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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88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88화

 

188화

 

 

 

 

 

 

 

 

“다행인 점은 우리가 저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에요. 저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구요.”

 

그건 아주 큰 차이다. 오이삼이 자신들을 잡으러 온 것이 고마울 정도로.

 

“흠, 그러고 보면 오이삼을 너무 심하게 다룬 것 같아. 덕분에 희생을 줄일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다리밖에 부러뜨리지 않았잖아요.”

 

“머리도 헤까닥 돌았잖아.”

 

“그거야 저와 오빠에게 먹이려 했던 걸 자기가 먹었을 뿐인데요, 뭐.”

 

‘네가 억지로 다 먹여서 더 돌았어.’

 

이무환은 그 말은 하지 않고 남궁산산의 옆모습을 힐끔 쳐다보았다.

 

세상 그 어떤 소녀보다 아름답게 빛나는 맑고 깨끗한 눈망울이 보였다.

 

‘그냥 보면 정말 순진하게 보이는데 말이야. 어떻게 해야 저 속에 있는 빙심나찰귀를 없앨 수 있지?’

 

꼭 남궁산산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래야 자신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게 될 테니까.

 

바라보는 사이 남궁산산의 싸늘한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미처 모르고 있을 거예요.”

 

“거기다 곧바로 놈들의 소굴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고 말이지?”

 

“바로 그거예요. 그 바람에 저들은 완벽한 준비를 다 하지도 못한 채 우리와 만나게 될 거예요.”

 

“빈틈이 많겠군.”

 

“두어 군데의 틈만 있어도 오빠가 날뛰면 막지 못할 거예요.”

 

“흐흐흐, 내가 좀 세지?”

 

“그래도 혼자 설치지는 마세요.”

 

“내가 미쳤냐? 나 혼자 독불장군처럼 설치게.”

 

저 많은 쫄병들을 써먹어야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엉뚱한 쪽으로 폭발할지 몰랐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미칠지 몰라요.”

 

“그럼 안 되지, 네가 미치면 막을 사람도 없는데. 여차하면 구룡성까지 때려 부순다고 할 거 아냐?”

 

“그러니까 조심하라구요. 저번 천세도인하고 싸울 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지 말란 말이에요. 알았죠?”

 

“어.”

 

외마디 대답을 끝으로 두 사람의 입이 닫혔다.

 

귓전에는 스쳐 가는 바람소리만이 들려올 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입을 닫은 채 걸음을 옮기며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의 뒤통수만 노려보았다.

 

남궁산산이 미칠지 모른다고 한 거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광룡의 말은 또 무슨 뜻일까?

 

남궁산산이 미치면 막을 사람이 없다니. 구룡성을 때려 부순다니?

 

정말 저 남궁산산에게 그런 능력이 있단 말일까? 아니면 광룡이 제정신이 아니어서 헛소리를 한 것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정답이었다.

 

광룡의 헛소리를 어디 한두 번 들어봤나?

 

남궁산산이 아무리 천하제일의 기재라 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소를 흘리며 그렇게 결론을 내릴 즈음. 저만치 송림 사이로 사당이 하나 보였다.

 

이무환도 사당을 보았는지 손을 들어 송림을 가리켰다.

 

“저기서 잠깐 쉬며 작전을 짜보죠. 방금 기가 막힌 작전이 하나 생각났는데, 한번 들어보십쇼.”

 

 

 

사당은 관운장을 모시는 관제묘였다. 낡긴 했지만 크기가 제법 커서 경비를 설 인원을 제외한 오십여 명이 다 들어가도 될 정도였다.

 

주요 고수들이 대충 둘러앉자, 이무환은 구궁산의 형태를 바닥에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어떻습니까?”

 

이무환이 자랑스럽게 되물은 것은, 관제묘에 들어온 지 일각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그럴듯한데요? 충분히 가능하겠어요, 오빠.”

 

남궁산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무환의 계획에 찬성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못미더운 표정,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무환을 쳐다보았다.

 

“그게 자네가 생각한 기막힌 작전인가?”

 

“일렬로 움직이다니. 우리가 산에 놀러 가는 줄 아나?”

 

“시간이 아깝군. 차라리 운기나 할 걸 그랬어.”

 

이때라는 듯 호연청, 철우평, 소천득이 앞 다투어 한마디씩 했다.

 

이무환이 그들을 흘겨보며 물었다.

 

“그럼 더 좋은 생각 가진 분 있수?”

 

헌원숭이 신중하게 바닥을 바라보며 의견을 내놓았다.

 

“차라리 칠팔 명씩 조를 이룬 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압박해 들어가는 건 어떻겠는가?”

 

“그건 안 돼요.”

 

남궁산산이 단칼에 무 자르듯 헌원숭의 계획을 반대했다.

 

호연청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안 된다는 거지? 그래도 이 단주가 말한 것보다야 훨씬, 백배는 더 현실성 있는 계획 같은데?”

 

“우리가 그렇게 움직일 거라는 걸 저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저들이 우리의 계획을 알 수 있단 말이냐?”

 

“그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호연청은 물론이고, 서 있던 사람들의 이마에도 골이 파였다.

 

남궁산산이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환비가 합류했다면, 저들은 우리 일행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봐야 돼요. 그럼 당연히 호연 대협처럼 뛰어난 계책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겠죠. 그러니 우리가 무작정 산으로 진입하지 않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진입할 거라 생각할 거예요. 단순하면서도 행동하기 편한 작전을 세워서 말이죠.”

 

그제야 호연청의 가늘어진 눈매가 번뜩였다. 남궁산산이 하고자 하는 말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놈들이 그에 맞춰 함정을 팔 거다, 이 말이냐?”

 

“시간이 없으니 저들에게도 그게 가장 좋은 대응책이 될 거예요.”

 

“하지만 이 단주의 계획은 너무 터무니없다. 세상에, 삼 장의 간격으로 줄을 서서 들어가다니.”

 

“그래서 지금은 좋은 작전이 되는 거죠. 저들로서는 우리가 그렇게 무식한 형태로 움직일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테니까요. 물론 보강을 좀 해야 되겠지만요.”

 

무식하고 어처구니없는 작전이라서 좋다고?

 

이무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칭찬을 하는 거야, 무식하다고 놀리는 거야?’

 

하지만 호연청은 크게 떠진 눈으로 남궁산산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함정이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죠. 저들도 한두 사람을 잡기 위해서 수십 명을 움직이지는 못할 거예요. 숫자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결국 실력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텐데…….”

 

잠깐 말을 늘인 남궁산산이 주위를 둘러보며 빙긋이 웃었다.

 

“우리 쪽은 개개인이 최고의 고수들이죠.”

 

순간 둘러서 있던 사람들에게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자신감에 찬 얼굴. 깊은 곳에서 이글거리는 눈빛.

 

마치 ‘그까짓 놈들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표정들이다.

 

이무환은 슬쩍 사람들을 둘러보고 입맛을 다셨다.

 

‘쩝, 모두 여우에게 홀렸군.’

 

 

 

이각을 쉰 후 관제묘를 출발했다.

 

이십 리를 더 가자 산촌이 나타났다. 사는 사람이 없는지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추격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도 마을로 들어갔다.

 

중간쯤 지나가는데 금방 무너지게 생긴 목조 가옥 안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수룡대의 대원들이었다.

 

“수룡십이대의 육호와 칠호가 단주를 뵙습니다.”

 

두 사람은 호연청이 아닌 이무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들도 호연청이 수룡단주의 지위에서 팽당했음을 알고 있었다.

 

“현재까지 들어온 정보를 말해봐. 놈들의 움직임이 발견되었어?”

 

“위험해서 깊숙이 들어가진 못하고, 대원들이 십 리의 거리를 둔 채 구궁산을 감싸고 감시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놈들이 안에서 나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이무환이 ‘어때? 내 말이 맞지?’ 하는 표정으로 뒤를 쓱 돌아다보고는 다시 물었다.

 

“구궁산의 지리에 대한 것은 파악해 놨어?”

 

“사냥꾼 하나를 닦달해서 여기…….”

 

수룡십이대의 육호가 품속에서 말아놓은 양피지를 꺼냈다.

 

종이는 쉽게 찢어지고, 물이라도 묻으면 먹이 번진다. 하지만 양피지에, 기름이 들어간 먹물로 글을 써놓으면 번지지도, 쉽게 찢어지지도 않는다. 하기에 수룡단에선 중요 정보는 되도록 양피지에 묵유(墨油)를 이용해 적도록 지시했다.

 

이무환은 육호가 급박한 추적 중에도 철저히 원칙에 따라 행동했음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

 

‘흠,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무위도 괜찮은 것 같고, 대주로 써도 되겠어.’

 

그사이 양피지가 눈앞에 쫙 펼쳐졌다.

 

이무환은 양피지에 가득 그려진 그림을 행여나 점 하나 놓칠세라 철저히 살펴보았다.

 

‘음, 당장 대주는 힘들겠군.’

 

그림은 제법 잘 그렸는데, 지명을 적어놓은 글씨가 항주의 칠도회주 국자상만큼이나 제멋대로다.

 

대주가 되기 위해선 글씨부터 연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상관을 짜증나게 해서 제명에 죽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래도 어쨌든 그림은 마음에 들었다.

 

“흠, 이게 구궁산이란 말이지? 아주 자세히 그렸군. 좋았어.”

 

그림에서 고개를 든 이무환은 안개에 둘러싸인 구궁산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온기 하나 없는 싸늘한 웃음, 언뜻 그 깊은 곳에서 묘한 삼색광이 번들거렸다.

 

광룡의 눈빛!

 

‘아주 화끈하게 엎어버리겠어!’

 

 

 

제6장. 죽이고 싶도록 얄미운 놈 있으면 말해

 

 

 

 

 

 

 

1

 

 

 

“저게 뭐 하는 짓이지?”

 

백 장 절벽 위에 서 있던 초문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던 환비도 눈을 좁힌 채 싸늘한 한광을 뿜어냈다.

 

‘어떤 놈이 저런 멍청한 계획을 세웠단 말인가!’

 

계곡을 따라 놈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백 장 길이의 구렁이가 기어오는 것 같았다. 커다란 천년오공의 발이 스멀거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빌어먹을!’

 

놈들이 아침 일찍 움직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부랴부랴 작전을 개시했다.

 

총 사백여 명의 인원을 열 개 조로 나눈 다음 적이 방어하기 힘든 곳에 배치한 것이다. 물론 놈들이 지나갈 만한 곳을 골라서.

 

어차피 적들은 개개인이 따로따로 움직이지는 않을 터. 몇 명씩 함께 움직이면 집중 공격을 해서 한 조씩 제거할 생각이었다. 적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방어가 어려운 지형이면 그만큼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빌어먹게도 제일 무식한 방법으로 산을 오른다.

 

“일단 수하들을 뒤로 물려야 할 것 같군.”

 

초문광의 말에 환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 인 일 조로 나누어서 치고 빠지는 방법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초문광이 환비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언짢은 눈빛이었다.

 

“지휘자는 나네. 어차피 함께하기로 했으면 내 명에 따르게.”

 

환비의 눈 깊은 곳에서 혈기가 출렁거렸다. 

 

하지만 워낙 찰나간인데다, 곧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서 초문광은 볼 수가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요.”

 

 

 

2

 

 

 

길게 늘어선 줄이 언젠가부터 옆으로 퍼졌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쐐기와 같은 형태로 바뀌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렇게 일행이 산을 오른 지 일각이 조금 넘었을 무렵, 첫 번째 격돌이 벌어졌다. 미처 물러서지 못한 혈사단 일 개 조 삼십 명을 쐐기의 선두에서 달리던 사람들이 그대로 덮쳐 버린 것이다.

 

선두는 헌원숭과 그의 두 제자, 그리고 소천득이었다.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십여 장 밖에서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질 뿐.

 

쉬이이이익! 

 

먼저 헌원숭의 기화살이 궁을 떠났다.

 

퍼버벅!

 

“크억!”

 

나무를 가루로 만든 기화살은 한 치도 어김없이 한 발에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두었다.

 

곧이어 헌원숭의 두 제자가 빽빽한 나무 사이를 뚫고 화살을 날렸다.

 

투두둥! 쉬쉬쉬쉭!

 

십여 발의 화살이 빗살처럼 안개를 가른다.

 

숲 안에서 터져 나오는 억눌린 신음!

 

“허억!”

 

“크억!”

 

“엄폐물을 찾아서 몸을 숨겨라!”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소천득이 먼저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흥!

 

한 마리 대호가 겁에 질린 들개 떼 사이로 뛰어든 것만 같았다.

 

소천득의 쌍수가 안개 낀 대기를 갈기갈기 찢어발긴 순간!

 

따당! 퍼벅!

 

도검이 부러지고, 가슴이 쩍 갈라진 채 두세 명의 무사가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혈사단의 무사들은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몇 놈 안 된다! 뭉쳐서 달려들어라!”

 

“씨발! 이러나저러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러서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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