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3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30화
그때까지 청자배들도 운학이 등선했다 알고 있었다.
‘전대 장문인께 운학 사조께서 정신이 이상해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에게 존대를 하실 줄이야. 큰일이구나. 무당의 가장 큰 어른이자 반선이신 사조의 정신이 이리 흐려지다니.’
“운학 사조,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여섯 살요.”
운학의 말에 청운진인과 청수진인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운학 사조의 정신 상태는 여섯 살에 멈춰 있는 것인가?’
‘상태가 심각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청수진인이 입을 열었다.
“운학 사조, 태극혜검을 펼쳐보시겠습니까?”
“귀찮은데…….”
운학의 말에 청수진인과 청운진인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귀찮다는 말은 태극혜검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 그런 듯합니다.
- 허나 방금 전 운학 사조께서 자신을 여섯 살이라고 하지 않으셨나? 여섯 살에 태극혜검을 익히지는 않으셨을 텐데?
청운진인의 말에 청수진인이 힐끗 운학을 보고는 전음을 보냈다.
- 아마 정신 상태는 여섯 살에 멈춰있지만, 그 능력이나 기억은 멀쩡한 것이 아닐까요?
- 그럼 현재 운학 사조께서는 본인의 능력은 그대로 가지시고 정신 상태만 어려졌다? 그게 말이 되나? 예전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자신에 대해서도 알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우리에게 존대를 하신다는 말인가?
이어지는 청운진인의 물음에 청수진인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라고 모든 것을 다 알 리가 없다. 자신이 한 말들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운학 사조께서는 신선의 경지에 오르셨다 다시 인간이 되신 분입니다. 저희 같은 범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아니 될 것입니다.
청수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운학은 반선이다.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청운진인이 운학을 바라보았다.
“운학 사조, 그럼 펼치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 터이니 펼칠 수 있는 무공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꼭 해야 되나요?”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쩝! 알았어요. 흠, 그러니까 그게…… 양의심공, 태극권, 벽사태극권, 태극혜검, 태청검, 태을선검…….”
운학의 입에서 나열되는 무당의 진산절기들에 청운진인이 경악한 눈으로 청수진인을 바라보았다.
- 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찌 인간의 몸으로 이 많은 절기들을 모두 익힐 수 있다는 말인가?
- 무(武)로 신선의 경지에 이르신 분입니다. 게다가 반선이시잖습니까.
인간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반선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청수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어린 근심이 더욱 짙어졌다.
- 허허, 그나저나 어찌해야 하는가. 정신이 저러하신데 그 많은 무공들은 다 기억을 하고 계신다니……. 마치 어린아이에게 절세보검을 쥐어 준 꼴이 아닌가.
여섯 살의 정신을 가진 운학이다. 하지만 그 무공만큼은 검선이라고 할 수 있으니……. 혹여 운학이 심통이라도 부리게 된다면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
- 전대 장문인과 장로들께서 운학 사조를 가두려고 하셨던 이유도 그것일 듯합니다.
- 하지만 결국 실패하셨지.
잠시 생각을 하던 청운진인이 입을 열었다.
“운학 사조, 저와 청수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몰라요.”
“저희를 몰라보시는 것입니까?”
“모른다니까요.”
- 아무래도 모든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청수진인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인 청운진인이 문득 선인각과 명인을 보고는 말했다.
“운학 사조께서는 왜 선인각에 계셨던 겁니까?”
“사형 만나러 왔어요.”
‘운학 사조와 같은 운자배의 어르신들은 모두 돌아가셨는데? 은거하시고 계셨던 분이 있는 것인가? 휴우, 운자배 사조께서 운학 사조 말고 더 계시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게다가 말을 들으니 운학 사조께서는 그 운자배의 사제가 되는 모양이니 그분의 말은 들으시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청운진인이 선인각을 향해 포권을 하며 소리쳤다.
“무당의 제자 청운과 청수가 사조님 뵙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청운진인의 물음에 답을 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
*
*
한편 호현은 태극호신공을 펼치며 몸에서 날뛰려는 음양의 기운을 통제하고 있었다.
“돌고 돌아 태극이라, 음양은 서로에 반하지 않으며 서로 감싸고 감싸 조화를 이루니, 그것이 바로 태극의 도일 것이다. 태극은 돌고 돌아 태극…….”
태극호신공을 펼치며 연신 태극의 도를 되새기자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맞서려 하던 음양의 기운이 심장과 단전을 중심으로 돌고 돌기 시작했다.
차가운 단전에 뜨거운 양의 기운이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고, 뜨거운 심장에 차가운 음의 기운이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태극호신공의 움직임에 따라 조화를 이루던 음양의 기운들이 천천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호현은 다행이라는 듯 몸을 쓰다듬었다. 처음에 바로 대처를 잘해서인지 어제와 같이 끔찍한 고통은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몸을 쓰다듬던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갑자기 왜 음양의 기운이 날뛰게 된 거지?”
운학이 있지도 않은데 갑자기 벌어진 일에 호현은 생각을 하다가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론에 호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이 기운들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인가? 헉! 그럼…… 영원히 이런 고통을 달고 살아야 한다고?”
물론 두 번의 경험으로 기운들이 발작을 할 때 태극호신공을 펼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니 그것이 문제였다.
‘훗날 출사를 했을 때, 혹여 황궁에서 발작을 하면 크게 낭패가 아닌가.’
아니, 황궁에서 발작을 했다가는 낭패라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혹여 황제 앞에서 발작이라도 일으켰다가는…… 자신 혼자 목이 달아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꿀꺽! 큰 문제로구나. 신선 어르신을 찾아 빨리 이 기운을 없애 달라고 해야겠다.’
몸 안에 있는 음양의 기운을 빨리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호현은 창 밖에 떠 있는 태양을 보고는 급히 방을 나섰다.
선인각 일 층 대청에 내려온 호현은 잠을 자고 있는 학사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일할 시간이 되지 않은 건가?”
잠을 자는 학사들을 보며 중얼거린 호현은 선인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선인각 밖으로 나오던 호현은 일단의 노도사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에 달하는 노도사들을 말이다.
모여 있는 노도사들의 모습에 호현이 급히 옷을 정리했다. 무당의 어른들이 저리 많이 모여 있는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예가 아니니 말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하구나. 진인들께 인사를 드려야겠다.’
도가 깊은 무당의 진인들이 이리 모여 있는 것을 보니 호현의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기로 한 호현은 노도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던 호현의 귀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운학 사조, 그만 가시지요.”
“그렇습니다.”
“운학 사조.”
“히이잉! 저는 가기 싫어요. 사형하고 같이 있을 거라고요.”
‘응? 신선 어르신이 계신 건가?’
운학의 목소리에 호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발끝을 세웠다. 장로들에게 가려 보이지 않는 운학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들을 피하던 분이 어쩐 일로 이렇게 있는 거지? 이제 괜찮으신 건가?’
운학의 정신 상태를 아는 호현은 그가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분위기가 운학을 핍박하는 것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운학 사조, 사형은 없습니다.”
“운자배 사조 중 생존해 계신 분은 운학 사조께서 유일하십니다.”
“아니에요! 운명 사형은 살아있다고요!”
“헉! 사라지셨다!”
“어디로 가신 거지?”
당황한 듯한 장로들의 고함과 함께 호현 앞에 운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보들아! 운명 사형이 여기 있잖아!”
운학의 외침에 그를 찾던 장로들이 급히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러다 한 장로가 운학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의아한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어찌 운학 사조의 사형이란 말입니까?”
말을 한 사람은 중년의 도사로, 무당파 청자배 중 가장 젊은 진무각주 청기진인이었다. 나이로만 치면 호현이 만나 본 명백 도장과 같았다.
“내 사형이니까 사형이죠!”
“운학 사조, 생각을 해보십시오. 저기 있는 사람은 나이가 채 이십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백 세가 넘은 운학 사조의 사형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 사람은 무당의 제자도 아닙니다.”
“무슨 소리예요! 운명 사형이 왜 무당 사람이 아니에요!”
“무당 사람이 아닙니다.”
“이 거짓말쟁이!”
뻥!
일순 고함과 함께 호현과 운학 주위로 거대한 회오리가 솟구쳐 올랐다.
맹렬한 기세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엄청난 규모로 몸집을 키우는 회오리의 모습에 장로들이 놀라 몸을 날렸다.
“헉! 피해라!”
“물러나!”
“운학 사조! 진정하십시오!”
“장문 사형, 뒤로 물러나십시오!”
“장문인! 물러나시게!”
호현 역시 갑자기 주위에 생긴 회오리로 인해 몸이 굳어졌다.
‘이게 대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회오리에 호현이 놀라고 있을 때, 운학이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사형, 내 사형이 맞죠?”
“네? 그게 무슨……?”
“운학의 사형인 운명 사형이 맞잖아요!”
운학의 고성과 함께 회오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우지끈!
회오리의 영향으로 선인각의 일부가 부서지며 하늘로 솟구쳤다.
“학사들을 피신시켜라!”
청운진인의 고함에 장로들 중 몇이 회오리를 피해 선인각 안으로 뛰어 들었다.
꽈직!
입구를 막고 있는 회오리를 피하기 위해 선인각의 벽을 뚫고 장로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옆구리에 학사들을 끼고는 밖으로 나왔다.
“운명 사형이 맞잖아요!”
운학의 고성과 함께 점점 더 커지는 회오리에 호현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잘못 말했다가는 운학이 선인각뿐만 아니라 무당파 전체를 날려 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호현은 답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주위를 휘어 감고 있는 회오리가 너무 강렬해 보였다.
- 호현 학사, 어서 그렇다고 말하게.
갑자기 들려오는 청수진인의 목소리에 호현이 의아해 할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운학 사조를 진정시키지 않는다면 무당이 사라져 버리겠네! 일단 운학 사조부터 진정시켜야 하네!
청수진인의 외침에 호현은 운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운학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운학의 감정 기복에 회오리는 더욱 거세지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우지끈! 우지끈!
“사형…… 운학의 사형이 맞지요?”
선인각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들린 운학의 물음에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부들부들!
작게 떨리는 운학의 어깨를 느끼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나를 얼마나 기다린 것입니까?”
“몰라요.”
- 운학 사조가 무당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이십 년 전이네.
귀에 들리는 청수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로 슬픔이 어렸다.
‘신선 어르신, 이십 년 동안 사람들 눈을 피해 사형이라는 분을 기다리신 겁니까? 그것도 혼자서?’
“그동안 계속 어디에 있으셨습니까?”
“태극전요. 사형이 자신이 올 때까지 태극전에 숨어 있으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운학은 태극전에 있었어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십 년이나 태극전에서 사형이라는 사람을 기다렸을 운학을 생각하자, 호현의 가슴이 아파 왔다.
그리고 운학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