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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08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08화

 

108화

 

 

 

 

 

 

 

 

뒤에서 나직하게 도로롱 도로롱,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무환은 안다. 저것도 거짓으로 내는 소리라는 걸.

 

꼬맹이가 코를 골 때는 절대 도로롱 소리가 나지 않는다.

 

드링 드링.

 

그것이 꼬맹이의 코 고는 소리다.

 

마음 같아서는 안아서라도 꼬맹이를 방에 데려다주고 싶었다.

 

그런데 작정을 했는지, 속옷을 반쯤 벗은 채 이불도 다 차내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전이었다면 서슴없이 옷을 입히고 쫓아냈을 텐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꼬맹이의 그런 모습에 가슴이 뛰어서 옷을 입혀줄 수가 없는 것이다.

 

‘제길! 내가 이게 무슨 짓이야! 저 꼬맹이가 뭐가 무섭다고!’

 

벌컥벌컥!

 

이무환은 단숨에 차를 들이켜고는, 벌떡 일어서서 뒤로 돌아섰다.

 

그러다 다시 바람 소리가 나도록 홱, 몸을 돌렸다.

 

옆으로 누운 꼬맹이가 배시시 웃으며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예뻤다.

 

‘빌어먹을!’

 

그때 문득 옆에서 누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냥 같이 자. 뭐 어때?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그래도 될까? 손 안 대고 얌전히 자면 되잖아?’

 

그러나 저 꼬맹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냥 살짝 안기만 하고 자면…….’

 

이무환의 반쯤 감긴 두 눈이 몽롱하니 잠겼다.

 

생각만으로도 꼬맹이가 품 안으로 날아든다.

 

그런데 막 꼬맹이를 끌어안은 환상에 빠진 순간! 갑자기 옥이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야! 일편단심! 나에게는 옥이뿐이야!’

 

저기에 누워 있는 여자가 옥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꼬맹이가 옥이로 바뀌지는 않았다.

 

다시 앉기도 어정쩡한 상황.

 

‘에이, 밖에 나가서 수련이나 할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의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방으로 오는 듯했다.

 

이무환은 화들짝 놀라 방문으로 다가갔다.

 

“총대주, 엽상입니다.”

 

이무환은 방문을 조금만 열고 밖으로 나가서는, 엽상을 향해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철룡부가 당했습니다.”

 

이무환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전의 당황함이나 반가움도 사라진 상태였다.

 

“자세히 말해봐.”

 

“십여 명의 고수가 몰래 철룡부에 침입해서 철룡부를 돕던 자들을 제거한 것 같습니다.”

 

“누가 움직였지?”

 

“저희들 판단으로는 신룡부 쪽에서 움직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적을 치기 위해 움직이지는 않았을 터. 지켜보고만 있던 그들이 움직였다면 그만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들을 쳤을까?”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뒤에서 남궁산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를 잃었으니 다른 하나를 차지하려고 한 걸 거예요.”

 

차분한 목소리였다.

 

남궁산산의 말뜻을 깨달은 이무환이 눈을 좁혔다.

 

“신룡부가 철룡부를 끌어들일 거라고 보는 거냐?”

 

“신룡부가 그들을 공격했다면 그것까지 생각하고 했을 게 분명해요. 아마 지금쯤이면 결정이 다 났을 거예요.”

 

도룡부를 억지로 끌어들여서 겨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놨거늘, 상황이 다시 예측 불허로 변했다.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건가?

 

이제 금룡부를 치려 해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지. 신룡부가 금룡부에도 손을 써놨을 테니까.

 

남은 날짜는 칠 일.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이무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엽상에게 말했다.

 

“신룡부와 철룡부의 감시를 늘리고 놈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해. 분명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번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야.”

 

묘한 표정으로 이무환과 방 안을 번갈아 바라보던 엽상이 후다닥 눈빛을 가다듬고 물었다.

 

“누가 신룡부에 합류했다고 보는 겁니까?”

 

“헌원숭도 들어왔는데 그들이라고……. 가만?”

 

이무환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도를 쓰는 놈들 중 잘 모르는 놈들이 신룡부를 드나드는지 잘 살펴보라고 해.”

 

‘도’라는 말에 엽상도 눈치를 챘는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총대주.”

 

“그리고 지금 매화루에 수상한 놈이 몇 있을 거야. 사람 붙여서 놈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해.”

 

“매화루요?”

 

“어. 다섯 놈 중 하나는 내가 잡아서 옥에 집어넣었어. 아마 지금쯤 신경이 곤두서 있을 거야. 그러니 조심해서 감시하라고 해.”

 

대체 언제? 정말 독각귀(獨脚鬼:도깨비) 같은 대주가 아닐 수 없다.

 

“예, 총대주.”

 

속으로 혀를 내두른 엽상이 회랑을 돌아가자, 방문을 연 이무환이 남궁산산에게 물었다.

 

“꼬맹아, 호남성 장사에서 어떤 세력이 제일 크지?”

 

“장사요? 그곳이라면 당연히 만겁궁이지요. 왜요?”

 

“만겁궁? 그럼 만겁존자(萬劫尊者)?”

 

“맞아요. 천중십마 중 만겁존자가 장사에 있어요.”

 

“제길!”

 

만겁존자가 이끄는 호남제일의 세력, 만겁궁(萬劫宮).

 

비록 천하삼대세력에는 못 미치지만, 천하십대세력을 꼽으라면 강호인 열 중 다섯은 만겁궁을 그 안에 집어넣을 것이다.

 

금룡부에서 들었던 음성의 주인공이 장사에서 세력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 대상이 당연히 만겁궁이겠지. 그렇다면 자신이 잡아놓은 자 역시 만겁궁의 고수일 가능성이 컸다.

 

하루 이틀 사이에 그들이 주력이 들어올 터. 점점 상황은 예측 불허로 치닫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주를 만나야겠다. 꼬맹아,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예, 오빠!”

 

“그쪽 말고! 이제 네 방으로 가야지!”

 

입을 삐죽 내민 남궁산산이 히죽거리며 방을 나갔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 이무환은 호연청을 찾아갔다.

 

 

 

5

 

 

 

“다 털어놓으쇼.”

 

곤히 자는 사람을 깨우더니, 뭘 털어놓으란 말인가?

 

호연청이 인상을 썼다.

 

“뭘 말인가?”

 

“조금 전 철룡부가 당했다고 합니다.”

 

난데없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호연청이 자세를 바로 하고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

 

“그럼 제가 미쳤다고 잠도 안 자고 단주를 찾아옵니까?”

 

원래 반쯤 미쳤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은 호연청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보게나.”

 

이무환은 숨도 쉬지 않고 상황을 대충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니 저도 좀 알자, 이거요. 제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누군지.”

 

“음, 그건 내 단독으로 말할 수 없는 사항이네.”

 

이무환이 머뭇거리는 호연청을 닦달했다.

 

“구유도문에 이어 만겁궁까지 들어오게 생긴 마당입니다. 대체 상황이 어디까지 가야 말해주겠다는 겁니까!”

 

호연청의 눈이 다시 커졌다.

 

“구유도문이야 그렇다 치고, 만겁궁까지?”

 

다시 금룡부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그 와중에도 한 놈 잡아놨다는 말은 싹 뺐다.

 

그것만으로도 호연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무환이 눈을 부라리고 호연청을 노려보았다.

 

하는 수 없다 생각했는지 호연청이 입을 열었다.

 

“현재 천룡부와 창룡부와 검룡부가 우리를 돕고 있네.”

 

그걸 누가 모르나?

 

하나마나한 말이다. 이무환이 호연청을 재촉했다.

 

“그리고요?”

 

“흐음…….”

 

숨을 한번 몰아쉰 호연청이 두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개천(蓋天)과 절수(切手)가 우리를 돕기로 했네.”

 

이무환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개천, 개천신권(蓋天神拳) 황보광은 우내십존 중 한 사람이고, 절수는 천중십마 중 한 사람인 절명마수(絶命魔手) 소천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익힌 무공으로 인해 우내십존과 천중십마로 갈렸을 뿐, 두 사람도 헌원숭처럼 정사 중도의 고수들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방 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구룡성에 들어와 있습니까?”

 

“아직은 안 왔네. 하나 곧 절수가 먼저 들어오고, 개천은 조금 뒤에 들어올 거네.”

 

양쪽을 합하면, 천하를 좌우하는 스무 명의 고수 중 최소 여섯 명이 구룡성에 모인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에 못지않은 고수들이 대여섯 명이나 더 있다.

 

천하에 소문이 퍼지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그들 말고는 더 없습니까?”

 

“아직은 없네.”

 

“정말 없습니까?”

 

“없다니까.”

 

 

 

이무환은 일각가량을 더 들들 볶다가 호연청의 방을 나섰다.

 

두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다지만, 그래 봐야 이삼 일 앞당겨 알려준 것에 불과했다.

 

신룡부가 전면으로 나선 이상 그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과연 그들이 전부일까?

 

‘두고 보면 알겠지. 나중에 밝혀지면 지금 말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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