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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84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84화

 

184화

 

 

 

 

 

 

 

 

이무환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었다.

 

호연청과 밀천회의 고수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철우평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크윽, 저 얄미운 광룡과 함께 강호로 나가야 하다니!’

 

반면에 나후령, 금철광, 한무귀, 혁무기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단시일에 구룡성을 뒤엎고 신화를 쓴 주인공, 천외광룡 이무환!

 

 

 

그 외에도 그를 표현하는 말들은 손가락에 발가락까지 합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말만 들어서는 마치 삼두육비의 괴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저 어린 애송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석에 처박혀서 구룡성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던 그들로선 이무환을 오늘 처음으로 봤으니 그런 생각을 할만 했다.

 

저 덜떨어져 보이는 애송이가 정말 광룡 이무환일까?

 

오죽하면 눈앞에 있는데도 그런 의문이 들 지경이었으니까.

 

그나마 사대검룡이나 천귀쌍도는 이무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

 

특히 화운결은 그와 한번 만나보기까지 했었다.

 

‘광룡, 그대의 강함은 인정하지.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내 위에 설 수 없을 거다.’

 

그때 이무환의 입이 열렸다.

 

“잠풍련의 잔당을 잡아서 무너진 구룡성의 명예를 살릴 거요. 또한 강호를 위협하는 사우천이라는 잡것들을 때려잡아서 구룡성의 위엄을 만천하에 알릴 거요.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소!”

 

제법 그럴듯한 연설이었다.

 

아마 다음 말만 없었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무환이 남궁산산에게 묻는 말을 듣고 모두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꼬맹아. 연습한 거, 한마디도 안 틀렸지?”

 

“예, 오빠. 정말 잘했어요.”

 

“음하하, 그래?”

 

잠풍련에 뒤지지 않는 세력을 상대하러 가는 마당이다.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광룡의 손아귀에 잡힌 사람들은 앞으로의 나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던 담사황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에서 빠진 게 천만다행이군.’

 

구룡성에 와서 일곱 명의 고수를 잃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아 손해 본 원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일에 끼어든다면 그 모든 이익이 공염불이 되었을 게 분명해 보였다.

 

‘함녕에서 바로 방향을 틀어야겠어.’

 

 

 

 

제4장. 기다림의 미학?

 

 

 

 

 

 

 

1

 

 

 

이금환은 천룡전 삼층에서 저 멀리 외성으로 빠져나가는 광룡단을 바라보았다.

 

이무환이 떠나는 것을 보니 모든 일이 꿈속에서 흐른 것만 같았다.

 

‘잘 가게, 아우.’

 

이제 가면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자신이 억지로 부른다면 올지 모르나, 그렇게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동생 덕분에 구룡성의 주인이 되었지만, 구룡성을 지키는 것은 이제부터 자신의 책임이다.

 

진정한 구룡왕이 되고 못 되고는 모두 자신의 능력에 달린 일인 것이다.

 

‘아우가 만족할 만한 형이 될 것이야.’

 

 

 

‘빌어먹을, 왜 쳐다보고 지랄이야? 눈물 나오게.’

 

형이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으니까.

 

이무환은 억지로 돌아보지 않았다.

 

떠날 때는 망설임 없이 떠나는 것이 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구룡성에 폭풍을 일으킨 광룡이 사라져야 형이 새로운 신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잘 있어, 형.’

 

그때 문득, 남궁산산의 눈길이 느껴졌다.

 

이무환은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으아! 날씨 한번 좋다!”

 

그 말을 두어 번 들었던 사람들은 흘낏 하늘을 쳐다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나 비 올 것 같은 날씨였다.

 

광룡이 승천하기 좋은 날씨!

 

하지만 처음 듣는 사람들은 더욱더 앞날이 걱정되었다.

 

‘비 오는 날에 더 미치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

 

그렇게 광룡단이 구룡성의 남문을 나선 것은, 삼월의 봄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던 날 미시 무렵이었다.

 

 

 

2

 

 

 

휘이이잉!

 

황사를 몰고 밀려오던 봄바람이 반쯤 열린 문에 부딪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킨다.

 

구룡성 남문 밖에서 작은 대장간을 운영하던 오이삼은 망치질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저 멀리 구룡성의 남문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삼십 명 정도, 그다음에는 이십 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서너 명이 성문을 나선다.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셋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모두 한 패거리처럼 보였다.

 

모두 합해 칠십 여 명 정도.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오이삼은 달궈졌던 낫이 식어가는데도 그대로 놔둔 채 그들만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이었다.

 

‘마침내 추격대가 나온 것인가?’

 

성주 취임식이 있은 지 겨우 하루. 칠십 명에 달하는 무사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하나같이 고수들로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문제는 저들이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추격대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나온 자들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다.

 

“장호.”

 

그가 몸도 돌리지 않은 채 한 사람을 불렀다.

 

풀무질을 하고 있던 삼십 초반의 장한이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예, 형님.”

 

“문을 닫아야겠다.”

 

그제야 장한은 풀무질을 멈추고, 오이삼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닫을 겁니까?”

 

“최소 보름, 길면 한 달은 갈 것 같다.”

 

“단(團)에는…….”

 

“일단 이급 정도로 알려라.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그날, 이 년 동안 한 번도 문을 닫지 않고, 인근 농부들의 농기구와 무사들의 도검을 싸게 수리해 주던 남문의 대장간이 문을 닫았다.

 

 

 

이무환 일행의 출성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사람은 오이삼만이 아니었다.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국수를 먹고 있던 회의장한 전호민도 젓가락을 놓고, 성을 나서는 이무환 일행을 바라보았다.

 

‘역시 주군의 예상대로군.’

 

하루면 추격대가 성을 나설 거라 했다. 한데 아니나 다를까, 칠십여 명의 무사가 성을 나선다.

 

그는 철전 다섯 개를 탁자 위에 던져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호민이 허름한 국수집을 나오자,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장한 하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호민은 그의 옆을 스쳐 가며 짧게 전음을 보냈다.

 

“가서 알려라. 사냥꾼들이 마을을 벗어났다고. 나는 저들의 뒤를 쫓겠다.”

 

 

 

적룡단의 부단주로 다시 복귀한 첫날. 감이랑은 수하들을 시켜 구룡성 주위의 변화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살피도록 했다.

 

강호의 모든 눈이 구룡성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중에는 적대 관계에 있는 자들도 있을 터. 광룡이 움직이면 그들도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그 덕분에 남문 밖의 대장간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정보가 감이랑의 귀까지 들어가는 데는 세 시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년 동안 한 번도 닫지 않았던 대장간이 문을 닫았습니다. 날을 잘 간다고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주인은 오이삼이란 자로…….”

 

언뜻 보면 보잘것없는 정보였다. 그러나 감이랑은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이 년 동안 한 번도 문을 닫지 않았던 대장간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그것은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광룡이 구룡성을 떠난 날이 아닌가.

 

‘내가 직접 가서 그곳의 주인에 대해 알아봐야겠군.’

 

 

 

3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사람들은 연신 하늘을 힐끔거리며 빠르게 남하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중간 중간 크고 작은 마을이 있어서, 비가 온다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을 듯했다.

 

문제는 광룡이었다. 비를 좋아하는 광룡이 비 좀 온다고 쉬어 갈까?

 

아무래도 좋은 날씨라고 소리치며 그대로 비를 맞고 갈 것처럼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몇몇 광룡단원들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다른 사람들도 멋모르고 빨리 걸었다.

 

뒤에서 사람들이 밀려들자 앞에서 걷던 사람들도 빨리 걸을 수밖에 없었다.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이무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만이 없었다. 그만큼 비룡도로 돌아가는 날이 빨라질 테니까.

 

 

 

“구룡성 서쪽 이십 리 지점에서 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이른 새벽에 그물 걷으러 가던 어부가 보았다고 하더군.”

 

“장강을 건너려고 한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네. 장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하니까.”

 

“추격하는 대원이 얼마나 됩니까?”

 

“수룡단의 이 개 대 이십 명의 대원이 그들의 흔적을 쫓고 있네. 중간 중간 대원들의 연락 비표가 있을 것이네.”

 

 

 

이무환은 유유하게 걸음을 옮기면서, 어제저녁 호연청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말을 듣고 나름대로 환비의 움직임을 유추해 보았다.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무창에서 남서쪽으로 꺾어져야 한다. 광룡단이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강을 건너지 않을 것이라면 그들 역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을 터. 잘하면 가는 도중에 그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환비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까?’

 

아마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할 듯했다.

 

첫 번째는 멀리 도망가는 것. 두 번째는 어딘가에 숨어서 조용해질 때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구룡성과 힘을 겨룰 수 있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

 

세 갈래 길을 떠올린 이무환은 전보다 훨씬 작아진 보따리를 메고 있는 남궁산산을 바라보았다.

 

“꼬맹아, 환비가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

 

남궁산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둘 중 하나예요. 멀리 떠나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또 다른 기회를 노리던가.”

 

“근처 어딘가에 숨을 가능성도 있잖아?”

 

“숨어서 힘을 기른다고 해도 그들만으로는 구룡성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가 그걸 모를 리 없어요. 오빠가 말해준 대로라면 환비라는 자, 보통 영악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영악해!’

 

이무환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다시 물었다.

 

“둘 중 가능성이 더 큰 쪽을 택한다면?”

 

“제 생각으로는…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을 거라고 봐요.”

 

“왜?”

 

“사부의 죽음을 이용하려 했을 정도면 당장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강했다는 말이잖아요. 안 그래요?”

 

“음, 그건 그렇지.”

 

“다른 곳으로 도망가서 새로운 세력을 개척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오빠가 볼 때 그가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일을 택할 거 같아요?”

 

자신들이 지닌 무공을 함부로 드러낼 수도 없다. 그런 상태로 세력을 키우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그럴 놈이라면 사부를 그렇게 이용하지도 않았겠지.”

 

그럼 환비는 누구와 손을 잡으려 할까?

 

당장 떠오르는 세력은 세 곳이었다.

 

천마교, 사우천, 그리고 운의 무공을 지닌 자들.

 

그중에서도 같은 족속들인, 사우천과 운의 무공을 지닌 자들일 가능성이 더 컸다. 그들은 아직 그가 사부인 야율모궁을 이용했다는 것을 모를 테니까.

 

‘환비를 먼저 잡아야 좀 편해질 텐데…….’

 

 

 

4

 

 

 

첫 번째 비표는 강하를 지날 무렵에 엽상이 발견했다.

 

길가 커다란 바위에 한 자 크기로 ‘장(長)’ 자가 적혀 있고, 그 아래쪽에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계속 장강을 따라간 것 같습니다.”

 

하루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행적이 노출된 상태인만큼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들이 언제 방향을 틀었느냐, 어느 쪽으로 틀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두 개의 비표를 더 발견했다.

 

십여 리 정도 간격으로 쓰여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저들은 방향을 틀지 않은 상태였다.

 

일행은 더 빨리 걸었다. 살갗에 습기가 느껴지는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네 번째 비표를 발견한 것은, 일행이 안산에서 십 리가량 떨어진 곳. 길이 세 갈래로 갈라진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비표를 알아본 사람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커다란 나무에 적힌 비표는 이전과 달리 조금 복잡했는데, 특히 화살표가 안쪽으로 꺾어져 있었다.

 

방향을 틀었다는 말.

 

“홍광에서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남하했습니다.”

 

엽상이 비표를 해독하며 빠르게 말을 맺자 이무환이 물었다.

 

“시간은?”

 

“어제 신시 무렵입니다.”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만큼 거리도 줄었다는 말이다.

 

그때 남궁산산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들이 속도를 늦춘 것 같아요, 오빠.”

 

“추적이 있을 거라는 걸 알 텐데 왜 속도를 늦추지?”

 

“뭔가 꿍꿍이가 있겠죠.”

 

조용히 속삭이는 남궁산산의 눈에서 바늘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인다.

 

대답하는 이무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그거 반가운 일이군. 그럼 조금 더 빨리 가야겠어. 저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야. 자,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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