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8화
해검지를 넘으면 무당파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학사들도 무인들에게 업혀 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기 발로 무당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를 올라갔을까?
무당파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학사들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중 일부는 계단 옆에 있는 숲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헉헉헉!”
“우엑!”
“얼마나 더 가야 하오?”
“그냥 업어 주면 안 됩니까?”
업어달라고까지 칭얼대는 학사들의 모습에 속가 무인들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허약한 자들이 무슨 필요가 있다고…….”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네. 우리끼리 올라갔으면 이미 무당파에서 점심 먹고 휴식까지 취했을 텐데. 저들을 데리고 언제나 올라갈지. 답답하구만.”
한숨을 쉬는 호불위의 말에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오태석이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 역시 다른 학사들 못지않게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호현을 보던 오태석이 호불위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호 사형이 데리고 온 학사는 나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닙니까?”
“무슨 말인가?”
“나이 많다고 학식이 뛰어나라는 법은 없지만, 저렇게 어린 친구가 학식이 높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방헌에서 가장 뛰어난 학사 중 한 명이니 말이네.”
호불위의 말에 땅을 보며 구토를 하던 중년 학사가 침을 닦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헉헉헉! 방헌이라면 한림원 대학사를 지내신 죽대 선생이 여신 방헌학관이 있는 곳 아니오?”
“방헌학관을 아시오?”
“한림원 대학사께서 여신 학관인데 모를 리가 없지요.”
오태석이 중년 학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모신 진만 학사님입니다. 진검장 근처에서 학관을 열고 계시지요.”
오태석의 소개에 호불위의 눈이 슬쩍 찡그려졌다.
‘오 사제가 이번에 힘을 많이 쏟았군. 학관주라니. 그럼 내가 데리고 온 호현 학사가 밀리는 것 아닌가? 저자는 학관을 가지고 있는 학관주고 호현 학사는 학관에서 공부하는 학사니 말이야.’
오태석에게 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기가 불편해진 호불위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오태석이었다.
그가 학관을 맡고 있는 진만 학사를 초빙하는데 들인 돈은 상당한 액수였다.
그런데 지금 호불위의 낭패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진만을 데리고 온 선택이 옳은 것 같았다.
‘흐흐흐! 다른 사형제들도 학사들을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진만 학사 수준을 넘는 자들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학사를 데리고 왔으니 내가 무당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장문인이 헤아려 주시겠지.’
두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진만은 호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헉헉헉! 방헌학관에서 온 것인가?”
“헉헉헉! 그렇습니다.”
“그럼 방헌신사를 본 적이 있는가?”
“방헌신사?”
“방헌신사를 모르나?”
“헉헉헉! 모르겠습니다.”
“방헌학관에서 온 자가 어찌 방헌신사를 모르나?”
‘그게 뭔데?’
힘들어 죽겠는데 계속 말을 거는 진만에게 귀찮음을 느낀 호현이 그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호현이 걸음을 옮기자 주위에 있던 학사들이 진만에게 다가왔다.
“방헌신사라면 방헌학관에 있다는 천재 학사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네.”
진만의 말에 다른 학사들이 방헌신사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방헌신사가 열넷의 나이에 원시를 합격하고 열일곱에 향시를 합격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일까?”
“내 생각에도 소문이 과장된 것 같네. 아무리 천재라도 열넷의 나이에 원시를 합격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 나이라면 동시도 합격을 못할 것이네.”
“하긴, 그런 자가 있었다면 진작 소문이 났을 겁니다. 방헌신사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이…… 방헌학관에서 동생(童生)들을 받아들이고 얼마 되지 않아서잖습니까?”
그렇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방헌신사는 바로 호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방헌에서 나온 새로운 스승이라는 의미를 가진 방헌신사. 그 말이 방헌학관에 입관한 학사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호북에 전해진 것이다.
호현은 학사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앞에서 걸음만 옮기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계단이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면서……
학사들의 방헌신사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그렇지. 대석학인 죽대 선생을 놓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죽대 선생이 동생(童生)들을 받아들이려고 일부러 소문을 퍼뜨린 것이 아닌가 싶네.”
“죽대 선생이요? 그건 아니겠죠. 한림원 대학사라는 간판만 가지고도 학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텐데, 굳이 그런 소문을 낼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그럼 자네는 열일곱에 향시에 합격한 거인(擧人)이 있다는 것을 믿나? 나는 믿을 수 없네.”
학사들의 이야기에 진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내가 동시를 합격한 것이 열일곱이니…….”
학사들이 감탄했다는 듯 진만을 바라보았다.
“대단하십니다. 열일곱에 동시를 합격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학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무당을 오르고 있을 때 호불위는 다른 속가제자들과 섞여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호불위의 얼굴에는 슬며시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진만이라는 학사는 열일곱에 동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말을 들은 다른 학사들은 대단하다는 듯 진만을 추켜 세워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데리고 온 호현은 아홉 살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 말은…… 지금 이곳에 있는 그 어느 학사보다도 호현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흐흐흐! 괜한 걱정을 했군. 하긴 뱀의 대가리가 어디 용 꼬리에 비하겠어.’
기분이 좋아진 호불위가 웃음을 띠자 오태석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인상을 구기고 있던 호불위가 웃으니 말이다.
“호 사형,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생각났습니까?”
“후후후! 그럴 일이 있네.”
웃으며 말하던 호불위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아!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학사들 손이라도 잡아끌어 주면 어떻겠나? 업고 가는 것이야 무당 어르신들이 보면 정색을 하시겠지만, 손을 잡고 끌어 주는 것 가지고는 뭐라 하지 않을 걸세.”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속가제자들이 학사들의 손을 잡고 끌어 주자 호불위도 호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소형제, 잡게.”
“괜찮습니다.”
“어허! 앞으로 올라야 할 계단이 한두 개가 아닌데, 이러다 지쳐서 기어가겠네.”
“손잡고 끌어 주셔도 어차피 걷는 것은 제 다리입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모르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호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왜…… 응?”
호불위의 손을 떼어 내려던 호현은 순간 그가 잡은 손을 통해 이상한 기운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그 기운이 자신의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이게 뭐지?’
호현이 의아한 눈으로 호불위를 바라보자 그가 웃으며 손을 떼어 냈다.
“어떤가? 이래도 손을 잡고 가지 않을 텐가?”
“방금 뭘 하신 거죠?”
“별것 아니네. 지닌 내공을 조금 자네의 몸에 넣어준 것이지.”
“아! 이게 무인들이 가진다는 그 내공입니까?”
“그렇다네. 그래서…… 손을 잡을 건가, 말 건가?”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고민이 되는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남자와 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것이 조금 꺼려지기는 했지만…… 방금 전 호불위가 넣어 준 내공 덕에 호흡도 안정이 되고 방금까지 후들거리던 다리도 안정이 되어 있었다.
‘휴! 어쩔 수 없지. 도교의 본산인 무당에 기어서 올라갈 수는 없잖아.’
호현이 호불위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호불위가 말했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은 나로서도 쉬운 일이 아니네. 그러니 내공을 받는 동안에는 방금처럼 입을 열거나 말을 하면 안 되네. 나한테도 말을 걸지 말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가도록 하세.”
말과 함께 호불위가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현과 호불위는 무당파를 향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학사들과 무인들은 곧 무당파의 산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1-4장 회(回)
무당파 산문 앞에 도착한 호현은 흑발과 백염을 드리운 한 노도사를 볼 수 있었다.
노도사는 먼저 도착한 속가제자들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신기하네. 흑발과 백염이라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것도 흑발은 칠흑같이 어두운 색이었고, 백염은 순백의 눈처럼 하얗기만 했다.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을 때 호불위가 다른 속가제자들처럼 노도사를 향해 공손하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속가제자 호불위가 청현 사숙님을 뵙습니다.”
호불위의 인사에 청현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호 사질의 신수는 갈수록 좋아지는군. 좋은 일이야.”
“감사합니다.”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호불위를 보던 청현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 사질도 학사 선생을 모셔 왔나보군. 번거로웠을 텐데 고맙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군. 태청전으로 가시게. 그곳에 먼저 도착한 학사들이 모여 있을 것이네.”
호불위는 청현진인에게 포권을 한 후 호현을 데리고 무당파 산문을 지나갔다.
무당파 산문을 바라보던 호현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여기가 도교의 본산……. 흐흡, 하! 역시 공기부터가 다르구나. 공기에 선기가 흐르는 듯해.’
무당파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선경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든 호현은 천천히 산문을 넘어섰다.
그리고 호현의 눈앞에 호화롭지는 않지만 선기가 흐르는 듯한 도가의 건축물들이 나타났다.
쿵!
호현은 무당파 건물들에서 현기와 선기…… 그리고 무언가 묘한 기운들을 느꼈다.
‘머, 멋지다.’
속으로 감탄성을 지르며 주위 건물들을 정신없이 구경하는 호현을 호불위가 툭 쳤다.
“뭐 하나? 사람들 가는 것 안 보이나?”
호불위가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가리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현이 급히 그들 뒤를 따라 걸어갔다.
사람들을 따라 태청전이 있는 곳에 도착한 호현은 넓은 연무장 가득 모여 있는 학사들과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호불위가 눈가를 찡그렸다.
“공문을 받고 바로 움직였거늘…… 어떻게 우리들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는 거지?”
호불위의 중얼거림을 듣고 옆에 있던 오태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공문을 늦게 받은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있는 진검장은 무당파에서 열흘 거리입니다. 그리고 호 사형의 무단표국에서는 닷새 거리구요.”
“그런데?”
“저도 공문을 받고 바로 움직였고, 호 사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무당파에 도착했습니다. 그 말은 공문이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일찍 도착하도록 하고 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는 늦게 도착하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공문을 열흘 전에 받았습니다. 호 사형은 언제 받았습니까?”
“나는 닷새 전이네.”
“그럼 제 생각이 맞는군요. 거리에 따라 공문이 도착하는 시기를 다르게 한 것입니다.”
그 설명에 호불위가 이맛살을 찡그렸다.
“왜?”
“쩝! 그거야 저도 모르죠. 사형제들하고 인사나 나누죠.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현에게 말했다.
“나는 사형제들과 인사를 나눌 터이니 소형제는 다른 학사들하고 안면이나 트게.”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청경진인은 언제쯤 만날 수 있는 것입니까?”
“청경 사숙?”
청경진인을 찾는 호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불위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