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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05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05화

 

105화

 

 

 

 

 

 

 

 

긴장해 있던 사람들의 눈에서 형형한 안광이 뿜어졌다.

 

우리끼리만 그 일이 가능할까? 광룡이 정말로 미쳤나?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내가 제대로 듣긴 들은 건가?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생각만은 동일했다.

 

과연 광룡다운 말이다!

 

엽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언제 말입니까?”

 

“오늘.”

 

 

 

6

 

 

 

사시 초, 창룡부주 여후량과 검룡부주 동방휘가 천룡부의 이충선과 함께 원로들을 대동한 채 신룡부를 방문했다. 구룡성주 선출 문제에 대해 상의할 일이 있다면서.

 

본래 약속한 대로라면 이틀 후가 회의 날짜였다.

 

예정에 없던 그들의 방문에 주백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다른 마음이 있는 듯했다. 문제는 그들의 방문을 거절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분들을 안으로 모셔라.”

 

 

 

그 시각, 도룡부의 정문이 부서졌다.

 

콰당!

 

마룡부를 칠 때와는 달랐다.

 

특조대는 소리없이 도룡부에 들이닥쳤다. 그러더니 거칠게 도룡부에 진입했다.

 

뒤늦게 도룡부의 무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을 향해 엽상이 소리쳤다.

 

“스스로 구룡성의 무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항을 하지 마라! 대항하는 자들은 잠풍련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단호히 처단할 것이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망설이는 도룡부의 무사들이다.

 

“놈들을 찾아!”

 

이무환이 거두절미한 채 명을 내렸다.

 

동시에 백오십여 명의 광룡대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에 도룡부의 무사들의 몸이 굳었다. 

 

구자천을 비롯한 도룡부의 원로들과 장로, 호법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도룡부가 광룡대에 의해 둘러싸인 후였다.

 

튀어나온 구자천이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분노한 표정이지만, 전과 달리 당황함이 역력한 구자천이다.

 

이무환이 구자천을 마주 보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풍련의 간자들을 찾고자 합니다. 잠시면 끝나니 그때까지만 참아주시지요.”

 

자신들보다 더 강하던 마룡부가 무너졌다. 이제 광룡을 애송이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자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기에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지 못한 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무조건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잠풍련의 간자들을 찾겠다는 것이 아닌가. 

 

명분을 특조대가 쥐고 있으니 죽자 사자 특조대와 한판 싸움을 벌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바로 이무환이 노리던 바였다.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마룡부가 특조대에게 무너진 상황.

 

두려움을 느낀 적은 그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상대해야 한다.

 

속전속결!

 

폭풍처럼 밀고 들어가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다. 상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반의반 각이 지나기도 전, 안팎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특조대원들이 삼 인 일 조로 다니며 무사들에게 물었다.

 

 

 

“이름은? 직위는? 상관이 누구지?”

 

“도룡부의 기본 도식을 펼쳐 봐!”

 

“십팔연환도진의 방위를 말해봐!”

 

 

 

질문은 수룡대원들이, 질문에 대답 못하는 자는 비룡단과 새로 온 구룡수호단의 고수들이 무력으로 무릎을 꿇렸다.

 

대항하는 자는 강제로 제압하고, 심하게 대항하는 경우 사살도 불사했다.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무릎 꿇려지고, 십여 명이 대항하다 제압당했다. 그중 여섯 명이 죽고 네 명이 중상을 입은 채 쓰러졌다.

 

일각이 지나고, 밖으로 나온 도룡부의 무사들이 대충 적아로 갈렸을 때였다. 전각 안에서 치열한 격전으로 인한 굉음이 들려왔다.

 

구룡수호단이 들어간 쾌도전이었는데, 잠풍련의 핵심 고수들이 격렬히 저항하는 듯했다.

 

쾌도전을 바라보던 이무환이 구자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부주님의 앞날도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 잊어줄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시고,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족을 생각하셔야지요.>

 

구자천의 눈 깊은 곳에서 격렬한 떨림이 일었다.

 

입술을 여는 것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무환의 음성이 뇌리 속에 박혀들었다.

 

어기심어공(御氣心語功).

 

절대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펼칠 수 있다는 전음의 최고봉이 이무환에게서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자신은 어기심어공을 펼칠 수 있을까?

 

자신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구자천은 천외광룡이 혁성화와 대등하게 싸웠다는 소문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헌원숭까지 적으로서 와 있는 상황.

 

갈등이 일었다.

 

잠풍련과 손을 잡으면 구룡성의 실세로서 천하를 아우를 것 같았다. 그런데 구층을 향해 쌓아 올라가던 탑이 하나하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꿈이었나?’

 

허망했다. 미몽을 꾸고 있는 듯했다. 꿈에서 깨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지 모른다는 망상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자신이 꿈을 꾸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았다.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음을 그대가 어찌 알까?’

 

그때 이무환의 목소리가 또 울렸다.

 

<지금 답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곁에 잠풍련의 간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결심이 서시거든, 오늘 밤 술시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외성의 귀향루로 보내십시오.>

 

구자천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결정적인 원인을 이무환이 짚어낸 것이다.

 

‘정녕 괴물 같은 자로다!’

 

그는 진심으로 이무환이 두렵게 느껴졌다.

 

한편 이무환은 구자천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고 고개를 돌렸다.

 

덫은 던져 놨다.

 

성사는 하늘에 맡겨놓으면 될 터.

 

설사 덫에 갇히지 않는다 해도 당장은 구자천이 흔들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리 뿌리 깊은 나무도 연속된 태풍은 견디기 힘든 법이니까.

 

게다가 구자천은 결코 뿌리 깊은 나무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잠풍련의 음모에 말려들지도 않았겠지.

 

‘구자천을 끌어들이고 금룡부를 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그리되면 세력 구도가 거꾸로 된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은. 어쩌면 구룡성주의 선출에 최대 변수가 될지도 몰랐다.

 

아무도 모르게.

 

‘거절해도 나야 손해 볼 것 없어. 거절하면 내일 다시 와서 쓸어버려도 되니까.’

 

이무환이 내심 스스로의 계책에 만족하고 있을 때였다.

 

와장창!

 

쾌도각의 창문이 부서지며 대여섯 명의 갈의인이 몸을 날렸다.

 

“헌원 대협!”

 

이무환이 헌원숭을 불렀다.

 

거의 동시에 헌원숭의 궁이 맑은 탄궁음을 터트렸다.

 

투두두둥!

 

쒜에엑!

 

헌원숭의 궁에서 쏘아진 기화살이 허공을 관통하는가 싶더니, 전각을 박차고 날아가던 갈의인들을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퍼버버벅!

 

“헉!”

 

“커억!”

 

그때, 이무환의 눈이 커졌다.

 

전에는 느껴지기만 하던 기화살이 눈에 보였다.

 

‘우와! 내 눈이 더 좋아졌나?’

 

물론 눈이 갑자기 좋아졌을 리가 없다.

 

눈이 좋아졌다기보다 그의 감각이 좋아졌다고 봐야 했다. 지난밤 단약을 복용한 후로.

 

공력은 그리 많이 증진되지 않았지만, 그 작은 차이로 인해 기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이 난 이무환이 한쪽을 가리켰다.

 

“헌원 대협, 저쪽도!”

 

투두둑! 쒜에엑!

 

담장을 넘어 도망가려던 두 사람이 급살 맞은 기러기처럼 투둑, 떨어졌다.

 

이번에는 기화살이 완만히 휘어져 날아갔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자들 때문이다.

 

‘기어시(氣御矢)! 대단하군.’

 

내심 헌원숭의 궁술에 경탄하던 이무환이 갑자기 손을 틀어 한곳을 가리켰다.

 

“왼쪽에서 세 번째!”

 

찰나였다. 멈칫한 헌원숭이 궁을 당겼다.

 

이무환이 가리킨 곳에는 도룡부의 원로들이 늘어선 곳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헌원숭은 당긴 궁을 그대로 튕겼다.

 

퉁! 쒜엑!

 

“허엇!”

 

원로들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표적이 된 왼쪽에서 세 번째 사람은 대경하며 몸을 뽑아 올렸다. 그의 반응이 어찌나 빨랐는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허공 삼 장 위에 떠 있었다.

 

그를 향해 이무환이 소리쳤다.

 

“역시 풍의 신법답게 대단하군! 명부신사의 궁을 피하다니 말이야!”

 

마혼도 안종림, 수상하게 생각한 자들 중 하나였다. 해서 떠봤는데 급박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풍의 신법을 펼쳐 낸 것이다.

 

반면에 헌원숭은 오기가 일었다.

 

상대가 자신의 궁을 너무나 쉽게 피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받아봐라!”

 

투두둥!

 

이번에는 별다른 소리도 나지 않고 허공에 세 개의 구멍이 뻥 뚫렸다.

 

이무환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호! 굉장한데?’

 

콰광!

 

안종림은 허공에 뜬 채 칼을 휘둘러 헌원숭의 공격을 막아냈다.

 

온전히 막아내지는 못한 듯 뒤로 훌훌 날아가는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정도도 생각 밖이었다. 헌원숭의 연속된 공격을 작은 부상만 입은 채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알려진 안종림의 실력보다 배는 강했다.

 

“잡아라!”

 

헌원숭의 짧은 명령이 떨어졌다.

 

옆에 석상처럼 서 있던 세 명의 장한, 헌원숭의 제자들이 안종림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안종림을 에워싼 헌원숭의 제자들 손에서 세 개의 궁이 튕겨지자, 안종림의 주위로 회오리바람이 휘돌았다.

 

빠르고, 느리고, 휘어진 기화살이 안종림을 압박했다.

 

십 초가 지날 즈음, 안종림의 입에서 격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커억!”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뒤늦게 두어 명의 원로가 안종림을 구하기 위해 무기를 뽑아 들고 뛰쳐나갔다.

 

그러나 헌원숭이 그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투둥!

 

두 발의 기화살이 허공을 뚫고 쏘아지자, 뛰쳐나가던 원로들이 대경하며 뒤로 물러섰다.

 

구자천이 다급히 소리쳤다.

 

“모두 저들의 도발에 응하지 마라!”

 

이무환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거니와, 대항하는 자들은 잠풍련의 사람들로 간주, 그에 따라 처리할 것입니다.”

 

울화가 터지는 것을 참지 못한 사람들 몇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건방진 놈! 네놈 눈에는 우리가 그리 우습게 보이더냐!”

 

“애송이 놈이 주위에서 받들어주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이무환의 웃음이 짙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당신들이 우습게 보이오. 그러다 보니 간덩이가 부었지요. 어때요? 예외로 해줄 테니 한번 해볼 거요?”

 

상황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였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소리치던 자들이 움찔했다.

 

그때 이무환이 갑자기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후웅!

 

만압회의 일격이 대기를 짓누르며 이 장 앞을 두들겼다.

 

쾅!

 

청석이 움푹 파이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날렸다.

 

찰나였다!

 

이무환의 신형이 죽 늘어나는가 싶더니, 원로들과의 거리가 이 장으로 좁혀졌다.

 

순간, 이무환의 우수에서 시퍼런 번개가 번쩍이며 한곳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쩌저적!

 

“허억!”

 

원로들 중 말없이 서 있던 염소수염의 노인이 대경하며 쌍장을 휘둘렀다. 동시에 가공할 경력이 그의 쌍장에서 휘돌며 일어났다.

 

콰아앙!

 

두 사람의 장력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싶은 순간!

 

“커억!”

 

염소수염의 노인, 비마신도(飛魔神刀) 양한모가 눈을 부릅뜬 채 뒤로 튕겨졌다.

 

이무환이 원로들을 보고는 소리쳤다.

 

“봐! 당신들 틈에 잠풍련의 개가 섞여 있거늘, 내가 안 웃게 생겼어!”

 

이무환은 도를 뽑을 틈을 주지 않았다.

 

그 바람에 양한모는 도가 아닌 장법을 펼쳐야 했다. 그나마도 이무환의 가공할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잠풍련의 풍사장을.

 

원로들은 이무환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냉가슴만 앓았다.

 

그사이 이무환의 좌수에서 붉은 구슬이 쏘아졌다.

 

퉁!

 

붉은 구슬, 홍옥지가 날아들자 막 몸을 세우려던 양한모는 피가 배어 나오는 입을 악다물고 도를 빼 들었다.

 

따앙!

 

맑은 쇳소리와 함께 홍옥이 하늘로 솟구쳤다.

 

“크으…….”

 

양한모 역시 그 충격에 신음을 토하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무환의 손에서 튕겨진 붉은 구슬은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뒤이어 날아간 또 하나의 구슬이 양한모의 가슴을 관통했다.

 

“흐억!”

 

뻥 뚫린 가슴에서 뿜어지는 홍옥지만큼이나 붉은 피!

 

이무환은 서너 수 만에 양한모를 쓰러뜨리고는, 쓰러져 버둥거리는 그에게 말했다.

 

“진작 알았어야 했어. 잠풍련은 결코 그대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꼭 그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말이었다.

 

이무환은 양한모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몸을 돌리고 원로들 사이를 걸어 통과했다.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 하는 표정으로.

 

한 사람을 지나치고, 두 사람을 지나치고, 세 사람을 지나치도록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푸들푸들 안면을 떨며 이를 악다물고 참을 뿐이다.

 

피윳!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음이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동시에 새파란 두 줄기 암전이 이무환의 등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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