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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3화

노학사는 자신의 말에 심취해 호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극이란 우주의 섭리를 담고 만물의 이치를…….”

 

주위에 있는 학사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노학사는 흥에 겨운지 입에서 침까지 튀기며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호현이 입을 열려는 순간, 학사들 틈에서 한 청년이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혹시 호현 학사가 아니시오?”

 

자신을 알아보는 청년의 모습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다 그가 누구인지 기억을 해냈다.

 

‘사 년 전, 원시를 볼 때 봤던 사람이군. 이름이 뭐였더라…… 아마 진충이었지?’

 

청년의 이름을 기억해 낸 호현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진충 학사님이시군요.”

 

자신을 기억하는 호현의 모습에 진충이 웃으며 마주 포권을 했다.

 

“역시 호현 학사가 맞는군요. 사 년 전에 보고 지금 처음 보는데,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영광입니다.”

 

“진충 학사님도 제 이름을 기억하시지 않습니까?”

 

“그저 그런 원시(院試) 응시생인 나와 호현 학사가 어디 같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참 신이 나서 떠들던 자신의 말을 중간에 끊고 나타난 진충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노학사가 잘 걸렸다는 듯 끼어들었다.

 

“자네! 어찌 학사라는 자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것인가? 게다가 지금 자네가 한 말에 의하면 우리 모두가 그저 그런 사람들이 되는 격이 아닌가!”

 

노학사의 말에 진충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어르신은 이분 호현 학사님이 어떤 분인 줄 알고 그 앞에서 연설을 하고 계십니까?”

 

“죽대 선생님의 제자가 아닌가?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아무리 대석학이신 죽대 선생님의 제자라 하나 저렇게 어린 자가 지금 누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노학사의 말에 진충이 한숨을 쉬고는 호현을 가리켰다.

 

“이 호현 학사는 열네 살의 나이에 원시에 급제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에 향시를 합격한 거인(擧人)입니다.”

 

진충의 말에 노학사와 다른 학사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여기에는 반백이 되도록 원시에 합격하지 못한 학사들도 있다.

 

평생을 공부해도 향시를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열넷에 원시에 합격하고 열일곱 살에 향시를 합격했다니!

 

그 말에 자신이 공자 앞에서 문자를 썼다는 것을 깨달은 노학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기…… 호현 학사가 정말 향시를 합격한 거인…… 입니까?”

 

하대를 하던 방금 전과 달리 슬며시 존대를 하는 노학사의 물음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입니다.”

 

호현의 말에 노학사가 멍하니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 나이 오십이 넘도록 원시를 넘지 못했거늘. 호현 학사는 열일곱의 나이에 벌써 향시를 합격하다니…… 하아!”

 

한숨을 쉬던 노학사가 호현을 향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봉원에서 온 오 가라 합니다. 눈앞의 우물을 보지 못하고 물이 없다 타박을 했으니…… 내 사과를 받아 주십시오.”

 

그러고는 더 이상 호현 앞에 서 있기 민망한지 서둘러 마당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방금 전까지의 깔보던 눈빛은 사라지고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학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도교 강의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자신의 말에 학사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만보고 있자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첫 번째로, 일단 방금 전에 제가 설명한 태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도교의 가장 큰 사상 중 하나가 바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입니다. 상선약수에 대해 말해 보실 분 계십니까?”

 

호현의 말에 진충이 웃으며 말했다.

 

“상선약수에 대해서 모르는 학사도 있겠습니까? 상선약수는 상선(上善), 즉 높은 선은 약수(若水), 즉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물은 형체가 없고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그 모양이 변하니, 한 가지로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충의 말을 듣고 있던 호현은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자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더 하실 말이 없으십니까?”

 

“네? 더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지금 하신 말은 책에…… 휴! 아닙니다.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호현의 말에 진충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제가 몇 가지 부연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선약수는 도교의 시조인 태상노군 노자의 사상을 뜻합니다. 노자의 도는 물과 같다는 의미이지요. 여기서 물은 도를 뜻합니다. 물은 형체가 없고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합니다. 그 말은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고 사람에 따라 그 도의 깨달음이 모두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은 가다가 막히면 머무르고, 뚫리면 흐르며 늘 낮은 곳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것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는 것, 이것이 바로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도입니다.”

 

호현의 설명에 학사들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한 학사가 급히 물었다.

 

“아까 호현 학사께서 하신 답은 태극인데, 왜 상선약수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인지요?”

 

“제 태극에 대한 깨달음이 물이기 때문입니다.”

 

호현의 말에 학사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호현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깨달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사들이 답답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道)라는 것은 천인천색(天人天色)을 띠는 것, 자신이 깨우친 도를 다른 사람이 이해하라는 것도 무리였다.

 

깨닫는 도는 모든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말이다.

 

“제가 한 말 중에 태극에 대한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지우시기 바랍니다. 제가 말을 한 태극의 깨달음은 제가 깨우친 것이니, 여러분들은 각자 자신만의 태극을 깨달으시면 되는 것입니다. 아! 하지만 상선약수에 대한 이야기는 꼭 기억을 해두시기 바랍니다. 혹시 이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그대로 적으셔도 시험관이 좋은 점수를 줄 것입니다.”

 

딱딱한 분위기를 무마시킬 겸 호현이 웃으며 말을 했지만 학사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 적어놔야겠다.”

 

“붓. 붓이 어디 있지?”

 

“호현 학사님, 다시 한 번 말을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상선약수에 대해 한 말을 받아 적어 놓으려는 학사들의 모습에 호현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호현의 눈에 진충이 종이에다 자신이 한 말을 적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그 모습들을 본 호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려나…….’

 

제1-2장 무단표국

 

방헌현 유일의 표국인 무단표국의 연무장에서 사십 중반의 남자가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우웅!

 

검에서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남자의 검이 부드럽게 주위를 휘어 감았다.

 

스스스슥!

 

부드럽지만 강렬한 검세가 뿜어지며 주변에 있던 흙과 먼지들이 남자를 중심으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중년인이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팟!

 

검을 긋는 동작과 함께 회오리치던 흙먼지들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검집에 검을 넣은 중년인은 주위에 흩어져 있는 흙먼지들을 훑어보았다.

 

중년인의 주위 일 장 이내에 둥그렇게 흙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중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유운검법의 성취가 팔성에서 더 이상 오르지가 않는구나.”

 

유운검법의 성취가 팔성을 넘으면 흙먼지들이 주위 일 장이 아니라 이 장 밖까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흔적은 그가 유운검법 팔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쾅!

 

연무장으로 통하는 대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한 뚱뚱한 중년인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중년인, 무단표국의 국주 진유검 호불위가 눈을 찡그렸다.

 

이곳은 호불위만이 연무를 하는 개인 연무장. 자신이 이곳에서 연무를 할 때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국주님! 국주님! 큰일 났습니다!”

 

호들갑을 떨며 다가오는 무단표국의 총관 금부식을 보며 호불위가 한숨을 쉬었다.

 

“내 연무를 방해하면서까지 나타날 정도의 사안이기를 바라네.”

 

금 총관이 큰일이라는 소리를 거듭 외치고 있었지만 호불위는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자신은 무당의 속가제자, 그것도 무당파 장로인 청명진인의 속가 제자다.

 

그런 자신과 무단표국을 어렵게 할 문파와 인물은……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지만, 그런 인물과 문파는 호불위가 알아서 피해갔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인물과 문파는 무당파의 비호를 받는 무단표국과 호불위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말 큰일 났습니다.”

 

“그러니, 그 큰일이 뭔지 어서 말해 보게.”

 

금부식이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서찰 하나를 내밀었다.

 

“무당파에서 서찰이 왔습니다.”

 

서찰을 본 호불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당

 

간단한 두 글자였지만 호불위는 긴장했다.

 

‘돈을 보내라는 서찰인가?’

 

“안 뜯어보십니까?”

 

“끄응! 뜯어봐야지.”

 

서찰 안에 적혀 있을 내용에 슬며시 겁이 난 호불위는 서찰의 봉인을 풀고는 서서히 내용물을 꺼냈다.

 

협조 공문

 

학문에 조예가 있고, 도교 경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을 본산에 추천해 주기 바랍니다.

 

추천을 받은 자가 본산에 고용될 경우, 그에 대해 장문인께서 친히 치하를 하실 것입니다.

 

공문을 받은 후 칠 일 이내에 위 사항에 걸맞은 사람을 데리고 본산으로 오기 바랍니다.

 

서찰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호불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장, 장문인께서 친히 치하를 하신다고?’

 

얼굴이 굳어지는 호불위의 모습에 금부식이 급히 물었다.

 

“무슨 내용입니까? 돈을 보내라는 서찰이라면 거절을 하셔야 합니다.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저희 재정도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정색을 하는 금부식의 말에 호불위가 고개를 저었다.

 

“돈을 보내라는 내용이 아니네.”

 

호불위가 서찰을 내밀자 금부식이 급히 그 내용을 살폈다. 무단표국의 내정을 살피는 그로서는 무당파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서찰 내용을 훑어본 금부식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이상하군요. 내용을 보면 학사를 고용하겠다는 것 같은데, 무당파에서 왜 학사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네.”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까?”

 

“마지막 문장을 보게. 추천을 받은 자가 고용이 될 경우, 장문인께서 친히 치하를 하신다는 것 말이네.”

 

호불위의 말에 금부식이 서찰을 다시 한 번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중요한 겁니까? 국주께서는 새해마다 장문인을 직접 만나고 오시지 않습니까?”

 

금부식의 말에 호불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장문인을 만나고 온다는 것은 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허풍일 뿐이었다.

 

물론 호불위가 새해마다 무당파에 갔다 오기는 한다. 사부인 청명진인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호불위가 무당파 장문인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삼십 년 전, 무당파 속가제자로 들어갈 때 단 한 번. 그리고 그때는 현재의 장문인은 일대 제자였다. 장문인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즉, 호불위는 정식으로 무당파 장문인을 만난 적이 없었다. 아마 장문인은 호불위라는 사람이 누군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장문인은 나 같은 사람 모른다는 말은 생략하기로 한 호불위가 연무장을 나섰다.

 

뒤를 따라 오는 금부식을 향해 호불위가 말했다.

 

“우리는 받아 본 적이 없지만, 가끔 본산에서 속가제자들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네.”

 

“우리도 돈 보내라는 협조 공문은 받잖습니까?”

 

“돈이야 무당의 무공을 익힌 속가라면 누구라도 보내는 것이니 이것과는 별개의 것이지.”

 

“그럼 이건 다릅니까?”

 

“물론이네. 이런 식으로 본산에서 협조 공문을 보냈을 때는, 그것을 잘 이행하면 본산에서 따로 보상을 주네.”

 

“장문인의 치하 말입니까? 하긴 무당파 장문인이 직접 치하했다는 것을 사방팔방에 알리면 본 표국의 위상이 올라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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