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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50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50화

 

50화

 

 

 

 

 

 

 

 

다급해진 엽상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갈 즈음. 

 

종리난경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툭툭 받아치는 이무환의 말에 속이 뒤집어졌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구나!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주려고 했거늘!”

 

“누가 할 소리인지 모르겠네. 우리 꼬맹이는 다 알아듣는데 왜 너는 못 알아듣는 거지? 혹시 얼굴만 예쁘고 귓구멍은 꽉 막힌 거 아냐?”

 

“오냐, 이놈!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마!”

 

스릉!

 

검을 빼든 그녀는 성큼성큼 이무환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치켜뜬 눈, 벌게진 얼굴, 꾹 다문 입,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 그 모습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무환은 뒷짐을 진 채 짝다리를 짚고서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종리난경은 일 장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검을 사선으로 들어올렸다.

 

“칼을 뽑아라!”

 

“내 걱정 말고 덤벼 봐. 다리 잘린 풍뎅이가 뱅뱅 도는 이유를 알려줄 테니까.”

 

“이제 더는 안 봐준다, 날건달 새끼!”

 

검을 불끈 움켜쥔 종리난경이 한소리 내지르고는 걸음을 다시 내딛었다. 

 

그때였다.

 

“잠까아아안!”

 

목이 터져라 소리친 엽상이 혼신을 다해 날아왔다. 그가 신법을 익힌 이래 가장 빠른 속도였다.

 

그는 두 팔을 쫙 벌리고서 두 사람 사이로 내려섰다. 몇 대 맞았더라도 무사하기만 바랐는데, 다행히 아직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듯했다. 

 

‘휴우우우! 부처님, 감사합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이무환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가봐야 할 데가 있습니다, 대주!”

 

종리난경이 눈에 불을 켜고 소리쳤다.

 

“엽 대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난경!”

 

“비켜! 저 새끼가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비키라니까!”

 

“절대 못 비켜! 나더러 네가 죽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저 덜 떨어진 놈에게 죽어?”

 

그때였다.

 

쩡!

 

엽상이 검을 뽑아 들더니 종리난경을 가리켰다.

 

“뭐, 뭐야? 엽 대주, 미쳤어?!”

 

하지만 엽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설홍에 내력을 집중했다.

 

순간! 설홍의 끝에서 한 자 길이의 완벽한 검강이 솟아났다.

 

그걸 본 종리난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설마… 거, 검강?”

 

“그래, 네가 본 대로다. 나는 전보다 두 배 이상 강해졌어.”

 

“그래서, 지금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종리난경은 버럭 소리치고 이를 악물었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야만 겨우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검강이 완벽하게 펼쳐졌다. 자랑할 만도 했다. 

 

문제는 그 검끝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친 그녀는 검을 들어서 엽상을 가리켰다.

 

“이제 나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이거지? 흥! 좋아, 좋다고! 어디 덤벼봐! 그까짓 검강, 맘껏 받아줄 테니까!”

 

그때 이무환이 검지를 튕겼다.

 

땅!

 

동시에 맑은 소리가 귀청을 울리더니, 설홍이 한쪽으로 홱 틀어졌다.

 

이무환은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선 엽상을 보고는 눈을 부라렸다.

 

“눈발, 좋아하는 여자를 향해 검을 겨누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면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

 

“대주, 그, 그게…….”

 

“저번에 술 마시고 그랬잖아. 장가 안 간 이유가 저 여자 때문이라고. 그런데 왜 검을 겨눠? 정말 자랑하려고 그런 거야?”

 

대꾸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이무환의 말에 엽상은 입도 뻥긋 못했다.

 

“그게 아니라…….”

 

“아니긴,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안 그래, 꼬맹아? 너도 그날 들었지?”

 

보다 못해 남궁산산이 재빨리 나섰다.

 

“오빠, 엽상 아저씨도 말 좀 하게 해줘요.”

 

“응? 뭔 소리야? 내가 언제 말을 못하게 막기라도 했어?”

 

그제야 겨우 엽상이 정신을 차리고 종리난경을 바라보았다.

 

“난경…….”

 

“자, 잠깐!”

 

이번에는 종리난경이 엽상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분명히 완벽한 검강이었다.

 

자신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검의 경지!

 

그런데 어벙하고, 덜떨어져 보이고,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이 지풍을 날려서 튕겨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봤나보다 했다. 엽상의 검강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것 같진 않았다.

 

게다가 엽상을 정신없이 몰아치는 말투도 이상했다. 상하 관계가 완전히 거꾸로 된 말투가 아닌가 말이다.

 

종리난경이 이무환을 빤히 바라보고 물었다.

 

“당신, 대체 누구야?”

 

“나? 이무환.”

 

“뭐 하는 인간이냐고!”

 

“그걸 알면 후회할지 모르는데?”

 

“후회 안 할 테니까 말해봐. 어서!”

 

“흠, 좋아. 후회하지 않겠다면 말해주지.”

 

당황한 엽상이 벼락같이 소리치며 끼어들었다.

 

“대주! 난경! 듣지 마!”

 

“시끄러! 난 들어야겠어. 그러니까 너는 끼어들지 마.”

 

“난경!”

 

“날 좋아하는 것도 자유고, 술에 취해서 나에 대해 말한 것도 자윤데, 대신 나를 막지는 마. 알았어?”

 

엽상은 종리난경의 나직이 윽박지르는 말에 눈만 껌벅였다.

 

이무환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남궁산산에게 말했다.

 

“어때, 잘 어울리지?”

 

그게 지금 할 말인가?

 

엽상과 종리난경이 동시에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그래도 남궁산산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와 저도 잘 어울릴 거예요.”

 

“킁! 꿈 깨.”

 

종리난경은 처음으로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남매다. 말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저 자식, 대체 뭐 하는 놈이야?’

 

그때 이무환이 고개를 돌리더니 종리난경을 쳐다보았다.

 

“어때? 아직도 듣고 싶어?”

 

종리난경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죽어도 들어야겠어.”

 

“그럼 따라와. 여기서 이야기하기는 좀 뭐하니까.”

 

“좋아. 따라가지.”

 

상황이 대충 마무리되자 이무환이 엽상을 바라보았다.

 

“눈발, 할 말 있다고 했지? 집으로 가서 하자고. 이쁜이도 따라와.”

 

엽상이 가늘게 눈을 떨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주.”

 

그러고는 종리난경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두 배 강해진 나도 대주의 십 초를 받아내지 못한다. 만일 비무를 하자고 하면,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피해. 알았어? 제발 내 소원 좀 들어주라, 난경!>

 

“흥!”

 

종리난경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렸다.

 

왠지 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코웃음이었다.

 

‘바보 멍청이! 그런 말을 술 마시고 아무에게나 하다니.’

 

 

 

3

 

 

 

“하겠어!”

 

“안 돼!”

 

“왜 안 돼! 엽 대주가 뭔데 나더러 하라 마라 하는 거야?”

 

“난경, 죽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야.”

 

“이미 들었는데 어쩌라고? 총대주인가 이무환인가가 그랬잖아? 들은 이상 절대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이야.”

 

종리난경은 이무환이 검강을 지풍으로 튕겨낸 순간부터 싸울 마음이 만 리 밖으로 도망간 상태였다. 

 

그래도 궁금해서 따라왔다. 그리고 엽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이무환의 설명을 들었다.

 

광룡대에 대한 것, 그 목적까지.

 

이야기가 끝나자 이무환이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상, 둘 중 하나를 결정해. 죽던가, 일을 하던가. 그것도 눈발을 봐서 특별히 봐준 거야.”

 

 

 

가슴이 뛰었다. 자신의 적성에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녀는 두말 않고,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한다고 했다. 구룡성을 정화시키는 데 일조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그랬더니 엽상이 잠깐 이야기 좀 나누자며 자신의 방으로 끌고 온 것이다.

 

그렇게 방에 들어와 대판 말싸움이 벌어진 지 벌써 일각째. 그녀는 질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엽상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사정해 볼 거다. 팔 하나를 던져서라도 부탁할 거다. 들어줄 거야. 총대주가 독하긴 해도, 알고 보면 여린 구석도 있거든. 그러니, 난경…….”

 

“왜 엽 대주가 팔을 던져?”

 

종리난경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툭 쏘아붙였다.

 

엽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던질 수 있어!”

 

“…….”

 

“어… 그러니까, 난경, 내 말 좀 들어줘.”

 

“바보…….”

 

“응?”

 

“삼 년 전에는 왜 그 말을 못한 거지? 그랬으면 지금쯤 엽 대주 닮은 사내아이 하나는 생겼을 텐데.”

 

“그, 그게 말이지……. 어…….”

 

종리난경은 더듬거리는 엽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엽 대주 무공이 두 배로 늘었어도 안심이 안 돼. 나는 알아, 엽 대주가 겉보기와 달리 얼마나 소심한지. 그래서 하려는 거야.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보나마나 엽 대주 오래 못 살 거 같거든. 그럼 또 나 혼자 살아야 하는데, 아마 그게 싫어서라도 기름동이를 끌어안고 불속으로 뛰어들지 몰라.”

 

“난… 경.”

 

“끝! 더 말하지 마.”

 

언뜻 종리난경의 눈가가 붉어진 듯 보였다.

 

엽상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손만 만지작거렸다.

 

그때였다. 멀리서 이무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멍청해서야 원. 뭐 해? 손을 앞으로 뻗어!”

 

명령 아닌 명령. 엽상이 엉겁결에 손을 뻗었다.

 

순간 종리난경이 엽상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바보 멍청이!”

 

 

 

지붕 위에 앉아 있던 이무환이 옆을 바라보았다.

 

“어때, 잘했지?”

 

이무환의 말에 남궁산산이 입을 삐죽거렸다.

 

“오빠도 옆으로 손 뻗어봐요.”

 

“싫어.”

 

“칫!”

 

“내려가자.”

 

“안고 내려가 줘요. 다리가 저려서 신법을 펼치지 못하겠어요.”

 

“그냥 뛰어내려. 머리부터 안 떨어지게 조심하고.”

 

 

 

4

 

 

 

이무환은 앞에 앉은 종리난경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검룡부에는 수룡단주께서 이야기를 할 테니 걱정 말고, 당분간 엽 대주와 함께 움직여. 조용히 움직이다가도 일이 시작되면 폭풍이 몰아칠 거다. 항상 마음과 몸을 가다듬고 있도록. 오늘 밤부터 투입시킬 거니까.”

 

완전 딴판이었다. 한량 같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장난꾸러기 같던 모습도 자취를 감추었다.

 

종리난경은 자신도 모르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총대주.”

 

그걸 바라보는 엽상만 속이 탈 뿐이었다.

 

‘그 모습에 절대 속지 마라, 난경!’

 

엽상의 심장이 재로 변하든 말든, 이무환이 말을 이었다.

 

“무공이 딸리는 대원들은 특별 수련을 하고 있다. 종리 대원도 하고 싶으면 신청을 해.”

 

“정말인가요? 그럼 저도…….”

 

“안 돼!!”

 

엽상이 벌떡 일어서며 고함을 질렀다.

 

덜커덩!

 

의자가 뒤로 넘어지는데도 이무환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발, 왜 그래?”

 

“저, 대주. 난경은 아직 수련을 할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준비를 따로 해야 하나?”

 

“아무래도 여자라서…….”

 

“여자에게 딱 맞는 무공이 있어서 그 구결을 적어줄까 하는데, 그걸 읽는 데도 준비가 필요해?”

 

“구결… 만요?”

 

더듬거리는 엽상을 흘겨보며 종리난경이 말했다.

 

“따로 준비할 필요 없습니다, 총대주.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바쁘니까 내일 적어서 건네주지.”

 

그제야 털썩, 자리에 앉은 엽상을 바라보며 이무환이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구결만 적어주긴 하는데 말이야, 그걸 제대로 익히려면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되거든. 아마 종리난경이 먼저 나를 찾아올걸?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 설마 내가 남자들처럼 다루겠어?’

 

아마 엽상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죽는다고 설쳤을 터. 미리 말할 이유가 없었다.

 

어쨌든 이제는 할 일을 해야 할 때.

 

“자! 이제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눈발, 유군명과 황보진욱에게는 연락이 다 되었겠지?”

 

“예? 예, 대주.”

 

 

 

석양이 질 무렵.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광룡대의 거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방 하나를 개조해 만든 회의실에 둘러앉은 사람은 모두 열네 명. 

 

남궁산산, 엽상, 유군명, 황보진욱, 종리난경, 영호승, 단우경, 막위, 혁수린. 그리고 각 대의 연락을 맡은 네 명의 대원이 숨소리조차 죽이고 이무환만 바라보았다.

 

이무환이 입을 연 것은 석양에 창문이 붉게 타오를 때였다.

 

“시신은 유흔이라는 자가 분명해. 문제는 그것이 누구에게 전해졌느냐 하는 것이지. 그게 우리가 알아볼 것이기도 하고.”

 

“두 청의인이거나 적혈삼마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엽상의 질문에 이무환이 단호하게 말했다.

 

“없어. 그는 유흔이야.”

 

그러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적혈삼마 중 둘은 내가 죽여서 깊숙이 묻었어. 아마 내가 직접 가도 찾기 힘들 거야.”

 

사람을 죽여 묻었다는 말을 저리도 담담하게 하다니. 둘러앉은 사람들은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오빠가 그를 유흔이라고 단정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남궁산산이 묻자, 이무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꼬맹이 말대로 이유가 있어. 놈들이 시신을 회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내가 손을 좀 써놨거든.”

 

“상흔인가요?”

 

콩!

 

손가락으로 남궁산산의 머리를 툭 친 이무환이 말했다.

 

“요 꼬맹아, 네가 다 말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사람들은 장난처럼 말하는 이무환이 점점 더 무섭게 느껴졌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석양 때문인지 눈자위도 검게 보이고, 눈동자도 붉게 보였다.

 

‘악귀는 악귀다. 대체 언제 그런 수작을…….’

 

이무환이 입도 뻥끗 못하고 앉아 있는 광룡대의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놈의 가슴을 뭉갤 때, 놈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무공을 조금 흉내 냈지. 아마 놈들은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시신을 회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아!”

 

엽상이 뭔가를 깨달은 듯 탄성을 흘렸다.

 

이무환이 씩 웃었다.

 

“내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놈들은 그 무공을 익힌 자들을 의심할 거다. 잘하면 손도 안 대고 아래위 다 닦을 수 있겠지.”

 

‘꼭 말을 해도…….’

 

‘여자도 있는데…….’

 

사람들이 흘겨보는데도 이무환은 꿋꿋이 말을 이었다.

 

“가능성은 반반이야. 다만,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놈들의 움직임이 커질 거라는 거다. 우리가 할 일은 놈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잡아내는 것이야. 그것만 제대로 잡아낸다면, 유흔에게 명령을 내린 자, 더 나아가 최고 상층부에 웅크려 구룡성을 흔들고 있는 대가리까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숨도 쉬지 않고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최소한 세 명의 수룡대주는 알고 있었다. 이무환의 말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이무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수룡단 이백 명의 대원 중 반이 일 년 이상을 달라붙었다. 그렇게 하고도 알아낸 것은 기껏 놈들이 흘리고 간 몇 조각의 비늘뿐.

 

그런데 이무환은 단 한 번의 손짓과 짐작으로 놈들의 깊은 곳까지 파고든 것이다.

 

사람들의 궁금증과 숨통을 터주려는 듯 남궁산산이 차를 홀짝이고 있는 이무환에게 물었다.

 

“오빠, 어떤 무공을 흉내 냈기에 놈들이 움직이는 거예요?”

 

찻잔을 내려놓은 이무환이 피식 웃고 딱 한마디만 내뱉었다.

 

“검은 구름, 묵운(墨雲).”

 

남궁산산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럼 혹시…… 그 흔적이라는 것이, 묵령운?”

 

“어? 그 이름을 알고 있었어? 와, 우리 꼬맹이 대단한데?”

 

평상시라면 남궁산산이 배시시 웃으며 팔에 머리를 기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왠지 차갑게마저 느껴지는 목소리가 남궁산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떻게 오빠가 그 이름을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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