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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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173화
173화
‘역시 알고 있군.’
전설의 무공, 풍, 운, 뇌, 우를 부술 수 있는 천적을!
이무환은 천광주와 연결된 천광지령의 기운에 모든 공력을 쏟아부었다. 자신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을지 모르지만, 물러서기에는 이미 늦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
더구나 미친 천세도인에게 시간을 주면 오히려 자신이 당할지 모르는 판이다.
“알았으면 가라, 재수없는 영감태기!”
찰나! 천광주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폭발했다.
화아아아악!
소리도 없이 어둠을 밝히며 터져 나가는 천광주다!
파천삼법 중 두 번째, 천광폭멸주(天光爆滅珠)!
일시지간 천광의 빛이 천세도인의 몸을 덮어버렸다.
그가 제아무리 빠르다 한들 비산하는 빛무리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천세도인의 몸뚱이가 뒤로 날아갔다.
이무환은 격하게 흔들리는 내력을 억지로 누르며 천세도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당장은 천광폭멸주에 의해 힘을 잃었지만, 완벽하게 당한 것이 아니다. 폭령잠마단마저 복용한 그가 아닌가!
이무환은 날아가며 툭, 묵린도를 쳐올렸다.
우수로 묵린도를 뽑음과 동시, 좌수를 비틀어 무영뢰를 거머쥐었다.
쒜에에에엑!
세 발의 무영뢰가 먼저 귀곡성을 발하며 대기를 갈랐다.
천세도인은 뒤로 날아가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두 손을 휘둘렀다.
콰광!
두 발의 무영뢰가 그의 손짓에 튕겨졌다.
그러나 마지막 하나가 천세도인의 왼쪽 어깨를 뚫고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천세도인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으으……. 찢어 죽일…….”
이무환은 천세도인이 욕을 하든 말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묵린도를 내리그었다.
단천묵린월!
천세도인이 오른손을 들어 휘저었다.
쩌저정!
만 근의 바위도 두 조각으로 갈라 버릴 도강이 천세도인의 손짓에 부서졌다. 하지만 부서진 도강의 파편이 천세도인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또다시 피를 뿌리며 일 장을 물러서는 천세도인이다.
이무환은 좌수를 활짝 펴고는 허공을 찍듯이 내리쳤다.
천광수뢰장의 삼초, 천광무벽!
쾅!
훌훌 날아가는 천세도인의 가슴이 움푹 파였다.
‘크으윽!’
동시에 이무환의 몸속에서도 극렬한 통증이 일었다.
혈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극통!
만년해령실과 폭령잠마영단의 기운을 마음대로 날뛰도록 놔둔 결과다.
하지만 이무환은 겉으로 표를 내지 않고, 재빨리 품속에서 폭령잠마영단 하나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천세도인을 향해 다가갔다.
방원 십여 장이 완전히 폐허가 된 상태. 폐허의 대지에는 오직 그와 천세도인뿐이었다.
한편, 구룡성의 존망이 걸린 격전은 시간이 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잠풍련의 고수들은 천세도인이 나타나면서부터 거세게 역공을 취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광룡이 밀리며 당장 패할 것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잠풍련뿐만 아니라 신룡부와 금룡부의 사기도 충천했다.
천룡부를 지지하는 세력들과 특조대는 사기가 오른 적들을 막기에 급급했다.
그렇다고 해서 기울어진 형세가 단번에 역전되지는 않았다. 그저 팽팽한 상태로 바뀌었을 뿐.
하지만 전황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중에서도 밀천회의 고수들 가슴에는 천근만근의 철추가 매달렸다.
천외광룡 이무환과 천세도인의 경천동지할 일전이 그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것이다.
만약 광룡이 천세도인을 막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그런 강함이 존재할 줄이야!
천세도인과 광룡만이 그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주백천과 일전을 벌이는 황보광. 천세칠노의 수장격인 천지쌍노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이는 헌원숭과 소천득. 모두가 얼굴이 굳은 채 펴질 줄 몰랐다.
그들이 누군가. 강호에서 그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절대고수들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들이 우세를 점하지 못하다니.
대체 구룡성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있단 말인가! 잠풍련은 어떻게 이 많은 고수들을 모으고 길렀단 말인가!
실로 구룡성의 거대함이 뼛속까지 느껴지고, 잠풍련의 가공할 전력에 심장이 싸늘하게 식을 지경이었다.
천중십마? 우내십존? 웃기는 일이었다. 이곳에서는 그 이름들이 허명처럼 여겨질 뿐.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모용상명과 하후영, 장화풍 등은 이를 악문 채 발악하듯이 도검권장을 휘둘렀다.
그들은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자들의 선전을 보고 힘을 아낄 마음조차 갖지 못했다.
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무설강은 말할 것도 없었다.
유철상이 이끄는 와룡사십팔객도 야생의 표범처럼 냉정침착하게 잠풍련의 고수들을 막아내고, 구룡수호단은 와룡사십팔객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혼신의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피가 튀고,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혼전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자들.
저들보다 자신들이 나은 것이 뭔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빌어먹을 일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특히 광룡의 심부름꾼 정도로 생각했던 광룡사위의 활약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이제 이십대 중반의 나이인 그들이 절정의 무공을 펼치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경악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네 사람은 등 뒤에도 눈이 달린 것만 같았다.
동물조차 따라가지 못할 초감각적인 움직임!
환상적인 그들의 몸놀림은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검, 부, 도, 첨검. 각기 다른 무기들이 철저히 서로를 보호하며 상대를 위협했다.
그들의 공세에 무너진 잠풍련의 고수만도 벌써 여섯. 상대 역시 모두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다.
저 네 사람이 몇 개월 전만 해도 겨우 일류 수준에 턱걸이한 자들이었다는 것을 어느 누가 믿을 것인가!
사람들이 그렇게 죽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적을 상대할 때였다.
콰과과광!
굉음이 천룡부를 흔들고, 광룡과 천세도인의 격전 상황이 뒤바뀌었다.
당장 피분수를 뿜으며 쓰러질 것 같던 광룡이 갑자기 천세도인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군웅들의 싸움 양상도 바뀌었다.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사부와 광룡대의 군웅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거세게 적을 밀어붙였다.
“놈들을 쳐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잠풍련 놈들을 죽이고 구룡성을 지키자!”
“그럼 그렇지! 총대주가 어떤 사람인데!”
“광룡이 괜히 광룡인 줄 알아?”
“우하하! 덤벼, 새끼들아! 내가 바로 항주의 쌍도끼, 막위다!”
“여기 단칼 단우경도 있다! 덤벼라!”
충천하는 사기가 순식간에 불길처럼 번져 간다.
십여 명의 호위에게 둘러싸여 있던 이금환은 손바닥을 파고들 것 같던 손가락을 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우…….’
이무환이 밀리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끼어들 수만 있었다면 당장 달려들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싸움은 이곳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무신들의 일전이었다.
절대고수라는 천중십마와 우내십존 중 다섯, 그에 뒤지지 않는다는 구룡성의 절대고수가 다섯이나 있음에도, 누구 하나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하물며 절대지경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우형이 강하지 못한 죄다, 아우!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다오! 아우가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질 테니까!’
이를 악문 이금환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눈을 빛냈다.
그때 문득, 잠풍련의 고수 몇몇이 격적을 벌이면서 이무환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공할 광경을 목도한 터라 눈치를 보고 있을 뿐,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공격할 듯했다.
자신과의 거리는 이십여 장 정도.
“어르신, 제 걱정 마시고 아우를 좀 지켜주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나서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나서면 방어진 자체가 흐트러진다.
이금환의 부름에 북궁만호가 앞으로 나섰다.
적의 수장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이제는 자신이 빠진다 해도 크게 염려할 것이 없을 듯했다.
더구나 이금환에게는 아직 남은 한수가 있었다. 여차하면 그들이 나설 터.
“클클, 알겠다. 너, 너. 둘만 나 따라와라.”
북궁만호가 두 사람을 데리고 이무환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이금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방을 둘러보았다.
싸움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잠풍련의 고수들 중 남은 자는 이제 사십여 명. 한발 뒤로 처져 있던 신룡부와 금룡부의 무사들도 반수 이상이 쓰러진 상태다.
다행히 가장 우려했던 일 중 하나인 신룡부와 금룡부의 남은 무사들이 혈전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결정을 내린 그가 창공에 대고 소리쳤다.
“승룡의 형제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한 천룡부의 대연무장에서 십여 명이 상대를 밀치고 몸을 날렸다.
기다렸다는 듯 담장 밖에서도 삼십여 줄기의 인영이 솟구쳐 천룡부로 들어왔다.
모두 사십여 명. 그들이 일제히 외쳤다.
“구룡성은 승룡이 지킨다!”
“목숨을 바쳐 구룡의 정신을 잇자!”
“원주께선 명을 내리시오!”
사십여 명의 외침이 천둥소리처럼 천룡부의 하늘을 울렸다.
뜻밖의 상황. 양쪽의 모든 사람들이 주춤거렸다.
그사이 승룡원의 청년 고수들이 이금환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금환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광룡의 주위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명이 떨어지자마자 사십여 명의 승룡이 광룡과 천세도인을 에워쌌다.
그들의 면면을 살핀 사람들이 일제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숫자는 사십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부주들의 자식들이거나, 원로, 장로들의 아들과 손자들이다.
구룡성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용들!
그때 이금환의 일갈이 다시 울렸다.
“십이지부의 지부장들은 구룡성의 무인들이 아니던가! 구룡성을 침탈하려는 잠풍련의 잔당들을 이대로 놔둘 것인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뱉을 시간이 흐른 후였다.
“어찌 우리가 구룡성의 무인임을 부인하겠소이까! 십이지부도 잠풍련의 잔당들을 처리하는데 한 손 거들겠소이다!”
괄괄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삼십여 명이 천룡부의 담장을 날아 넘었다.
십이지부장과 그들을 호위하고 온 호위무사들이었다.
이무환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천세도인을 노려보았다.
숨을 헐떡이는 그의 가슴 부위 옷이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천광무벽의 위력에 내부의 주요 혈맥이 모조리 터져 나간 듯했다.
“천세도인, 그대가 천존이겠지? 아니, 삼악 중 하나, 혈악(血惡) 야율모궁이라고 불러야 하나?”
이무환이 확인하듯이 묻자, 가래 끓는 목소리가 천세도인의 잇새로 흘러나왔다.
“크, 크, 크……. 천광… 천광이 나타났을… 줄이야……. 비아(飛兒)가… 약에 수작만… 부리지… 않았어도…….”
천세도인의 마지막 말에 이무환의 고개가 모로 꺾어졌다.
“비? 설마, 폭령잠마단을 복용한 것이……?”
천세도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흐으, 흐으으…….”
상황을 대충 유추한 이무환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훗, 그대도 더럽게 복이 없군. 하필 제자에게 당하다니. 아니지, 외손자에게 당했다고 해야겠지.”
순간 천세도인의 두 눈이 거센 풍랑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인데도 그는 악착같이 입을 열어 물었다.
“네, 네놈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