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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7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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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광룡기 172화

 

172화

 

 

 

 

 

 

 

 

한편, 이무환이 잠풍련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동안, 헌원숭과 소천득과 황보광은 밀천회의 고수들과 함께 와룡을 공격하는 자들을 쳤다.

 

유철상이 이끄는 사십팔객, 북리웅이 이끄는 구룡수호단, 악에 바친 광룡대의 무사들. 거기에 영호승 등 광룡사위도 전력을 다해서 잠풍련의 고수들을 공격했다.

 

금방이라도 방어진을 무너뜨릴 것 같던 잠풍련의 고수들 중 상당수가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돌아섰다.

 

방어진을 형성했던 사부의 고수들은 그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진세를 보강했다. 

 

“부상당한 사람을 뒤로 빼고 그 자리를 메워라!”

 

“철저히 진세에 따라서 움직여라!”

 

잠풍련의 고수들은 후위를 광룡대에 내주고도 밀리지 않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부의 고수들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침중해졌다.

 

광룡대가 제때 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주백천은 잠풍련이 광룡대에 막혀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이를 갈았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룡과 금룡의 무사들 중 반 가까이가 물러선 상태가 아닌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위기감을 더욱 부채질하며 무사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리는 형국이다.

 

“뭐 하느냐! 공격해라! 물러서는 자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결국 주백천과 금화산이 격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을 호위하던 신룡부와 금룡부의 장로와 호법들 역시 일제히 싸움에 가담했다. 

 

담사황과 만겁궁의 고수들도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이무환의 외침이 들려왔다.

 

“담 씨 노인장! 이제 시작해 보자고!”

 

순간, 담사황을 비롯한 만겁궁의 고수들이 갑자기 금룡부의 장로들과 호법들을 공격했다.

 

“무, 무슨 짓이오! 미쳤소?! 적은 저들이란 말이오!”

 

금철종이 대경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담사황은 미치지도, 적을 잘못 본 것도 아니었다.

 

“후후후. 미안하네만, 광룡의 말을 안 들어주면 호남이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말이야.”

 

그야말로 금룡부의 등 뒤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싸움이 일각을 넘어가자 혼전을 벌이던 양편이 양쪽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이무환은 십여 초 만에 잠풍련 고수 다섯을 눕히고는 왼손을 비틀어서 무영뢰를 손에 쥐었다.

 

찰나, 세 발의 무영뢰가 그의 손을 벗어났다.

 

쒜에에엑!

 

귀곡성이 울리며 세 줄기 번개가 어둠을 갈랐다.

 

굳이 많은 변화를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들 중 벼락처럼 날아드는 무영뢰를 피할 정도의 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켁!”

 

“커억!”

 

“뭐, 뭐야? 허억!”

 

무영뢰가 한 바퀴 돌고 이무환의 손에 안착하는 동안 고수라 할 수 있는 무사 넷이 대항조차 못하고 쓰러졌다.

 

그것은 또 다른 공포였다.

 

이무환은 무영뢰를 거두어들이자마자 물러서는 잠풍련의 고수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마리 미친 호랑이가 열흘 굶은 늑대들 사이를 누비는 듯했다.

 

당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지, 그토록 냉정하던 잠풍련의 무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미친 듯이 잠풍련 고수들 사이를 누비던 이무환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 뭐야?”

 

고오오오오!

 

거대한 압력이 밀려오고 있었다. 목표는 자신!

 

압력의 정체는 하나의 거대한 회오리였다.

 

“천세도인! 망할 영감, 마침내 두더지 굴에서 나왔구나!”

 

이무환의 전신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찰나의 순간, 숨을 한 번 쉬기도 전이었다.

 

어둠마저 빨아들일 것 같은 거대한 회오리가 이무환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와라아아!”

 

동시에 이무환의 묵린도가 허공으로 쳐들렸다.

 

콰과과과과! 쩌저저저적!

 

만천묵린우, 단천묵린월이 연달아 펼쳐지자 어둠이 수천, 수만 조각으로 쪼개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회오리! 

 

강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황보광이 그 광경을 보고 대경해서 소리쳤다.

 

“휩쓸리면 안 된다! 피해!”

 

근처에 있던 하후영과 밀천회의 고수들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다급히 신형을 날렸다.

 

이무환은 단 한 번의 격돌로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크읍! 제기랄, 뭐가 이렇게 강해?’

 

세 걸음 물러서서 눈을 들자 저만치 내려서는 천세도인이 보였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휘도는 회오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했다.

 

이무환이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은 천세도인이 입을 열고 난 후였다.

 

“후후후후, 어린놈이… 듣던 대로… 정말 대단하구나…….”

 

음울한 목소리. 말을 할 때마다 일렁이는 엄청난 기운. 그리고 붉은 눈동자!

 

‘뭐, 뭐야? 저 영감탱이도 폭령잠마단을 처먹은 거야?’

 

천세도인의 눈에서 일렁이는 붉은 기운은 무면검마의 눈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스스로 폭령잠마단을 복용할 리가 없다. 설령 약기운을 이겨낼 수 있을지라도 한동안 내력을 잃고 고생해야 할 테니까.

 

천하를 노리는 자가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할까?

 

절대 아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영감! 대체 왜 폭령잠마단을 처먹은 거지?”

 

천세도인의 붉은 눈빛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음울한 웃음이 그의 잇새에서 흘러나왔다.

 

“후후후후, 으흐흐흐. 모조리 죽여주마…….”

 

그도 잠시, 천세도인의 몸에서 시퍼런 회오리가 일어나 어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죽어라!”

 

두어 사람이 겁도 없이 천세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세도인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신형을 날리며 쌍장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

 

광풍폭우가 따로 없었다. 천세도인 근처에 있던 자들이 몽둥이에 얻어맞은 사람처럼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으아악!”

 

“크어어억!”

 

“이노오오옴!”

 

“크하하하하하!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 피를 마시리라!”

 

터지고 부러지고 잘린 채 날아가는 자들의 몸뚱이에서 피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절정고수 대여섯 명을 포함한 십여 명의 고수들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죽어가다니.

 

진정 공포의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젠장! 완전히 미쳐 버렸군! 대체 얼마나 많이 처먹은 거야?”

 

이무환은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는 땅을 박차고 칠 장을 날아간 뒤 천세도인의 앞에 내려섰다.

 

“천세 늙은이! 나와 붙어보자!”

 

공력이 실린 일갈.

 

천세도인 두 눈에서 붉은 기운이 너울졌다.

 

“우흐흐흐흐, 광룡 이노오옴!”

 

“그래! 미친 늙은이! 당신 상대는 나야, 나! 광.룡!”

 

이무환은 버럭 소리치며 천광지령의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천세도인을 꺾을 수 없다. 천세도인을 꺾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갈지 모른다.

 

당연히 전쟁도 질 수밖에 없고.

 

누가 이기든 끝장을 보는 수밖에!

 

쏴와와와와와.

 

어느 순간, 사자탄의 와류와 같은 기운이 이무환의 몸 주위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서서히 은은한 청광을 띠어가자 이무환이 잇새로 소리쳤다.

 

“죽기 싫으면 모두 뒤로 물러서!”

 

이미 직경 십오륙 장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떨어진 거리만도 칠팔 장이다. 그런데도 이무환은 더 뒤로 물러서라고 한다.

 

특조대는 적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머뭇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광룡이 그 말을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일단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천룡부와 와룡부, 창룡부의 무사들도 특조대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나 잠풍련의 고수들과 신룡, 금룡부의 무사들은 물러나지 않고 잠깐 생긴 여유 시간에 숨을 골랐다.

 

천세도인의 공격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죽어라, 광룡!”

 

고오오오오오!

 

이무환도 끌어올린 천광지령의 기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 주위를 휘돌던 와류가 점점 커지며 뇌음이 일었다.

 

콰르르르르!

 

“와라! 미친 늙은이!”

 

이무환의 일성이 터진 순간!

 

천세도인의 기운이 회오리처럼 휘돌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주위 삼 장의 모든 것이 회오리에 빨려들고, 칠채도관의 양쪽으로 늘어진 백발이 하늘로 솟구쳤다.

 

광기에 찬 두 눈에서 뿜어지는 은은한 혈광!

 

“우흐흐흐! 지옥으로 보내주마!”

 

천세도인의 입에서 광소가 흘러나옴과 동시. 오 장 높이로 솟구친 회오리가 급격하게 꺾어지며 이무환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

 

이무환의 몸 주위를 휘도는 와류에서 뇌음이 사라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뇌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청광이 더욱 짙어지며 일대가 진공 상태로 변했다.

 

십여 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막이 먹먹해지자 싸우던 상대도 팽개치고 급급히 뒤로 물러났다.

 

미처 피하지 않고 칠팔 장 근처에 있던 잠풍련의 고수들 중 칠팔 명이 머리를 쥐어 싸고,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 찰나, 어둠의 장막을 가르며 떨어진 거대한 바람의 창이 일 장 허공에 도달했다.

 

순간! 이무환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크게 휘돌렸다.

 

“하아아아! 지옥은 너나 가라, 미친 늙은이!”

 

찰나였다!

 

이무환의 두 손에서 뻗어 나온 푸른 번개가 와류를 따라 휘도는가 싶더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바람의 창을 빨아들였다.

 

천광지령의 파천삼법(破天三法) 중 하나. 천광회회탄(天光回回灘)의 초현이었다!

 

빨려드는 것은 바람의 창만이 아니었다. 어둠이 진저리를 치며 광란의 바다 속으로 빨려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쩌저저저적!

 

거대한 바람의 창에 그물 같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와류도 비명을 지르며 바람의 창을 더욱 강하게 휘감았다.

 

‘크윽!’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은 기분!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극렬한 충격!

 

콰과광!

 

연이은 굉음에 고막이 터질 것처럼 먹먹해졌다.

 

청석으로 된 바닥에 깊게 골을 파며 주욱, 뒤로 이 장이나 밀려난 이무환은 숨이 턱 막혔다.

 

반면 천세도인은 두 걸음 정도 물러서기만 했을 뿐, 재차 광란의 회오리를 운집시키고 그를 향해 쌍장을 뻗었다.

 

콰아아아아!

 

‘제기랄! 약이나 안 처먹었어야 어떻게 해보지!’

 

이무환은 이를 부서져라 악물고 혼신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어차피 물러서면 끝장이었다.

 

오기와 광기의 대결!

 

‘그래, 늙은이가 폭령잠마단을 복용했다면, 나는 폭령잠마영단을 복용했다고! 누가 뭐래도 폭령잠마영단이 한 수 위 아니겠어!’

 

이무환은 속으로 악을 쓰며 한 줌의 내력까지 모조리 끌어냈다.

 

단전이 텅 빌 때까지!

 

그런데도 천세도인의 공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여전히 광기에 찬 웃음소리를 흘려낸다.

 

“크크크크, 산산조각 내서… 씹어 먹을 것이니라.”

 

이무환은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와중에도 은근히 불안감이 커졌다.

 

‘씨발, 진짜 이대로 죽는 거 아냐?’

 

순간, 눈앞에 아버지가 나타났다.

 

―이놈아! 네가 누구냐? 나 이충량의 아들이 아니냐! 힘 내!

 

옥이가 소리친다.

 

―오빠! 그 늙은이한테 지면 안 돼!

 

꼬맹이가 울먹거린다.

 

―살아서 나하고 섬에 놀러 가야하잖아!

 

그러던 어느 순간.

 

단전이 부글거리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끓어올랐다. 한계치를 넘는 충격이 가해지자 만년해령실과 폭령잠마영단의 남은 기운이 앞 다투어 폭주하는 것 같다.

 

평소라면 두 기운을 다스리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두 팔을 벌려서 두 기운을 반겨야 할 판이었다.

 

밀리면 끝장이니까!

 

‘좋았어! 꼬맹아, 저 늙은이를 때려죽이고 섬으로 놀러 가자!’

 

단전에서 솟구친 기운이 전신혈맥을 치닫더니, 일순간 그의 모공을 통해 뿜어졌다.

 

“흐아아아압! 가자고!”

 

콰아아아아아!

 

와류가 급작스럽게 빨라지고, 바람의 창에 간 금이 그물처럼 갈라졌다.

 

콰과과광!

 

굉음이 터지며 바람의 창이 산산이 부서졌다.

 

순간 휘돌던 와류가 부서진 바람의 파편을 완전히 빨아들였다.

 

그와 동시, 이무환이 천세도인을 향해 한 발을 떼었다.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핏줄기.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음에도 이무환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공세를 펼쳤다.

 

자신이 내상을 입은 만큼 천세도인도 흔들렸다.

 

끓어오른 내력이 언제까지 자신의 몸을 지탱해 줄지 모르는 상태.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 

 

게다가 자신이 지닌 무공의 진체를 다른 자들이 알아보기 전에 끝장을 봐야만 했다. 

 

알게 되면 평생 귀찮아질 테니까.

 

‘제대로 한방 먹여주마!’

 

가슴 높이에서 우수가 아래쪽에 놓이고 좌수가 위를 덮었다. 

 

두 손의 간격은 한 자.

 

언뜻 이무환의 쌍장 사이에서 밝은 빛이 일렁거리고, 그 공간에 주먹 두 개 크기의 청색 구슬이 만들어졌다.

 

순간 광기에 차 있던 천세도인의 붉은 눈빛이 찰나간 출렁였다.

 

뭔가가 떠오르는데 확실하게 기억해내지 못한 표정이다.

 

그가 기억해 내기 전, 이무환이 쌍장 사이에 만들어진 천광주를 밀듯이 쏘아냈다.

 

고오오오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십 장.

 

천광주는 찰나의 순간에 천세도인의 코앞에 도달했다.

 

그제야 뭔가를 확실하게 떠올린 듯, 정신없이 두 손을 휘두르는 천세도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 그것은… 천… 광…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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