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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4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4화

 

24화

 

 

 

 

 

 

 

 

적이 나흘 만에 나타났다. 그 정도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곱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하필 옥이의 붉은 입술과 통통한 가슴을 생각하고 있을 때 방해를 하다니!

 

갑자기 이무환의 표정이 변하자 네 명의 십삼조원이 번개처럼 눈치를 챘다.

 

“적입니까?”

 

영호승이 나직이 물었다. 이무환이 이를 갈며 말했다.

 

“바닷물에 열흘은 절여서 장대의 먹이로 던져 버릴 놈들. 하필 지금 나타나다니…….”

 

흠칫, 네 사람은 누군지 모를 적이 갑자기 불쌍해졌다.

 

혁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주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내가 할 테니까, 뒤나 신경 써.”

 

“예? 그럼?”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천천히 움직여서 거리를 벌려. 제법 강한 놈들 같으니까 조심하고. 정 안 되겠으면 둘이 하나를 상대해.”

 

이무환이 나직하면서도 빠른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네 사람은 걸어가는 중에 천천히 좌우로 거리를 벌리고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그제야 이무환은 이십여 장 앞에서 걸어가는 나철위에게 전음을 보냈다.

 

<대주, 적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뒤쪽에 있는 적이 강해서 도와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철위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신검대가 나철위와 거리를 벌리며 마차와 거리를 좁히고, 좌우에 있던 금검대와 풍운대가 슬며시 무기를 쥐고 마차를 에워쌌다.

 

“놈들이 눈치 챘다! 공격해!”

 

한 소리 외침과 함께 이십여 명의 무사가 전면 좌우의 갈대숲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곧장 마차를 향해 달려들며 좌우의 금검대와 풍운대를 공격했다.

 

신검대는 적이 자신들을 놔두고 양쪽만 공격하자 어정쩡한 자세로 나철위를 바라보았다.

 

“각자 세 명씩만 그들을 돕고, 부대주와 두 사람은 나와 함께 전면을 지키도록 합시다!”

 

나철위가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고 전면을 주시했다.

 

나타난 자들 중 절정 경지에 오른 고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고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

 

아니나 다를까, 나철위와 사공위정이 자리를 비우지 않자 곧 갈대숲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나철위를 잘못 알고 있었구나!”

 

문하겸과 여조문이었다.

 

그들을 본 나철위가 납덩이처럼 굳은 눈으로 소리쳤다.

 

“모두 조심하시오! 혈안마수 여조문과 파운검 문하겸이오!”

 

두 사람의 실력은 그도 정확히 몰랐다. 다만 안유병에 비해 한 수 위의 고수들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충분히 위협이 되고도 남았다. 이무환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상은.

 

“이번에는 막지 못할 것이다, 나철위!”

 

문하겸이 빛살 같은 검기를 날리며 나철위를 향해 짓쳐들었다.

 

나철위도 철검을 열십자로 휘두르며 폭풍 같은 검기를 일으켰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문하겸!”

 

 

 

한편 이무환은 앞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신경도 쓰지 않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회의인 넷과 청삼인 하나가 부서진 갈대를 밟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갈대 밟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제기랄, 생각보다 강해 보이는군. 조심들 해. 살고 싶으면 숨겨놓은 것까지 다 꺼내야 할 거야.”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다섯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놈들이 노리는 것은 마차다.

 

앞쪽만 해도 여차하면 사마성문과 사마성안이 나서야 할 판. 두어 놈만 빠져나간다 해도 당장 위험해질 것이다.

 

더구나 청삼인은 나철위와 비슷한 무위를 지닌 자. 간단해 보이지가 않았다.

 

‘힘 좀 써야 할 것 같군.’

 

이무환이 나름대로 상황을 판단하며 다가오는 자들을 바라볼 때다.

 

“시작해! 다 죽여 버려!”

 

뒤쪽에 있던 청삼인이 짧게 명을 내렸다.

 

동시에 회의인들이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좋아! 어디 해보자!”

 

십삼조원들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회의인들을 맞이했다.

 

이무환은 삼 장가량 뒤로 처져서 청삼인을 주시했다.

 

“네가 이무환이라는 놈이더냐?”

 

청삼인이 먼저 거만한 말투로 물었다.

 

이무환이 하얗게 웃었다. 첫 대면에 ‘놈’이라고 하는 놈에게 좋은 말로 대꾸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는 네놈은 누구지?”

 

어이가 없는지 청삼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새카맣게 어린놈이 주둥이가 꽤 더럽구나.”

 

“그런 네놈 주둥이도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건방진 놈!”

 

도발이 먹혔는지 청삼인이 훌쩍 몸을 날리더니, 삼 장의 거리를 격한 채 일장을 내갈겼다.

 

흔들리며 날아드는 장력이 심상치 않았다.

 

기이하게도 날아드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무환은 상대의 장력이 일 장 앞에 이르러서야 두 손을 크게 휘돌렸다.

 

콰아아아!

 

일순간, 두 사람의 장력이 다섯 자 앞에서 얽혀들더니, 돌개바람이 일며 바닥의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쾅!

 

굉음과 함께 먼지구름이 뻥 뚫렸다.

 

이무환은 그 여력을 이용해 뒤로 이 장가량 물러나서 앞을 바라보았다.

 

“으음…….”

 

삼 장 앞에 내려선 청삼인이 굵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신을 노려본다.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 회심의 일장이 뜻대로 먹히지 않은 것에 기분이 상한 듯했다.

 

“어디 내 것도 받아봐!”

 

이번에는 가볍게 땅을 박찬 이무환이 청삼인을 공격했다.

 

그가 손을 뻗자 좌수에서 시퍼런 회오리가 일었다.

 

삼 장의 간격이 찰나에 사라졌다.

 

청삼인도 마주 손을 들어 이무환의 공격에 마주쳐 왔다.

 

“오냐, 이놈!”

 

고오오오!

 

시커멓게 변한 손바닥에서 먹구름 같은 장력이 뿜어졌다.

 

그 모습을 본 이무환의 눈이 한껏 커졌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광경, 뇌리 깊은 곳에 새겨져 있던 어떤 무공과 비슷했다.

 

‘저, 저건……?’

 

하지만 생각은 나중에 할 일. 일단은 밀려오는 상대의 장력을 향해 좌수를 내쳤다.

 

콰과과과!

 

먹구름 같은 장력이 시퍼런 회오리에 휘말려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이무환의 우수 검지가 빠르게 청삼인의 가슴을 향해 세 개의 점을 찍었다.

 

화살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시퍼런 기운!

 

“헛!”

 

흐름이 다른 장과 지가 연환으로 펼쳐질 줄은 생각도 못한 듯 청삼인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다급히 몸을 뒤로 눕혔다.

 

그러고는 바람개비처럼 휘돌면서 이 장 밖으로 날아갔다.

 

파바박!

 

세 줄기 지풍이 청삼인의 옷자락에 구멍을 내고 바닥에 꽂혔다.

 

이무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청삼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래, 분명히 그거 같았어! 묵령운(墨靈雲)!’

 

이무환이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들자, 청삼인이 노성을 내지르며 쌍장을 연거푸 휘둘렀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어린놈아!”

 

어지간한 절정고수들조차 눈 아래로 보는 그였다. 그런데 기껏 스물 정도밖에 안 된 애송이에게 밀리다니!

 

자존심이 시궁창에 처박힌 기분!

 

청삼인의 손에서 피어오른 묵기가 더욱 짙어졌다.

 

이무환은 피하지 않고 구중만첩파를 펼쳐 일곱 번의 파도를 일으켰다.

 

콰과과과과!

 

찰나간에 다섯 번의 파도가 묵기에 가로막혀 스러졌다.

 

하지만 여섯 번째에 이르러 묵기가 주춤하더니, 일곱 번째 파도가 묵기를 뚫고 청삼인을 향해 짓쳐들었다.

 

“이익! 타앗!”

 

얼굴이 벌게진 청삼인이 이를 악물고 기합성을 내질렀다.

 

순간이었다. 청삼인의 쌍장에서 시커먼 묵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일곱 번째 파도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쩌저저적!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작정을 한 듯 청삼인의 공격이 이어졌다.

 

“어디 더 날뛰어 봐라, 애송이!”

 

이무환은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상대의 공격을 지켜보았다.

 

완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대의 무공이 묵령운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바로 그 절대의 무공!

 

‘마침내 나타났다는 말이지?!’

 

이무환은 묵광이 구름처럼 전신을 뒤덮어 오는 것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순간, 이무환의 두 손에서 파란 칼날이 솟구쳤다.

 

찰나였다. 구름처럼 밀려들던 묵광이 수십 조각으로 잘려 나가고, 앞으로 쭉 나아간 새파란 칼날에 달려들던 청삼인의 어깨와 가슴이 쩍 벌어졌다.

 

천린(天燐)의 인(刃)!

 

아버지가 훔쳐 온 두 권의 금서에 적힌 세 가지 무공 중 하나가 마침내 삼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재현된 것이다.

 

“으헉!”

 

어깨가 반쯤 잘려 나간 청삼인은 혼신을 다해서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그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튀었다.

 

이무환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번뜩이며 청삼인을 향해 쇄도했다.

 

콰과광!

 

다시 두어 번의 격돌이 이어지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청삼인이 바닥을 뒹굴었다.

 

다섯 바퀴를 구르고 벌떡 일어선 청삼인은 대항을 포기한 채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모두 후퇴해!”

 

 

 

영호승은 오 초 만에 실력 차를 느꼈다.

 

이무환이 말한 이상으로 회의인들은 강했다.

 

어깨의 옷이 찢겨지고, 가슴의 옷이 너덜거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대로 몇 초만 흐르면 다음에는 살이 갈라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아마 단우경이나 막위나 혁수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악귀 이무환과의 십여 번에 걸친 비무로 인해서 생긴 독기!

 

그 독기는 적어도 그들의 목숨을 한 번은 건져 줄 수 있는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회의인은 영호승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거센 공격!

 

그러나 이무환의 공격보다는 약했다.

 

이를 악문 영호승은 혼신을 다해 버텼다.

 

이무환이 도와줄 때까지만 버티면 살 수 있으리라. 비참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바로 그때, 청삼인의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회의인들이 썰물처럼 뒤로 물러나 청삼인을 따라 몸을 날렸다.

 

“헉, 헉, 제기랄,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막위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이를 간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옷 사이로 핏물이 배어 나오는데도 눈은 회의인들이 사라진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단우경과 혁수린도 그리 좋은 꼴이 아니었다.

 

영호승은 청삼인을 쫓아 몸을 날리는 이무환을 바라보며 지그시 이를 깨물었다. 팔을 따라 흐른 진득한 핏물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데도 앞만 바라보았다.

 

“나 말이야, 조장에게 내 인생을 걸어볼 참이다.”

 

“지미, 너만? 나도 건다.”

 

씩씩거리는 막위를 보고, 여기저기 상처 난 자신의 몸을 돌아보던 단우경이 이를 갈았다.

 

“졸개에게도 이렇게 형편없이 당하다니, 기분 엿 같군.”

 

“그런데 승 형님, 뭐 따로 생각한 것이라도 있수?”

 

혁수린의 질문에 영호승이 입술을 씹었다.

 

“전에 조장이 그랬지, 강해지라고. 그럼… 강해질 수 있도록 배워야지. 조장을 졸라서라도.”

 

“젠장, 죽었다 복창해야겠구랴.”

 

“그렇게 해서 강해질 수만 있다면, 나는 할 거다. 강호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한편, 이무환이 청삼인을 쫓아 갈대숲으로 들어가자 두 명의 회의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무환은 그대로 돌진하며 두 손을 떨쳤다.

 

콰광!

 

두 회의인의 장검이 부러질 듯 휘어졌다.

 

“크읍!”

 

“흐읍!”

 

주르륵 물러서는 두 명의 회의인을 향해 이무환의 공격이 이어졌다.

 

동시에 또다시 두 명의 회의인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이무환을 공격했다.

 

빙글 몸을 돌린 이무환이 두 손을 휘둘렀다.

 

수룡회에 이은 회룡탄, 이어서 아버지가 가져온 책에서 익힌 반천무영장이 연이어 펼쳐졌다.

 

우두둑! 쿠궁!

 

“커억!”

 

날아 내리며 공격하던 두 명의 회의인이 튕기듯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그사이 처음의 두 회의인은 갈대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무환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의 두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청삼인과 두 명의 회의인은 이미 갈대숲 속으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제길! 놓쳤나?”

 

바닷물에 절여 장대의 먹이로 던져 줄 놈이 사라졌다.

 

은근히 일어난 분노의 화살이 고스란히 두 사람을 향했다.

 

틱!

 

이무환은 좌수 엄지로 도를 밀어 올리고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보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드러낼 수 없는 도요, 도법이다. 마침 보는 눈이 없지 않은가.

 

우수가 도병을 잡아가고, 도집에서 천천히 묵린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순간, 바람이 속살을 드러낸 묵린도를 휘돌다 진저리치며 도망쳤다.

 

이무환은 묵린도를 하단으로 늘어뜨린 채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씩 웃었다.

 

“내가 목도만 쓰다 처음으로 진도를 쓰거든? 잘될지 모르겠어. 힘 조절을 잘 못하더라도 이해하라고.”

 

“퉤! 미친놈!”

 

우측에 있는 회의인이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며 검을 치켜들었다.

 

순간, 이무환이 한 걸음 나아가며 도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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