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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2화

방안을 둘러보던 청묘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휴! 장문 사형의 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그려.”

 

“뭐가 말인가?”

 

“장문 사형이 장문인이 되기 전에 지내던 방과 지금의 장문인실이 똑같다는 말입니다.”

 

청묘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슬쩍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군. 그런데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제가 가지고 있던 옥령단 여섯 알을 호현 학사에게 주었습니다.”

 

“옥령단을 호현 학사에게 주었다라……. 명백 사질의 일로 청수 사제는 태청신단을 주었다고 하던데, 자네까지 준 것인가? 무당이 받은 은혜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청운진인의 물음에 청묘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명백 사질의 일로 준 것이 아닙니다. 저도 호현 학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청묘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무당에서 가장 도사 같은 사람이 바로 청묘진인이다.

 

그런 청묘진인이 학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니…….

 

“사제에게 가르침을 줄 정도로 호현 학사의 깨달음이 크던가?”

 

“호현 학사는 깨달음이 크다 적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청운진인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청묘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뭐라고 말을 하기 어렵군요.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호현 학사가 보는 도(道)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청운진인을 보며 청묘진인이 자신이 들른 용건을 말했다.

 

“호현 학사에게 받은 가르침을 제 것으로 만들면 제 앞을 막고 있는 벽을 깰 수 있을 듯합니다.”

 

청묘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청묘진인의 경지는 강기성화의 단계, 그 벽을 깬다는 말은 초절정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가능하겠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폐관 수련에 들었으면 합니다.”

 

“폐관 수련?”

 

“그렇습니다.”

 

“흐흠…….”

 

청운진인의 침음성에 청묘진인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청온 사제와 명백 사질이 폐관에 들어갔네.”

 

“무오에 들었던 명백 사질이야 깨달음을 익힐 시간이 필요하니 폐관 수련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청온 사제는 왜……?”

 

“명백이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자신이 다듬어 주겠다며 같이 폐관에 들었네.”

 

그러고는 청운진인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톡톡톡!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는 청운진인의 모습에 청묘진인이 침을 삼켰다.

 

지금의 이 행동은 청운진인이 고민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인 것이다.

 

톡톡톡!

 

탁자를 두들기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던 청운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명백이 깨달음을 얻고 사제가 벽을 깰 수 있는 단서를 얻었으니 호현 학사에게 무당이 큰 은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허나…….”

 

심각한 얼굴로 말을 잇는 청운진인의 모습에 청묘진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대체 사형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문제로군.”

 

“뭐가 말씀입니까?”

 

“호현 학사가 무당에 온 지는 이틀밖에 되지 않았네. 그런데…….”

 

말꼬리를 흐리는 청운진인의 모습에 속이 답답한 청묘진인이 급히 물었다.

 

“그래서요?”

 

그런 청묘진인을 보던 청운진인이 피식 웃었다.

 

“이틀 동안 무오에 든 사람이 한 명에, 벽을 깰 수 있는 단서를 얻은 사람이 한 명이네. 게다가 둘 모두 폐관 수련에 들어야 하니……. 호현 학사가 무당에 계속 있게 되면 우리 무당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폐관 수련에 들겠다고 할 테고, 그러면 무당에 나만 남게 되는 것 아니겠나? 장문인인 내가 무당을 팽개치고 폐관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네. 하하하!”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리는 청운진인의 모습에 그제야 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안 청묘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휴!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놀랬습니다.”

 

청묘진인을 향해 미소를 짓던 청운진인은 문득 호현을 떠올렸다.

 

‘호현 학사라…….’

 

호현을 떠올리던 청운진인의 머리에 한 젊은 도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치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죽은 눈을 가진 자신의 막내제자 명인이 말이다.

 

‘청묘에게 가르침을 준 호현 학사라면 명인을 사람답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명인을 떠올리자 가슴이 갑갑해지는 청운진인이었다.

 

*

 

*

 

*

 

선인각에 들어서던 호현은 아침에 봤을 때보다 두세 배는 더 많아 보이는 학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고용시험을 보는 날이 내일까지이니 학사들이 더 모일 터인데……. 그럼 내일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구나.’

 

학사들을 훑어보고 있을 때 동수 도사가 다가왔다.

 

“무량수불. 명백 사숙으로부터 전언이 있습니다.”

 

“명백 선인에게서요?”

 

이제는 명백이 선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가 무오에 들었을 때의 모습이 워낙 신비해 호현은 아직도 그를 선인이라 부르고 있었다.

 

명백을 선인이라 부르는 호현의 모습에 동수 도사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호현이 순진하게 보인 것이다.

 

“명백 사숙님께서 호현 학사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고 가셨습니다.”

 

동수 도사의 말에 호불위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명백 정도 되는 명성과 위치를 가진 사람이 호현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명백 사형이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닌데…….’

 

“명백 사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호불위의 말에 동수 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께서 폐관 수련을 명하셨습니다.”

 

“폐관 수련? 아! 하긴 무오에서 얻은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시려면 시간이 필요하시겠지.”

 

이해가 된다는 듯 중얼거리던 호불위가 말을 이었다.

 

“그럼 학사들의 면접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동진 학사께서 하고 계십니다.”

 

그러고는 선인각 안을 둘러보던 동수 도사가 미안하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식사를 하셔야 할 텐데 자리가 없군요.”

 

그렇지 않아도 배가 무척 고프던 호현은 식사라는 말에 침을 삼켰다.

 

꼬르륵!

 

갑자기 호현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동수 도사의 얼굴에 미안함이 어렸다.

 

“이런, 호현 학사께서 배가 무척 고프신 모양이군요.”

 

주위를 둘러보던 동수는 쉽게 자리가 날 것 같지 않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다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자리가 쉽게 나지는 않을 듯합니다.”

 

동수의 말에 호불위가 주위를 둘러보다 선인각 앞에 있는 나무를 보고는 호현에게 말했다.

 

“호현 학사, 배 많이 고프면 저기에서라도 먹을까?”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예를 배운 학사 입장으로 땅바닥에서 밥을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호불위가 웃었다.

 

“배는 고파도 학사는 학사라 이건가? 그러다 배고파 죽으면 자네만 손해일세.”

 

“죽을 정도로 배가 고픈 것은 아닙니다.”

 

꼬르륵!

 

순간 호현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호불위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 배는 자네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잠시만 기다리게.”

 

말과 함께 호불위가 선인각 안으로 들어갔다가 의자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맨 바닥에서 먹는 것이 그러면 의자에서 먹는 것은 괜찮겠지?”

 

호불위가 의자를 들고 나무로 향하는 것을 보던 호현은 배를 한 번 쓰다듬고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나무 밑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자 잠시 후 동수가 밥과 반찬이 든 함을 들고 다가왔다.

 

그러다 밥과 반찬을 놓을 곳이 없다는 것에 당황스러워하자 호불위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럴 때는 그냥 대충 먹는 거지. 그냥 주게.”

 

그러고는 밥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반찬을 올려서 호현에게 내밀었다.

 

“원래 객지에 나오면 대충 먹고 그러는 것이네.”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맨바닥은 아니니…….’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

 

*

 

*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온 호현에게 호불위가 말했다.

 

“나는 오늘 도착한 사형제들하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나갔다가 오겠네.”

 

“그러십시오.”

 

밖으로 나가려던 호불위가 호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네도 밖에 나가서 학사들과 이야기나 나누지 그러나?”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게.”

 

호불위가 밖으로 나가자 호현은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오늘 본 태극음양경 구절을 떠올렸다.

 

‘음과 양이 서로를 승하게 한다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골몰히 태극음양경에 대해 호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 밖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웅성웅성!

 

호현의 방 앞에는 오늘 무당에 도착한 학사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방이 그 방헌신사라는 분이 지내는 방입니까?”

 

“그렇다네.”

 

“어제 방헌신사가 좋은 이야기를 했다고 하던데…….”

 

한 학사의 말에 어제 무당에 왔던 학사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움의 틀을 깨고 생각의 씨를 심…….”

 

어제 호현이 한 말을 읊던 학사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지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

 

“흐흠! 어쨌든 참 좋은 말이었소.”

 

“그런데 방헌신사께서는 왜 밖에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피곤해서 그러시겠죠.”

 

“대화를 좀 나눠 봤으면 좋겠는데…….”

 

저녁 식사를 하고 난 후 학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호현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오늘 무당에 온 학사들 중 방헌신사라는 이름을 들어 본 사람들이 호현을 만나고자 이렇게 모여들게 된 것이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에 사색이 방해가 된 호현은 한숨을 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왜들 이리 시끄러운지…….”

 

밖을 바라보던 호현은 그들에게 한 마디 하려고 몸을 일으키다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를 보니 자신이 나가기도 전에 계속 말을 걸 것 같았던 것이다.

 

잠시 문을 바라보던 호현은 슬며시 코 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으…… 컥! 컥! 크르릉! 컥컥!”

 

자면서 죽대 선생이 내는 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내자 밖이 순간 조용해졌다.

 

‘자는 줄 알고 다들 간 건가?’

 

“크르릉! 컥컥! 컥! 크르릉!”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방헌신사가 코를 심하게 고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나이도 어려 보이던데…… 저러다 죽는 것 아닙니까?”

 

“컥컥 거리는 것이 숨이 막히는 듯한데…… 나이도 어린 사람이 어쩌다가 저렇게 심한 코골이를…… 쯔쯔쯔!”

 

“그만 내려가죠. 저 코고는 소리를 들으니 잠이 깊게 든 것 같습니다.”

 

저벅저벅!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호현도 코 고는 소리를 멈췄다.

 

“스승님의 코 고는 소리가 그렇게 심한 건가?”

 

죽대 선생의 코 고는 소리를 떠올리며 호현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지독한 코골이 일지 몰라도 갓난아기일 때부터 죽대 선생과 같은 방을 쓴 호현으로서는 익숙한 소리일 뿐인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다른 방을 쓰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사라져 밖이 조용해지자 호현은 다시 침상에 앉았다.

 

그러고는 태극음양경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태극음양경을 더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듯한데…… 혹시 지금도 신선 어르신이 주위에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한 호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신선 어르신, 계십니까?”

 

운학이 갑자기 나타나도 놀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현은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운학이 나타나지 않자 호현은 다시 몇 번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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