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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18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182화

 

182화

 

 

 

 

 

 

 

 

“신임 성주로 선출되신 천룡부의 이금환 부주께서는 단상으로 오르시오!”

 

맨 앞에 앉아 있던 이금환이 마흔네 명의 승룡이 늘어선 단상으로 올랐다.

 

둥둥둥둥!

 

천룡전 구석에서 북이 빠르게 울렸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났다.

 

역대 성주들 중 가장 초라한 취임식이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천룡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젊은 나이에, 가장 의미 있게 성주에 오른 사람이 되었다.

 

게다가 구룡성을 침탈하려던 잠풍련을 물리치고 성주 위에 오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한편, 이무환은 입술이 퉁퉁 부은 사람처럼 구시렁거리며 한쪽에 앉아서 이금환이 성주 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쳇! 나 하나 없다고 취임식을 못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악착같이 데리러 올 것은 또 뭐야?’

 

저만치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든 엽상이 보였다.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 두고 봐, 눈발! 내가 가만 놔두나!’

 

사흘 전, 종리난경이 몰래 엽상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보나마나 뻔했다. 둘이 몰래 입술을 닦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더 높은 단계를 진행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따로 감시무사를 두어서라도 복수를 하고 말리라!

 

마침 어울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서문 위사였던 신기영, 그라면 광룡에게 대들 만큼 강단이 있으니 훌륭히 명을 수행할 것이었다.

 

‘일단 신법을 하나 가르쳐 줘야겠어. 그러고 나서……. 흐흐흐.’

 

이무환이 그렇게 복수를 계획하고 있을 때, 남궁산산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그저 이무환과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것도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서.

 

보라!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자신을 쳐다보잖아?

 

사람들은 자신을 이무환의 부인 정도로 생각하겠지?

 

그것만으로도 방 안에서 오빠의 입술을 닦는 것보다 이곳에 나와 있는 것이 훨씬 유익했다.

 

게다가 이금환이 성주가 되면 자신은 성주의 제수씨가 된다. 남궁세가 가주의 딸인 자신이.

 

그것은 세가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너무 순진해서 그렇지, 사람은 정말 잘 골랐어! 우헤헤헤!’

 

그러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오빠, 오빠 큰형, 정말 멋지다.”

 

“반은 되지.”

 

“뭐가?”

 

“나하고 비교할 때, 내 반은 따라온다고. 그래도 형이니까 그 정도 되는 거야.”

 

힐끔거리는 사람들이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말한 사람이 광룡이라는 것을 알고는 곧 눈을 돌렸다. 괜히 봤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때 북궁만호의 목소리가 천룡전에 울려 퍼졌다.

 

마침내 젊은 천룡 이금환이 정식으로 성주 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무환의 퉁퉁 부은 입술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남궁산산은 마냥 즐거웠다.

 

“오빠, 시작한다. 얼굴 펴고 일어나.”

 

 

 

구룡성 역대 선조들에 대한 배례(拜禮)가 끝나자, 성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이금환의 일장연설이 천룡전에 울려 퍼졌다.

 

“오늘을 위해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동료들의 수많은 목숨이 스러졌습니다! 하나 어제의 일은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묻힌 일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지난 일에 대해 묻지 않기를 바라며, …하여 본인은! 모든 걸 털어내고! 여러분과 함께 힘을 합쳐, 대구룡성을 천하의 중심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의 연설이 끝난 순간, 천룡전이 무너질 것처럼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와와와!

 

“구룡성주 이금환 천세! 천세! 천천세!”

 

“천하제일 구룡성!”

 

 

 

각 부의 부주들과 삼단의 단주, 십이지부의 지부장, 각 부의 장로와 원로 등 구룡성의 주요 인사들의 충성 서약이 이어졌다.

 

그 뒤에야 황보광과 소천득, 헌원숭 등 밀천회의 고수들과 담사황을 비롯해 만겁궁 대표로 참석한 다섯 사람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그들의 위명은 일천의 군웅보다 더 무게가 있었다.

 

그들 다음으로는 황산검문의 제자들이 정중하게 축하 인사를 했다. 이무환에게 들은 말이 있기에 표물 강탈 사건에 대한 말은 일체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무환이 씨익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우와! 그렇게 서 있으니 우리 성주님 멋진데요? 좌우간 축하합니다, 이금환 구룡성주님!”

 

이금환도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이 모든 게 다 아우 덕분이네.”

 

그러자 이무환이 넌지시 물었다.

 

“지금이라도 때려잡고 싶은 사람 있으면 말하쇼. 이 동생이 해결해 줄 테니까.”

 

순간, 천장이 뚫리고 얼음덩이가 쏟아진 듯 열기에 가득 찼던 장내가 싸늘하게 식었다.

 

“없수? 없다면 그렇게 믿죠, 뭐. 하지만, 언제라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말하쇼.”

 

이무환이 제법 큰 소리로 말하고는 주위를 쓸어본다.

 

이금환은 이무환의 마음을 알고 조용히 웃기만 했다.

 

아마 이후로,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이무환이 방금 한 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과 대적할 마음이 생겨도 그전에 광룡의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무환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구룡성 신임 성주의 적을 말 몇 마디로 짓눌러 버린 것이다.

 

광룡이 아니면 천하의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맙네, 아우.’

 

그렇게 성주의 취임식은 이무환의 엉뚱한 축하 인사를 마지막으로 두 시진 만에 끝이 났다.

 

 

 

3

 

 

 

천룡의 주인이 새롭게 구룡왕이 된 그날 저녁.

 

천룡전 내전에 구룡의 주인들과 이무환, 북궁만호, 호연청. 그렇게 열두 사람이 둘러앉았다.

 

방 안은 아홉 개의 대황초로 대낮처럼 밝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제갈무진이 내건 안건 때문이었다.

 

 

 

―절대사천좌의 무공을 얻은 삼악 중 하나, 마악(魔惡)이 만든 사우천이 천마교를 장악하기 직전이다. 천마교가 사우천에게 장악되면 욕심이 많은 그들이 강서에만 머물러 있을 리 없다. 그들이 구룡의 터전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이 되기 전에 천마교를 도와 사우천의 세력을 부숴야 한다.

 

―천세도인의 제자인 환비가 잠풍련의 남은 세력을 이끌고 탈출했다. 그들이 힘을 키우면 또 다른 강적이 될 것이다. 삭초제근, 그들이 크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야 한다.

 

 

 

설명은 길었지만, 실제 하고자 하는 말은 단순했다.

 

천마교를 도와 사우천을 치고, 환비와 잠풍련의 잔당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잠시 말을 멈춘 제갈무진이 차로 입술을 적시는 동안, 철군평이 이마를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수신제가평천하라 했잖소? 아직 내부의 상황도 안정이 되지 않았는데, 일단 내부부터 다스리는 게 먼저 아니겠소?”

 

제갈무진이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물론 철 부주의 말씀도 옳습니다. 하나 사우천과 환비가 손을 잡고 천마교를 장악하면 더 큰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때 이금환이 말문을 열었다.

 

“이 단주와 상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간단합니다, 성주. 이 단주가 소수의 정예를 데리고 밀천회와 함께 천마교로 가서 적을 흔들어놓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본 성으로서도 인원의 변동이 거의 없는 만큼 내부를 정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미연에 적도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금환의 눈이 이무환을 향했다.

 

이무환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곳의 일도 끝났고 해서 집에 가려던 참이었는데요, 뭐. 가는 길과 크게 어긋나지도 않고 말이죠.”

 

무창에서 절강으로 가려면 어차피 강서를 지나가야 하는데, 천마교는 강서와 복건성의 경계를 이루는 무이산맥 최북단에 위치해 있었다.

 

장강을 타고 쭉 내려간 후, 안휘성 무호에서 내려 절강으로 들어가는 것과 거리상으로는 이삼 일 정도의 차이. 물론 그곳에서 일을 처리하는 시간까지 잡는다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무환에게는 며칠 더 걸리더라도 사우천을 그대로 놔두고 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

 

‘우리는 수뇌들만 족치고, 나머지는 천마교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어쨌든, 광룡이 간다?

 

그 말만으로도 사람들은 천마교가 걱정되었다.

 

‘천마교가 곧 뒤집어지겠군.’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북궁만호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나 데려갈 생각이냐?”

 

호연청과 협상할 때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그도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적당히 데려갈 겁니다. 한 이십 명 정도면 될 거 같은데…….”

 

“이십 명? 너무 적지 않겠느냐?”

 

“대신 쓸 만한 사람들로만 데려갈 겁니다.”

 

쓸 만한 사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애매모호해서 다시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룡이 말한 이상 더 따질 것도 없었다. 보나마나 초절정고수 이상은 되어야 할 테니까.

 

쓸 만한 사람 중 하나, 호연청이 이무환을 노려보며 물었다.

 

“우리까지 포함해서 그 정도인가?”

 

이무환도 호연청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앞으로 함께 다니다 보면 생사를 맡겨야 할지 모르죠. 그런데 말이죠. 저는 저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에게 목을 맡길 만큼 속이 넓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중에 적과 싸우다 보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단주 일행보다 인원이 적으면 어떻게 하겠수?”

 

아직 당신들을 믿지 못한다. 그러니 꼼수 쓸 생각 버려라, 그러한 뜻이 내포된 말이다.

 

호연청은 이를 악문 턱에 힘을 주었다.

 

‘젠장, 저놈에게 물어본 내가 미쳤지. 괜히 이 자리에 와서…….’

 

‘헹, 두고 보라고. 내가 철저히 굴려줄 테니까.’

 

호연청을 이 자리에 참석시킨 것은 이무환이었다.

 

이유는 하나, 호연청과 밀천회가 이 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올가미를 씌우기 위해서였다.

 

이제 공식적으로 구룡부주 모두가 호연청과 얼굴을 맞대면하고 사실을 알게 된 터,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알지 모르겠지만, 이제 당신이 허튼짓을 벌이면 구룡성이 밀천회를 쥐 잡듯 잡게 될 거다, 호연청. 크크크.’

 

그렇게 이무환이 속으로 웃을 때, 제갈무진이 본론을 꺼내들었다.

 

“일단 사람을 뽑는 것은 이 단주가 알아서 하기로 하고……. 음, 좌우간 이 단주가 명심할 일이 있네. 공손척의 말대로라면 천마교가 우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네. 보다 자세한 것은 그곳에 가면 알 수 있겠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조심해서 일을 처리해야 할 거네.”

 

광룡이 함부로 날뛰면 천마교라 해도 뒤집어지는 것은 여반장일 터였다.

 

자칫 도와주고도 욕만 얻어먹을지 모르는 일.

 

제갈무진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이무환이 콧등을 문지르며 물었다.

 

“일단 천마교의 군사인 순우결인가 하는 사람을 만나라, 이 말이죠?”

 

“현재 천마교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네. 물론 그를 얼마만큼 믿을 것인지는 자네가 판단해야겠지만 말이야.”

 

이무환의 눈이 철군평을 향했다.

 

“사우천에 대해 아는 거 있으면 말해보세요.”

 

철군평이 슬며시 눈을 돌렸다. 이무환이 재촉하듯 물었다.

 

“없어요?”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하네.”

 

“그럼 그동안 뭘 믿고 사우천하고 손잡으려 했던 겁니까?”

 

이무환이 신랄하게 몰아붙였다. 철군평은 딴청을 피우며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누가 손잡으려 했단 말인가? 나는 단지 급할 때 그들의 힘을 빌리려 했을 뿐이야.”

 

“힘을 빌려서 뭐 하게요?”

 

“상황이 급박하게 흐르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 잠풍련은 싫고, 호연청도 수상하고, 우리도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놔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차라리 천룡부를 도와주었어야죠!”

 

“솔직히 말해서, 그때만 해도 가망이 없었네. 잠풍련의 세가 너무 강한데다가 천룡부도 호연청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 말을 하며 힐끔 이금환과 호연청을 바라보는 철군평이다.

 

이금환은 고소를 지으며 담담히 찻잔을 잡아가고, 호연청은 이를 악문 채 뒤 마려운 표정으로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이무환은 호연청이야 뒤가 마렵던가 말던가 철군평만 몰아붙였다.

 

“그래서 사우천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이 말이죠? 그들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는군. 나는 어떻게든 중도를 지켜서 구룡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그때 제갈무진이 넌지시 철군평의 편을 들어주었다.

 

“내가 철 부주의 마음을 알지. 우리도 마찬가지 마음이었으니까, 허험.

 

이무환은 제갈무진과 철군평을 번갈아 보면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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