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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241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241화

241화. 운철

 

 

"자, 그럼 시간 좀 남았으니 어디 수확물을 확인해볼까?"

이 녀석들에겐 좀 묻고 싶은 게 있단 말이지.

콧노래를 부르며 천강이 마지막으로 제압한 사신을 들어 올린다. 그러나 곧 천강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고 그 손놀림이 빨라졌다.

살피던 사신을 옆으로 치우고 다른 사신들을 확인하는 천강.

"하. 새끼들."

고문을 당할 걸 예상한 것인지, 사신들이 모두 독을 먹고 자결한 상태였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목표한 것은 이루었으니까.'

탐(貪)을 통해 시체들을 처리하고 자리를 무사히 이탈하자, 묵현이 천강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안 것이지?"

"뭐가?"

"놈들이 청루 바깥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거 말이다."

"아, 그거? 내가 얼마 전 녀석들을 놔줬잖아."

뒷골목이든 저잣거리든, 아니면 무림인들 간의 싸움이든. 집단에 속해 있는 놈들의 행동은 단순하다.

어딘가에서 얻어맞으면 꼭 그 패거리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럼 그때, 일부러 이걸 노리고 그랬다는 건가?"

"그래."

네 놈을 죽여본들 별것 없지만, 그게 스무 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아마 이번 일로 사신 놈들 활동반경이나 저돌성은 꽤 죽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 날파리들도 퇴치했겠다, 이제 만날 사람 만나고 빨리 이곳을 뜨자고."

 

***

 

다수의 발자국 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관군들의 이동에 저잣거리서 떠들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모였다.

"분명 이 근처였습니다."

멀리서 천강과 사신들이 싸우는 걸 우연히 목격한 남자가 경비대장에게 그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걸 들은 경비대장의 이마가 잔뜩 찌푸려졌다.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더냐."

"어휴. 맞다니까요. 아니 글쎄 다수의 복면인들이 누군가와 싸우는데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니까요. 마치 귀신. 그래. 귀신과 같았습니다요!"

천강이 절굿공이를 후려치는 소리는 꽤 컸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 들었고, 경비대에 신고를 넣어 출동한 것이니만큼 진술하는 남자가 거짓을 고하진 않았으리라.

그러나 경비대장은 그가 하는 말을 개소리로 치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복면인도 없어. 시체도 없어. 그 정도로 큰 소란이라면 어디 싸운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엉?"

"그, 그러게요. 다 어디로 갔지. 분명 여기에 이렇게 쌓여 있었는데."

목격한 현장에 대해 진술을 하고 그 보상을 받아볼까 하여 열을 내던 사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경비대장이 눈을 반으로 좁혔다.

"혹시 네놈, 한패 아냐?"

"예? 아, 아니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네놈도 한패인 게 틀림없어. 여봐라. 이놈을 포함해 조금 전 진술한 이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에에? 어르신. 어르신!"

관군들이 일반인들을 싸잡아 간다.

이 늦은 시간에 관군들을 총출동시킨 만큼 어떤 성과가 있어야지, 그런 것도 없었다간 위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경비대장이 주변을 한 번 슥 훑고는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나머지는 지금 당장 흩어져서 성내에 수상한 이들이 없나 수색한다. 지원 병력도 호출해라."

 

***

 

댕댕댕댕댕.

종소리가 울리고, 호각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저잣거리를 본 천강과 묵현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고 왔으니 추격이 여기까지 오지는 못할 것이고, 오히려 저쪽에 수상한 자가 출현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이쪽 감시가 줄어드는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다들 모여. 어서! 빨리 이동해!"

"무슨 일이랍니까?"

"지원요청이다!"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자 빠르게 그 옆으로 지나가는 병사들. 아무튼 사신들과의 소동으로 인해, 천강과 묵현은 생각보다 빨리 황궁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은 곧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천강. 경계 서는 병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도저히 저들의 경계를 뚫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어느 정도인고 하니, 황궁의 담장 앞으로 병사들이 세 보 간격으로 주르륵 나열해 있었다.

그러나 천산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천강에겐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무려 여울나무 적진 한가운데에도 들어가 암살을 하고 나오지 않았던가.

"걱정 마. 그 누구라도 우리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할 테니."

천강은 묵현과 자신을 검은 안개로 감싸 높다란 지붕 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달이 구름에 가려진 순간, 하늘 위를 이동해 담을 넘었다.

그렇게 그들 눈앞으로 펼쳐진 궁의 모습.

건물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늘어서 있고, 그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의 수는 바닥을 돌아다니는 개미만큼이나 많다.

'여기가 새 수도로 옮기며 건축된 황궁, 자금성이라 이 말이지?'

어떤 사람이 얼마나 잘났는지는, 그 사는 거처와 그곳을 돌아다니는 사람 수를 보면 안다.

천강은 황제가 가진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황제가 마음먹고 쳐들어오면 천산은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된다더니…… 빈말이 아니로군.'

허공에 떠서 목표지점을 찾는다.

"저기다."

묵현이 가리킨 곳을 확인하자마자 천강이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휘리릭. 작은 바람이 일고 그에 따라 주변 불꽃이 일렁였다.

구름이 지나가고 다시금 드리우는 달빛.

"응? 바람인가?"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옥 한쪽 그늘에 자리를 잡은 천강과 묵현은 고민에 잠겼다.

"입구에 너무 많은 인원이 서 있군."

"제압할까?"

천강이 주먹을 들어 보이자 묵현이 고개를 저었다.

"황군은 웬만해선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그게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 명분이란, 황제가 무림에 끼어들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뜻.

"그럼 감옥을 조용히 부수고 들어가는 건 어때?"

"황실 물건에 손을 대는 것 또한 좋지 않다. 그 또한……."

"명분이라 이거지?"

거 진짜 더럽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때 탐(貪)이 고개를 쳐들었다.

- 내게 맡겨라.

뭘 어쩌려나 하고 본즉 녀석이 몸을 펼치더니 두 사람을 둘러쌓았다. 그리고는 땅을 파고 옥 안으로 이동시켰다.

일전에 무영신투의 비고에서 탈출할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바닥에 난 구멍을 재빨리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메운 녀석은 다시 펄럭펄럭 천강에게 달라붙어 옷 역할로 되돌아갔다.

묵현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말했다.

"경비가 바깥에서 대기하는 형태의 옥이다. 여기부터는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눠도 된다."

수감되어 있는 인원들은 꽤 되었다. 그럼에도 옥 자체가 상당히 큰 편이라 사람을 찾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보였다.

상황을 파악한 묵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곤란하군. 괜히 이상한 인간에게 말을 걸었다간 소란이 일 수 있는데."

노인의 서신에 따르면 이곳에 장각이란 인물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천강과 묵현이 그에 대해서는 딸랑 이름만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각을 찾으려고 수소문했다가 이상한 놈이라도 엮이는 날에는 자신이 장각이라며 사기 치고 수상한 요구를 해올 수도 있었고, 좀 극단적인 상황으로는 장각이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지금 두 사람은 최대한 조용히, 그렇지만 장각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너 뭐 따로 아는 정보 없냐?"

"미안하다. 없다. 서신에는 그저 대장군의 수족이라 적혀 있을 뿐."

"그래?"

대장군의 수족이라…….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다.

 

***

 

대장군은 무인이다. 즉 무림인과 비슷하며 굳이 비교하자면 정파에 가까운 인물.

그런 그의 수족이라 불릴 인물이라면 그 또한 같은 무인이겠지.

"천강.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넌 뒤에서 보고 있다가 내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 나와."

천강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 번 슥 둘러보더니 사방으로 내기를 흘려보냈다.

그 내기들은 빠르게 퍼져 나가, 수감자들 전원의 귀에 날아가 박혔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살기를 미약하게 담아서. 흠흠.

"이곳에 내 형제의 원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은 장각이다. 조용히 녀석의 목만 가져갈 터이니 얌전히들 있어라."

그러자 다수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보통 감옥에 누군가 수감되면 그 신원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공간이 얼마가 됐건 사람이 모인 곳에는 우두머리가 있으니…… 누가 이곳에서 왕초인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감옥에 있는 이상 그 신변을 숨기기 힘들다는 의미.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천강이 그 앞에서 서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사내가 스르륵 눈을 떴다.

한눈에 봐도 일평생 무를 갈고 닦은 듯한 모습.

그가 천강을 보고는 담담히 이야기했다.

"모르는 얼굴이군. 그대의 이름이 어떻게 되지?"

"내 형제를 죽였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건가?"

"전장을 돌아다니며 숱한 사람을 죽였다. 일일이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진 못해도, 내 업보는 인지하고 있다. 그뿐이다."

"사실 나는 그대를 모른다. 그저 원수의 이름이 대장군 밑에서 일한 장각이란 것만 알지. 묻겠다. 그대가 장각인가?"

남자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다."

사실이로군.

심안(心眼)으로 본 그의 말은 진실.

목표물을 찾은 천강이 사방을 검은 안개를 둘렀다. 소리와 기척이 차단되자, 묵현이 천강 옆으로 찬찬히 다가와 섰다.

일렁이는 횃불 아래 얼굴을 드러내는 묵현을 본 장각은 마치 돌아가신 부모라도 뵌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앞에 엎드렸다.

"폐하! 소신 장각 인사드리옵니다!"

묵현 쪽에서는 몰라도 대장군 측에서는 아무래도 그 용모파기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초대 황제와 빼닮았다든지.

"그래. 일어나라. 그대는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대장군이 처형되기 전,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남겨놓았다고 했다.

그 검은 가루 또한 그중 하나였다.

"그것은 운철이라는 것입니다."

"운철?"

"예. 일찍이 현 황제가 아직 황위에 오르기 전, 몽골로 원정을 나아갈 시절에 돌연 하늘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졌답니다."

그걸 길조로 여긴 그는 그걸 챙겨두었는데, 이후 전투에서 승승장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그는 어디를 가던 그것을 가지고 다녔고, 나이가 들고 이곳 북경에 자리를 잡은 뒤로는 황궁 깊숙한 곳에 그것을 숨겨두었다고 했다.

"그게 어디 있는지 아나?"

"모릅니다. 그 위치를 아는 건 오로지 황제와 그 수족인 태감뿐이니, 찾고 싶으시다면 황궁 전체를 뒤지셔야 할 것입니다."

결국 운철 공급을 막는 건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그럼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실험실을 제거해야겠군.'

아무튼 사신에 대한 해결책 방향은 잡았고, 이젠 그 약점에 대해 알아야 할 때.

묵현이 사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각이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그런 기이한 능력이 있었군요. 확실히…… 저도 그 관련해서 우연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지?"

"예전에 대장군께서 한 대장장이와 이야기를 나누실 때였는데, 그 운철은 기존의 운철들과는 좀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운석이 그와 같진 않다고 했다. 그저 다른 금속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하고 특이한 빛깔을 띨 뿐.

그런데 황제가 취한 운철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 번 특정한 기를 머금으면, 다른 종류의 기들은 일체 차단하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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