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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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98화
혈하-第 198 章 내가 백련교주다
“탈명혈하다!”
“진짜 탈명혈하가 나타났다.”
군웅들은 크게 동요했다.
사군보는 당당한 신색으로 걸어 누대(樓臺) 위로 올라갔다.
군웅들은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과연 그토록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탈명혈하는 누구인가?
어떠한 인물인가?
다음 순간 사군보의 모습을 본 군웅들은 크게 놀랐다.
“아, 저 청년이 탈명혈하란 말인가?”
“아, 믿을 수가 없다.”
“저토록 영준하다니……”
군웅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일대의 마존 탈명혈하는 흡혈악귀나 야차와도 같은 흉인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그런 생각은 삽시간에 수정되어야했다.
구천대제 청허자는 사군보가 누대에 올라서자 정명한 눈을 떴다.
사군보는 태연히 입을 열었다.
“구천대제 청허자, 오랜만이군.”
구천대제 청허자는 합장했다.
“무량수불, 우리가 오뢰산에서 헤어진지도 벌써 몇 달이 흘렀군요.”
“벌써 그리 되었나?”
“그동안 시주가 뇌정보와 대하교에서 저지른 살겁은 또 한 번 빈도를 놀라게 했어요.”
사군보는 그 말에 입가에 비웃음을 띄었다.
“구천대제 청허자, 그대의 대정맹과 정파에서 감히 손도 못 대던 마의 집단을 내가 대신 처리했다. 그것이 죄가 되나?”
“……”
구천대제 청허자는 일시지간 말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군웅들도 그 말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그들은 죽음이 희생을 치르기를 두려워하며 대하교에 감히 맞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구천대제 청허자는 도호를 외웠다.
“무량수불, 허나 시주는 마의 지존 탈명혈하. 시주가 나온 이래 저지른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군요. 하루도 무림은 피가 마른 날이 없었어요.”
사군보는 당당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구천대제 청허자는 수중의 홀을 굴렸다.
이어 그는 딱딱하게 말했다.
“무량수불, 인생이란 끝없는 고해(苦海)와 같아요. 더구나 피로 물든 생애는 더욱 억겁의 연속이지요. 시주께서 스스로 참회를 한다면 자결하여 해탈을 얻기 바랍니다.”
사군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나보고 자결을 하라고?”
그는 갑자기 두 눈에 한광을 폭사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흥, 그것은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
구천대제 청허자는 그 말에 안색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뿐만 아니다.
군웅들도 술렁거렸다.
“정의 태양인 구천대제 청허자에게 자결을 하라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구천대제 청허자는 연신 도호를 외치며 긴 탄식을 터뜨렸다.
“아, 시주께서는 아직도 참회를 못하는 구료.”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군웅들을 둘러본 뒤 말했다.
“시주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해도 이곳 군웅들을 모두 당할 수 없어요.”
사군보의 얼굴에도 차가운 비웃음이 떠올랐다.
“구천대제 청허자, 똑바로 말하겠다. 나는 이곳의 군웅들과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나는 구천대제 청허자, 바로 마의 탈을 쓴 위선의 구천대제, 그대와 싸우려 온 것이다.”
그 말에 군웅들은 술렁거렸다.
‘구천대제가 위선자라니……“
“그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바로 이때,
“구천대제 청허자, 그의 말이 모두 맞다. 그대는 정녕 위선자다.”
한소리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구천대제 청허자와 군웅들은 크게 놀랐다.
휙-
누대 위로 열 명의 인물이 올라왔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승, 도, 속, 거지 등의 차림이었다.
또한 그들은 한 결 같이 커다란 삿갓으로 용모를 감추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서자 구천대제 청허자의 안색이 변했다.
“시주들은 누구요?”
열 명의 삿갓인들은 일제히 삿갓을 벗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구파일방의 장로들과 각대문파의 최고 배분자들이었다.
모두 천불동에 갇혀 있었던 자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는 불성 대천불존과 옥성 옥붕여제가 있었다.
그들이 모습을 현신하자 구파일방의 문도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장로님을 뵈옵니다.”
“대사숙을 뵈옵니다.”
장내의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구천대제 청허자는 곧 태연한 신색으로 돌아왔다.
그는 불성 대천불존에게 공손히 예를 표했다.
“무량수불, 그간 별래무양하셨습니까?”
불성 대천불존은 눈을 번쩍 뜨고 구천대제 청허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긴 탄식을 터뜨렸다.
“아미타불……구천대제 청허자, 그대는 진정 무섭구나. 우리가 이렇게 나타났는데도 그토록 침착하다니……”
차일의 상석에 앉아있던 유성 만해대학사는 얼굴에 기쁜 빛을 띠고 중얼거렸다.
“사군보, 그 아이는 성공했구나.”
“네, 그는 성공했어요.”
황보경의 음성은 기쁨으로 떨렸다.
그들의 대화는 모든 군웅들의 귀에 들어갔다.
그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들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분간할 수 없었다.
불성 대천불존은 침중하게 외쳤다.
“구천대제 청허자, 너는 우리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 뜻밖이겠지?”
“……”
구천대제 청허자의 청수한 얼굴은 더 이상 태연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아미타불, 우리 구파일방은 모두 너를 믿고 대정맹의 맹주자리를 넘겨주었다. 헌데 네가 그런 무서운 음모를 꾸밀 줄이야……”
곤륜의 고목존자는 수중의 신장(神杖)으로 바닥을 쿵 하고 찍었다.
“너는 3년 전 우리에게 암계를 써 우리들을 천불동에 가두어 놓았다. 천불동의 구파일방의 실전비급을 준다는 미끼 때문에 우리가 어리석게 걸려 들었다. 헌데 너는 각파에 우리가 스스로 무공을 익히기 위해 폐관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런 음모를 꾸몄다.”
“아!”
“그럴 수가……”
군웅들은 웅성거렸다.
그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무림의 태양, 정의지존이 이토록 가증스런 위선자일 뿐이야.
그들은 배신을 느꼈다.
그들의 믿음에 대해서.
“우……”
“아아……”
모든 군웅들의 시선은 구천대제 청허자에게 집중되었다.
“무량수불……”
구천대제 청허자는 도호를 외웠다.
청수한 그의 얼굴에는 회상의 빛이 어렸다.
“꼭 60년 만이군.”
그의 음성은 지극히 담담했다.
“내가 야망을 품고 중원정복의 계획을 세운지 꼭 60년이 걸렸다.”
이게 무슨 말인가?
60년 세월이라니……
청허자는 고작 30대 증반으로 보이지 않거늘 어떻게 60년 전에 모종의 음모를 꾸몄단 말인가?
공동파의 공동수사가 차갑게 물었다.
“네놈의 진정한 정체가 뭐냐?”
구천대제 청허자는 순식간에 표정이 변했다.
“하하하…… 실상 나는 천하를 통일하려 계획했다.”
“뭣이?”
“무엇이라고……”
중인들은 대경실색했다.
무당제일고수, 정도의 지주인 구천대제이자 대정맹의 맹주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군웅들의 안색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불성 대천불존는 노안에 경련을 일으켰다.
“구천대제 청허자, 너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냐?”
구천대제 청허자는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보더니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백련모계천하롱(白蓮謀計天下弄)-!”
-백련모계천하롱(白蓮謀計天下弄)!
백련의 음모가 찬하를 우롱한다.
누군가 대경하여 크게 부르짖었다.
“백련교!”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군웅들은 모두 실색하고 말았다.
“하하하…… 그렇다. 나는 바로 백련교의 교주다.”
“앗, 그럴 수가……”
“아……”
군웅들은 경악의 소리를 금할 길이 없었다.
백련교!
천 년 전 암흑을 주도하던 백련교가 현신한 것이다.
그것도 믿을 수 없게 백도 무림 안에서.
구천대제 청허자는 문득 두 눈에서 무서운 광채를 발산하며 말했다.
“나는 60년 전 백련교을 이어 받았다. 그때 이미 나의 가슴 속에서 천하제패의 야망은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원정복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제마오세의 맥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은 물론 애석하게도 백련교는 나날이 쇠퇴일로로 달려 당금에 이르러선 겨우 명맥만 이을 뿐이었다.”
“……!”
“……”
“그때 홀연히 나타난 자가 바로 묵혈대제 사악이었다. 난 그때부터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묵혈대제 수하로 스스로 자청해 들어간 나는 백련교의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썼다. 곽치궐, 바로 묵혈방 곤비각의 곡주로 변신한 것이다.”
-곽치궐(蚩尤闕)!
묵혈방의 눈과 귀였던 곤비각.
모든 정보를 통괄했던 곤비각의 곡주는 비밀 속에 자리한 천리비존이었다.
백련교주이자, 구천대제 청허자……
그런 그가 천리비존 곽치궐이란 또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곽치궐은 말했다.
“내가 곽치궐 역할을 한 것은 묵혈방의 조직을 이용해 제마오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나는 천황 송주행의 야망을 알았다. 나는 송주행의 야망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밝혀진다.
곽치궐의 음모가……
천황 송주행.
대지신궁(大地神宮)의 후예인 그의 야망은 하늘이었다.
곽치궐은 그런 그의 야망을 이용했다.
우선 그에게 벽력신패의 축융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
동시에 뇌성 뇌운장 국제강에게도 그 정보를 역으로 흘렸다.
천황은 때를 기다렸다.
벽력신패에 욕심이 생긴 국제강이 충융을 칠 때를.
국제강의 뇌정보나 축융은 세력이나 모든 면에서 대등하다.
결국 두 세력이 붙으면 양패구사(兩敗俱死)할 공산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뇌정보와 축융을 치열한 대접전을 벌였다.
그 결과 축융이 뇌정보에 의해 멸망을 당했으나 국제강 역시 막대한 희생을 초래하고 말았다.
국제강은 꿈에 그리던 벽력신패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기회를 기다리던 천황 송주행이 지친 뇌정보의 세력을 일거에 휩쓸며 나타난 것이다.
그리하여 국제강은 천황 송주행에게 패하고 벽력신패마져 빼앗겼다.
천황 송주행은 흉마면서도 머리가 뛰어난 효마였다.
그는 벽력신패를 국제강에게 주며 대하교와 손을 잡자는 제의를 한다.
국제강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 대신 무흔도수를 뇌정보에 두고, 자신은 벽력신패의 정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폐관에 들어갔다.
그 순간 곽치궐의 음모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백해의 후예인 묵혈방 차례였다.
이미 묵혈방의 요직에 자리해 있는 그가 묵혈방의 약점에 대해서는 훤히 꿰차고 있는 실정이라 그것보다 더 쉬운 일은 없었다.
그는 묵혈방의 약점을 천황 송주행에게 알렸다.
천황 송주행은 크게 기뻐했다.
천황 송주행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존재가 바로 백해의 후예인 묵혈방이었다.
곽치궐이 준 정보는 그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고 결국 대하교에 의해 묵혈방은 무너졌다.
곽치궐의 음모는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삼뇌마자 등을 이용해 사군보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게 함은 물론, 미리 철궁마종에게 언질을 주어 그로 하여금 군림성을 지키게 함은 물론 묵혈방 생존자들을 규합하게 했다.
이는 훗날 대하교와 군림성이 서로 싸우게 만들 고도의 차도살인계이다.
그 뿐인가?
금란곡의 정보까지 흘려주어 대하교의 힘을 빌려 금란곡 역시 멸문으로 치달리게 했다.
결국 천황 송주행은 곽치궐 대신 제마오세를 정리한 꼴이 된 것이다.
곽치궐은 묵혈방 천리비존의 신분으로 있으면서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는 도성 태극진인의 수제자인 청허자를 죽이고 자기가 청허자 노릇까지 한 것이다.
이것은 손 하나 대지 않고 백도무림을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음모였다.
그의 모든 계획은 뜻대로 이뤄졌다.
천황 송주행이 그랬던 것처럼 사군보는 껄끄러운 대하교까지 완전히 섬멸해 주었다.
이젠 남은 것은 본 모습으로 돌아와 강호를 지배하는 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