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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20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20화

 

220화

 

 

 

 

 

 

 

 

악귀 이무환이 강한 것은 내철위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정천무림맹에 겁을 줄 정도일까?

 

그 정도는 아니다.

 

나철위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이무환이 광룡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은.

 

그래도 일단은 이무환의 의견을 중시해 주었다. 이무환에게 빚진 것도 있지 않던가.

 

“내 그렇게 말하겠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게. 우리도 이곳에서 형제와 같은 동료 수백을 잃었다는 걸 말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화를 냈을 거요.”

 

사실이 그랬다. 어찌 되었든 정천무림맹은 항주에 와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것이 묵운방의 야욕을 막고 잠풍련의 사령주를 잡기 위해서든 뭐든, 항주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인정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무환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잠시 나철위를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지금 항주의 흑도 방파를 억제하고 있던데, 하지 마십쇼.”

 

나철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들이 저들과 내통할지 몰라 그리한 것이네.”

 

“내가 왔으니 걱정할 것 없수. 그들은 다 내 동생들이니까.”

 

자신을 대형이라 부른다. 그럼 동생 아닌가?

 

이무환은 간단하게 그리 생각했다.

 

그 말에 나철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흑도 방파인 칠도회가 이무환을 악귀대형이라 부르는 것은 그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흑도 방파 무사들을 다 동생 취급하다니.

 

나철위는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참고 물었다.

 

“험, 험. 그럼 자네가 그들을 통제하겠단 말인가?”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내 동생들이란 말입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자네가 자신 있다면 상관없는데…….”

 

“그들을 이용해서 외곽의 정보망을 장악할 거요. 그럼 최소한 지금보다는 놈들의 움직임을 빨리 알아낼 수 있겠죠.”

 

외곽이 적에게 넘어가 있는 현재 정천무림맹 측의 정보망은 반신불수가 된 상태였다.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다. 흑도 방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구룡성에 갔다 오더니 사람이 많이 달라진 것 같군. 제법 잔머리도 굴리고…….’

 

그때였다. 구룡성을 떠올리자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자네, 구룡성에 갔다고 했지?”

 

“그런데요?”

 

“요즘 이곳의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네. 그래서 말인네만, 혹시 천외광룡에 대해 아는 거 있나? 믿을 수 없는 말이긴 한데, 듣기로는 그자로 인해서 구룡성이 뒤집어졌다고 하더군.”

 

이무환은 멀뚱한 눈으로 나철위를 바라보았다.

 

정말 몰라서 묻나? 그런 표정으로.

 

그런데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얼마 전만 해도 이무환이라는 본이름을 아는 사람은 구룡성의 수뇌들뿐이었다.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구룡성의 성주가 바뀌기 며칠 전부터가 아닌가.

 

수천 리 떨어진 항주 땅에서 광룡의 본명을 모르는 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놈이 왜 저렇게 쳐다보지?’

 

나철위는 이무환이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의문이 들었다.

 

‘혹시 구룡성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갔다 온 거 아냐?’

 

그때 이무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미친놈에 대해선 신경 끄쇼. 알면 골치 아프니까.”

 

소문나 봐야 적의 경각심만 키워줄 뿐이다.

 

이무환은 당분간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로 했다. 그래 봐야 밀천회의 영감들이 알릴 테지만, 며칠이라도 늦게 알려질 것이었다.

 

“혹시라도 회의에서 광룡에 대한 말이 들려오면 분명하게 말하쇼. 떠들면 광룡이 미칠지도 모른다고 말이오.”

 

밑도 끝도 없는 이무환의 말에 나철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나중에 알게 될 거요. 좌우간, 내가 한 말 명심하시고, 나에게 연락할 일 있으면 서문로의 천당객잔으로 사람을 보내쇼.”

 

이무환은 그 말만 하고 몸을 돌렸다.

 

나철위는 그를 잡지도 못하고 두 눈 사이에 주름만 새겼다.

 

뭔가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3

 

 

 

“일 때문에 당분간 밖에서 지낼 거유. 자식한테 걱정 좀 그만 끼치고 몸이나 빨리 나으슈.”

 

이무환의 말에 이충량이 반색했다.

 

“며느리가 돌봐줄 테니까, 내 걱정 말고 빨리 가라.”

 

이무환은 빨리 쫓아내지 못해 안달하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만 했다. 괜히 가슴에 태산 같은 걱정을 담고 달려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아버진데.

 

“킁. 꼬맹아, 아버지는 멀쩡하니까, 외조부님이나 잘 돌봐 드려.”

 

“걱정 마세요, 오빠. 아버님과 외조부님은 저에게 맡기세요.”

 

꼬맹이도 자신이 가는 걸 조금도 아쉬워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쳇, 가라면 가지, 뭐.’

 

이무환은 괜히 심통이 났다.

 

처음부터 그러기로 했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표정이라도 지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이다.

 

위안이라면, 최소한 설검원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남궁산산이 설검원 주위에 진을 펼쳐서 아버지와 외조부를 보호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도 밤에 심심한 건 싫은데…….’

 

돌아서려던 이무환은 힐끔 이충량과 남궁산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신이야 가든지 말든지.

 

꼬리 아홉 달린 백여우와 잔머리 잘 굴리는 늑대 아저씨가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리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호호호. 정말 저도 데려가는 거죠, 아버님. 아, 저도 빨리 섬에 가봤으면 좋겠어요.”

 

“허허허, 내 어찌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떼어놓고 가겠느냐? 걱정 마라.”

 

“고마워요, 아버님!”

 

이무환은 홱 몸을 돌리고 방을 나섰다.

 

“멋쟁이! 가자고!”

 

광룡사위는 절도 있게 앞장서서 걸었다.

 

안에서의 상황을 다 들은 터였다.

 

광룡이 뿔났다. 조심하지 않으면 광룡의 뿔이 자신들을 향할지 몰랐다.

 

 

 

그런데 정문으로 다가갈 때였다. 객방이 있는 쪽에서 세 사람이 나오더니 이무환 일행에게 물었다.

 

“잠깐! 누군데 이 밤에 밖으로 나가려 하는가?”

 

이무환이 대답했다. 약간 딱딱한 어투로.

 

“풍운대 십삼조다.”

 

나타난 사람들은 정천무림맹의 무사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풍운대 십삼조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지 못했다.

 

“풍운대? 그럼 나 령주님이 계신 곳이잖아?”

 

“할 말 없으면 갈 테니까, 경비나 열심히 서라고.”

 

이무환이 몇 마디 툭 던지고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 중 하나가 그런 이무환을 막아섰다.

 

“그런데 왜 풍운대 복장이 아니지?”

 

“특수 임무를 맡고 있거든.”

 

툭툭 끊어지는 반말에 막아선 무사가 인상을 썼다.

 

“어린 친구의 말버릇이 영 안 좋군.”

 

이무환은 자신을 막아선 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이는 서른이 조금 넘은 듯했는데, 그의 어깨 위로 나온 검병에 세 개의 매화수실이 달려 있었다.

 

“화산의 제자가 검운장에서 검운장의 무사들을 막고 말투를 탓하다니, 조금 웃기지 않아?”

 

그때 뒤쪽에 있던 두 사람 중 하나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만, 혹시 그대들이 정문을 지키던 사람들에게 손을 쓰지 않았나?”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 둥근 얼굴에 까칠한 수염이 턱에서 바늘처럼 돋아 있다.

 

‘성질 좀 있겠군.’

 

이무환은 슬쩍 상대의 성질을 건드렸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라고 해서 그렇게 했지. 뭐가 잘못됐어?”

 

까칠한 수염이 바늘처럼 돋은 자. 그는 팽진산이라는 자로, 하북팽가의 무사였다.

 

그는 이무환의 말에 눈을 부라렸다.

 

“정문위사를 공격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로군.”

 

“놈?”

 

이무환은 팽진산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가 일 장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무환은 팽진산의 거리가 세 걸음 정도로 줄어들자 걸음을 멈췄다.

 

“당신은 아무에게나 놈이라 부르나?”

 

“건방진 놈들에게는 그렇게 부르지.”

 

“그래?”

 

이무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 들어올 때 힘으로 밀고 들어왔으니 나갈 때도 힘으로 밀고 나가지.”

 

팽진산도 냉랭히 코웃음 치며 찬성했다.

 

“흥!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순간 이무환의 입가로 하얀 웃음이 번졌다.

 

“져도 뒷말하기 없기. 뒷말하면 지나가는 똥개를 형님으로 모시기. 어때?”

 

팽진산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답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

 

이무환은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막위와 혁수린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조장, 저희가 할까요?”

 

“저희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이무환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고개를 저었다.

 

“아냐, 뒤로 물러나 있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광룡사위는 자신들의 앞을 막은 세 사람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며 재빨리 삼 장 뒤로 물러났다.

 

팽진산은 그들의 마음도 모르고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다섯이 함께 덤벼도 상관없네.”

 

“당신들이나 셋이 함께 덤벼. 그 정도는 이해해 줄 테니까. 시작하지?”

 

이무환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옆에 있던 자, 화산의 속가제자인 동남평이 버럭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

 

“건방진 놈! 내 욕을 먹더라도 네놈의 주둥이만큼은 반드시 뭉개줄 것이다!”

 

순간이었다. 이무환이 손을 쭉 뻗는가 싶더니, 어떻게 된 것인지 알 틈도 없이 동남평의 목을 움켜쥐었다.

 

“욕은 하지 마.”

 

뒤늦게 정신을 차린 팽진산이 대경해 소리치며 칼을 뽑았다.

 

“그 손을 놔라!”

 

다른 한 사람, 종남 제자인 평일도도 검을 뽑고 이무환을 겨누었다.

 

이무환은 착실하게 동남평을 멀찌감치 던져 버렸다.

 

“불만 있으면 다시 덤벼.”

 

동남평은 벌떡 몸을 일으키고 검을 뽑았다.

 

그는 부끄러움을 털어버리겠다는 듯 이를 바드득 갈며 이무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 너 이 자식!”

 

세 사람이 먼저 검과 도를 뽑아 들었다.

 

바라던 바였다. 이제 세 사람을 때려눕힌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무환은 수류보를 펼쳐 동남평의 검세 속으로 파고들며 잘근잘근 두들겨 주었다.

 

퍽! 퍼버벅!

 

“헉, 커억!”

 

동남평이 제대로 검을 펼치지도 못한 채 형편없이 두들겨 맞자, 팽진산이 다급히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동 형! 물러나게! 내가 상대해 보겠네!”

 

하지만 그 역시 삼 초를 채 펼쳐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무환의 주먹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퍼벅! 떠덩!

 

팽진산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미꾸라지도 이런 미꾸라지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 통과하기도 힘든 도세 사이를 교묘하게 헤집고 주먹을 날린다.

 

그런데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분명 손은 두 개뿐일 텐데, 눈앞에 보이는 주먹은 수십 개였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그것조차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 전부가 진짜인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십여 대를 맞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맞은 곳마다 뼈마디가 욱신거렸다.

 

영호승 등 광룡사위는 그 고통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알았다. 아마 조금만 지나면 머릿속이 멍해지고, 고통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쯔쯔쯔, 그러게 사람을 알아보고 덤벼야지.’

 

“팽 형!”

 

“함께 놈을 칩시다, 평 형!”

 

곧 동남평과 평일도가 함께 달려들었다. 그리고 사이좋게 이무환에게 두들겨 맞았다.

 

퍼버벅! 터덩! 털썩! 퍽!

 

“커억!”

 

“흐읍!”

 

“이 자식……. 허억!”

 

세 사람이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을 때였다. 여기저기서 대여섯 사람이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뭐야? 밤에 왜 이리 소란이야?”

 

밤이어서 사위가 조용한 때다. 정문 앞에서 벌어진 소란은 주위 수십 장까지 울려 퍼졌을 터. 아마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것이었다.

 

팽진산이 억지로 무릎을 세웠다.

 

그때 제일 먼저 달려온 삼십대 후반의 도인이 물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팽진산은 목에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벼, 별일 아닙… 니다.”

 

“별일 아니라고? 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인가?”

 

“그냥… 장난으로 비무를 하다가… 그만…….”

 

중년도인은 눈살을 찌푸린 채 팽진산을 비롯한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무환을 쳐다보았다.

 

“자넨 누군가?”

 

“그러는 댁은 누구쇼?”

 

중년 도인 옆에 있던 장한이 발끈해 소리쳤다.

 

“건방지다! 예의를 갖춰라!”

 

이무환이 그를 흘겨보며 대꾸했다.

 

“예의? 먼저 이름을 밝히고 상대의 이름을 묻는 게 예의 아닌가?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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