 몸에서 운무를 뿜어내는 것 말입니다.”
호현의 물음에 호불위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경지가 낮아 그런 것은 무리네. 내공을 유형화 시키려면 최소한 절정의 단계에 이르러야 하고, 아까 명백 사형이 보여 준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려면…….”
말을 하던 호불위가 순간 놀란 눈으로 명백을 바라보았다.
“헉! 설마…… 절정의 단계를 넘으신 겁니까?”
깜짝 놀라 묻는 호불위를 보고 명백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네. 그저 절정을 넘어설 수 있는 벽에 손을 가져다 댄 정도겠지.”
“절정의 벽?”
“그런 것이 있네.”
웃으며 말을 한 명백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제가 은인께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제 이름을 걸고 반드시 해드리겠습니다.”
명백의 말에 호불위가 부러운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당칠검의 일인이자 무림에서 천라지검으로 통하는 명백 사형이 이름을 걸겠다니…….’
호불위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무당파를 구경할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명백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