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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5화

“학사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뜻을 잇는 자들이지, 도관 나부랭이들에게 부림을 받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네.”

 

“지금 무당파를 도관 나부랭이라 하셨습니까?”

 

죽대 선생의 말에 가만히 있던 호불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비록 속가라 하나 무당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그로서는 도관 나부랭이라는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표국 이름도 무당파와 비슷하게 무단표국으로 지은 호불위다. 물론 무당과 무단은 그 의미 자체가 아예 다르지만 말이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호불위의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비웃는 표정이 어렸다.

 

“왜? 들고 있는 칼로 찌르려고?”

 

“으득!”

 

호불위는 화를 삭이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호불위를 보던 죽대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학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무당인지 뭔지에 가서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네. 그만들 물러가게.”

 

죽대 선생의 축객령에 호불위도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은지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런 호불위의 손을 금 총관이 슬쩍 잡더니 그의 귀에 속삭였다.

 

“밖에 모여 있는 학사들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호북에서 어지간한 실력을 가진 학사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원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사를 구하지 못하면 어디서 구하실 생각이십니까?”

 

금 총관의 말에 입술을 깨문 호불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당한 무당의 속가제자인 자신이 대석학이라고는 하지만 학사에게 이런 꼴을 당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휴! 알겠네.”

 

한숨을 쉰 호불위가 애써 웃는 얼굴로 죽대 선생을 향해 말했다.

 

“죽대 선생님, 이번 일이 잘 되면 방헌학관을 무당파가 기억할 것입니다. 대무당파가 말입니다. 그 의미를 잘 생각해 주십시오.”

 

“더 이상 할 말이 없…….”

 

고개를 젓던 죽대 선생이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수염을 쓰다듬었다.

 

“무당파라……. 예전에 무당파라는 이름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어디서 들었더라?”

 

무당파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죽대 선생의 모습에 호불위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무림 문파들과 다르게 무당파는 도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기에, 호북성에서 무당파 도사는 양민들에게 신성시되기까지 했다.

 

‘노망난 늙은이 같으니라고! 구파일방 중 하나이자 호북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무당파를 지금 모른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무림인들의 상식이지 학사들의 상식은 아니었다.

 

구파일방이라는 것이 무림인들에게야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죽대 선생에게는 모두 칼 들고 설치는 무식한 칼잡이들일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사들이 구파일방과 무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많이 알지 못해서 그렇지 학사들도 일반 민간인들 수준 정도의 무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단지 죽대 선생은 평생을 유림과 황실에서만 살았기에 무림을 전혀 모르는, 아주 특수한 경우였다.

 

게다가 호북에 정착한 후에도 학관 밖에는 잘 나가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조금 어두운 편이었다.

 

예전 기억을 천천히 더듬던 죽대 선생이 문득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궁에 있는 황도관 관주 말코가 무당파라고 했던 것 같은데?”

 

황도관은 황실에서 도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어진 황실 전용 도관이다.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지……?”

 

호현이 죽대 선생의 서동(書童) 자격으로 한림원에 있을 때, 황도관 관주가 두 번인가 바뀐 적이 있었다.

 

“거 있잖아. 도사 같지 않게 술 좋아하던 놈.”

 

“아! 청경진인을 말하시는군요.”

 

“그래, 그 청경 말코. 그놈이 예전에 사문이 무당파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 청경 말…… 흠!”

 

스승이 말코라고 부른다고 자기까지 말코라고 부를 수는 없기에 급히 말을 멈췄던 호현이 말을 이었다.

 

“청경진인의 제자인 명오 도장이 사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청경진인과 죽대 선생은 우연히 마음을 통한 후 자주 술자리를 같이 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을 귀엽다는 듯 보살펴 주던 명오 도장을 떠올린 호현이 말을 이었다.

 

“저도 무당파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죽대 선생과 호현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호불위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이 둘이 나누는 대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호불위도 잘 아는 무당파 고수들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청경진인은 무당파 장로의 신분을 가진 인물이었다.

 

“청경 사숙을 아십니까?”

 

본문의 존사를 죽대 선생이 안다는 생각에 호불위의 목소리는 정중하게 바뀌어 있었다.

 

“사숙?”

 

“청경 사숙의 사제인 청명진인이 제 사부님 되십니다. 청경 사숙의 제자인 명오 도장은 저에게는 사형이 되십니다.”

 

“그래? 청경은 잘 지내는가? 낙향을 한 후 보지를 못했으니 십 년 넘게 보지를 못했군.”

 

“이 년 전에 본산에서 인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건강은 하던가?”

 

죽대 선생의 말에 호불위가 속으로 웃었다.

 

‘무당파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위를 가진 고수의 건강을 묻다니. 무림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건강하십니다.”

 

“잘 됐군. 흐흠…….”

 

고개를 끄덕이던 죽대 선생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도관인 무당파에서 왜 학사를 구한다는 것인가?”

 

“저도 그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학사들을 이상한 곳에 쓰려는 것은 아니겠지?”

 

“당당한 정파인 무당에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위험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죽대 선생의 마음이 조금 움직인 것을 눈치 챈 금 총관이 급히 말했다.

 

“학식 있고 도교에 대한 지식이 있는 학사를 원하는 것을 보면 도교와 관련하여 학문적 일을 하실 듯합니다. 게다가 무당파에 고수가 아닌 사람이 없는데 위험한 일을 왜 학사님들에게 시키겠습니까?”

 

호현이 죽대 선생을 향해 말했다.

 

“스승님, 혹시 무당파에 학사를 보내실 생각입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경 말코가 있는 곳인데,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지 않느냐? 나중에 청경 말코가 이 일을 들으면 단단히 삐질 테고 말이야.”

 

청경과 어울려 술을 마시던 기억을 떠올리던 죽대 선생이 문득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낙향하기 전에 청경 말코가 몸 생각하라며 단약 하나를 준 적이 있는데, 기억하느냐? 이름이 뭐였더라…… 태…… 태…….”

 

죽대 선생의 말을 들은 호불위의 머리에 무당파에서 유명한 태자로 시작하는 영약이 떠올랐다.

 

‘설마 태청신단은 아니겠지?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소단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무당파에서 이대 영약으로 치는 것이고, 먹으면 십 년 내공이 쌓인다는 무가지보를 저런 학사에게 줬을 리가 없지.’

 

기억을 더듬는 죽대 선생을 향해 호현이 입을 열었다.

 

“태청신단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아! 맞다, 태청신단. 그거 참 맛있었는데.”

 

태청신단을 먹을 때 입가에 감돌던 선향과 먹는 즉시 몸에 퍼지던 상쾌한 기운을 떠올리자 죽대 선생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쿵!

 

두 사람의 말을 들은 호불위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청경 사숙이 태청단을 줬다는 말입니까?”

 

경악에 찬 호불위의 모습에 죽대 선생이 눈가를 찡그렸다.

 

‘역시 칼 들고 다니는 놈들은 정신 수양이 덜 되어 있다는 말이야. 고작 단약 하나를 가지고 저리 수선을 떨다니.’

 

죽대 선생이 칼 든 놈들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불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 혹시 태청신단을 복용하신……?”

 

“했네.”

 

“헉! 드셨습니까?”

 

죽대 선생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눈으로 호불위를 바라보았다.

 

“그럼 먹으라고 준 건데 버리나? 당연히 먹었지.”

 

태청신단을 먹었다는 말에 멍하니 있던 호불위가 침을 삼켰다.

 

“그, 그럼 어떻게 드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슨 놈의 질문이 그렇게도 많은 것인가?”

 

“부탁드리겠습니다.”

 

호불위의 눈동자에 어린 긴장감을 읽은 죽대 선생이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내가 관직을 내놓고 북경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에 몸살 기운이 나서 먹었네. 약효는 좋더군. 그걸 먹으니 바로 몸살 기운이 사라졌으니 말이야.”

 

쿵!

 

“고, 고작 몸살 때문에 태청신단을 복용하셨다는 말입니까?”

 

“그러네. 그리고 고작 몸살이라니, 그때 얼마나 몸살이 심했는지 아나? 아주 죽을 뻔했네.”

 

‘몸살 때문에 죽는 사람이 어디에 있소!’

 

속으로 고함을 지르던 호불위가 급히 물었다.

 

“태청신단을 드시고 운기조식은 하셨습니까?”

 

“운기조식?”

 

운기조식이라는 것을 죽대 선생이 모르는 듯하자 호불위가 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 운기조식은 무인들이나 하는 것이지, 학사인 내가 왜 그런 것을 하나?”

 

쿵!

 

운기조식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호불위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이런 천지분간 못하는 노인네가 있나! 그 귀한 영약을 쳐 먹고 운기조식도 하지 않았다니!’

 

사람의 자질과 체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복용하면 평균적으로 십 년의 내공을 쌓게 해주는 것이 바로 태청신단이다.

 

자질이 뛰어나고 운이 좋으면 십 년이 아니라 최대 십오 년의 내공이 쌓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태청신단을 먹고 운기조식을 해서 그 약기운을 전부 흡수했을 때의 이야기다.

 

죽대 선생처럼 태청신단을 먹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태청신단 약기운의 태반이 흡수되지 못한 채 한낱 똥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 귀한 영약이 죽대 선생의 똥이 돼서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호불위는 당장이라도 그를 쳐 죽이고 싶었다.

 

자신이 먹었다면 절정의 경지에 올라설 수도 있을 태청신단이 그 가치를 모르는 죽대 선생을 만나 똥이 돼버렸으니…….

 

호불위는 분노와 질투, 거기에 허탈함까지 섞인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런 호불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죽대 선생이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군. 그렇지 않아도 요새 나이가 들어 기력이 예전만 못했는데, 몸보신이나 하게 청경 말코에게서 태청신단이나 몇 개 더 얻어야겠어.”

 

죽대 선생의 말에 호불위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해마다 상당한 금액의 기부금을 무당에 보내는 자신조차도 구경한 적이 없는 영약이 태청신단이다.

 

그런 무가지보를 몸보신용 보약재로 여기는 죽대 선생을 당장이라도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에 호불위의 손이 들썩였다.

 

‘이런 미친 늙은이가! 본문의 무가지보 영약을 뭐로 생각하는 거야!’

 

속으로 절규를 지를 때 호현이 말했다.

 

“그럼 청경진인에게 태청신단 좀 보내달라는 서찰을 작성할까요?”

 

호현의 말에 잘 생각했다는 듯 죽대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난 김에 지금 해야겠군. 지필묵을 가져오거라.”

 

‘태청신단을 편지 한 통으로 꿀꺽 할 생각을 해? 이런 미친 개잡놈의 새끼들아!’

 

스승과 제자가 하는 꼴에 극심한 분노를 느낀 호불위가 안간힘을 내며 화를 참고 있을 때 죽대 선생이 문득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 어디가 불편한 겐가? 왜 그렇게 몸을 떨어대고 있는 건가?”

 

“으드득!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현이 가져온 지필묵으로 죽대 선생이 글을 적은 후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봉투를 호불위에게 내밀었다.

 

“마침 잘 됐군. 표국이니 편지 배달도 할 터, 이것을 청경 말코에게 보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지를 보냈다가 무당의 노여움이 나한테 떨어지는 거 아냐?’

 

몸보신하게 태청신단을 보내라는 편지를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이 말했다.

 

“스승님, 십 년이나 연락을 하지 않다가 뜬금없이 태청신단을 보내라고 하면 청경진인께서 서운해 하지 않을까요?”

 

“흐흠, 그것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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