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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화

정색을 하며 말하는 동진의 모습에 호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주머니를 품에 집어넣었다.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주머니를 받는 호현을 웃으며 보던 동진이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구나.”

 

“말씀하십시오.”

 

“네가 향시에 합격한 것을 알고 회시(會試) 과거장에 너를 보기 위해 나와 네 사형들이 갔었다.”

 

동진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런 호현을 보며 동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회시 과거장에 네가 보이지를 않더구나. 왜 회시를 치르지 않은 것이냐?”

 

“스승님의 명이었습니다.”

 

“죽대 선생께서? 왜 회시를 보지 못하…….”

 

말을 하던 동진이 미간을 좁히며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호현을 보다가 물었다.

 

“혹시 네 사형들 때문이냐?”

 

동진의 말에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말을 하지 않는 호현을 보며 동진이 한숨을 쉬었다.

 

“죽대 선생과 사형들 사이에서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

 

“혹시 네 사형들에게 연통을 하고 싶다면 서찰을 써서 주거라. 내 북경에 돌아가면 전해 주겠다.”

 

동진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보내지 않겠습니다.”

 

“사형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형들과 연락을 한다면 스승님께서 싫어하실 것입니다.”

 

“이곳에는 죽대 선생께서 안 계시지 않느냐?”

 

“저는…… 스승님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호현의 답에 동진이 한숨을 쉬었다.

 

“평서 그 친구가 서운해 할 터인데.”

 

“사형께서도 저를 이해해 주실 겁니다.”

 

“알겠다. 그럼 서찰은 말고 혹시 그들에게 전할 말은 없느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품에서 대사형이 보내 준 오죽선을 꺼내 펼쳤다.

 

촤악!

 

시원한 소리를 내며 펼쳐지는 오죽선에 적힌 글자가 호현의 눈에 들어왔다.

 

회(回)

 

단 한 글자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호현의 눈 부위가 붉게 달아올랐다.

 

잠시 오죽선을 보던 호현이 말했다.

 

“회(回).”

 

“회(回)? 그것뿐이냐?”

 

동진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전하시면 사형께서 제 마음을 아실 것입니다.”

 

“알겠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죽대 선생께 안부를 전해 달라 하고 싶지만, 내 안부를 들으면 죽대 선생께서 싫어하실 듯하니 그만두겠다.”

 

동진의 말에 호현이 쓰게 웃었다. 그런 호현을 보며 동진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언제든 북경에 오게 되면 꼭 나를 찾아 오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십시요.”

 

호현이 고개를 숙이자 동진이 그의 어깨를 한 번 두들기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던 호현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동진 학사님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구나.’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아, 저 때문에 걸음을 멈추게 해서 죄송합니다.”

 

호현의 사과에 도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가시지요.”

 

도사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학사들이 움직였다.

 

학사들과 함께 선학전으로 걸음을 옮기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선학전에서 헤어진 운학이 떠올랐다.

 

‘아! 혹시 신선 어르신께서 아직도 선학전에 계신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없을 때 신선 어르신을 청해 봐야겠다.’

 

호현과 학사들은 곧 선학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학전 앞에는 도사 세 명이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호현도 아는 얼굴이었다. 한 명은 선학전에서 본 적이 있는 동오 도사였고, 다른 한 명은 태청전에서 본 그 눈빛이 이상한 젊은 도사였다.

 

태청전에서 본 젊은 도사를 기억한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호현을 봤는지 미소를 지었다.

 

‘나를 기억하나 보구나.’

 

호현이 젊은 도사를 보고 있을 때 그들을 안내한 도사가 선학전을 가리켰다.

 

“이곳이 앞으로 여러분들이 정리해 주셔야 할 도경들이 있는 선학전입니다.”

 

호현이야 이미 이곳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기에 모두들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선학전을 바라보았다.

 

선학전을 보는 학사들에게 젊은 도사가 다가왔다.

 

“무량수불, 앞으로 여러분들을 도와 선학전 도경 정리를 맡은 명인입니다.”

 

명인의 인사에 학사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명인?”

 

“명자 돌림이면 무당 일대 제자라는 말인데, 나이가 저렇게 젊다니.”

 

일대 제자 명인이 나이가 이십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학사들은 놀라워했다.

 

‘명인 도사가 젊은 나이에 선학전 도경 정리 일을 맡았다면 도경에 해박하신가보구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명인 도사에게 물으면 되겠어.’

 

학사들이 명인의 배분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면 호현은 그가 선학전을 맡을 정도의 도경 지식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런 학사들을 향해 명인이 말했다.

 

“선학전 내부를 공개하겠습니다.”

 

명인이 앞장서서 선학전 안으로 들어서자 학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선학전 안에 들어선 학사들의 입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많은 서적이라니…….”

 

“무당에서 왜 학사들을 고용하려 했는지 이곳을 보니 이해가 되는군요.”

 

“우리 같은 학사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장소로군.”

 

전에 동오가 안내해 주었기에 선학전 내부를 알고 있던 호현도 학사들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전에 와서 선학전에 쌓인 책들을 보고 가슴이 설레었으니 말이다. 아니, 지금도 이 책들을 어서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런 학사들을 인솔해 선학전 지상 삼층을 보여 준 명인이 말했다.

 

“도경 정리는 내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내일? 지금 바로 시작해도 되는데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이곳 선학전을 안내하라는 지시만 받았습니다.”

 

“끄응! 그럼 일은 말고 책이라도 좀 보면 안 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그것도 지시 받은 내용이 아닙니다.”

 

명인의 말에 호현은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아쉽지만 도경은 내일 봐야겠구나.’

 

명인은 사람들을 데리고 선학전 밖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던 호현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고는 슬며시 중얼거렸다.

 

“신선 어르신을 청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는 나타나지 않으시겠구나.”

 

운학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호현의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밖으로 나온 학사들은 명인 등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선인각으로 향했다.

 

학사들이 선학전에 갔다 온 사이 학사들과 속가무인들로 북적북적 거렸던 선인각은 텅 비어져 있었다.

 

합격하지 못한 학사들은 그들과 같이 온 속가무인들과 함께 떠나고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떠난 학사들 중에는 첫날 호현과 시비가 붙었던 학사들도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 중 남은 사람은 고손기와 진만, 단 둘이 유일했다. 첫날 무당에 왔던 학사들 중 합격을 한 자는 호현, 고손기, 진만 이 셋이 유일했던 것이다.

 

선인각에 돌아온 호현은 자신을 부르는 학사들에게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에 들어선 호현은 텅 비어 있는 방을 볼 수 있었다.

 

방에서 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웃는 얼굴을 한 호불위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를 갔다 오십니까?”

 

“하산하는 사형제들을 배웅하고 오는 길이네. 멀리 복건에서 온 사제는 정말 안 됐더군. 오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려서 왔다는데, 그 길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가게 생겼으니 말이네.”

 

복건에서 왔다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 먼 곳에서도 사람이 왔다는 말입니까?”

 

“그런 모양이더군.”

 

말을 하던 호불위가 문득 눈가를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왜 편지 배달 날짜가 다 다른 지를 알아보지 못했구나. 장문인을 만나게 되면 슬며시 물어봐야겠다.’

 

장문인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자 호불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제 유운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만운을 익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명백과 청묘에게 가르침을 준 호현을 데리고 온 사람이다.

 

잘하면 장문인이 자신이 원하는 만운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더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절정의 경지도 꿈은 아니다.’

 

절정에 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호불위가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린 것은 모두 호현 덕분이니 그가 이쁘게 보였던 것이다.

 

“이번에 나를 크게 도와주었으니 소형제는 내게 은인이네. 앞으로 방헌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무단표국을 찾아오시게.”

 

“알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호불위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옷이 들어 있는 보퉁이를 풀어 헤쳤다.

 

그 안에서 가장 깨끗한 옷을 꺼낸 호불위가 그것을 방 안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더니 그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손에 바르기 시작했다.

 

백의와 작은 병은 호불위가 장문인을 만날 때를 대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스스슥!

 

액체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에 호현은 슬쩍 눈을 찡그렸다.

 

“뭐하시는 겁니까?”

 

“이거? 이건 옷을 빳빳하게 만들 때 쓰는 약물이네.”

 

“옷을 빳빳하게?”

 

“자네도 나중에 본 문의 장문인을 만날 때에는 나처럼 이렇게 옷의 주름을 없애고 최대한 깨끗한 모습을 보이게나.”

 

당연한 말을 하는 호불위를 호현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도의 본산인 무당의 장문인을 만나는 자리가 생긴다면 당연히 깨끗하게 하고 가는 것이 예의인데……. 내가 더럽게 하고 갈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지금부터 내공을 운용해서 작업을 해야 하니 말 시키지 말게나.”

 

그러고는 호불위가 탁자에 놓여 있는 옷의 주름들을 정성껏 펴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스슥!

 

호불위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보퉁이에 들어 있어 생긴 주름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공을 운용해서 주름을 정리해서인지 호불위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문파 사람들이 지금 호불위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비웃었을 것이다. 옷 주름이나 정리하자고 내공을 땀을 흘릴 정도로 운용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호불위에게는 지금 이것이 무척 중요했다. 장문인 백의검선 청운진인의 결벽에 대한 소문은 무당에서 아주 유명하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 선인각에 있는 속가무인들도 모두 호불위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옷에 힘을 주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옷을 정리한 호불위가 천천히 손을 떼어 냈다.

 

“휴! 다 됐군.”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낸 호불위가 숨을 고르는 것을 보던 호현이 문득 물었다.

 

“지금 하신 것이 혹시 무공입니까?”

 

“무공? 내공을 운용해서 한 것이니 무공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무공이라는 말에 호현은 청묘진인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무당의 무공은 태극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호, 그런가?”

 

“청묘진인께서 태극권이라는 무공을 보여 주시면서 태극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무공은 몸을 움직이는 것인데 태극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호현은 어제 청묘진인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호불위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학사인 자네가 보는 태극과 우리 무림인들이 보는 태극은 차이가 있지 않겠나?”

 

“차이? 어떤 차이 말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나는 학사가 아니라서 자네가 보는 태극을 알지 못하고, 자네는 학사라서 무림인인 내가 보는 태극을 알지 못하니 말이네.”

 

말을 하던 호불위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본 문의 무공은 태극뿐만 아니라, 음양, 사상, 팔괘 등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네.”

 

호불위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태극이나 음양 등은 있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無)에 있는데, 어찌 그것으로 유(有)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을 만들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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