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6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62화
62화
“그런데 수룡단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 합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천룡이나 검룡, 창룡이 움직였다는 말인가?”
“그들이 직접 움직인 것은 아닌데… 속하 생각으로는, 죽은 단유창과 호연청이 남몰래 키운 세력인 것 같습니다. 전부터 그들이 힘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었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야?”
“인원은 약 오십 명 정도에 이름은 구룡수호단이라고 합니다, 대령주.”
은의인은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쾅! 소리가 나도록 잔을 내려놓았다.
“금룡부의 현 상황은?”
“금화산은 연공 중이라 나오지 못했고, 금화산을 지키던 자들도 나오지 않았다 합니다.”
“둘째는?”
“이령주 역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흥! 성질 급한 놈이 참느라 욕봤겠군.”
말은 그런데 왠지 아쉬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다.
적흔은 아무런 표도 내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의인이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일단 드러났다 생각되는 사람들을 깊숙이 숨겨라. 그러고 나서 사부님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복명!”
3
죄인을 압송하던 광룡대와 구룡수호단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수룡단의 일백 대원이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향을 튼 광룡대와 구룡수호단은 날듯이 달려가 닫혀 있던 문 하나를 강제로 열었다.
콰당!
도룡부의 정문이 굉음과 함께 활짝 열리고 광룡대와 삼십 명의 구룡수호단이 들이닥쳤다.
“수룡단에서 반도를 잡으러 왔다! 항거하는 자들은 반도로 인정하고 참살할 것이다! 모두 좌우로 물러가라!”
난데없는 굉음을 듣고 쏟아져 나오던 도룡부의 무사들이 엽상의 일갈에 좌우로 쫙 갈라졌다.
그때 커다란 칼을 등에 멘 흑염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노성을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도룡부의 장로 참마귀도 정문요였다. 성질이 불같아서 때로는 말보다 칼이 먼저 나간다는 절정고수.
하지만 엽상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마주 소리쳤다.
“금룡부에서의 일은 들었을 것입니다! 반도들이 도망칠까 봐 무리를 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라?”
엽상은 정문요가 반박할 틈도 없이 명을 내렸다.
“반도인 마동호와 염귀상과 장사금을 잡아라!”
작정하고 들어온 터다.
엽상의 명이 떨어지자 광룡대원들과 구룡수호단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도룡부는 금룡부와 달랐다.
광룡대원들과 구룡수호단이 도룡각으로 들어가기도 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던 도룡부주 천추도왕(天墜刀王) 구자천을 비롯해, 장로와 호법 등 도룡부를 이끄는 수뇌들 대부분이 일제히 밖으로 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정문을 부수고 들어오다니!”
앞으로 나서던 광룡대원들과 구룡수호단이 걸음을 멈췄다.
엽상이 전면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만 잡으면 조용히 물러갈 것이니, 부디 부주님께선 오늘의 결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룡각의 정면에 우뚝 서 있던 구자천이 그런 엽상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놈!’
수룡단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구룡수호단이라는 놈들이 제법 강해 보이지만 가소로울 뿐이다.
하지만 그리되면 자신이 반도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아마 이때라는 듯 천룡과 창룡과 검룡이 벌 떼처럼 몰려들겠지.
배알이 꼴리고 속이 뒤틀려도 참을 땐 참아야 했다.
“내 오늘의 일을 호연청에게 친히 물을 것이니라!”
그때였다. 도룡부의 뒤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어딜 가는 것이냐?! 도룡부에서 아무도 못 나간다!”
외부에서 도룡부를 둘러싸고 있던 수룡단의 대원들이 누군가를 발견한 듯했다.
구룡수호단 이십 명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상황. 누구든 쉽게 도룡부를 빠져나가지는 못할 터였다.
엽상은 눈빛을 빛내며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이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상이 북리웅과 백장청을 향해 말했다.
“시작하지요.”
동시에 광룡대원들이 건물 안으로 뛰어들고, 북리웅과 백장청이 구룡수호단을 이끌고 그들을 따라갔다.
금룡부와 달리 도룡부에선 어느 누구도 광룡대와 구룡수호단에 덤벼들지 않았다.
또한 별다른 행동도 보이지 않고 구자천과 함께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금룡부의 상황을 듣고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한 듯했다.
광룡대는 이각가량의 수색에서 마동호와 염귀상을 찾아냈다. 아쉽게도 둘 다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광룡대원들이 두 사람의 시신을 들고 나오자 도룡부의 무사들이 술렁거렸다.
건무렝서 나온 북리웅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고 자결한 것 같군.”
이무환은 그 말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외긴 하지만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사 생포했다 해도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을 테니까.
도룡부의 수뇌부를 둘러보던 그가 엽상에게 전음을 보냈다.
<구자천을 한번 긁어봐. 혹시 저들이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 않았냐고. 자결했으니 스스로 반도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러니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억지를 써.>
그러고는 마동호와 염귀상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엽상이 움찔하더니, 느릿하니 고개를 돌려 구자천을 바라보았다.
‘지미, 차라리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하지 그러쇼!’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이무환의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숨을 들이쉰 그가 구자천을 향해 말했다.
“부주님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구자천이 부리부리한 눈을 빛내며 이를 갈았다.
“뭐냐!”
“저 두 사람이 도룡부 내에서, 그것도 저희들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자결을 했다는 것은 저들이 스스로 반도임을 증명하는 것.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니? 네가 감히 본좌에게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냐?!”
“부 내에서 당주급 인사가 자결을 했다면 그에 대해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라? 네놈이 감히!”
바로 그때, 도종택의 시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이무환이 의문을 제기했다.
“음? 엽 대주, 이자는 자결을 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엽상은 이때라는 듯 구자천의 불길이 이는 눈을 피해 홱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인가?”
이무환이 도종택의 몸을 돌리며 말했다.
“목 뒤쪽에 바늘로 찌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아무래도 수룡단으로 시신을 가져가서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
“그래?”
북리웅과 백장청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빼고 도종택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무환에게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바늘 자국? 이상하군.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내가 미처 못 봤나?’
두 사람이 의아해하는 사이, 엽상이 다시 구자천을 향해 말했다.
“도룡부 내에서 살인이 난 것 같군요. 그것도 저희들이 들이닥치자마자 말입니다. 그래도 도룡부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구자천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밖으로 나오기 전, 이름이 호명된 세 사람에게 급히 사람을 보내서 명령을 전달케 했다. 가족을 생각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그럼 가족은 도룡부가 돌봐줄 거라고.
결국 두 놈은 죽고, 한 놈은 도망치다 잡혔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그런데 살인은 뭐고, 바늘 자국은 또 뭐란 말인가?
‘놈들이 명을 거부하니까 죽여 버렸나?’
그럴지도 몰랐다. 아직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한은.
하지만 구자천이 누군가?
구룡의 일인, 도룡부주 천추도왕이 아니던가.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냉소를 흘렸다.
“흥! 그게 왜 본좌 책임이란 말이냐? 부 내에서 사람이 죽은 것만 해도 분노할 일이거늘, 그걸 감히 본좌에게 책임지라는 말이더냐?”
엽상이 능글거리며 답했다.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하니 말이 절로 나왔다.
“도룡부의 누군가가 책임질 일이라 했지, 부주님께 책임지라 하지는 않았지요. 제가 어찌 면책권이 있는 부주님께 책임을 지라마라 할 수 있겠습니까?”
“네놈이 지금 본좌를 놀리겠다는 거냐?”
발끈한 구자천의 눈에서 살광이 번뜩였다.
엽상은 구자천이 당장에라도 손을 쓸 것처럼 소리치자 한발 물러섰다.
“수룡단의 일개 대주가 어찌 감히…….”
동시에 이무환의 전음이 귓전을 울렸다.
<됐어. 대충 파악했으니 그만 가자고.>
살았다는 듯 엽상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포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추후에 몇 분을 부를지 모르니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주님. 그럼 편히 쉬십시오.”
편히 쉬어? 난리법석을 떨어놓고 편히 쉬라고?!
구자천이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자, 엽상이 휙 몸을 돌렸다. 그 사이 등골을 타고 땀이 흘렀다.
“모두 돌아간다! 또 다른 증거가 나올지 모르니 시신을 조심스럽게 다뤄라!”
4
두 번째 바람은 들썩이던 구룡부를 오히려 잔잔하게 가라앉혔다.
설마 하룻밤 만에 두 군데를 급습할 줄이야.
잠풍련 쪽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좌불안석이었다.
대책이 세워지기도 전에 도룡부에 심어진 자들마저 제거되지 않았는가.
밤은 길고, 수룡단의 행동은 종잡을 수가 없으니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밖에는 수룡단의 대원들이 쫙 깔려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 멋모르고 밖으로 나갔던 사람들 십수 명이 수룡단으로 끌려갔다는 말도 들려오는 판국이었다.
이제는 잠풍련 사람들을 떠나서, 구룡성 전체가 숨을 죽이고 수룡단을 주시했다.
와룡부도 긴장한 채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군.”
제갈무진의 말에 방양고가 고개를 들었다.
“자칫 엄한 불똥이 튀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지는 않을 거네.”
그러나 말과 달리 제갈무진의 표정은 그리 편치 못했다.
‘내 일기를 가져간 놈만 잡으면 될 텐데……. 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읽지도 못할 일기를 훔쳐갔단 말인가? 들춰 보지도 않았단 말인가? 겉에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것을 왜 가져가?’
봤다면 절대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고자 같은 놈. 여자도 속을 알아보고 탐하는 법인데, 하다못해 얼굴이라도 살펴봐야 하는 법인데, 제목도 없고 읽지도 못할 것을 왜 가져가? 껍질을 벗겨 죽일 놈!’
제갈무진이 속으로 이를 가는데 방양고가 말했다.
“이 기회에 놈들을 도와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도와준다?”
“구룡수호단이 정체 모를 자들이라지만 분명 천룡과 창룡과 검룡의 손이 닿아 있는 자들일 겁니다. 표 나지 않게 도와줘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호연청만 좋아질 텐데?”
“한쪽만 강한 것보다 양쪽이 강할 때 더 큰 피해가 나는 법이지요.”
“하긴 그렇지. 게다가 하나를 주고 둘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고 말이야.”
제갈무진은 담담히 대답하고는 방양고의 계획을 받아들였다.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득일지 잘 생각해 보고 계획을 짜보게.”
“예, 부주.”
그 시각.
신룡부 깊은 곳에서 칠채도관을 쓴 노인이 눈을 떴다.
“이무기가… 기지개를 켜는 건가? 쯔쯔쯔, 무공을 완성하겠다는 욕심에 너무 오래 놔뒀나 보군. 아무래도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겠어.”
노인은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환요, 예정을 앞당겨야겠다.”
“하명하시지요, 주군.”
허공에서 벌 떼 우는 소리와 같은 대답이 들렸다.
순간 노인의 두 눈이 투명해졌다.
“그를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