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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245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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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흑살마신 245화

245화. 금의위

 

 

무(武)는 어디서 익히는가?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물으면, 보통은 유명 문파를 거론할 것이다.

그곳에 입문해 제자로 들어가는 걸 떠올리는 것이다.

그럼 무(武)는 어느 집단이 최고인가?

그 질문에 사람들은 주저 없이 구파나 오대 세가를 지목할 것이다.

물론 간혹 일인전승의 문파에서 무림을 휩쓸만한 인재가 출현하고는 하나, 그것은 아주 드문 일일 뿐.

괜히 구파와 오대세가가 무림맹의 핵심으로 자리한 게 아니었다. 그들에겐 오랜 세월 만들고 발전시켜온 자신들만의 무(武)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술이라는 것은 곧 자연에 속한 것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이치를 오롯이 담아 발전시키는 게 각 문파들의 발전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명문정파든 아니면 그냥 시골의 무술학당이든, 절기와 비기로 불리는 것들은 대개가 비슷하기 마련이었다.

무당의 태극혜검과 모용세가의 두전성이가 그러했다.

특히 소림의 경우는 다른 문파와 비슷한 기술이 태반일 정도로 많았는데, 그런 소림보다도 더 다양하고 많은 기술을 보유한 집단이 있었다.

바로 군부(軍部)였다.

국가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군부. 그곳에 속해 있는 병사들은 국가의 도구다.

오로지 국가에 승리를 가져다주기 위해 양성되었기에 금기라는 게 없었고, 소림에서 마공이라 치부되는 기술조차도 군부에서는 쉽게 쉽게 사용되곤 하였다.

그 군부에서도 가장 특출난 자들이 모인 곳에 소집령이 떨어졌다.

"어서 이동해라. 서둘러라!"

상관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모이는 사람들.

팔십의 무리가 반듯이 도열해 앞에 선 상관에게 집중한다.

그들은 황군 중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자들로, 군인을 그만두고 무림에 나가더라도 능히 큰 명성을 날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각각 1만의 군사를 이끌 지휘자들이기도 했다.

세상은 그들을 가리켜 금의위(錦衣衛)라고 일컬었다.

"위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최근 수도 내에서 살변을 일으킨 자를 죽여서 그 수급을 가져오라는 명이다."

"지금 어디쯤 있답니까?"

"어제 북경을 떠, 현재 산서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산서면 이번에 황군이 임무 수행을 위해 간 지역 아닙니까."

이미 황군에는 금의위 소속의 지휘관이 10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금의위는 평시에는 황제의 보호와 정보 수집 등등의 일을 하지만, 전시에는 이런 식으로 차출해 병력을 이끌기도 했다.

그들이라면 도망간 이들을 잡기에 충분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곳에 모인 자들의 공통된 생각.

그러나 상관이 고개를 젓는다.

"이번에 잡아들일 자는 흑살마신이라는 자다. 마교 출신으로 반란분자들과 연합해 반역을 꾀한 놈이지. 무림맹도 연관이 되어 있고, 아마 황군이 도착하기 전 미리 넘어가 손을 쓸 것으로 보인다."

즉, 그가 무림맹으로 돌아가 황군의 출병을 알리기 전 잡아들여야 한다는 뜻.

상관의 설명을 들은 자들이 각자 말없이 눈을 굴리기 시작한다. 이들은 싸움 이전에 전쟁이나 추격 등에도 도가 튼 인물들.

지금 출발하면 목표가 산서로 들어가기 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자, 용모파기와 식량이다. 하나씩 챙기고 출발해라!"

군부의 구성원이자 황제의 사냥개들이 사냥감을 확인하고는 성 밖으로 출발했다.

그들 모두 화경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

 

푸른 하늘. 뜨거운 태양 아래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내달리며 천강이 악기 연주에 힘을 쓴다.

어느덧 천강은 투파창귀에게서 얻은 악기 중 3개를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이 어려웠지 결국 모든 게 내기의 흐름인 걸 인지하는 순간, 깨달음은 마치 파도처럼 강하게 밀려왔다.

묵현이 그런 천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뛰는 거 하나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천강은 호흡하나 바뀌지 않고 악기를 연주해댄 탓이다.

'역시 현경이란 게 대단하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때 앞서가던 천강이 돌연 연주를 멈추고는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한 나무 위로 올라 산 밑을 가만 바라봤다.

"왜 그러나?"

"올라와 봐."

천강을 따라 묵현이 나무 위로 올라가 선다. 한 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으로 젖은 그의 몸을 말려주었다.

"저기 보여?"

천강의 검지 끝을 따라가자 거대한 무리가 보였다.

마치 뱀과 같은 모양.

그것은 북경에서 출발한 10만 대군이 산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약 한나절 차이로 뒤늦게 출발한 묵현과 천강이 드디어 그들을 따라잡은 것이다.

"……이렇게 보니 굉장히 숫자가 많군."

"많지. 아마 저 앞에 서면 더 많을 거다."

천강이 가만 그들을 바라보며 묵현에게 물었다.

"저것들 저대로 놔둬도 되냐."

"방법이 없지 않나. 우리 둘이서 뭘 해볼 수 있는 규모도 아니고."

"근데 이대로 지나가기엔 좀 그런데."

중무장을 하고도 생각보다 빠른 이동.

저 행군 속도를 꾸준히 지속한다면, 천강과 묵현이 무림맹에 도착해 사정 설명을 하고 뭔가를 해보려 해도 시간적으로 쫓길 것이다.

이미 적이 코앞에 다다른 상황일 테니까.

"잠깐 손 좀 보고 가자."

"어떻게 하려고?"

"간단해."

북경에서 산서 중부로 들어서는 최단 길목에는 걸어서 지나갈 수 없는 큰 강 두 개와 산 하나가 존재했다.

그것에 훼방을 놓자는 생각이었다.

"과연…… 저들은 대군이라 한 번 방향을 정하면 트는 데에만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이러나저러나 한나절은 꼬박 날리게 되겠지."

"그럼 너도 동의한 거다?"

"물론."

천강과 묵현이 황군을 앞질러 갔다. 그리고는 그들에 앞서 강에 있는 다리를 아주 산산조각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 자리한 배들은 물론, 나무까지 절굿공이를 들고 모조리 부숴버리는 천강.

"이러면 급조로 다리를 만들 생각도 못 하겠지."

일을 마친 천강과 묵현은 해당 마을로 가 부서진 뱃값을 넉넉히 지불하고는 밥을 먹고 떠났다.

"좋아. 다음 강도 이렇게만 하자고."

다만 그전에…….

천강이 바위 하나를 번쩍 들어 강 앞에 세웠다.

"천강. 뭐 하는 건가?"

"잠만 기다려 봐."

 

***

 

"이, 이게 대체……."

강물 가장자리로 둥둥 떠다니는 잔해더미의 모습에 병사들이 상관을 쳐다보았다.

그 상관들은 자신보다 상관을 돌아보고, 이번 임무의 총지휘관이자 새로이 대장군으로 임명된 도첨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란 듯이 요란하게 판을 벌여놓은 게 마치 약 올리는 듯한 행태로 다가온 것이다.

감히 이 건방진 것들이……!

"대장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 근처에 다리가 또 있느냐?"

"없습니다. 그나마 이곳의 수로가 얕아, 이 강을 건너든지 아니면 쭉 남쪽 길을 따라 내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을 건너려면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

무엇보다 전쟁도 치르기 전 피로가 쌓이는 건 될 수 있는 한 피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도첨이 남쪽으로 우회할 것을 지시하려는 순간이었다.

"대장군님! 이쪽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장군과 그 산하 지휘관들이 물가 앞으로 가 선다. 그곳에는 떡 하니 바위 하나가 놓여 있었다.

 

『 옛말에 자신의 수준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다 하였다. 그러니 그대의 수준을 알고, 이쯤에서 북경으로 돌아가길 바라노라. 그런다면 그 알량한 목숨 줄을 연명할 수 있으리라. 』

 

"이, 이런 때려죽일 놈들이!"

"대장군! 진정하십시오!"

"놔라!"

신경질적으로 부관을 밀쳐낸 그가 바위의 흔적을 찬찬히 살폈다.

보아하니 반 시진이 채 안 돼 보였다.

"북경에서 소란을 피운 놈들이 있다고 했지?"

"예, 예에."

"그 자식들이다. 미리 성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 것이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병사들을 보내 인근 마을을 조사하게 했다.

마을 주민들을 통해 두 사내가 나타나 뱃값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도첨이 지휘관들을 모아 일렀다.

"산서로 들어가기 전 놈들부터 잡는다. 잡아서 감히 놈들이 누구의 코털을 건드린 건지 내 직접 보여줄 것이니라."

"장군. 그냥 남쪽으로 우회를 하시는 게……."

"고작 두 놈이다!"

"그래도 저들을 뒤따라가다 보면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계속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도첨에게도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남부로 가면 갈수록 수심이 깊어진다. 특히 산서 지방 밑자락은 배 없이는 절대 지나갈 수 없지. 만약 그곳도 이곳처럼 조치를 취해놓았다면 우리로서는 지금 이곳을 지나 놈들을 따라가는 게 낫다."

어찌 됐든 이곳은 얕고 훼방을 놓는 놈은 단 두 놈뿐이니까.

그 말에 사람들이 수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였다.

사실 산서 밑자락은 어업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 많아 명분 때문에라도 그 배들을 건들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꽂히면 그것에 맞게 이유를 갖다 붙이는 생물이다.

지금 대장군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도첨이 팔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여봐라!"

"예!"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무리.

"지금 당장 근처 나무를 싹 쓸어와 다리를 만들어라! 강을 건너 놈들을 바짝 뒤쫓는다!"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천강이 꼼꼼히 부수고 다니진 않아 주변에 나무들이 제법 되었지만, 강을 지나는 다리를 만들어 이동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또한 10만의 병력과 전장 물자가 모두 이동해야 하는바, 그들은 그곳에서 꼬박 하루의 시간을 날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 수난은 시작에 불과했다.

"장군! 길이 엉망입니다! 아무래도 무림의 고수들이 한바탕 큰 싸움을 벌인 듯합니다!"

"병력들을 시켜 흙을 메우도록 하라. 어떻게든 수레만 지날 수 있으면 된다."

"장군! 이번에는 쓰러진 거목 수십 개가 길목을……."

"애들 시켜 치워."

"장군. 웬 거대한 바위 세 개가 떡 하니……."

도첨의 눈이 시뻘게졌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마교 놈들.'

결국 지쳐 하루 휴식을 명한 대장군 도첨.

비록 천강의 도발에 걸려들었을지언정, 명색이 북방으로 전장을 몇 차례 다녀온 적 있는 그는 병사들의 상태를 챙길 줄은 아는 지휘관이었다.

그래도 욱하는 성격을 가진 그는 한참을 막사에서 씩씩거렸다.

그런 그때, 부관이 후다닥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보고했다.

"대장군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아직 한 발짝도 안 움직였는데!"

치를 떠는 대장군의 표정에 부관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게 금의위에서 왔습니다."

"금의위가?"

금의위는 대장군인 도첨 또한 한동안 몸을 담고 있던 조직이다.

막사 밖으로 나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하핫. 아니, 다들 바쁠 텐데 어인 일로 이곳에 이리 많이 오셨는가!"

"사람 하나를 잡아달라고 동창에서 부탁해서 말입니다."

"동창?"

동창과 금의위는 사이가 안 좋다.

정확히 말하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둘 다 황제를 위한 기관이긴 하나, 그 힘이 동등해 권력을 분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가족조차 내치는데, 하물며 남이라면 어떨까.

그런 탓에 동창과 금의위는 겉으로는 서로 협조하는 모양새를 띄워도, 속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는 견원지간과 같은 사이였다.

그런데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다니?

"태감이 재미있는 제안을 해 와서 말입니다."

"제안이라니?"

"죽여서 그 목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면, 금의위의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권력을 나누고는 있다고 해도 태감은 늘 황제와 함께한다.

알게 모르게 황제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곤 했는데, 거기서 인사에 영향을 주곤 했던 것.

그걸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핫. 엄청나군. 대체 그 사냥감이 누구기에 태감이 그 정도나 내건 것이지?"

"흑살마신이랍니다."

"흑살마신이라."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사실상 대장군을 포함 금의위 대다수가 현 황제와 몽골로 전쟁을 치르러 다닌 이들인 만큼, 50년 전 무림에서 알려진 이의 이름 따위 기억할 리 만무했다.

요 근래 와서야 무림인들의 가치가 높아져서 그렇지, 그전까지는 깔보는 그런 게 없잖아 있었고.

사실 고관대작들에게 무림인들은 시정잡배, 양아치 정도와 같았다.

그나마 인정하는 이들이 있다면 오대세가와 소림 정도?

"수소문해보니, 무림 쪽에서는 과거 이름 좀 날린 이랍니다."

그렇군. 그러니 황제 폐하의 대군이 이토록 고전을 하고 그런 것이겠지.

"아무쪼록 그 둘은 저희가 처리할 터이니, 대장군께서는 천천히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십시오."

"하핫. 믿음직스럽군. 정말 고맙네!"

금의위 소속 팔십의 인물이 대장군에게 꾸벅 예를 갖추고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짜증으로 그득하던 대장군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렇게 안심이 되십니까?"

부관의 질문에 대장군이 큰 소리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암! 그 누가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

최소 화경의 실력자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현 무림에도 많지 않다던 현경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소수에게만 전수하는 무림의 문파들과는 달리, 군부는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

그들 모두가 똑같이 국가의, 황제의 재산이기에.

또한 전장을 돌아다니며 전우애로 똘똘 뭉친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상당수 공유하곤 하였으니, 옆의 동료가 살아야 자신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그들은 그 어떤 조직보다도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현경만 32명이다. 중원의 그 누가 저들을 상대할 수 있으랴!'

최강의 조직이란 자부심이 대장군의 가슴에 뭉클 피어올랐다. 그는 금의위가 흑살마신을 잡을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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