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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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171화
171화
신룡부와 금룡부 무사들이 방어막을 향해 쇄도했다.
와아아아아!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고함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일부 무사들 사이에서 약간의 미적거림이 느껴졌다.
단순히 비무가 아니다. 적으로서 검을 들이대어야 한다.
길게는 수십 년, 적어도 수년 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고 지낸 사람들이 대다수다. 아무리 명령이라지만,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라지만, 막상 천룡부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살검을 펼친다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이금환이 갈등하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
“구룡성의 무사들이여! 그대들은 구룡성의 무사로서 ‘의리’를 저버리겠다는 것인가! 진정 잠풍련에게 대구룡성의 자존심을 넘길 생각인가!”
천룡부의 창공에 울려 퍼지는 웅혼한 외침!
주춤거리는 무사들이 더 늘어났다.
주백천도 마주 외쳤다.
“뭐 하느냐! 놈들만 물리치면 대구룡성의 주역이 될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놈들을 쳐라!”
이금환과 주백천의 외침이 경쟁하듯이 천룡부의 창공을 뒤흔들었다.
그 즈음, 검은 구름이 서쪽 담장을 유령처럼 날아 넘었다.
어둠보다 더 검은 흑의, 얼음장처럼 굳은 표정, 단호한 움직임!
그들은 담장을 넘자마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신룡부 무사들의 등 뒤를 향해 밀려갔다.
언뜻 보면 신룡부의 무사들이 추가로 달려온 듯했다.
하지만 이금환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잠풍련 놈들이 왔습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신룡부와 금룡부가 공격하는 것과 잠풍련이 공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신룡부와 금룡부의 무사들 중 상당수가 흠칫하며 공격을 멈췄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신룡부 무사들 중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잠풍련과 함께라면 나는 이 일에서 손을 뗄 것이! 손을 뗄 사람들은 모두 뒤로 물러서라!”
주백천이 그를 알아보고 눈을 부릅떴다.
“용천! 네가 미쳤구나!”
“형님! 신룡이 구룡성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나 잠풍련의 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갈! 무슨 헛소리냐!”
“신룡은 구룡성의 신룡으로서 존재해야 합니다! 신룡은 결코 잠풍련의 개가 아니란 말입니다!”
“네놈이 감히 내 뜻을 거역하겠단 말이냐?”
“우하하하! 죽을 때 죽더라도, 나 주용천은 구룡성의 신룡으로 죽겠습니다!”
의기에 찬 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뒤로 물러나는 자들도 많아졌다.
뒤에 나타난 잠풍련의 고수들은 그런 상황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중앙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이백여 명의 고수가 가공할 기운을 피어 올리며 날아든다.
그 광경은 한밤에 먹구름이 폭풍우를 몰고 들이닥치는 듯했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만 장 두께의 먹구름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대연무장에 모여 있던 무사들은 이를 악물고 도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잠풍련 놈들을 막아라!”
“결국 신룡부는 잠풍련의 개에 불과했단 말이냐!”
찰나간, 잠풍련의 고수들이 바닥으로 내려서며 일제히 공세를 펼쳤다.
그들이 일시에 퍼붓는 공격이 천룡전을 흔들었다.
대연무장의 대기와 바닥이 들썩거렸다.
쿠구구구궁!
쩌저저적! 콰아아아!
그에 맞서는 각 부의 고수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어디서 잠풍련 따위가 구룡성에서 설친단 말이냐! 저놈들을 죽여라!”
철군평이 노성을 내질렀다.
철우평이 이끄는 철룡칠의가 전면으로 밀려드는 잠풍련의 고수들을 향해 철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와룡부의 주력인 비월삼십육위, 창룡부의 주력인 스물네 명의 창룡패왕대가 잠풍련의 공세를 악착같이 가로막았다.
그사이에도 신룡부와 금룡부의 무사들은 쉴 새 없이 외곽을 두들겼다.
순식간에 대연무장이 악다구니로 들썩거렸다.
“뚫리면 안 된다! 막아!”
“한 놈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으악!”
“크어억!”
비명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어둠 속에서 피가 뿌려졌다.
점점 커져 가는 격전의 굉음!
부딪치며 으깨진 진기의 파편들이 비산하고, 산산이 부수어지는 대기를 뚫고 고함이 커진다.
이금환은 사방을 둘러보다 한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가 절로 악다물어졌다.
철군평과 철룡칠의가 막고 있는 곳. 그곳을 공격하는 자들의 무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적 하나하나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들. 개중에는 철군평조차 우세를 점하기 힘든 절대지경의 고수마저 있었다.
그들로 인해 사상의 방위가 흔들리고 있다.
“육 어르신! 저쪽을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금환이 소리치자 육도산이 몸을 날렸다.
“알겠네. 반만 따라와!”
중앙에서 지원할 사람들을 셋으로 나누어놨던 상황. 육도산의 외침에 십여 명이 신형을 날렸다.
제갈무진이 바로 이어 소리쳤다.
“양 부주가 사람들을 데리고 서쪽을 도와주시고, 북궁 어르신은 이 부주 곁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걱정 말게! 누구도 신임 구룡성주를 건들지 못할 것이야!”
그때였다!
난데없는 웃음소리에 어둠이 미칠 듯 요동쳤다.
“와하하하! 두더지 새끼들이 모조리 다 나왔구나!”
그와 동시, 남쪽에서 백수십 명이 솟구쳐 안으로 날아들었다.
누군가가 죽은 조상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반갑게 소리쳤다.
“광룡이 왔다!”
“특조대다!”
하지만 그 소리도 이무환이 날아들며 바락바락 외치는 소리에 묻혀 버렸다.
“천세도인인지, 망세도인인지 어디 있어! 나와!”
아무리 미친놈처럼 소리쳐도 없는 천세도인이 나올 리 없었다.
이무환은 천세도인이 없는 걸 알고 이를 뿌드득 갈았다.
“두더지 같은 영감! 꼴에 뒤에서 무게나 잡고 있겠다, 이 말인가? 자신 있으면 이리 와라, 너구리 삶아 먹은 늙은이!”
어딘가에서 들었다면 화가 나서라도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무환이 아무리 소리쳐도 천세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분노가 고스란히 잠풍련의 무사들에게 집중되었다.
“저기 시커먼 옷을 입은 놈들이 잠풍련이야! 모조리 죽여 버려! 사정 봐줄 것 없어!”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이 길게 찢어졌다.
퉁! 쉬이익!
헌원숭의 이기어시가 이십 장의 공간을 격하고 쏘아진 것이다.
퍽!
삼 장 허공에 떠서 천룡부의 무사들을 향해 공세를 펼치던 자가 풀쩍 튕겨지며 힘없이 떨어졌다.
“명부신사다!”
“죽음의 화살, 무영시다!”
와중에도 명부신사 헌원숭의 활이 연이어 튕겨졌다.
투두둥!
특조대는 명부신사의 선공을 시작으로 신룡과 금룡 무사들의 뒤를 쳤다.
느닷없는 후면 공세에 신룡과 금룡의 무사들이 허둥대며 급급히 물러섰다.
“구룡성의 무사들은 물러서! 검을 거두는 사람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야!”
광룡의 외침은 여타 다른 사람들의 외침과 또 달랐다.
특조대의 공세가 거세게 등 뒤로 몰아닥친다.
추호의 용서도 없이 죽여 버릴 것처럼 사납게!
갈등에 휩싸였단 신룡과 금룡의 무사들이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사이, 이무환과 이십여 명의 고수는 쏜살같이 잠풍련의 무사들 쪽으로 날아갔다.
그때까지도 사방의 진세가 크게 뚫리지 않은 상황. 잠풍련의 고수들 중 일부는 이무환 등이 등 날아들자 몸을 돌려서 상대를 바꿨다.
그들은 갑작스런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공세를 전환시키며 특조대를 맞이했다.
철저히 단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대응. 그만큼 상대하기 어려운 자들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절정 이상의 고수들.
도대체 이런 자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제길, 최대한 이놈들을 빨리 해치우고 두더지 굴을 파버려야겠어!’
작심한 이무환은 암영무류를 펼치며, 눈앞으로 다가드는 자를 향해 손을 쫙 폈다.
이무환의 신형이 흐릿하게 어둠에 녹아든 순간!
쾅!
뇌정갑을 낀 손에 정통으로 가슴이 가격당한 흑의인 하나가 이 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전력으로 펼친 암영무류와 수류보가 뒤섞이자 이무환의 신형은 유령이나 다름없이 흑의인 사이를 누볐다.
폭령잠마영단을 연이어 세 알이나 복용하고 만년해령실이 구할 가까이 녹아든 그의 공력은 이전과 또 다른 차원에 이르러 있었다.
퍼벅! 콰광!
멋모르고 특조대를 향해 뛰어들던 자들이 눈 깜짝할 새에 다섯이나 사방으로 튕겨졌다.
그들이 이무환의 가공할 무위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여덟 명의 고수가 튕겨난 후였다.
한 번 튕겨진 자들은 특조대의 집중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미 명이 떨어진 터. 특조대원들은 일말의 인정도 두지 않고 흑의인들의 가슴과 목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때 흑의인들 중 두 사람이 유령처럼 움직이는 이무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일반 흑의인들과 달리 이무환의 신형을 거의 정확히 잡아냈다.
이무환이 그들 중 한 사람을 알아보고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훗, 또 만났군!”
협봉검을 앞세우고 달려드는 자, 공손척과 싸웠던 귀검마다. 다른 하나도 그에 못지않은 고수.
초절정에 이른 고수 둘의 협공이지만 자신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 이무환은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며 묵린도를 밀어 올렸다.
귀검마가 그걸 보고 대경해 소리쳤다.
“광룡이 도를 뺀다! 조심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하지만 귀검마와 함께 협공을 하던 키가 큰 흑의인은 전공력을 끌어올리고 대비했다.
그도 들은 것이다. 광룡의 도가 손보다 몇 배 무섭다는 걸.
찰나였다!
쉬이이익!
허공이 쩍 갈라지는가 싶더니, 묵빛 비늘이 수백 개의 암기마냥 키가 큰 흑의인을 덮었다.
“헉!”
헛바람을 집어삼킬 틈도 없었다. 그가 물러서려 했을 때는 이미 묵빛 비늘이 그의 몸에 쏟아진 뒤였다.
“크으윽!”
비틀거리며 안간힘을 다해 물러서는 그를 향해 이무환이 쇄도했다.
“이놈!”
귀검마가 신검합일로 이무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검첨에서 석 자 길이의 검강이 화살처럼 뿜어진다.
이무환은 묵린도의 도첨을 휘돌리며 귀검마의 검을 쳐냈다.
쾅!
단발의 굉음이 일며 귀검마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순간 이무환의 좌수가 귀검마를 향해 뻗었다. 천광수뢰장 중 천광무벽이었다.
“가라!”
번쩍!
이무환의 좌수가 파란 광채로 뒤덮인 순간!
콰앙!
뒤로 물러서던 귀검마의 몸뚱이가 신법이라도 펼친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
“크억!”
단숨에 초절정의 고수 둘을 해치운 이무환은 또 다른 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가히 만부막적의 위세!
그의 주위 오 장은 진공상태처럼 텅 비어 있는 상황. 누구도 그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이무환은 오시하듯 좌우를 바라보고는, 제일 저항이 거센 곳을 찾아서 신형을 날렸다.
그가 날아간 곳은 창룡부가 막고 있는 곳이었다.
원로와 장로 등이 총출동한 창룡부의 무사들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세는커녕 수비에 급급했다.
혈전을 주도하고 있는 자들은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흑의인 넷.
그들 흑의중년인들은 창룡부의 최고위간부들조차 상대하기 힘겨울 만큼 강했다.
귀검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초절정의 고수들. 개중 하나는 귀검마보다도 강했다.
‘저 놈들이 바로 잠풍십삼마인 것 같군.’
무면검마의 말을 떠올린 이무환은 그들에게 날아가며 묵린도를 휘둘렀다.
“너희들은 내가 상대해주마!”
이미 창룡부의 무사들 중 이십여 명이 죽었다. 여차하면 방어진이 뚫릴 판.
그는 처음부터 강력한 살수를 펼쳤다.
쩌저적!
단 일격에 허공이 진저리치며 갈기갈기 찢겨졌다.
“광룡이다! 모두 전력을 다해 상대해!”
잠풍십삼마 중 서열 삼위의 청월신마가 대경하며 소리쳤다.
그때 이무환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어딘가를 향해 소리쳤다.
“담 씨 노인장! 이제 시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