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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5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5화

 

25화

 

 

 

 

 

 

 

 

쒜쒜쒜에에!!

 

찰나 눈앞이 캄캄해졌다.

 

두 회의인은 검을 치켜든 채 입을 쩍 벌렸다.

 

하늘도 땅도 검게 변해 버렸다.

 

검게 변한 하늘에서 흑우가, 묵빛 비늘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쩌저저정!

 

퍼버버벅!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 두 자루 검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고 묵빛 비늘이 두 사람을 휩쓸었다.

 

만천묵린우(滿天墨鱗雨).

 

일류 중 일류인 두 고수가 벌집이 된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가공할 광경! 

 

바람도 갈 길을 멈추고, 고요히 가라앉은 대기가 진저리를 치며 흐트러졌다.

 

도기에 휘말려서 부서진 갈대들이 흩날리며 떨어지는데,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회의인의 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이무환은 핏덩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소름끼치도록 살벌한 공포의 도법. 

 

자신이 봐도 인간이 펼칠 도법은 아니었다. 

 

“제길, 이래서야 어디 도를 마음대로 펼칠 수 있겠어?”

 

투덜거리며 도를 집어넣은 이무환은 좌수를 신경질적으로 휘둘러서 땅을 팠다. 그는 두 구의 시체를 깊숙이 파묻어서 도법의 흔적을 지우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전설의 무공을 익힌 것으로 추정되는 자를 놓쳤지만 아쉬운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성질을 못 이겨서 자신의 본신 무공을 드러낸 멍청한 놈이 아닌가. 오히려 놔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끼가 되어서 더 큰 고기가 물릴지도 모르니까.

 

‘낚싯밥이라고 생각하지 뭐. 정 못 찾으면 금천신문에 가서 닦달하면 될 거고.’

 

 

 

갈대숲을 벗어나자 마차가 보였다.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다.

 

청삼인 일행이 도망가는 걸 보고, 여조문과 문하겸도 이무환이 나타나기 전에 일행을 데리고 도주한 것이다.

 

“눈치 하나는 귀신같군.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무환은 투덜거리며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부상이 덜한 사람들이 사상자를 살피고 있었는데, 사상자가 전에 비해 훨씬 적었다. 죽은 사람이 셋, 중상자가 일곱이었다.

 

그중 사망자 하나와 중상자 넷이 풍운대 무사들이었다. 차복승도 중상자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적들은 일곱 구의 시신을 남기고 도주했다. 갈대숲에 묻은 사람들까지 하면 아홉.

 

싸움은 검운장의 승리였다.

 

하지만 싸움의 승패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동료들이 또 죽었다는 것은 화나고도 슬픈 일이었다.

 

두 번에 걸쳐 동료들을 잃어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에 분노만이 남았다.

 

강호가 아무리 냉정한 세상이라 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단순히 승패의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군.’

 

이무환이 후위에 멈춰 서자 나철위가 침중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자가 누군지 알겠는가?”

 

“대주가 모르는데 내가 어찌 알겠습니까?”

 

“자네들도 아는 자가 없나?”

 

이번에는 영호승 등 십삼조원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럭저럭 강호에서 굴렀다는 그들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자들이었습니다.”

 

이무환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는 자입니까?”

 

“아니, 아무도 몰라서 그러는 거네. 나 역시 나름대로 강호의 고수들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자만큼은 도대체가 모르겠군. 그 정도 고수라면 강호에 제법 알려졌을 텐데 말이야. 나이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고…….”

 

“나이는 있는데, 강호 경험은 없는 것 같습디다.”

 

이무환의 말에 나철위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건 더욱 이상하군.”

 

그때 지나가듯이 이무환이 말했다.

 

“숨어 있던 자들이라면 그럴 수 있겠죠.”

 

그 말에 나철위의 번뜩이는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흐음, 숨어 있던 자들이라…….”

 

“좌우간 부상자를 치료하고 길을 떠나죠. 오늘 중으로 장강을 건너야 한다면서요?”

 

나철위는 지그시 이무환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밤늦게 나를 찾아오도록 하게. 할 말이 있으니까.”

 

이무환은 어깨를 으쓱하고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피범벅이 된 십삼조원들을 보고는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이봐, 멋쟁이! 몇 초 겨루지 않고 그렇게 다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거기 도끼, 쌍칼, 꼬챙이, 당신들도 똑같아. 그래도 한가락 한다며? 그래서야 원…….”

 

묵묵히 서 있던 영호승이 대들 듯이 말했다.

 

“그럼 조장이 강해지는 방법 좀 가르쳐 주쇼!”

 

“맞아. 만날 패지만 말고 새로운 것 좀 가르쳐 주면 어디가 덧나나?”

 

“에이, 가르쳐 주겠지. 설마 이대로 싸우다 죽게 놔두겠어?”

 

“조장이 누구요? 걱정 마쇼들. 곧 멋진 무공을 가르쳐 줄 거요.”

 

단우경과 막위와 혁수린이 곧바로 영호승의 말에 동조하며 웅성거렸다.

 

뜻밖의 반항.

 

그들을 둘러보던 이무환이 씩 웃었다.

 

“그래? 나더러 괜찮은 무공 있으면 가르쳐 달라, 이 말이지? 비무나 하자며 패지만 말고?”

 

왠지 섬뜩한 미소였다.

 

네 사람은 불안감에 가슴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판사판이었다.

 

“그, 그렇습니다.”

 

“좀 힘들 텐데…….”

 

“그래도… 가르쳐 주면 배울 거요.”

 

“좋아!”

 

이무환이 호쾌하게 대답했다.

 

네 사람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들을 향해 이무환이 말했다.

 

“대신!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은, 각오해야 할 거야. 팔다리 좀 부러졌다고 우는 사람, 몇 군데 잔상처 좀 났다고 엄살 피우는 사람 없기! 괜찮은 무공이 하나 있는데, 내가 직접 비무하면서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이거든. 어때?”

 

직접 비무하면서 가르친다니.

 

아무래도 불안이 현실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무환에게 대들었을 때부터 이미 돌아갈 길은 없었다.

 

네 사람을 대표해 영호승이 말했다.

 

“조, 좋습니다. 까짓 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습니까?”

 

“마, 맞아! 지금까지도 잘만 맞으면서 살았는데 뭐.”

 

막위도 넌지시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무환의 웃음이 더욱 환해졌다.

 

“좋아! 그럼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지!”

 

그가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두 번 죽어? 아마 백 번은 죽어야 할 걸? 흐흥, 심심하지는 않겠군. 난 역시 운이 좋은 조장이야.”

 

네 사람은 날씨도 별로 춥지 않은데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제기랄, 괜히 가르쳐 달라고 했나?’

 

‘아무래도 지옥의 다리를 건넌 거 같아. 지미…….’

 

 

 

 

제9장. 적설(積雪)과의 만남

 

 

 

 

 

 

 

1

 

 

 

장강이 말없이 흘러간다.

 

뱃전을 스치며 작은 소용돌이가 일다 스러진다.

 

사마하연은 남들처럼 뱃전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마차 안에서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간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 걸까?

 

마음이 아팠다.

 

그냥 조용히 항주에 만족하고 살면 안 되는 걸까?

 

아버지는 검운장이 남궁세가와 손을 잡지 않으면, 절강의 다른 문파들이 금천신문이나 또 다른 자들과 손을 잡을 거라 했다.

 

그리되면 검운장이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아버지의 말이 일견 옳은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피를 보면서 해야 할 일인지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았다.

 

더구나 언뜻 들은 말로는, 자신의 상대가 합비의 미친개라 불린다지 않던가.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좀 더 멋진 사랑을 해서 한 남자의 여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한 행복은 정말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정말 한여름 밤의 꿈일 뿐일까?

 

“하아…….”

 

그녀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무환은 뱃전에 기댄 채 강물을 바라보다 그 소리를 들었다.

 

‘하연이가 왜 저러지? 걱정이 있나? 혹시……? 아무래도 안 되겠어. 강을 건너면 저 좀생원에게 한번 물어봐야지.’

 

이무환의 눈이 사마성문을 향했다. 그는 사마성안과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역시 좀생원이라니까? 이 마당에 누가 좀 들으면 어때서!’

 

속으로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선미에서 홀로 앉은 채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무환은 기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른 정도의 나이로 보이지만 수염을 자르고 단정하게 꾸미면 서너 살은 어려 보일 듯했다.

 

그의 등에는 작은 보따리가 메어져 있었는데, 보따리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하얀 검병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처음 보는데도 눈에 익어 보이는 검병이다.

 

이무환은 하얀 검병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영호승에게 물었다.

 

“저 사람, 알아?”

 

“설비검(雪飛劍) 엽상이라고 합니다. 장강에 자주 나타나서 장강설비검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한두 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강호의 친구들에게 나름대로 신망을 얻고 있는 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그러니까 그냥 동승시키고 놔두었을 터였다.

 

“강해 보이는데?”

 

“비록 중원오신룡에는 들지 못하지만, 젊은 고수들 중에서는 발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순위를 따진다면 오십위 이쪽저쪽 정도에는 들 겁니다.”

 

“그럼 멋쟁이보다 훨씬 강하네? 멋쟁이는 오백위에도 못 들잖아?”

 

꼭 말을 해도 청춘의 가슴을 박박 긁는 이무환이다.

 

하지만 만성이 된 영호승은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대꾸했다.

 

“조장님께 가르침 받고 나면 그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거면 배우지를 말아야지. 적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 생각을 하라고.”

 

“그 정도면 강호에서 백위 안에 들 수 있을 겁니다.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흠, 죽어라 일 년을 투자하고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예?”

 

일 년이라니. 무공 익히는 것이 무슨 밥 먹듯이 쉬운 일인가?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죽을 각오로 달려들면……. 정말 그렇게 될까?’

 

이제 조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안다.

 

위지호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조장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언제 시간이 나면 무릎을 꿇고 화여경과의 일을 부탁하려 했다.

 

그런데 말대로만 된다면, 굳이 성질이 지랄 같은 악귀의 손을 빌릴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면 되니까.

 

영호승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졌다.

 

전보다 훨씬 독하게. 막위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으스스한 기분에 어깨를 부르르 떤 막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영호승의 눈과 마주치자 흠칫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영호승은 슬며시 눈을 돌리며 얼버무렸다.

 

“너하고 뒤통수가 비슷한 놈이 생각나서.”

 

“뭐?”

 

그사이, 이무환은 엽상의 곁으로 다가갔다.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던 검운장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악귀가 무슨 말썽을 피우려고 저러는 걸까?

 

대부분이 그런 눈빛들이었다.

 

털썩.

 

엽상의 곁으로 다가간 이무환은, 마치 엽상의 옆자리가 본래부터 자기 자리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앉았다.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태도. 엽상이 이마를 찌푸리고는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오?”

 

“혹시 말입니다, 적설(積雪)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말투.

 

난데없는 행동과 말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의외로 엽상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가 싸늘하게 굳은 눈으로 물었다.

 

“뭘 알고자 하는 것이오?”

 

“그 검을 보니 한 사람에 대해서 들은 말이 생각나지 뭡니까.”

 

자신의 검은 평범한 철검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무환이 검을 잘 아는 듯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강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비밀스런 이름을 들이대고서.

 

엽상의 눈 깊은 곳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당신은 누구요?”

 

이무환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그리고 조용히 웃으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항주 검운장의 풍운대 십삼조 조장입니다.”

 

검운장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눈을 힐끔거리며 귀를 후볐다. 장강의 물소리, 바람 소리 때문에 잘못 들었겠지. 저건 악귀의 말투가 아니야. 하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엽상은 달랐다.

 

그는 이무환의 그러한 태도 때문에 호감을 느꼈다.

 

선이 굵은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보이는 얼굴.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웃음과 점잖은 목소리. 무인이라기보다는 유문의 공자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항주 검운장의 일개 조장이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기이한 기세를 지녔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탄했다.

 

몸을 일으킨 엽상은 이무환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나는 엽상이라 하오. 친구들이 설비검이라 불러주고 있지요.”

 

이무환도 환하게 웃으며 멋지게 포권을 취했다.

 

“이무환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속지 마시오!’, ‘그가 바로 악귀 이무환이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든 말든, 이무환은 슬쩍 검운장의 무사들 쪽을 노려보고 엽상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노려본 눈빛이 어찌나 살벌했는지 주위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린 이무환의 표정은 환한 햇살처럼 밝았다.

 

웃음소리도, 목소리도 맑았다.

 

“하하하! 저희 조원에게 엽 형에 대한 말을 들었습니다. 해서 이렇게 온 것입니다.”

 

그제야 엽상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한데… 어떻게 그 이름을 아는 것이오?”

 

“제가 아는 분께서 말씀해 주셨지요. 그분은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의 일 중 몇 가지를 아시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적설에 대한 것이었지요.”

 

“그분이 뉘신지 알아도 되겠소?”

 

“말씀드려도 모를 겁니다. 다만…….”

 

“구룡성과 관계가 있었던 분입니다. 사실 그 때문에 엽 형을 찾아뵌 거지요.”

 

이무환의 전음이 조용히 귓전을 파고들자 엽상의 부드럽던 표정이 굳어졌다.

 

“그분의 함자가 어떻게 되시오?”

 

“당신이 잊고자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이유야 당연히 따로 있었다.

 

잘못하면 정체가 탄로나고, 아직도 초특급 추종령이 거두어지지 않았다면 죽어라 쫓길지 몰라서였다.

 

적설! 그것은 한 사람을 지칭했는데, 바로 구룡성과 연관된 이름이었던 것이다.

 

엽상이 잠시 고민하느라 입을 닿고 있자 이무환이 돌려서 물었다.

 

“그런데 왜 이곳에 계신 겁니까? 듣자 하니 안이 시끄럽다 하던데.”

 

엽상은 검운장 사람들 쪽을 바라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그 일은 여기서 말할 수가 없소. 만일 이 형이 정말 솔직한 대화를 원한다면 약속 장소를 정해주시오.”

 

이무환이 빙그레 웃었다. 하염없이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그럼 합비에서 뵙지요. 장소는 제가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빨리 달리면 합비까지 하루거리다. 검운장은 마차까지 있으니 이틀은 걸릴 것이다. 그 정도라면 자신의 일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듯했다.

 

엽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무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포권을 취했다. 한 번 해봐서인지 이제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럼 나중에 뵙지요.”

 

 

 

“무슨 말을 나누신 겁니까?”

 

돌아가자 영호승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물었다.

 

“그보다, 멋쟁이, 합비 잘 안다고 했지?”

 

“그럭저럭 압니다.”

 

“거기서 음식 잘하는 객잔이나 주루가 어디지?”

 

“그야 여러 군데 있지요. 그중 제가 가본 곳은 소호대루 정도입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이무환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엽상을 바라보았다.

 

“소호대루로 하지요. 내일 자시쯤 만납시다.”

 

“알겠소.”

 

그렇게 말을 끝낸 이무환은 손을 들어 입술을 만지면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단우경을 바라보았다.

 

“나도 알고 보면 참 부드러운 사람인데 말이야. 왜 사람들이 몰라주는 줄 모르겠어. 안 그래, 쌍칼?”

 

“우욱!”

 

하필이면 그때 왜 뱃멀미로 인한 헛구역질을 해야만 했을까? 단우경은 하늘을 원망했지만, 이미 강물은 흘러간 뒤였다.

 

이무환이 가늘어진 눈빛으로 네 사람을 쓰윽 훑어보았다.

 

“뭐, 수련이 조금 고되다고 해서 물러서는 사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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