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1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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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125화
125화
“특조대를 쳐?”
신도연풍의 얼굴에 어이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너는 특조대의 현재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나 있느냐?”
“적의 전력을 파악하는 일이야 기본이지요.”
“그런데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못할 건 또 뭐 있습니까?”
“멍청하긴! 헌원숭이 합류하고 구룡수호단에 와룡사십팔객까지 특조대에 들어간 판이다. 그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려면 본 련의 숨은 힘을 드러내야 할 게다. 사부님께서 그걸 허락할 거라 보느냐?”
“꼭 그들을 다 드러낼 필요는 없지요.”
금철종이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담담히 대꾸했다.
신도연풍의 입가에도 조소가 떠올랐다.
“훗, 혹시 만겁궁의 담사황을 믿고 그러는 것이냐?”
“솔직히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들만으로도 반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일이 잘못되면 네가 다 책임을 쳐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는 아직 누구처럼 일을 크게 그르친 적은 없지요. 그리고 이 일은 비 사제가 결정할 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안 그렇습니까?”
금철종이 대놓고 노골적으로 비웃자, 이를 악다문 신도연풍의 눈에서 싸늘한 광망이 쏟아졌다.
“뭐야? 네가 지금 어디서 감히……!”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비’가 나섰다.
“잠깐 진정하시지요, 대사형.”
신도연풍은 차마 ‘비’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금철종만 노려보았다.
그제야 ‘비’가 입을 열었다.
“이사형의 계획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 직접적으로 특조대를 칠 상황이 아닌 것만도 분명합니다.”
금철종의 이마에 주름이 그어졌다.
“하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느냐?”
‘비’의 눈 깊은 곳에서 소름끼치는 사이한 광채가 번뜩였다.
“광룡이 꼬마 계집을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신도연풍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나도 안다. 듣기로는 그 계집이 신룡부에서 진법을 펼쳤다고 하더군.”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만.”
“남매라는 말도 있고, 그 미친놈의 어린 부인이라는 말도 있지. 최근에는 아예 한방에서 지낸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광룡을 흔들 만한 계집인 것만큼은 분명하군요.”
금철종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비’를 바라보았다.
“혹시… 그 계집을 납치할 생각이냐?”
“최소한의 투자로 최고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진정한 계책 아니겠습니까?”
신도연풍과 금철종의 눈이 번들거렸다.
“잘하면 광룡의 목을 부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특조대를 직접 치는 것만은 못하지만, 놈의 팔다리를 꺾을 수만 있다면야 사제의 의견에 적극 찬성하겠네.”
‘비’의 입가로 조용한 웃음이 번졌다. 사이하고도 아무런 온기도 없는 웃음이었다.
“그 어린 계집이라면, 광룡을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미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신시 초.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했다.
태양도 봄답지 않게 황금빛 불길을 뿜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이무환의 눈에는 파란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황금빛 태양은 누리끼리하게만 보였다.
“날씨 한번 지랄 맞군.”
갑자기 터져 나온 이무환의 말에 연무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쪽빛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저번에 먹구름이 끼었을 때는 날씨가 좋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광룡은 흐린 날씨를 좋아하는가 보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과연 광룡답다는 눈빛으로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이무환은 고개를 내리고 사람들을 쓱 훑어보다가 엽상에게서 멈췄다.
“뭘 그렇게 봐? 출동 준비 다 되었어?”
엽상이 즉시 입을 열었다.
“예, 총대주! 특조대 전원, 출동 준비 완료했습니다!”
이무환은 스윽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작전에 나선 영호승 등과 광룡대, 구룡수호단, 와룡사십팔객, 무설강과 제갈신걸이 연무장에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호연청이 보내서 할 수 없이 왔다는 소천득이 헌원숭과 함께 한쪽에 서 있었다.
그야말로 소수의 막강 정예.
흡족한 듯 이무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흠, 쫄병을 두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두어야지.’
남궁산산으로 인해 하루 종일 침울했던 마음이 싹 풀어졌다.
이무환은 한껏 즐거워진 마음으로 출동을 알렸다.
“자, 가자고!”
광룡대를 나선 특조대는 곧바로 신룡부로 향했다.
출동 목적은 신룡부의 원로원주 천세도인의 그림자인 환마 체포.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환마가 누군가. 바로 구룡무제 시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죽은 사람을 체포하러 간다는 말?
언뜻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광룡대원 중 범인이 죽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기에 환마가 진짜 범인이라면 신룡부에 없을 거라는 것도 다 알았다.
그럼에도 환마를 체포하러 가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확실했다.
환마가 사라졌다면, 그를 범인으로 몰아 신룡부를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서 천세도인도.
‘굴속에서 기어 나와 봐라, 늙은 너구리!’
며칠 만에 특조대가 대대적으로 움직이자 구룡성이 긴장에 휩싸였다.
당사자인 신룡부는 물론이고, 문을 닫은 마룡부와 도룡부를 제외한 나머지 육부와 이단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다.
무려 백이십여 명의 특조대다. 그중에는 천중십마 중 한 사람인 명부신사 헌원숭도 있고, 천룡부의 마지막 자존심 철사자 무설강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이 아닌 선두에 집중되었다.
천외광룡! 그가 직접 선두에 선 것이다.
이무환은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을 받으며 신룡부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
정문에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위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무환의 걸음이 멈춤과 동시 정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거대한 정문이 완전히 열리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정문 안쪽에는 이십여 명이 늘어서 있었는데, 정문이 활짝 열리자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주용천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무슨 일로 또 왔는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용천이 물었다.
이무환은 안쪽을 쓰윽 훑어보며 싸늘히 소리쳤다. 커다란 목소리로. 구룡성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환마를 잡으러 왔소! 내놓으시지!”
“환마라고?”
“설마 원로원주의 종인 그를 모른다고는 않겠지?!”
주용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무환의 말을 듣고서야 환마가 누군지 떠오른 것이다.
“내놓지 못하겠다면?”
“하아, 내놓지 못한다? 그러니까, 한바탕하고 싶다, 이 말이군!”
이무환이 빈정거리며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주용천을 응시했다.
“신룡부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특조대가 조사도 할 수 없을 만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네놈이 어디서……!”
주용천은 부글거리는 노화를 꾹 참고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그는 목구멍까지 노성이 튀어나왔지만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성질 못 이겨 대충 뱉어내는 것처럼 들리는 광룡의 질문!
그 질문에 잘못 대답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여우 같은 놈이!’
‘어쭈? 제법인데? 하지만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야. 나는 매일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상대하거든!’
그때 안쪽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용천, 뒤로 물러서라.”
안쪽을 바라보던 이무환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천룡전 삼층에서 봤던 자다.
신룡부의 주인, 천궁무조(天穹武祖) 주백천!
‘으흥! 마침내 직접 나왔군, 주백천!’
주용천은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이무환은 그가 물러서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 신룡부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자 무설강과 제갈신걸을 비롯한 특조대가 뒤따라 들어오고, 헌원숭과 소천득은 약간 뒤로 처져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안으로 들어간 이무환이 걸음을 멈춘 순간, 주백천이 주용천 앞으로 나왔다.
“환마를 잡으러 왔다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부주. 그가 신룡부 원로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왔지요.”
“그것참, 안타깝군. 나도 그를 본 지 무척 오래되었다네.”
이무환도 깊은 탄식을 하며 배는 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런. 그거 참, 정말 안타깝군요.”
“미안하게 되었네. 있으면 당연히 내주겠는데 안 보인 지 오래되어서 말이야.”
“흠, 그가 신룡부의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지금 없다, 그 말이군요.”
“그렇다네. 아마 자네가 쥐구멍까지 머리를 들이밀어도 찾을 수 없을 거네.”
주백천은 은근히 조롱기마저 느껴지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발걸음을 했는데 헛수고를 한 것 같군. 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 그만 돌아가게.”
뒤쪽에 늘어서 있던 신룡부의 원로와 간부들은 물론이고, 주위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신룡부의 무사들이 일제히 비웃는 표정으로 이무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도 이무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신룡부의 내부만 둘러보았다.
그때 한쪽에 서 있던 청년이 턱을 쳐들고 소리쳤다.
“이봐! 아버님의 말씀 못 들었나? 볼일 다 봤으면 그만 꺼지지 그러나?”
주백천의 둘째 아들인 주원청이었다.
그가 소리치자 넷째 주원위까지 나섰다.
“이곳은 미친놈이 설치는 곳이 아니거든! 그러니 꺼져!”
이무환은 그들의 말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신룡전의 이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여인이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화용녀 주화빈, 바로 그녀였다.
‘흠, 예쁘긴 한데, 너무 꾸민 것이 많아. 저 여자보다는 우리 옥이나 꼬맹이가 훨씬 낫지.’
이무환이 엉뚱한 생각을 하며 대꾸를 하지 않자, 비웃음 소리가 더욱 커졌다.
“두 분 공자의 말씀대로 그만 가게나! 이곳은 자네 같은 토룡이 놀 곳이 아니네!”
“이제 특조대도 해체할 때가 다 되었군.”
“훗, 광룡도 신룡 앞에 서니 떨리는가 보군.”
떠드는 자들은 대부분이 광룡에 대해 소문만 들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광룡이 아무리 날뛴다 해도 신룡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라 여긴 듯했다.
그러나 잠시라도 자신의 눈으로 광룡이 날뛰는 모습을 봤던 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비웃는 소리가 커질수록 이무환의 입가에 걸린 미소도 짙어졌다.
주백천이 그걸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마치 열심히 일하다 약간의 실수를 저지른 수하를 타이르듯이.
“이제 상황을 이해했나 보군. 자네가 수고하는 것은 알지만, 오늘은 상황을 잘못 파악했네. 그만 가보게.”
그때였다.
“눈발!”
갑자기 이무환이 빽 소리치며 엽상을 불렀다.
“예, 총대주!”
이무환이 주백천을 빤히 바라보며 소리쳐 물었다.
“환마의 죄목이 뭐지?!”
엽상도 목청껏 소리쳤다.
“구룡성의 전대 성주이신, 구룡무제 이건천 어르신을 시해한 죄입니다!”
순간, 신룡부 안팎에서 떠들던 소리가 잦아들고, 곧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단순히 잠풍련과 관련된 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만약 이무환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룡부의 존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신룡부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주백천이 자신의 입으로 환마가 신룡부의 사람이라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던가.
사위가 조용해지자, 이무환은 주백천을 직시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하는군요. 어디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