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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90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90화

 

190화

 

 

 

 

 

 

 

 

“대부분이 절정에 달한 고수들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왜 제 말을 듣지 않으신 겁니까?”

 

“아무리 절정의 고수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본 단의 무사들도 결코 약하지 않네. 말해보게. 뭘 숨긴 것이지?”

 

“십마십존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만큼 조심하셨어야죠.”

 

“아무리 절대고수가 끼어 있다 해도 그렇지, 한두 명으로는 절대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누가 한두 명이라고 했습니까?”

 

대경한 초문광이 벌떡 일어섰다.

 

“뭐야? 그럼 그런 절대고수가 두 명이 넘는단 말이냐?”

 

환비가 한숨 쉬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두 네 명이나 됩니다. 어쩌면 더 될지도 모르지요. 해서 제가 나름대로의 작전을 말한 것입니다. 물론 단주께서 틀으셨습니다만.”

 

초문광은 이를 악물었다.

 

혈사단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네 명에 달하는 절대고수를 감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적은 모두 칠십 명이나 되지 않는가.

 

“그럼 왜 처음부터 그리 말하지 않았는가?”

 

“저도 짐작만 했을 뿐 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설마 그들이 전부 왔을 줄이야…….”

 

초문광은 이를 악물고 환비를 노려보았다.

 

미동도 없는 눈빛, 거짓말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령 거짓이라 해도 이제 와 내분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 그는 환비를 노려보던 눈빛을 누그러뜨리고, 입술을 씹으며 물었다.

 

“그럼 이제라도 놈들을 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환비는 초문광의 눈을 직시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저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많은 피해가 나서…….”

 

어차피 반 이상의 전력을 잃은 상황. 초문광으로서는 배수의 진이라도 쳐야 할 판이었다.

 

거기다 잠풍련 역시 놈들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서로 힘을 합친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으음, 좋네. 어디 어떤 방법이 있는지 말해보게.”

 

환비의 입가로 조소에 가까운 미소가 떠올랐다.

 

 

 

5

 

 

 

협곡을 빠져나간 지 일각.

 

송림과 갈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을 통과하자 암봉으로 둘러싸인 제법 넓은 공터가 나왔다. 땅이 단단하게 다져진 걸 보니 무사들의 수련 장소였던 듯했다.

 

수련 장소가 있다는 것은 본진이 가깝다는 말.

 

아니나 다를까, 공터로 진입하면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제법 기운이 강한데다 상당한 숫자였다.

 

이무환과 광룡단은 알고도 모른 척 공터로 진입했다. 

 

바로 뒤이어 밀천회의 고수들과 황산검문의 제자들이 들어서는가 싶더니, 꼬리를 물고 담사황이 만겁궁의 고수들과 함께 나타났다.

 

“조금 늦었네.”

 

“다행히 길은 잃지 않으셨군요.”

 

담사황은 이무환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계획대로 하는 거죠, 뭐.”

 

막으면 부순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멋진 계획이었다. 

 

이무환은 짧게 대답하고 공터를 가로질렀다.

 

절벽과 암봉 아래쪽으로 길게 띠처럼 이어진 공터의 길이는 삼십여 장 정도. 그 끝 쪽에 산으로 오르는 급경사길이 있었다.

 

전면이 절벽과 암봉으로 막혀 있는 상황, 어차피 절벽을 탈 것이 아니라면 올라갈 길은 그곳밖에 없었다.

 

설령 공터를 지나다가 적의 암습을 받는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적이 나타난다면 그거야말로 환영할 일이었다.

 

그만큼 시간이 단축될 테니까.

 

그렇게 육십여 명의 고수가 공터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일백여 명쯤 되어 보였다.

 

“좋아! 알아서 수고를 덜어주는군!”

 

이무환이 환한 표정으로 적을 반겼다.

 

동시에 그의 뒤를 따라오던 광룡십조가 앞으로 날듯이 튀어나갔다. 이번만큼은 광룡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마음인 듯했다.

 

하지만 적들은 협곡에서 부딪친 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여유를 부리지도 않았다. 자신들의 상대가 얼마나 강한 사람들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형형한 눈을 빛내며 침착하게 무기를 뽑아 들고 두세 명씩 짝을 지어 광룡십조를 맞이했다.

 

쩌저저정!

 

귀청을 찢을 듯한 격돌음이 절벽을 울리는 순간, 밀천회의 고수들과 만겁궁의 고수들이 신형을 날렸다. 

 

뒤이어서 황산검문의 제자들이 침중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유철상과 두 조장은 서너 걸음 앞으로 나선 후, 굶주린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며 뛰어들 기회만 엿보았다.

 

이무환은 무설강과 제갈신걸, 공손척, 철룡삼의와 함께 약간 뒤로 처져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이 여우새끼는 어디에 숨어 있지?”

 

환비로 생각되는 자가 보이지 않았다. 잠풍련의 마귀들 역시.

 

그들을 잡지 못하면 오늘의 작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 놈들을 잡지 못하면 피곤해지는데…….”

 

이무환은 전면을 주시하며 이마를 좁혔다.

 

그사이 밀천회와 만겁궁의 고수들, 그리고 황산검문의 제자들이 혈사단의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때였다. 적들의 뒤쪽에서 삼사십 명의 무사가 더 나타나는가 싶더니 전면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을 본 제갈신걸이 황급히 소리쳤다.

 

“잠풍련 놈들이오! 조심하시오!”

 

잠풍련의 고수들은 환비가 추리고 추린 자들. 모두가 절정의 경지를 오래전에 넘어선 고수들이다.

 

잠풍련의 고수들이 전면으로 나서자 상황이 일변했다.

 

광룡십조도, 밀천회와 만겁궁의 고수들도 그들을 쉽게 눕히지 못했다.

 

절대지경에 오른 호연청과 황보광, 헌원숭, 소천득, 그리고 담사황만이 그들을 몰아칠 수 있을 뿐. 

 

그나마도 잠풍련의 마귀 중 고수로 보이는 자들 두셋이 합공을 취하자 절대고수들조차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혈사단의 무사로 보이는 광인들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크카카카!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갈기갈기 찢어 죽여!”

 

그들이 나타남과 동시, 잠풍련의 고수들 중 일부가 썰물처럼 뒤로 물러났다.

 

철저히 계획된 행동.

 

눈이 시뻘겋게 물든 여섯 명의 광인은 좌충우돌하며 미친 듯이 공세를 퍼부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혈사단의 무사들조차 근처에 접근하지 않았다.

 

살기 넘치는 검기와 검강이 회오리처럼 일대에 몰아쳤다.

 

부서진 바위의 조각이 튀어 오르며 주위로 비산했다.

 

광룡십조가 서너 번의 격돌만에 뒤로 밀리자, 절대지경에 오른 고수들이 그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십마십존에 속한 고수들조차 그들과 일대일로 싸우면서 쉽게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광기에 찬 여섯 명의 고수. 

 

그들을 본 이무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 망할 새끼가 또 약을 처먹였군!”

 

광기에 찬 모습, 시뻘건 혈안.

 

분명히 폭령잠마단에 의한 현상이었다.

 

환비가 남았던 폭령잠마단을 적들 중 가장 강한 고수들에게 복용시킨 듯했다.

 

“모두 나가서 놈들을 쳐요! 나는 환비를 찾을 테니까!”

 

앞에 서 있던 유철상은 물론이고, 무설강과 제갈신걸, 공손척도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이곳의 싸움은 남은 사람들에게 맡겨도 될 터. 이무환은 즉시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리고는, 절벽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갔다.

 

환비도 이들이 추적대를 완벽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극단의 방법을 썼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떠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든지, 아니면 최대한의 피해를 줘서 추적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든지.

 

‘진짜 여우같은 새끼군!’

 

 

 

절벽 위로 올라가 경사면을 타고 치달린 지 얼마, 갑자기 넓은 평지가 나왔다. 

 

평지는 족히 수천 평은 되어 보였는데, 평지 끝에 있는 송림 앞에는 이십여 채의 목옥이 지어져 있었다.

 

혈사단이 머물던 본진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본진 전체가 텅 빈 듯하다.

 

환비는 물론이고, 잠풍련이나 혈사단의 무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막상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와락 짜증이 났다.

 

“개자식! 비겁하게 또 도망을 쳤군!”

 

화가 난 이무환은 목옥으로 달려가며 손을 휘둘렀다.

 

콰르릉!

 

일장에 목옥 하나가 터져 나가며 나뭇조각들이 비산하고, 이장에 완전히 주저앉았다.

 

그동안에도 인기척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인기척은커녕 강아지 한 마리 나오지 않았다.

 

씩씩거리던 이무환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가만히 서서 감각을 극대화시킨 채 산 전체를 살펴보았다.

 

환비가 잠풍련의 무사들과 이동을 하고 있다면 뭔가 기척이 잡힐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래쪽에서의 격전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멀리 떨어져서인지 아무런 기운의 움직임도 잡히지 않았다.

 

“썅! 환비! 이 여우같은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이무환은 이를 빠드득 갈고 몸을 돌렸다.

 

 

 

아래쪽의 싸움은 혼전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광룡단의 우세는 분명한데 절대적인 우위는 아니었다. 모두가 여섯 명의 광인으로 인한 결과였다.

 

그들로 인해서 광룡단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막 전장에 도착한 이무환의 눈에 언뜻 한무귀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게 보였다. 잠풍련의 고수 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뒤로 물러서!”

 

냅다 소리친 이무환은 십여 장의 거리를 둔 채 무영뢰를 뽑아 던졌다.

 

쒜에에엑!

 

두 개의 무영뢰가 귀곡성을 토해내며 대기를 갈랐다.

 

퍼버벅!

 

벼락이라도 맞은 듯 두 명의 무사가 풀쩍 뛰어오르며 튕겨나갔다.

 

이무환의 일갈에 본능적으로 물러섰던 한무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은 두 사람의 공격을 막지 못해 정신없이 밀렸다. 한데 이무환은 단 일수에 그 둘을 지옥으로 보내 버리지 않는가.

 

왠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한무귀의 가슴은 자신을 향한 분노의 불길로 뜨겁게 타올랐다.

 

“지미! 씨벌! 조또! 으아아아! 덤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도검이 날아드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찌나 살벌하게 달려드는지 혈사단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설 정도였다.

 

좌충우돌,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혈사단의 무사 하나를 붙잡더니 수십 번의 주먹질을 해대는 한무귀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두들겨 맞은 상대는 온몸의 뼈가 다 부러진 채 흐느적거리며 쓰러졌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아니, 어쩌면 그것이 한무귀의 진면목일지도 몰랐다. 오죽하면 광수(狂手)라 불리겠는가 말이다.

 

그 사이 이무환은 광기에 젖은 자들 둘의 머리를 몸에서 분리시키고 잠풍련의 고수 셋을 더 쓰러뜨렸다.

 

그가 좌충우돌하며 혈전장을 휘젖자, 잠풍련의 고수들이 눈치를 보며 몸을 뺐다.

 

그로 인해서 전황이 급격히 기울었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 이무환은 적들 중 가장 강한 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혈사단주 초문광을 향해.

 

초문광은 소천득과 밀고 밀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소천득조차 폭령잠마단을 복용한 초문광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팔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혈전이 마무리를 향해 치달리는 상황. 

 

잠풍련의 마귀들은 눈치 빠르게 혈전장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제 적의 수장으로 보이는 그자만 처리하면 혈전이 막을 내릴 듯했다.

 

“그자는 내가 처리할 테니 다른 쪽이나 도와주쇼!”

 

이무환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소리쳤다.

 

뒤이어 묵빛 벼락이 대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쩌저저적!

 

자존심이 상해서 이무환의 말을 거부하려던 소천득은 소름 끼치는 도세가 떨어져 내리자 자신도 모르게 뒤로 훌쩍 물러섰다.

 

동시에 귀청을 뒤흔드는 굉음! 

 

콰앙!

 

그토록 강하게 자신을 몰아치던 혈의인이 뒤로 훌훌 날아간다.

 

마치 자신이 날아가는 듯했다.

 

‘젠장, 아직도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초문광이 아무리 폭령잠마단을 복용했다 해도 이무환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단 삼초.

 

그는 묵린도에 오른팔이 잘리고, 몸은 만천묵린우의 일도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가 쓰러지면서 이제 혈전은 정리만 남은 상태.

 

이무환은 더 이상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널브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초문광에게 다가갔다. 

 

“크르르르…….”

 

초문광이 핏물에 잠긴 목을 떨어대며 이무환을 쏘아보았다.

 

“당신도 참 한심하군. 그놈이 얼마나 비겁한 놈인지도 모르고 순순히 받아들이다니.”

 

“크, 크, 크…….”

 

초문광이 큭큭대며 몸을 떨었다. 자괴감이 정신마저 흔들었는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보이는데도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이봐, 환비는 어디로 갔지?”

 

이무환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독한 놈들인 만큼 쉽게 대답해 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그런데 초문광의 거세게 떨리던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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