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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4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42화

 

142화

 

 

 

 

 

 

 

 

그러나 괜히 광룡이 아니었다. 한계가 넘어가면 앞에 있는 사람이 문지기든, 천자든 가리지 않는 사람이 또한 그였다.

 

“이게 정말!”

 

이무환이 갑자기 소리치며 손을 뻗자, 신기영이 묘한 걸음으로 두 걸음을 물러섰다. 그 걸음걸이가 어찌나 기묘한지, 손을 뻗은 이무환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신기영이 제아무리 신기한 신법을 익혔다 해도 이무환의 손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마주 두 걸음을 나아간 이무환은 신기영의 멱살을 확 잡아당기고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임무 때문에 나갔다 왔다고 했잖아, 인마! 귓구멍이 막혔냐?”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내력까지 끌어올리지는 않았다. 눈앞에 있는 위사 정도야 눈빛만으로도 기를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 덕에 신기영은 악착같이 버티며 급히 조장을 불렀다. 

 

“어, 어? 이 자식이 어디서? 조장님!”

 

마음 같아서는 앞에 있는 놈을 후려치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손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꼭 겁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신기영이 조장을 부르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실실거리며 바라만 보고 있던 위사들이 한 사람을 앞세우고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

 

“멈춰라! 누가 감히 구룡성의 성문 앞에서 위사를 건드리는 것이냐?”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구룡성 전체에 소문이 날지도 모르는 일. 영호승이 다급히 나섰다.

 

“모두 물러서시오!”

 

그러자 선두의 위사가 턱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저 새끼는 또 뭐야? 너도 한패냐?”

 

영호승의 이마에도 핏줄이 돋았다.

 

“뭐? 새끼? 말조심해!”

 

“말조심? 이것들이! 너희들 뭐야? 어디 패거리야?”

 

막위가 도끼를 만지작거리며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완전히 기가 빠졌군.”

 

“어? 쌍도끼? 이것들 이제 보니 무창 쌍부회 놈들이구나!”

 

단우경과 혁수린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씩 했다.

 

“멍청하기는, 칼과 도끼도 구분 못하나?”

 

“훗, 내 검을 도끼로 보는 사람이 있다니, 눈깔에 날개가 달렸나 보군.”

 

위사들의 조장인 위사걸은 재빨리 두 사람을 살펴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보통 놈들이 아니다. 눈빛도 그렇고, 자신들을 상대하면서도 여간 침착한 것이 아니다. 

 

이 정도의 간담 큰 놈들을 거느리고 있는 조직이라면 근처에서 오직 한 곳뿐이다.

 

“그럼 한성의 광도파 놈들이냐? 흥! 광도파 놈들이라 해도 그렇지,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행패란 말이냐?”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기가 막힌 상황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결국 옆에서 한숨을 쉬던 공손척이 나섰다.

 

“그만해라! 이게 무슨 짓이냐?”

 

위사걸이 턱을 힘차게 치켜들고 검을 움켜쥐었다.

 

공손척이 소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약간의 내력을 흘려낸 바람에 무형의 기운이 그를 짓누른 것이다.

 

하지만 위사걸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호랑이를 향해 짓는다고 누군가가 그랬다.

 

하물며 이곳은 구룡성, 천하제일성 앞이고 자신은 위사들의 조장이 아닌가.

 

“너, 넌 뭐야? 네, 네가 이놈들 대장이냐?”

 

그 말에 이무환이 홱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대장은 나야!”

 

공손척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대장을 따져 뭐하겠다고! 

 

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위사걸에게 말했다.

 

“맞네. 저들은 광룡의 수하들이지, 내 수하가 아니라네.”

 

“그래? 그럼 저놈이 광…….”

 

이무환을 흘겨보며 돌아서던 위사걸이 반쯤 몸을 돌리다 말고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광… 광… 광…….”

 

그제야 이무환의 얼굴에 언젠가 멀리서 봤던 한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에……. 그러니까… 과… 광…….”

 

몸이 덜덜 떨렸다.

 

말이 목구멍에 막혀 기어나오지 않는다.

 

신기영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자.

 

그랬다. 머리가 헝클어져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여자들이 침을 흘릴 만큼 잘생긴 얼굴이다. 언젠가 화룡단에서 일이 터졌을 때 구경 가서 담 너머로 보았던 그자의 얼굴처럼.

 

광룡!

 

하긴 제정신이 아닐지 모른다는 광룡이 아니면 누가 이곳에서 문지기와 멱살잡이를 할 것인가.

 

“저, 저, 신가야…….”

 

그가 안절부절못하며 신기영을 불렀지만, 신기영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소리쳤다.

 

“조장님! 걱정 마십시오! 이놈 정도는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퍽!

 

끝내 이무환의 손바닥이 신기영의 얼굴에 떨어졌다.

 

신기영은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을 물러서더니, 필사의 한마디를 남기고 뒤로 넘어갔다.

 

“뎀… 벼…….”

 

이무환은 쓰러진 신기영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일순간, 이무환이 위사걸을 바라보았다.

 

위사걸은 독사 앞의 생쥐마냥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무환이 다시 나직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말이야. 임무 차 나갔다가…….”

 

“아, 알고 있습니다!”

 

위사걸은 결사적으로 입술을 떼고 소리쳤다. 

 

그런데 입술을 떼자 아랫도리에 뭔가가 쏟아지려고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아래쪽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이무환이 그런 위사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들어가도 돼?”

 

“무, 물론입니다!”

 

그제야 만족한 이무환은 검지로 신기영을 가리켰다.

 

“저거, 점심때쯤 광룡대로 보내.”

 

“옙!”

 

신기영이 불쌍했지만 당장 자신의 목부터 보전해야만 했다.

 

그때, 위사걸의 앞을 지나가던 이무환이 위사걸의 배를 툭, 치며 말했다.

 

“내가 돌아온 거 소문내지 말고.”

 

‘헉! 하필 거기를……. 지미…….’

 

누런 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4

 

 

 

서문에서 일어난 사건이 환비에게 보고된 것은 일각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놈이… 이제야 들어왔다고?”

 

“예, 삼령주.”

 

“빌어먹을…….”

 

좀처럼 속된 말투를 쓰지 않는 환비였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광룡이 예상보다 두 시진 이상 늦게 들어왔다. 멀리 가지는 않았을 터, 근처에 있었다는 말이다.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보나마나 부상당한 몸을 다스리느라 시간을 보냈을 테니까.

 

그 말인즉 그만큼 부상이 심했다는 뜻.

 

‘너무 깊게 생각했어. 놈이 제멋대로인 것을 감안했어야 했거늘.’

 

십삼마, 아니 이제 십일마가 된 그들 중 반만 보냈어도 광룡의 목을 취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분노를 접고 입가에 하얀 웃음을 지었다.

 

‘흠, 어쩌면 잘되었는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다면 아직 완쾌되지는 않았겠지? 어디 부상당한 몸으로 노룡들과 실컷 싸워보게나, 광룡. 뒤는 내가 처리해 줄 테니까. 후후후…….’

 

 

 

5

 

 

 

호연청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문의 사건을 보고받았다.

 

“문지기와 대판 싸워?”

 

“그렇다고 합니다.”

 

“거지처럼 찢어진 옷을 입고 말이지?”

 

어이없다는 표정.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짓던 호연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가만, 그가 언제 나갔지?”

 

모용상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제저녁에 나갔다고 합니다.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있던 소저를 일단 피신시키려 한 것 같습니다.”

 

“어디로 말이냐?”

 

“아직 그것까지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무창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흠…….”

 

호연청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누구와 싸운 것 같으냐?”

 

모용상명이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인시 초에 몰래 빠져나간 자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뒤를 쫓았던 사람들은 돌아왔느냐?”

 

“예, 숙부.”

 

“뭐라더냐?”

 

모용상명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두 군데서 싸운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호연청의 눈빛이 찰나간 번쩍이다 사라졌다.

 

모용상명은 못 본 척 말을 이었다.

 

“두 곳 다 엄청난 싸움이 벌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대충 계산해도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전을 벌인 것 같다고 합니다. 다만 시신과 무기들이 모두 사라져서, 싸운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광룡 일행이 여섯이라고 했지? 그럼 적이 열다섯은 되었다는 말인데… 그래, 네가 생각할 때는 그들이 외부의 사람들 같으냐, 아니면 내부의 사람들 같으냐?”

 

그 질문에 모용상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젯밤 이후로 석치상과 구유도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숙부.”

 

호연청의 눈빛도 굳어졌다.

 

“석치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석치상이 구유도문의 도객들과 함께 광룡을 쳤단 말이냐?”

 

“현재로선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광룡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격전의 흔적 중 도강이 휩쓸고 간 흔적이 다수 보였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절대경지의 고수가 아니면 남길 수 없는 흔적마저 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구유마도 석치상이 당했다면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강적이 하나 사라진 셈이니까.

 

그럼에도 호연청의 입장에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광룡이 천중십마 중 한 사람인 석치상보다 강하다는 뜻이 아닌가.

 

현재는 아군임이 분명한 광룡이지만, 그가 끝까지 아군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당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질문을 던지는 호연청의 입에서 침음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으음, 두 번째 흔적에 대해선?”

 

“흔적이 워낙 철저히 지워져서 정확한 상황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그곳에서도 광룡이 싸움을 벌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두 곳에서 싸움을 벌인 후 거지처럼 찢어진 옷을 입은 채 성으로 들어왔다?”

 

“현재로선 그렇게 보입니다.”

 

“석치상 말고 또 없어진 자들이 있느냐?”

 

“그게 좀 묘합니다. 그곳의 흔적을 보고 온 자들의 보고대로라면, 그곳에서 격전을 벌인 자들 역시 적어도 초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데 어느 곳에서도 그러한 고수들이 움직였다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외부의 사람들이라 보는 것이냐?”

 

모용상명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외부 사람이 광룡 일행을 공격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순간 호연청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단순하게 한마디 의문을 표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모용상명은 고개를 끄덕여 호연청의 의문에 답했다.

 

“마침내 놈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호연청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걸렸다.

 

“흠, 그래? 꽁꽁 숨어서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던 놈들이 광룡을 잡기 위해서 나왔단 말이지? 훗, 그럼 그들도 지금쯤 머리깨나 아프겠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은 주시만 하고 있어라. 한 번 나온 이상 또 나올 것이다. 그때 가서 대응해도 늦지 않아.”

 

“알겠습니다, 숙부.”

 

숨겨진 세력을 알지 못해 전면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엉뚱한 일로 적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록 일부고, 아직 확실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전혀 모르던 것과는 천지 차이의 상황이었다.

 

‘광룡을 잘만 이용하면 좀 더 많은 걸 알 수 있을 것 같군.’

 

호연청의 표정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상명, 회(會)에서 오기로 한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

 

모용상명은 뜬금없이 흘러나온 ‘회’라는 명칭에, 깊어진 눈빛으로 호연청을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나, 늦어도 저녁쯤이면 장강을 건널 것입니다.”

 

“저녁이라…….”

 

호연청이 눈을 반쯤 감고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길 얼마,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던 호연청이 불쑥 물었다.

 

“광룡은 지금 뭐 하고 있지?”

 

모용상명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저… 수하들과 함께 식당으로 쳐들어갔습니다.”

 

호연청이 두 눈을 좁히더니 나직이 말했다.

 

“사람을 보내서, 식사 끝나면 내가 좀 보잔다고 해라.”

 

“예, 숙부.”

 

 

 

반의반 각도 지나지 않아 이무환에게 말을 전하러 갔던 수룡단 무사가 돌아왔다.

 

그가 전한 소식은 간단하고도 확실했다.

 

모용상명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소식을 호연청에게 전했다.

 

“한숨 자고 점심때 오겠다고 합니다.”

 

호연청의 표정이 상한 음식을 먹은 듯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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