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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2화

 

12화 

 

 

 

 

 

 

 

 

오청학이 손을 들자 다른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시비를 걸겠다?’

 

이무환이 오청학의 손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오?”

 

“흠.”

 

오청학은 손을 내리고 천천히 이무환의 주위를 맴돌았다. 좌우로 두어 번 오간 그가 실실 웃으며 엉뚱한 요구를 했다.

 

“일단 옷을 벗어보게. 혹시 아나? 옷 안에 이상한 것이 들었는지.”

 

이무환은 오청학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 옷부터 벗어봐.”

 

“뭐?”

 

“아무리 봐도 가슴에 새겨진 글자가 삐뚤어진 것 같거든. 혹시 알아? 철검대원으로 속이고 들어온 간자인지.”

 

“이 자식이!”

 

오청학이 쌍심지를 치켜올릴 때다.

 

이번에는 이무환이 오청학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첩자는 죽여도 괜찮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죽여 놓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까?”

 

어이가 없는지 오청학이 발끈해 소리쳤다.

 

“뭐 이딴 자식이 다 있어?”

 

이무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오청학을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이 새끼가!”

 

순간 양옆에 있던 두 명의 철검대원이 이무환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찰나였다. 이무환이 몸을 살짝 비트는가 싶더니, 두 사람의 손목을 붙잡고 냅다 오청학에게 던졌다.

 

어찌나 빠른지, 오청학이 피하려 했을 때는 이미 붕 뜬 두 사람의 몸이 허공에서 한 바퀴 돌며 오청학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하면 땅바닥에 패대기쳐질 것이 뻔한 상황.

 

“어어? 조심해!”

 

오청학은 차마 피하지 못하고 손을 뻗어 두 사람의 몸을 받아냈다.

 

우당탕탕!

 

주르륵 물러선 오청학이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무환이 가볍게 한 걸음 내딛고는 오른손을 뻗어 오청학의 목을 잡아 담벼락에 밀어붙였다.

 

쿵!

 

“큭! 너, 이 개새…….”

 

“잘 들어. 남들이 나를 미쳤다고 하는데, 난 안 미쳤거든? 근데 자꾸 건들면 진짜로 미치는 수가 있어. 무슨 말인지 알아? 몰라?”

 

이무환이 좌수를 담에 푹 꽂았다 뺐다.

 

주먹만 한 돌 하나가 통째로 빠져나왔다. 단단하기가 돌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오석이었다.

 

“이 돌이 단단할까, 당신 목뼈가 단단할까?”

 

이무환이 좌수에 힘을 주자 오석이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충혈된 오청학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홉떠졌다.

 

오석을 맨손으로 쥐어서 부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일류 이상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여야만 가능하다. 더구나 이무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부순다는 것은 일류고수라 해도 불가능한 일일 터.

 

“어때, 한번 미쳐 볼까?”

 

“그, 그… 아니…….”

 

이무환은 오청학을 확 잡아당겨 코앞에 놓고 으르렁거렸다.

 

“나, 원래 조용한 사람이야. 그러니 조용히 살게 좀 놔둬. 알았지?”

 

창날처럼 두 눈에 꽂히는 이글거리는 눈빛.

 

안색이 파랗게 질린 오청학은 혼신을 다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무환은 오청학의 목을 놓고, 가슴의 옷자락을 툭툭 쳐서 펴줬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긋 웃었다.

 

“다행히 금방 이해하시는구만. 뭐,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우 조장.”

 

“어? 예? 예.”

 

바로 그때였다. 저만치 돌담을 돌아서 철검대의 무사들 몇 명이 더 나타났다.

 

이무환은 환하게 웃으며 오청학에게 손을 흔들고 뒤돌아섰다.

 

“그럼 오늘 일은 서로 잊고, 다음에 봅시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그러고는 뒤늦게 나타난 철검대의 무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오청학 일행에게 다가가는 사이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데…….

 

서너 번 돌담을 잡아 돌던 이무환이 걸음을 멈추고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젠장, 이쪽 길이 아닌가?”

 

근처의 건물 지붕에 올라가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이목만 없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나다니던 사람이 보면 뭐라 할 건가. 바람 쐬러 올라갔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보나마나 미친놈 취급할 텐데. 아니면 수상하다면서 더 귀찮게 하든지.

 

‘아, 젠장! 한 번 더 미친놈 취급받아?’

 

은근히 화가 났다. 괜히 시비를 걸어서 길만 잃지 않았는가 말이다.

 

다시 돌아가서 더 혼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니 집에 와서 말썽을 부리고 도망치듯이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가다 보면 나오겠지.’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다시 담을 돌아 월동문을 지나자 제법 큰 별원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별원이었다. 그런데 점심때여서 그런지 별원의 정원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무환이 두리번거리며 정원을 반쯤 지났을 때다. 저만치, 작은 연못가에 조용히 앉아 있는 노인이 보였다.

 

‘옳지! 저 노인에게 물어보자.’

 

이무환은 작은 연못에 눈을 두고 굳어버린 듯 앉아 있는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옆모습뿐이었지만 왠지 쓸쓸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때다. 갑자기 주위에서 무거운 기운이 엄습했다.

 

모두 세 줄기. 노인을 지키는 자들인 듯했다. 평범한 노인이 아니라는 말.

 

‘여기도 금지인가?’

 

그럴지도 몰랐다. 자신이 뒤로 들어오지 않고 앞으로 왔다면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무환은 그냥 돌아 나갈까 하다가 오기로 더 걸어갔다. 엄습하던 기운이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쯔쯔쯔…….”

 

노인이 혀를 차는 것과 동시, 엄습하던 기운이 씻은 듯 사라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이무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삼 장 가까이 다가가도록 자세 하나 변하지 않는 노인이다. 

 

‘누구지?’

 

이무환은 노인에게 말을 걸려다가 왠지 모를 기묘한 기분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노인의 옆으로 다가가 걸음을 멈추고, 눈을 돌려 연못 속을 바라보았다.

 

몇 마리 물고기가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물고기들. 바닷고기라면 모를까, 이무환은 그 물고기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내 딸이 아주 좋아하던 연못이라네.”

 

그때 노인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무환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연못만 바라보았다.

 

“원래는 빨간 물고기가 들어 있었지. 그런데 이십 년 전에 내 딸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부 죽어버렸다네.”

 

그 말을 듣던 이무환의 뒷짐 진 손이 팔목의 살을 파고들었다.

 

‘이런, 젠장!’

 

한참을 그렇게 있던 이무환은 억지로 목소리를 누르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먹을 것을 주지 않았나 보군요.”

 

“아니, 줬다네. 그런데 먹지 않더군. 때와 양을 맞춰서 줘야 하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래도 나중에는 먹었을 것 아닙니까?”

 

“먹긴 먹었지. 그런데 먹이가 풀어지면서 물이 썩는 바람에 물고기들까지 죽은 거네.”

 

“따님이 알면 슬퍼하겠군요.”

 

“글쎄……. 살아 있다면 그렇겠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무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노인을 바라보았다.

 

“후회하시나요?”

 

노인은 주름진 눈꺼풀을 힘들게 들어 올리고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뭘… 말인가?”

 

“이십 년 전 따님께서 떠난 것에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요.”

 

“사연……?”

 

노인의 눈이 허공을 향했다. 새털구름이 동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내가 화를 좀 냈지. 그랬더니 다음 날 떠나 버렸더군.”

 

이무환은 그런 노인의 옆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아는 것이다. 노인이 누군지,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무환마저 입을 다물자 노인이 눈을 내리고 물었다.

 

“그런데 자넨 누군가? 보아하니 풍운대의 무사 같은데.”

 

“예, 풍운대의 무사입니다. 그리고 전호라는 분의 조카이기도 하지요.”

 

“전호? 아! 검정단의 전 향주?”

 

“예, 맞습니다.”

 

“이상하군. 내가 알기로는 전호에게 가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네만?”

 

“제 아버지와 전 향주님은 이십여 년 전에 친구처럼 지내셨지요.”

 

“호오, 매우 가까운 사이였나 보군.”

 

“그때 전 향주님은 정문의 수문위사였고, 제 아버지는… 무경각의 말단 무사였습니다.”

 

이무환은 담담히 말하며 연못으로 다가갔다. 연못 앞에 쪼그리고 앉은 그가 물속에 손을 담갔다.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도망가며 연못 위에 물결이 일었다.

 

“제 어머니도 물고기를 좋아했다 들었습니다. 세 살 때 역병으로 돌아가셔서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만.”

 

잠시 말을 멈췄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무환은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등줄기로 엄습함을 느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세 살 때부터 섬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아버지는 빨간 물고기를 무조건 잡지 못하게 했지요. 어머니가 좋아했던 물고기라면서요.”

 

“자, 자넨 대체 누구……?”

 

노인의 단절된 목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이무환은 천천히 일어나서 입술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마추경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참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랬으면 어머니도 그렇게 가시지 않으셨을 테고, 저도 사람 하나 없는 무인도에서 살지 않았을 텐데요.”

 

“너 지금… 무슨 말을……?”

 

“오늘이 어머니 생일만 아니면 모른 척하고 두어 달 조용히 있다 떠나려고 했는데, 그러면 어머니가 슬퍼하실 것 같군요.”

 

생일?

 

그랬다. 오늘이 바로 딸의 생일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챙겨주지 못한 딸의 생일.

 

사마추경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최대한 치켜 올라갔다.

 

“그, 그럼… 네가……?”

 

“이름은 이무환입니다. 아버지 성은 원래 양 씨가 아니라 이 씨였죠. 보기 싫으시다면, 원하신다면 그냥 떠나겠습니다.”

 

이를 악다문 사마추경의 턱이 덜덜 떨렸다.

 

튀어나올 듯이 부릅뜬 눈은 이무환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무환은 사마추경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몸을 돌렸다.

 

‘너무 급했나?’

 

좀 더 나중에 만나려 했는데 우연히 만나 버렸다.

 

보고도 모른 척하기에는 가슴에 맺힌 것이 너무 많은 자신이 아니던가. 그래서 사마추경의 정체를 안 이후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를 않았다.

 

아니, 어쩌면 잘되었다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만큼 좋은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인정을 해주든 해주지 않든 상관없다. 싫다면 떠나면 되는 일. 다만 걱정되는 것은 전호다.

 

‘쳇, 공연한 불똥이 전 아저씨에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터벅, 터벅, 터벅…….

 

이무환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장원을 빠져나갔다.

 

“멈춰라, 이놈!”

 

막 담을 돌아가려는데 사마추경이 빽! 고함을 질렀다.

 

담을 반쯤 돌아가던 이무환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사마추경을 쳐다보았다.

 

“저 말입니까?”

 

“그럼, 네놈 말고 이곳에 누가 있단 말이냐!”

 

“쫓아낼 거 아닙니까?”

 

어이가 없는지 사마추경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것이 지 어미나 똑같군.”

 

“예?”

 

딸도 자신이 뭐라고 하면 도망가다 꼭 그렇게 대답했다. 몸을 뒤로 젖히고.

 

 

 

“혼내실 거 아니에요?”

 

 

 

사마추경은 이무환의 행동에 딸의 모습이 겹치자 힘없이 한쪽 바위에 주저앉았다.

 

“이리 오너라, 쫓아내지 않을 테니까.”

 

금방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무환은 다시 연못가로 다가갔다. 빤히 바라보는 사마추경의 노안에 언뜻 눈물이 보이는 듯했다.

 

이대로라면 한참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돌아오려고 했었다 합니다. 제가 다섯 살이 되면. 그런데 하늘이 시샘했는지 제가 세 살 때 역병이 마을을 덮쳤죠.”

 

“네 아비는?”

 

“저를 데리고 섬으로 갔습니다. 찾아갈 곳이 있다면서.”

 

“그 후로 쭉 섬에서 살았느냐?”

 

이무환은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다 말하려다가, 꾹 참고 조금만 말했다.

 

그러잖아도 미울 텐데, 그걸 다 말하면 검을 들고 죽여 버리겠다며 찾아갈지도 몰랐다. 느낌상 분명히 그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힘없이 축 처져 있던 사마추경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나쁜 놈의 자식! 내 딸을 데려가 죽음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손자까지 섬에다 처박다니!”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그래도 겉으로는 담담히 말했다.

 

“덕분에 몸은 건강해졌지요. 무공도 남 못지않게 익혔고요.”

 

무공 이야기가 나오자 사마추경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놈이 원래 무공을 숨기고 들어왔었지. 그래, 어느 정도나 익혔느냐?”

 

딱히 설명하기가 뭐했다. 다 드러내자니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 봐야 좋을 것 없고, 약하게 보이면 아버지를 더 원망할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아버지가 아닌가. 아버지가 욕먹는 걸 좋아할 아들이 어디 있을까?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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