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화
말을 하던 청수진인이 몸살에 태청신단이 사용된 것에 속이 쓰린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휴우! 몸살에 사용한 것을 미안해 할 필요는 없네. 다만, 청경 사제가 태청신단을 줄 때 그에 대해 설명을 해 주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울 뿐……. 무량수불.”
침통한 표정을 보이던 청수진인은 아직도 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호현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호현 학사는 명백 사질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 않았나.”
호현을 보던 청수진인이 품에서 작은 함을 하나 꺼내 들었다.
“받게.”
“이건…….”
호현이 함을 바라보며 묻자 청수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원하던 태청신단일세.”
청수진인의 말에 호불위가 깜짝 놀라 호현의 손에 쥐어진 함을 바라보았다.
‘태청신단이라고? 저걸 왜 호현 학사에게 주는 거지?’
“제가 어찌 무당의 보물을…….”
“괜찮네. 이것이 귀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신외지물. 자네가 명백 사질에게 준 깨달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
‘또한…… 명백이 호현 학사에게 무언가를 얻었다면 다른 제자들 역시 호현 학사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지.’
청수진인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호현은 함을 받아 들고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귀한 물건을 받기에 부담이 됐던 것이다.
그런 호현을 향해 동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냥 받거라. 무당의 어르신이 생각을 해서 주는 물건인데 거절을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동진의 말에 호현이 함을 품에 넣고는 깊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청수진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네만, 그걸 몸살이나 감기에 사용하지는 말게나. 귀한 물건은 귀한 곳에 사용이 돼야 하는 법이니.”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그러시게.”
호현이 품에 태청신단을 집어넣는 것을 부럽다는 듯 보고 있는 호불위를 힐끗 본 청진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부러우냐?”
“제자가 어찌 그런 생각을…….”
“나도 부러운데 너라고 안 부럽겠느냐.”
웃으며 말을 한 청진진인이 의자에 앉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우리 늙은 도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싫지 않다면, 명백에게 설명한 태극에 대해서 우리에게도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는가?”
청진진인의 말에 청수진인 등도 흥미가 이는 듯 호현 주위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제가 어찌 감히 진인들 앞에서 태극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괜찮네. 우리들도 명색이 도사들이라 태극을 평생에 걸쳐 참오했다고 할 수 있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태극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 젊은 학사의 눈으로 본 아니, 호현이라는 사람이 본 태극을 우리에게도 들려주게.”
청진진인의 청에 호현이 망설이자 동진이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음에 담은 태극을 논하는 것일 뿐이다. 너에게 태극의 정답을 원하는 분들은 없으니 편하게 이야기를 하거라.”
호현이 청수와 청진진인 등을 보고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태초에 혼돈이 있어 음과 양이 나뉘었습니다. 무거운 음의 기운은 하(下)를 이루었고 가벼운 양의 기운은 상(上)을 이루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음양이론을 논할 때 많이 나오는 말이기에 청수진인 등도 아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뒷말은 그들도 처음 들어 보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 제가 고민을 하던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태초에 혼돈이 있어 음과 양이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혼돈에서 음과 양이 나왔다면 그 시대에는 당연히 위, 아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청수진인 등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쪽에 있던, 태극권을 절기로 사용하는 태극인 청묘진인이 입을 열었다.
“무거운 음은 땅이 되고, 가벼운 양은 하늘이 되었다고 알고 있네. 그러니 하늘과 땅이 있으니 위, 아래가 생긴 것이 아니겠나?”
“그것은 나중입니다. 음양에서 태극이 나오고 태극에서 사상이 나오며 사상에서 팔괘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땅과 하늘의 생성은 최소한 사상 그 다음일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청수진인 등이 청묘진인을 바라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태극지도에 한해서만큼은 청묘진인이 이 중 가장 깨달음이 깊은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청묘진인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흐흠, 일리가 있군.”
“또한 태극을 음양의 이치로만 생각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건 나 역시 깨달은 바네. 흔히 태극을 음양의 이치로만 생각을 하지만, 태극은 간단히 음양으로만 따질 수는 없는 것이지. 생과 사, 동과 정, 땅과 하늘…….”
청묘진인의 말이 이어질수록 호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혼자 독학으로 익힌 도교 지식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도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죽대 선생이야 도교에 대한 지식이 있더라도 호현과 논을 하기보다는 죽대를 들 사람이고 말이다.
그런 도교 지식을 누군가와 이렇게 논한다는 것 자체가 호현으로서는 즐거운 것이다.
그렇게 호현의 다사다난했던 무당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
*
*
“하암!”
입이 찢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뜨던 호불위가 주위를 둘러보다 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주위에 하늘같은 사숙들이 정좌를 한 채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게다가 장생각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니 이미 날이 밝은 모양이었다.
‘내가 언제 잠이 든 거지?’
어제 호현과 사숙들이 도에 대해 나누는 것을 들으며 필사적으로 지루함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늘같은 사숙들 앞에서 졸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티고 버텼는데…….
호불위가 슬며시 주위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청진진인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호 사질이 많이 피곤했나 보군. 그래, 잘 잤는가?”
“헉! 송, 송구합니다. 제가 감히 사숙들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자 버리다니.”
“하하하, 괜찮네. 우리 같은 도사들이야 도를 닦는 것이 직업이니 괜찮지만, 비록 무당의 속가라 하나 엄연히 일반인인 자네는 도에 대한 이야기가 지루했을 것이야.”
사실 호불위가 잠을 자게 된 데에는 청진진인의 손길이 있었다.
꾸벅거리며 허벅지를 꼬집고 있는 호불위를 본 청진진인이 그의 혼혈을 짚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지루하다고 해도 무공을 수련한 호불위가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불위에게서 시선을 돌린 청진진인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호현을 가리켰다.
“호 사질이 호현 학사를 숙소로 데려다 주시게. 간밤에 무척 피곤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호불위는 조심스럽게 호현을 안아 들고 장생각을 나갔다. 그 둘이 장생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던 청진진인이 웃으며 청수진인 옆에 주저앉았다.
털썩!
“사형, 아쉽습니다.”
청진진인의 중얼거림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청수진인이 눈을 떴다.
“나도 아쉽구나.”
“도사를 해야 할 놈이 어쩌다가 학사를 하고 있는 건지. 청묘 사제가 보기에는 어떤가?”
청진진인의 중얼거림에 한쪽에서 명상을 하던 청묘진인이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휴우! 본 문에 저런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중원제일무문이라는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중원제일도문이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텐데……. 정말 아쉽군요.”
청묘진인의 말에 청진진인이 장생각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연을 맺을까?”
청진진인의 말에 담긴 진심을 읽은 청수진인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현 학사의 성품을 보면 스승인 죽대 선생이라는 자를 버리고 무당에 올 것 같지는 않더구나.”
“하긴, 스승을 버리고 무당에 올 아이라면 도사가 될 그릇이 아니겠지요. 아쉽군요.”
“연이 닿는다면 또 모르는 일이지.”
청수진인의 말에 청진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청진진인의 물음이 담긴 눈빛을 웃음으로 흘린 청수진인은 몸을 일으켰다.
“이미 흘러간 연에 아쉬워들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이나 키우러 가 보세나. 잘 찾아보면 우리 아이들 중에도 호현 학사만한 인재가 없겠는가?”
청수진인이 장생각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호현 학사는 낯이 무척 익군.”
“네?”
청진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보자 청수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네.”
다시 청수진인이 걸음을 옮기자 다른 장로들이 그 뒤를 따라 장생각을 빠져나갔다.
제1-8장 태극전에는 신선이 살고 있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
잠을 자던 호현은 귓가에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눈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끄러…….”
슬쩍 옆을 보니 호불위가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이 보였다. 입맛을 다시며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침상에서 내려오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숙소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분명 장생각에서…….”
청묘진인과 이야기를 하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끊긴 호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기지개를 켰다.
“호 국주께서 데리고 오셔…… 헉! 태청신단!”
태청신단에 생각이 미친 호현은 급히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에 딱딱한 목함이 만져지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잃어버리면 큰일 나지.”
목함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던 호현은 문득 창문 밖이 환한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이런! 명백 선인께서 무당을 구경 시켜 주신다고 했는데! 늦잠을 자버리다니.”
그 생각에 호현이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잠에서 깬 호불위가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명백 사형이라면 이미 가셨다.”
“가셨다고요?”
“자네가 자는 것을 보고는 무당 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하자 하시더군.”
“이런, 선인과의 약속을 어기다니……. 저를 깨우지 그러셨습니까?”
호현의 원망 섞인 눈빛에 호불위가 목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사형이 깨우지 말라고 하는데 난들 어쩌겠는가?”
우두둑! 우두둑!
기지개를 켜며 몸의 근육을 이완시킨 호불위가 일어나다 호현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태청신단을 정말 얻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군.”
호불위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슬며시 붉어졌다. 태청신단이 귀물인 줄도 모르고 쉽게 얻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제가 받기에는 너무 귀한 물건인 듯싶습니다.”
“알기는 아는군. 하아! 배고프다. 밥이나 먼저 먹고, 명백 사형 대신 내가 무당 구경을 시켜 주겠네.”
“호 국주께서요?”
“왜 싫나?”
“아닙니다. 저야 감사할 뿐이지요.”
“그럼 나가보세. 찬밥이라도 남았으려나?”
배를 문지르며 호불위가 밖으로 나가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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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각 일 층 대청의 중심을 기준으로 학사와 속가제자들이 양쪽으로 갈라진 채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하며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학사들과 속가제자들이 나누는 대화로 대청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쪽에 있는 학사들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대책을 논하고 있었다.
“호현 학사의 얼굴을 어찌 봐야 하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거인(擧人)에게 그런 모욕을 주었으니…….”
“하아! 이게 다 진만 학사 때문이오. 그 사람이 괜히 없는 사실을 부풀려 우리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호현 학사에게 그런 불손한 행동을 했겠소.”
“그렇지요. 게다가 호현 학사는 방헌신사라는 명성까지 지닌 분이 아니신가.”
“하! 그 정도 재능을 가진 이라면 분명 입관을 하게 될 것이 자명하고, 입관을 하게 된다면 죽대 선생에게서 학문을 익힌 중신들의 도움으로 빠른 승차를 하게 될 터인데…….”
한 학사의 중얼거림에 학사들 중 일부의 얼굴이 굳어졌다. 고관이 될 확률이 큰 사람에게 밉보였으니 앞으로 그들이 과거에 급제를 하게 되더라도 앞길이 막막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