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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237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237화

237화. 북경으로

 

 

"그럼 다녀온다."

천강과 천수향이 손을 흔들고, 한사와 남궁선이 꾸벅 예를 갖춘다.

마교지부에서 묵현을 만난 천강은 말을 빌려 곧장 북경으로 향했다.

"천강, 들었나?"

"뭔데?"

"무당 쪽은 이번에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더군."

"생존자가 얼마나 되길래 그래?"

그래도 용봉지회 쪽에서 살아남은 무당파 인원은 꽤 되었다. 그런데 멸문?

"급히 자신들의 문파로 돌아가려다가, 화산파 장문인처럼 노상에서 화를 입은 것 같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우리도, 다른 문파들도 언제고 습격받을 수 있다는 의미지."

그 이야기를 들은 천강은 급 후회가 되었다. 남궁세가의 가주를 좀 더 설득해, 각 문파가 흩어지는 걸 방비할 걸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대로 돌아가다가 모두 전멸하면 위험한데.'

그때 천수향이 달리던 말을 세웠다.

"천강. 내가 가서 수습할 테니 너 혼자 갔다 와."

"괜찮겠어?"

"내가 누군지 몰라? 50년 전과 지금의 난 달라. 걱정하지 마셔. 내 몸 간수는 내가 알아서 잘하니까."

그걸 물은 게 아닌데.

달포 간 혼자 있을 수 있느냐는 의미였지만, 천강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찌 됐든 그녀가 나서주면 좋은 거니까.

"그럼 부탁 좀 할게."

"빨리 갔다 와. 이상한데 들르지 말고."

천수향이 마을로 돌아가고, 천강과 묵현은 다시 말을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마을마다 들러 새 말로 교체해 내달렸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묵현이 어떤 증표를 내보이자 관군은 두말없이 그들에게 말을 내어주었다.

"그것도 전에 네가 말한 세력이 지원해준 거야?"

"그래."

"뒷배가 꽤 든든하나 보네? 대체 누구기에 쫓기는 황족에게 그리 큰 지원을 하는 거지?"

"굳이 분류하자면,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를 따르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즉, 초대 황제와 전대 황제를 따르는 무리란 뜻.

천강이 말 위에 누워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물었다.

"전대 황제를 따르는 무리라고? 쉽게 말하면 반란인데, 그들이 널 도울 이유가 있나?"

"그들의 충심을 못 믿겠단 의미냐?"

"그건 아니고, 확실히 하고 가잔 말이다. 북경에 가면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과 조우

하게 될 텐데…… 너무 황실과 가깝잖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나도 뭔가 좀 알고 있어야 대비를 하지. 긴장도 하고."

잠시 조용히 말에 박차를 가하던 묵현이 입을 열었다.

"그들이 날 돕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그들 손에 떨어지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것이다.

정치하는 자들이 무료 봉사를 한다? 소가 알을 낳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이전 수도 남경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은 내가 왕위에 오르면 수도부터 시작해 그 모든 게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거라 생각하고 있다."

"과연…… 팍팍 밀어줄 만하구만. 역시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덴 득과 실이 확실해야 해."

"그래도 너무 그렇게 보지 마라. 어찌 됐든 현 황제가 황위에 올라섰을 때, 그 관직들을 마다한 충신들이다. 그 행동엔 거짓이 없다."

뭐…… 그렇다면야.

천강이 말에서 몸을 일으켜 북동쪽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북경에 일찍 도착하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네 계획은 뭔데?"

"일단 그들 중 몇몇을 만나볼 생각이다. 상황을 듣고 난 뒤, 수감 중인 이가 있는 곳을 찾아 검은 가루에 대한 정보를 들을 것이다."

"그럼 이러나저러나 네 뒤를 받쳐주는 이들을 만나야 한단 말이로구만."

과거 중원을 다스리던 관료들이라…… 어떤 자들인지 궁금하네.

 

***

 

"다들 수고했소이다. 그럼 달포 후 무림맹에서들 봅시다."

각 문파 장문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에게 예를 갖춘다. 그들의 얼굴은 웃고 있어도 그 속은 꽤 타들어 가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누군가 집에 들어와 가족들을 다 살해했으니 어찌 아니 그럴까.

용봉지회의 일을 맡고 있지 않았다면, 무당파나 화산파 장문인처럼 벌써 돌아갔을 것이었다.

인사를 마치고는 회의실 밖으로 발을 옮기는 사람들.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천수향이었다.

"다들 동작 그만."

일단 무림의 선배이자 고수의 등장에 사람들이 예를 갖춘다.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을 드러내자, 그녀가 문을 닫고는 회의실 좌석에 앉으라 강요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장문인들. 그때 무림맹 맹주가 먼저 자리하고, 이어 한사와 당묘오가 착석함으로써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남궁태우가 대표로 묻는다.

"무슨 일이시기에 그렇소?"

"무당파가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당황한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천수향의 말이 그들 가운데로 이어졌다.

"급히 복귀하던 장문인이 사망하고, 현재 무당파의 생존자는 이곳에 남은 4명이 전부라는 소식이다."

생존자가 4명밖에 안 된다는 건, 사실상 멸문당했다는 말과 같았다.

피해를 극심히 입었다고 소문이 난 아미파조차도 인원이 10명이 넘지 않던가?

"살고 싶다면 자신의 문파로 돌아가지 마라. 적들이 매복 중이다."

그 한마디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사실 마교의 습격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막연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마교가 자리한 천산은 이곳에서 까마득히 멀리 있다. 여기 있는 장문인들 중 천산 근처에 가본 이가 채 2할도 안 될 정도로.

곤륜이 자리한 청해 땅도 안 밟아본 이가 반수 가량인데, 그 너머에 있는 마교가 상상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그런 그들이 이제는 이 주위로 매복하고 있다고 한다.

"음존의 말씀대로라면……."

"아무래도 그럴 걸세. 각 가문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마교 이 개 같은 놈들이!"

사실 그것은 사신들과 태감의 짓이었지만, 천수향도 한사도, 그리고 남궁세가의 가주도 가타부타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 진실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 판단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이곳에 주야장천 상주하고 있을 수도 없고."

그때 잠잠히 있던 남궁태우가 입을 열었다.

"모두 무림맹으로 가십시다."

"예?"

"무림맹은 여기 모인 모두가 지낼 만큼 충분히 넓소. 우리가 뭉쳐 있다면, 저들도 쉽사리 덤비지 못할 것이오."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던지 말이지요."

사람들이 하나둘 찬성을 하고 나섰다.

이미 제갈, 황보, 모용, 화산, 무당이 당했다. 이 이상 피해를 본다면 중원이 마교의 손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나마 소림이 피해가 거의 없어 다행이군요."

소림은 용봉지회를 개최한 주최 문파. 그로 인해 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림 또한 같이 움직여야 할 것이외다."

"알겠소, 맹주."

그렇게 온 무림의 문파들은 산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소문은 빠르게 번져, 곧 마교와 무림맹이 정면으로 붙을 것이라 퍼져 나갔다.

 

***

 

화륵. 화르륵.

장작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어둠 속으로 나직이 울려 퍼진다.

곤히 자고 있는 묵현을 한 차례 쳐다본 천강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하늘 위로, 수천의 빛이 반짝반짝 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

어떤 것은 좀 더 밝고, 어떤 건 희미하고.

그걸 말없이 주시하던 천강이 검은 안개에서 개구리 한 마리를 꺼내 들었다. 최근 천강이 따라 하는 생물이 바로 요 녀석이었다.

야행성인지 주변을 기웃기웃하다 벌레를 하나둘 잡아먹는 녀석.

이제는 그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지 않아도, 가만 눈을 감고 대상이 되는 개체에 자신을 이입만 해도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천강이었다.

'하나, 둘, 셋.'

덥석.

'세 마리로는 아직 부족하지. 하나 더 어디 없을까.'

개구리의 심리를 따라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천강.

개구리 주위를 빼곡히 감싸고 있는 내기가 천강에게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생생히 전달해와 사실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머릿속으로 따라 하는 와중이었다.

사박-

천강의 눈이 스르륵 열렸다.

마치 귀신처럼 그 어떤 내기도 느껴지지 않으나, 수풀이 흔들리고 땅을 밟으며 생기는 작은 파동이 천강의 귓가와 기감을 흔들어 놓았다.

천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기척에 묵현 또한 일어나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와."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는 복면인들.

사방에서 4명의 사신이 무기를 움켜쥐고 서서히 다가왔다.

"너희들이냐? 최근 문파를 습격하고 다닌다는 무리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모른 척 묻는 천강의 질문에, 그들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다."

"우리는 사신."

"무림인들을 멸할 존재."

"일합무신. 너는 오늘 이 자리서 죽어주어야겠다."

내가 일합무신인 건 알고 흑살마신인 건 모른다?

그 말인즉슨, 최근 천강이 힘을 숨기고 다닌 게 꽤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뜻.

"누가 사주한 거냐?"

"죽을 자에게 답을 해줄 의무는 없다."

"잘 가라."

흥. 매정한 놈들.

사신들이 천강과 묵현에게 달려들었다.

묵현에겐 하나가, 천강에겐 셋이 달려든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목표가 천강이었거나 잔챙이는 놓치더라도 강한 자를 잡는 게 이득이라 판단한 것일지도 몰랐다.

천강의 몸이 순간적으로 휘리릭 돌아 세 사신의 몸에 일격을 먹였다.

그대로 나자빠지는 사신들.

"큿. 역시 용봉지회 우승자."

"외공치고는 강력하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그러나 그뿐이다."

사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흙먼지를 턴다.

"내공을 쓰지 못하는 한 우릴 잡지 못한다."

"어쭈. 그러셔?"

이것들이 외공을 무시하네?

순간 절굿공이를 빼 들려던 천강이 다시 손을 회수했다. 대신 달려드는 놈들과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큿. 이 녀석 몸이……."

"검강으로 때려도 상처가 안 나?"

"금강왕의 제자라는 말이 사실이었나!"

묵현이 잘 싸우고 있는 걸 확인한 천강이 한 녀석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그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런 천강의 등 뒤에서 검을 찔러대는 두 사신.

그러나 힘껏 내려치는 그들의 검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이, 이 새끼 좀 치워봐!"

처음으로 고음이 터져 나온 동료의 외침에, 결국 뒤에 서 있던 그들은 발길질을 해댔다. 그건 마치 뒷골목에서 애들이 싸움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런 미친……."

"무슨 힘이?"

검강으로 내려쳐도 소용이 없고, 밑에 깔린 동료를 떼어내려 해도 밀쳐지지가 않는다.

두 사신으로서는 그저 황당한 상황.

사실 제아무리 천강이라도 검강을 맨몸으로는 막을 수 없으나, 배고픈 탐(貪)이 자신을 후려치는 검강과 발길질의 위력을 교묘하게 먹어 치우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와서 도와라, 196호!"

그 한마디에 묵현과 검을 주고받던 사신이 후다닥 다가오고, 세 사신이 동시에 천강을 발로 차 밀었다.

버티면 버틸 수 있었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판단한 천강이 옆으로 넘어가자, 그들은 허겁지겁 천강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헉. 허억……."

거친 호흡을 가다듬는 여섯 사람들.

이마의 땀을 닦는 천강의 행태에 잠시 말없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 그들이 스르륵 아지랑이와 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천강과 묵현이 쓰러지듯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야, 놈들 갔어?'

- 잠깐만요. 아직 지켜보는 중이에요.

그러나 일각(一刻) 정도가 흐르자, 곧 그들은 천강을 살피기를 멈추고 돌아갔다.

그제야 천강은 무슨 있었느냐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묵현에게 다가갔다.

"어이. 괜찮아?"

"암운곡에서 내 한 몸 지키기 위해 열심히 수련했다. 이 정도는 끄떡없다."

"그래그래."

"근데 대체 왜 그런 거지?"

앞뒤 말을 생략한 물음이지만 뭘 물어보는지 아는 천강이 방긋 미소 지었다.

조금 전 왜 힘든 척 연기를 했느냐는 것이겠지. 사신 따위 단 일격에 잡을 수 있는데 말이야.

"아아, 있어.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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