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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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138화
138화
이무환은 창마에게 날아가며 무영뢰의 흐름을 조절했다.
무시하기에는 뒤에서 날아드는 공격이 너무 강력했다. 두 사람의 합공에서 석치상의 도세 못지않은 위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따다당!
또다시 무영뢰 하나가 창막에 막혀 튕겨지고, 하나가 창마의 어깨를 꿰뚫었다.
“크윽!”
이무환은 선회하는 두 발의 무영뢰를 회수하자마자 신형을 뽑아 올렸다.
“어딜!”
도를 든 자와 자모원앙월을 든 자, 도마(刀魔)와 월마(鉞魔)가 이무환을 따라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무환은 무영뢰를 갈무리하고는, 자신을 향해 솟구치는 두 사람을 향해 쌍수를 흔들었다.
일순간, 수십 개의 시퍼런 장영이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도마와 월마는 도와 자모원앙월을 휘둘러 쏟아지는 장영을 막아냈다.
콰과과광!
두 사람은 행여나 암기가 날아들까 봐 모든 신경을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 팔성의 내력으로는 그들의 방어막을 완전히 뚫지 못했다.
그래도 두 사람을 떨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이무환은 두 사람과 충돌한 반탄력을 이용해서 십 장 밖으로 벗어났다.
청색가면인과 신도연풍으로부터 십여 장 떨어진 곳이었다.
검을 든 청색가면인, 무면검마(無面劍魔)는 이무환이 근처로 내려서자 철주처럼 대지를 딛고 있던 발걸음을 옮겼다.
신도연풍도 조소를 지은 채 턱을 쳐들었다.
이무환이 그들을 바라보는 사이 도마(刀魔)와 월마(鉞魔)가 다시 달려들었다.
“멋쟁이! 도끼! 합세해서 저 창을 든 놈을 죽여라!”
이무환이 갑자기 소리쳤다.
영호승 등은 기다렸다는 듯 창마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순간 도마가 다급히 땅을 박차고 뒤쪽으로 되돌아갔다. 월마도 달려들던 걸음을 멈추고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말 한마디로 적이 넷에서 셋으로 줄어들었다.
셋조차 버거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넷보다는 나았다. 또한 적이 분산된 이상 여차할 경우 몸을 빼내기도 더 수월했다.
이무환은 이를 악물고 공력을 구성까지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반달보다 조금 큰 달이 완전히 구름 밖으로 드러나 황금빛 달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십 장 가까운 거리인데도 세 사람의 모습이 대낮이나 다름없게 확연히 보였다.
은빛 장포를 걸친 신도연풍은 두 자 길이 접선(摺扇)을 들고 있었다. 옷 색깔만큼이나 은빛이 번쩍이는 쥘부채였다.
재질을 알 수 없는 은빛 부챗살, 부챗살에 둘러진 은은한 광채가 흐르는 은빛 천. 언뜻 봐도 예사롭지 않은 접선이었다.
하지만 그걸 본 이무환은 조소를 금치 못했다.
‘가지가지 하는군. 이 밤에 무슨 멋 낼 일 있다고 저렇게 번쩍이는 부채를 들고 온 거지? 죽고 싶어 환장했나?’
내심 코웃음을 친 이무환은 눈을 돌려 자모원앙월을 든 자를 바라보았다.
월마의 손에 들린 한 쌍의 자모원앙월이 달빛을 받아 싸늘한 금빛을 발했다.
신월 두 개가 녀(女) 자 형태로 겹친 듯한 한 자 반 크기의 기형 병기, 자모원앙월은 권각을 쓰는 자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무기다. 그러함과 동시 권각을 쓰는 상대를 제압하기에 효과적인 무기이기도 했다. 손발이 자모원앙월의 가운데 끼면 절단될 수가 있는 것이다.
뇌정갑을 끼었다 해도 손목 한 치 위쪽은 보호할 수 없는 상태, 조심해야만 했다.
‘접근전은 최대한 피해야겠군.’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강력한 적은 청색가면인이었다.
‘제길, 역시 석치상에 비해 약하지 않아.’
가면을 쓴 자의 눈에는 어설픈 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뭔가가 깊숙이 잠들어 있었다.
침묵의 늪처럼 가라앉은 눈빛. 언뜻 그의 눈빛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아픔과 고뇌가 느껴졌다.
누굴까. 누군데 얼굴을 가리고 잠풍련의 무사가 된 것일까?
이무환은 호기심이 일었지만, 지금은 의문이나 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 바퀴 도는 사이, 대충 두 사람을 파악한 이무환은 슬며시 무영뢰를 빼 들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때 신도연풍이 걸음을 내딛으며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광룡, 네놈의 목을 들고 성으로 돌아가면 좋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무환이 무영뢰를 발출하며 신도연풍을 덮쳤다.
“이거나 먹어라!”
쒜에에엑! 콰르르릉!
귀곡성과 천둥소리가 밤하늘을 울리며 두 줄기 번개가 달빛을 갈랐다.
거의 동시에 월마와 무면검마가 이무환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갑작스런 공격!
걸음을 멈춘 신도연풍의 눈이 커졌다.
창마가 막아내는 걸 보고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서 보던 것과 직접 마주친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암기는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밀려드는 기운은 번개처럼 빠르고 강력했다.
신도연풍은 다급히 한 걸음 물러서며 은빛 부채, 은화마선(銀花魔扇)을 휘둘렀다.
촤아악!
은화마선이 펼쳐지자 커다란 은빛 방패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쾅!
단발의 굉음과 함께 무영뢰 하나가 허공으로 튕겨졌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는 은빛 방패를 뚫고서 신도연풍의 몸을 스쳤다.
“흐읍!”
무영뢰가 스치고 지나간 옆구리 쪽의 은의가 잘려 나가며 싸늘한 통증이 밀려온다.
신도연풍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보검에도 잘리지 않는다는 천잠은사가 뚫렸다. 그나마 팔성의 공력이 실린 은화마선으로 인해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면 심장이 뚫렸을 것이었다.
그의 무공이 창마보다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진신무공만을 생각한다면 그가 창마보다 한 수 위였다. 다만 일천한 경험과 상대를 경시한 마음 때문에 부상을 입은 것뿐.
당황과 분노가 동시에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거지같은 놈이!”
쒜에에에엑!
순간, 허공을 선회한 두 개의 암기가 등과 머리 위에서 날아들었다.
신도연풍은 십성의 공력을 끌어올린 채 한 바퀴 몸을 돌리며 은화마선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
은빛 폭풍이 그의 몸 주위에 일어나며 무영뢰를 튕겨냈다.
쾅! 따당!
파르르 떨어대는 은화마선, 충격에 손목이 찡하니 울렸다.
신도연풍은 입술을 깨물고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석치상에게 부상을 입은 광룡의 목쯤은 어렵지 않게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놈이 날리는 암기는 지독할 정도로 빠르고 강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는 이무환의 뒤쪽으로 다가가는 무면검마와 월마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뭐합니까? 모두 합공해요!”
이무환은 신도연풍의 악다구니 들으며 무영뢰를 회수했다.
‘제기랄! 한 번만 더 선회를 시킬 수 있었다면 저 밥맛없는 놈의 목에 구멍을 뚫어주었을 텐데!’
선회가 더해질수록 더 강해지는 게 무영뢰다. 다만 그만큼 더 많은 내력이 소모된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내상만 입지 않았다면 무영뢰 세 발을 한꺼번에 쏘아낼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석치상과의 대결로 내상을 입을 바람에 두 발의 무영뢰를 두 번 정도 선회를 시키는 게 한계였다.
더구나 창마를 향해 두 번이나 발출하면서 또 내력을 소모한 상태. 아쉬웠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었다. 청색가면인과 자모원앙월을 든 자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무환은 빙글 몸을 돌리며 묵린도를 움켜쥐었다.
툭.
묵린도가 한 치쯤 빠져나왔다 싶은 순간, 무면검마와 월마가 공격을 시작했다.
이무환은 망설이지 않고 묵린도를 잡아 뽑았다.
묵린유성도를 펼치기에는 내상이 심한 상태. 그는 초연십이식을 도법으로 변환시켜서 펼쳤다.
찰나, 묵빛 번개가 전면의 신도연풍을 향해 폭사되었다.
날벼락 같은 일도!
묵빛 번개에 쏟아지는 달빛이 갈라지고, 신도연풍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광룡의 도는 장식품이라고 했다. 자신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멋 내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는 도가 뽑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숨기고 있는 게 있었구나!”
신도연풍은 이를 악물고 은화마선을 휘두르며 도세를 차단했다.
콰과과과!
은화마선에서 일어난 폭풍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강기의 회오리, 풍의 무공 중 회(回)자결을 응용한 회류천풍선이었다.
은빛 폭풍이 도세를 감싸고 휘돌자, 부서진 바위와 나무뿌리 등이 가루가 되어 구름처럼 일어났다.
그렇게 세 걸음을 물러나며 이무환의 도세를 겨우 막아낸 신도연풍은 해쓱해진 표정으로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겨우겨우 막아내긴 했는데 가슴이 먹먹해 숨 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이무환의 능력에 이가 갈렸다.
“크윽, 빌어먹을 놈이 정말 강하구나!”
이무환은 묵린유성도를 내상 때문에 함부로 펼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신도연풍을 쓰러뜨린다 해도 청색가면인과 월마를 남아 있었다. 공력소모가 심한 상태에서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적이었다.
‘개자식, 조금만 기다려라, 확실하게 목을 따줄 테니까!’
속으로 신도연풍에게 욕을 퍼부은 이무환은 수류보를 펼치며 자모원앙월을 지닌 자를 덮쳤다.
흠칫한 월마가 한 쌍의 자모원앙월을 쳐든 순간, 이무환의 묵린도가 어둠을 길게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쉬이익!
월마는 결코 약한 자가 아니다. 기형 병기를 쓰는 자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만으로도 이무환은 그를 약하게 보지 않았다.
하기에 이무환은 일도 일도에 전력을 쏟아냈다.
쩌저저정!
찰나간에 묵린도와 자모원앙월의 강기가 십여 번 뒤엉키며 부딪쳤다.
자모원앙월에서 뿜어지는 금빛 강기가 산산이 부서지며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월마의 자모원앙월은 강하고 빨랐다. 이무환의 묵린도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다 기형병기의 변화무쌍함은 처음 대하는 자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고수와 싸워본 경험이 없는 반면, 이무환은 절대경지의 고수와 싸워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차이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무척 컸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월마는 열세 번째의 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이무환은 물러서는 월마를 향해 접근하며 도를 열십자로 빠르게 그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먹먹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묵린도의 속도는 전보다 오히려 빨라졌다.
쉬쉬쉬쉭! 쩌저저정!
어느 순간, 한 쌍의 자모원앙월 중 하나가 열네 번째 도세를 견디지 못하고 월마의 손을 벗어났다.
묵린도의 강기가 그 틈을 비집으며 파고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등 뒤에서 무면검마의 웅혼한 검세가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천붕의 기세!
묵린도를 힘껏 움켜쥔 이무환은 이를 앙다물었다.
‘제길!’
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묵린도의 도첨에 맺힌 도강을 월마에게 쏘아냈다. 그러고는 무면검마의 검세를 벗어나기 위해 전력으로 수류보를 펼쳤다.
하지만 무면검마의 무위는 이무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강했다. 게다가 웅혼한 그의 검세는 그 범위마저 이 장에 이르렀다.
“크억!”
월마의 비명이 들림과 동시, 무면검마의 웅혼한 검세가 이무환의 퇴로를 차단한 채 쏟아졌다.
이무환은 아꼈던 묵린유성도를 펼치며 무면검마의 검세에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만천묵린우(滿天墨鱗雨)!
겨우 칠성가량의 위력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면검마의 가면 속 두 눈에 경악이 떠오른 순간, 두 사람의 전력을 다한 검세와 도세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과과과광!
“으음…….”
“크읍…….”
어둠이 갈기갈기 찢겨지고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강기의 파편이 격전지 반경 삼 장을 휘돌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이무환과 무면검마는 각기 사 장 가까이 튕겨진 후에야 땅에 내려섰다.
‘제기랄!’
심장이 벌떡거렸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단전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내상이 생각보다 심한 듯했다.
이무환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핏덩이를 억지로 삼킨 채 묵린도를 움켜쥐고 무면검마를 노려보았다.
무면검마의 어깨 부위에서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이무환의 만천묵린우를 완벽히 막지는 못한 듯했다.
게다가 그 역시 충격이 큰 듯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무환은 공격이 멈춘 틈을 타서 빠르게 상황을 살펴보았다.
창을 든 자는 널브러진 오래. 영호승과 막위와 혁수린은 도를 든 자와 백중지세를 이루며 싸우고 있었다.
자모원앙월을 든 자는 왼팔이 반쯤 잘린 데다 내상이 심한 듯 안색이 회칠을 한 것처럼 창백했다.
‘저자는 크게 문제될 것 없겠어.’
더구나 단우경이 그자를 향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공손척도 비등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변수만 없다면 패하지는 않을 듯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청색가면인과 신도연풍이다.
‘이쯤에서 그냥 후퇴할까?’
신도연풍과 가면인이 강하다 해도 질 마음은 없었다.
문제는 구룡성주 선출일이 이틀 후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중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전체적인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다.
‘작전상 후퇴란 바로 이런 때 하는 건데 말이야.’
그럼에도 신도연풍 같은 개자식을 앞에 두고 도망치듯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짜증나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무환이 작전상 후퇴를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신도연풍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크흐흐흐! 광룡! 네놈도 이제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