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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86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86화

 

186화

 

 

 

 

 

 

 

 

엽상이 나간 지 일각 후, 이무환은 신기영을 불러 폭령잠마영단을 두 알 주었다.

 

“이거 아주 귀한 영단이야. 특별히 주는 것이니까, 지금 한 알 복용하고 눈발 방에 가서 운기해. 그리고 이삼 일 후에 한 알 더 복용하고.”

 

무려 ‘귀한 영단!’이란다. 그것도 두 알이나!

 

광룡이 아무리 헛소리를 잘한다지만, 그 역시 들은 말이 있기에 광룡의 말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수룡단의 일반 단원이나 비슷했던 광룡사위가 어느 날 갑자기 당주 급 고수들을 발아래로 두는 고수가 되었다고 했다.

 

누구는 지옥 수련 때문이라고 했는데, 좀 더 정통한 소식을 지닌 사람 말에 의하면 꼭 지옥 수련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손에 들린 둥근 단약을 보자, 신기영은 머리가 확 트이기라도 한 듯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기영은 부르르 몸을 떨고 허리를 직각으로 꺾었다.

 

“감사합니다, 단주!”

 

“눈발, 잘 지키고.”

 

“염려 마십시오, 단주!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제5장. 광룡의 계책

 

 

 

 

 

 

 

1

 

 

 

오이삼은 화승객잔의 이층에서 건너편 천상객잔을 바라보았다.

 

‘일단 저놈들 개개인의 정확한 정체를 알아내야겠어.’

 

고수들이어서 거리를 두고 따라오기만 했다. 더구나 속도까지 빨라서 개개인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가 알아볼 수 있었던 사람은 기껏해야 십여 명. 대부분 자신보다 강한 자들이거나, 약한 자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고수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겨우 중간 정도의 위치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만겁궁과 구룡성의 고수들이 중간 정도의 위치인 걸까?

 

어쩌면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일지도 몰랐다.

 

마침 목표물들이 모두 천상객잔에 여장을 풀은 상황. 목적을 닰성하기에는 좋은 기회였다.

 

사실 놈들이 식사를 할 때 안으로 들어갈까 생각도 해보았다.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놈들의 정체도 정확히 알 수 있을 테고, 다음 계획까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고수들이 너무 많았다. 개중에는 자신의 능력으로도 확실한 무위를 알 수 없는 자들도 있었다.

 

얼굴이 알려지면 나중에 곤란해질지도 모르는 일. 아쉬워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일단 한 놈 잡아서 놈들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천상객잔을 바라보는 오이삼의 눈빛이 깊어졌다.

 

자시가 넘어가는 시각. 하나둘 객방의 불이 꺼져 간다.

 

이제 곧 천상객잔도 조용해지고 모두가 잠들 터. 자신은 그때 움직일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응?’

 

천상객잔 이층의 객방에서 두 사람이 나서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게 얼핏 보였다.

 

호위로 보이는 네 명의 무사에게 뭐라고 하더니 둘만 움직인다.

 

‘저놈들은?’

 

젊은 놈과 어린 소녀. 구룡성을 나설 때 봤던 놈들이다.

 

정확한 정체는 모른다. 하지만 함께 움직이고 있다면, 호위까지 있다면 제법 신분이 높은 놈의 자식일 게 분명했다. 

 

계집은 보따리를 짊어진 걸 보니 시비인 듯했고.

 

아무리 시비라지만 여자에게 보따리를 짊어지게 하다니. 남자새끼의 인성을 알만했다.

 

‘잘됐군. 저런 놈들 다루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쉽지. 후후후.’

 

 

 

2

 

 

 

탁자에 팔을 올려놓은 남궁산산이 턱을 받치고 밝게 웃었다.

 

“우리 둘만 이렇게 있으니 꼭 부부가 여행 온 것 같아요. 그죠, 오빠?”

 

이무환은 점소이가 가져온 엽차를 목을 축이며 눈을 치켜떴다.

 

‘부부는 무슨. 꼬맹이를 농락하는 건달로 안 보면 다행이지.’

 

마침 손님 중 몇 명이 그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수상했다.

 

그래도 남궁산산은 둘만 있다는 게 마냥 즐거웠다.

 

“우리 술 마셔요. 약한 걸로요. 아까 물어봤는데, 여자들이 마시기 좋은 특산주가 있데요.”

 

객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점소이를 붙잡고 뭔가를 묻더니 술에 대해 물었는가 보다.

 

“특산주라면, 비싸지 않을까?”

 

“제가 살게요.”

 

이무환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남궁산산이 돈을 쓰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분명 남궁세가에서, ‘네 밥값은 네가 내야 돼’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여태 자신이 다 냈지 않은가.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좋아, 그럼 사는 김에 안주까지 사.”

 

주문을 받으러 온 점소이가 이무환을 째려봤다.

 

‘쪼잔한 놈. 저렇게 예쁜 소저에게 술값에 안주값까지 몽땅 바가지 씌우다니. 아까 송이에게 은자를 두 냥 준 것도 분명 지 돈을 준 것이 아닐 거야.’

 

무사들과 함께 온 놈만 아니라면 일장 훈계를 했겠지만, 시끄러워지면 쫓겨날지 모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꼭 힘이 없다던가, 어린놈의 옆구리에 칼이 걸려 있어서가 아니었다.

 

‘저런 놈 상대해 봐야 내 입만 더러워지지. 참자, 참아.’

 

그때 남궁산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한 그 술 가져와요.”

 

“저, 안주는 어떤 걸로?”

 

“안주는 필요 없어요. 진짜 좋은 술은 안주가 필요 없다고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점소이도 그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에,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섰다.

 

“알겠습니다요.”

 

그때 뒤에서 기둥서방처럼 생긴 놈과 예쁜 소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뭐 먹을 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아이, 오빠도. 아까 많이 먹었잖아요. 돈 들게 뭐 하러 음식을 시켜요? 정 필요하면 콩이나 몇 개 달라고 하면 되죠.”

 

걸어가는 점소이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지미, 얼굴만 예쁘지, 씀씀이는 꼭…….’

 

 

 

점소이가 술과 안주거리를 가져온 것은 반 각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콩도 한 접시 가져왔다.

 

남궁산산은 이무환의 잔에 먼저 술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한 잔 따랐다. 붉은빛이 도는 술에서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다.

 

이무환은 잔을 들어 슬쩍 맛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괜찮은데?”

 

남궁산산도 잔을 반쯤 비우더니 밝게 웃었다.

 

“우와! 정말 술 같지가 않아요.”

 

두 사람은 나머지를 마저 마시고 다시 잔을 채웠다.

 

옆에서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 술은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네.”

 

조금 깡마른 얼굴을 지닌, 마흔 전후로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깨끗한 청의를 입은 그는 두 사람이 앉은 탁자로 다가오며 조용히 웃었다.

 

이무환은 술잔과 그를 번갈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술 마시는 데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단 말이오?”

 

“물론이네. 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술이 아니듯이 때로는 마시는 방법이 다른 술도 있다네.”

 

“흠, 그럼 이건 어떻게 마셔야 하는 것이오?”

 

청삼중년인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더니,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내고는 그 안에서 하얀 옥병을 집어 들었다.

 

“본래 아무에게도 안 주는 건데, 자네 두 사람의 모습이 워낙 보기 좋아서 주는 것이네.”

 

남궁산산이 활짝 웃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옥병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든 게 뭔가요?”

 

“안에는 세 가지 꽃의 정기를 갈아 만든 삼화정(三花精) 가루가 들어 있네. 포도로 담근 술은 이걸 타서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지. 많이는 못 주고 조금만 타주겠네.”

 

청삼중년인이 옥병의 뚜껑을 열었다. 향긋한 냄새가 옥병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술병을 잡고 옥병을 기울였다. 옥병에서 붉은 가루가 떨어져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술병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더니 두 사람에게 고갯짓을 했다.

 

“일단 그것부터 마시게. 그런 후에 이걸 마셔보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을 거네.”

 

이무환과 남궁산산은 앞에 놓인 잔을 재빨리 비웠다.

 

그러자 청삼중년인이 두 사람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술잔에서 전보다 더 진한 향이 흘러나왔다.

 

“어떤가? 향이 좋지 않나?”

 

이무환은 잔을 들어 코에 대었다.

 

“흠, 좋긴 좋군요.”

 

남궁산산도 눈을 반쯤 감고 향기를 맡았다.

 

“아, 정말 좋아요.”

 

중년인이 나직이 웃으며 옥병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하하, 한번 마셔보게. 그럼 더 놀랄 거네.”

 

그때 이무환의 눈에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네 사람이 보였다.

 

나후령과 한무귀, 금철광, 혁무기까지. 광룡십조 중 넷이었다. 그들을 한방에 몰아넣었는데, 밤늦게 술 생각이라도 동한 듯했다.

 

“어? 이보쇼, 당신들도 이리 오라구. 좋은 술이 있는데, 같이 마시게 말이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슬쩍 의미가 묘한 눈빛을 교환하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그 동안 강제로 갇힌 사람도 있고 스스로 눈과 귀를 막고 지낸 사람도 있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세상사와 담을 싸놓고 지냈다.

 

그러다 눈과 귀를 열었을 때 수많은 소문들이 들려왔다.

 

그야말로 허황된 이야기들. 

 

그 중심에 광룡이 있었다.

 

그들은 이무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절반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난 지 하루가 되기도 전에 절반 정도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내십존과 천중십마가 미쳤다고 광룡의 뜻을 따를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정말 광룡이 소문대로 강한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들이 다가오자 청삼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맛있게 마시게나. 그럼 나는 이만…….”

 

“그냥 앉아 계십시오.”

 

“아니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그만 가봐야…….”

 

청삼중년인은 일어서다 말고 주위를 돌아다보았다.

 

계단에서 내려온 네 사람이 은연중 자신의 뒤를 감싸고 있는 형국. 상황이 묘했다.

 

“앉으시라니까요?”

 

이무환이 웃으며 청삼중년인을 재촉했다.

 

청삼중년인은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험, 이거 미안해서…….”

 

이무환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괜찮습니다. 대신 몇 가지만 말해주면 되니까.”

 

“뭘… 말인가?”

 

이무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둘러선 네 사람을 쳐다보았다.

 

“뭐 하쇼? 왔으면 앉지 않고.”

 

남궁산산이 일어나더니 재빨리 이무환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네 사람이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이무환은 네 사람이 앉은 후에야 청삼중년인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청삼중년인은 그 웃음에 가슴이 오싹 떨렸다.

 

입은 웃고 있는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은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보는가?”

 

“누구쇼?”

 

이무환의 갑작스런 질문에 청삼중년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군. 나는 이삼이라 하네.”

 

“정말 그게 본명이오?”

 

“허, 내가 왜 자네에게 이름을 속인단 말인가?”

 

“이유야 많죠. 알려주기 싫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정체가 탄로날까 봐 숨길 수도 있고 말이죠.”

 

청삼중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아니면 왜 우리 술에다 약을 탄 거요?”

 

“약이라니? 그건 약이 아니라…….”

 

그의 말을 자르고 남궁산산이 입을 열었다.

 

“초혼화(剿魂花)의 가루를 타면 술이 맛있어진다는 말을 오늘 처음 들었어요. 정말 술이 맛있어져요?”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소저?”

 

“어디 당신이 먼저 마셔 봐요.”

 

“나는 이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네, 어린 소저.”

 

“왜요? 초혼화의 가루는 결코 독약이 아니에요. 다만 심지를 흔들 뿐이지. 그러니 걱정 말고 마셔 봐요.”

 

“글쎄, 나는…….”

 

순간.

 

쾅!

 

청삼중년인, 오이삼은 앞에 있는 탁자를 밀치며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마음뿐이었다.

 

탁자를 밀치고 뒤로 빠지려는데, 갑자기 커다란 손이 눈앞에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의 머리를 잡고 탁자에 얼굴을 처박았다.

 

퍽!

 

“커억!”

 

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무환이 청삼중년인의 머리를 누른 채 나직이 말했다.

 

“아직 가면 안 되지.”

 

탁자를 밀치려던 청삼중년인의 손은 술잔이 누르고 있었다. 손등의 뼈를 부수며 파고든 채.

 

처절한 극통!

 

오이삼의 뇌리에 번개가 치고, 전신이 축 처졌다.

 

이무환이 오이삼의 머리를 놓고 빙그레 웃었다.

 

“몇 가지만 대답하면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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