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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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213화
213화
밖으로 나가자 순우결과 순우진성과 순우경을 비롯해 천마교의 중심 고수들이 먼저 나와 있었다.
이무환이 짧게 물었다.
“준비됐죠?”
순우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칠백 명의 교도가 건물 안에서 명을 기다리고 있네.”
그들이 모두 나오면 적들이 눈치를 챌까봐 나오지 못하게 했다.
물론 안에 있어도 눈치챌지 모르지만, 최소한 약간의 차이는 나지 않겠는가.
“저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까?”
“저들은 우리가 오시 후에 움직이는 걸로 알고 있을 거네.”
“그럼 그전에 공격하려고 하겠군요.”
“그러겠지. 아마 지금쯤 슬슬 준비할 거야.”
순우결의 입가로 싸늘한 웃음이 맺혔다. 살소였다.
그제야 순우결이 정파의 군사가 아닌 천마교의 군사라는 게 조금 실감났다.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보단 순진해. 마도의 종주라고 해서 사람을 잡아먹는 것 정도는 우습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이무환은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신마전이 있는 서쪽을 노려보았다.
“우리가 먼저 중앙을 뚫고 곧바로 사우천의 수뇌부를 칠 겁니다. 나머지 정리는 군사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그러지.”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무환은 묵린도를 쓱 빼 들었다.
적과 마주치기 전에 칼까지 빼 드는 걸 보고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광룡의 명이 떨어졌다.
“출발!”
순우결과 순우진성 등도 뒤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나와라! 오늘, 새로운 천마교가 열릴 것이다!”
순간 일곱 채의 건물에서 칠백 명의 무사가 쏟아져 나왔다.
2
광룡단이 새처럼 날아 접경지인 중앙의 작은 협곡을 건너자, 경비를 서고 있던 자들이 놀라 소리쳤다.
“저, 적들이 몰려온다!”
광룡단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칠백에 달하는 천마교의 무사들이 참새 떼처럼 중앙 협곡을 넘어 서부 지역으로 들어갔다.
경비를 서고 있던 자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사이 이무환은 선두에 서서 안쪽을 향해 달렸다.
이미 적의 거처에 대해선 대충 인지한 상태였다.
그곳에 사우천의 수뇌들이 모두 있을지, 아니면 일부만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들만 제거하면 사우천의 중심축이 무너진다는 사실이었다. 천마교의 피해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거야 자신이 알 바 아니었다.
“뭐라고?!”
“놈들이 쳐들어옵니다, 천주!”
모용장호는 당장 때려죽일 것처럼 소요홍을 노려보았다.
“오시가 넘어서 공격할 거라 하지 않았느냐?”
소요홍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요랑의 말에 의하면, 순우진혁이 그렇게 말했다고…….”
순간 거대한 기운이 소요홍을 향해 밀려갔다.
쾅!
“크읍.”
소요홍은 신음을 뱉어내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모용장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소요홍을 향해 노성을 내질렀다.
“멍청한 놈! 계집의 치마폭에 싸여서 제 가족도 내팽개친 그놈의 말만 믿고 적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다니! 당장 한 사람이 급한 판이니 내 죽이지는 않겠다! 하나 살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니라! 사령인들을 이끌고 나가서 놈들을 죽여라!”
“예, 천주!”
이무환은 광란의 춤을 추듯 도를 휘두르며 막아선 자들을 짚단처럼 베어 넘겼다.
“으아악!”
“크억!”
“무, 물러서라! 차라리 다른 놈들을 상대해!”
쩌저저적!
콰르릉!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지는 묵빛 비늘은 공포, 그 자체였다.
작심하고 펼쳐진 묵린유성도는 이십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모자라 또 다른 자들을 향해 밀려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지막 싸움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경쟁하듯 전력을 쏟아내고 있는 터였다.
호연청의 백령천존수는 한 번에 서너 명을 날려 버리고, 황보광의 권강이 뻗어나갈 때마다 절정의 고수들이 피를 뿌리며 튕겨졌다.
화살도 없는 헌원숭의 궁이 튕겨지면 사우천의 무사들은 자신들이 죽는 줄도 모르고 죽어갔다.
광룡십조도 이무환에게 전염되었는지 미친 듯이 상대방을 몰아붙이고, 만겁궁의 고수들과 황산검문의 고수들도 이를 악물고 전력을 쏟아냈다.
숫자는 단 삼십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숨을 몇 번 쉬기도 전, 그들에 의해 넓은 마당이 붉은 피와 시신으로 뒤덮였다.
이무환은 적들의 반 정도가 쓰러지자 악을 쓰듯 소리쳤다.
“이곳은 저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자고!”
광룡단이 건물 세 개를 지나쳐 신마전을 향해 접근할 때였다. 회칠을 한 것처럼 얼굴이 하얀 괴인들이 광룡단의 앞을 막았다.
사우천에서 비밀리에 기른 사령인들이었다.
숫자는 모두 오십 정도. 입술은 피라도 머금은 듯 붉고, 두 눈에선 사이한 광채가 일렁였다.
“이건 또 웬 미친놈들이야?”
이무환은 대뜸 소리치며 사령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사령인 둘이 괴상한 목소리로 낄낄거리며 이무환에게 달려들었다.
“케케케, 네놈의 피가 이 중에서는 제일 신선할 것 같구나!”
“크카카카, 골은 내 거다!”
이무환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그전에 내가 먼저 네놈들의 머리통을 접수하마!”
묵린도가 번쩍이며 두 사령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사령인이 황급히 손에 들린 검으로 막았지만, 묵린도는 검을 부수며 그들의 몸까지 쓸고 지나갔다.
콰광! 퍼벅!
그런데 의외였다. 몸이 두 쪽 나지 않고 반 정도밖에 잘라지지 않았다.
그 정도만으로도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무쇠도 부수는 묵린도가 막혔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어쭈? 제법 단단하다, 이거지? 에라이,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이무환이 광기가 폭주한 사람처럼 사령인들을 베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뇌정갑을 낀 손은 어떤 무기보다 강력했다. 한두 대 맞으면 가슴이 함몰되고 허리가 반으로 접어진 채 무너져 내렸다.
쾅! 우직! 퍼벅!
“케엑!”
“이 미친 새끼가……. 끄악!”
“저, 저리 가, 미친놈아!”
절대 두려움을 느낄 것 같지 않은 사령인들이 이무환의 광란에 찬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저 괴상한 놈들도 광룡은 알아보는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사령인들을 공격했다.
사령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절대지경에 오른 고수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일격에는 만근거암이라도 부술 수 있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사령인의 육체가 특수하게 단련되었다 해도 견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그러나 사령인 역시 단번에 무너지지 않았다. 가공할 위력이 실린 장력에 맞고 날아간 자들이 벌떡벌떡 일어나서 달려들 때마다 광룡단원들은 눈을 부릅떴다.
게다가 사령인들이 휘두르는 도검과 쌍수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실려 있어서 조심을 기해야만 했다.
“목을 자르고 머리통을 부숴!”
이무환이 사령인의 머리를 두쪽으로 쪼개면서 소리쳤다.
광룡단원들의 공세가 머리와 목에 집중되었다. 덕분에 반각이 지날 무렵, 오십에 이르던 사령인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광룡단원들은 잠깐 생긴 틈을 이용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운을 진정시켰다.
몇 사람이 부상을 입었는지 옷자락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만겁궁 삼존자 중 한 사람인 염환도 다친 어깨를 감싸 쥐고 욕설을 퍼부었다.
“훅, 훅. 개자식들, 사람을 아예 괴물로 만들었군.”
그사이 비명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악다구니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천마교의 고수들이 신마전으로 진입하는 소리였다.
이무환은 스윽 고개를 돌려서 신마전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강대한 기운이 그곳에서 느껴졌다.
사우천의 수뇌부가 밀집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좋아, 저곳만 치고 이곳을 나간다!’
결심을 굳힌 이무환은 즉시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리고 소리쳤다.
“저기만 치면 될 것 같아! 모두 가자고!”
모용장호는 신마전 삼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점점 싸우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사우천이 밀린다는 뜻.
그 중심에는 광룡단이 있었다.
‘오냐, 이놈들! 어서 와라. 이곳을 네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뒤에서 고후량이 말했다.
“지옥으로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오는군요.”
“사령인들마저 짧은 시간에 물리친 놈들이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야.”
“그래 봐야 서른 남짓입니다. 제놈들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백 명의 사령천마인과 천주께서 계십니다. 놈들에겐 이곳이 지옥이 될 것입니다.”
사령인이 반쯤 제정신이 아니라면, 사령천마인은 완벽한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무공도 배나 강했다.
사우천의 마지막 보루이며 천마교를 집어삼킬 최강의 전사들. 그들이라면 광룡단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저놈들을 먼저 죽여야 나머지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흥! 오늘 기필코 순우천의 머리를 잘라 버리고 말리라!”
모용장호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눈빛이 괴이하게 물결쳤다.
앞장서서 신마전의 앞마당에 내려선 이무환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사방에서 괴이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응? 이건 단순한 기운이 아닌데?’
그때 그의 뒤를 따라서 광룡단이 내려섰다.
호연청이 가만히 서 있는 이무환을 다그쳤다.
“뭐 하는가? 안으로 들어가 보세!”
하지만 이무환은 움직이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우흐흐흐, 네놈들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음침한 목소리와 함께 백여 명이 훌훌 날아들더니, 광룡단을 빙 둘러 포위했다.
순간 사이한 기운이 광룡단을 감싸며 휘돌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무환은 괴이한 기운의 정체가 진세의 기운이었음을 알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오호? 진세로 대항하겠다, 이건가?”
“흐흐흐, 살아서 나갈 생각은 버려라, 광룡.”
“나를 죽이겠다? 당신같이 다 늙어 노망난 늙은이가?”
고후량은 분노한 눈으로 이무환을 노려보며 냉랭히 명을 내렸다.
“저놈의 주둥이를 찢어 죽여라!”
동시에 광룡단 주위로 휘돌던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이무환은 대뜸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쉬아악!
묵린도가 하늘에서 땅으로 그어지며 묵빛 유성우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콰과과광!
벼락이 떨어진 듯 뇌성벽력이 일며 도강의 폭풍이 전면을 강타했다.
하지만 이무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앞을 노려보았다.
팔성의 공력으로 묵린유성도를 펼쳤다. 적어도 한둘은 나가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명도 나가떨어진 자가 없었다.
‘으흥! 역시 진의 영향이 도세를 완화시켰다, 이거지?’
비록 부분적일 뿐이지만, 남궁산산에게 진에 대한 것을 배운 그였다. 당장 진을 펼칠 수는 없어도 진을 이루는 기본적인 방위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알고 있었다.
‘일단 약점을 찾아야해.’
이무환은 연속으로 도를 휘두르며 방위와 방위 사이의 간극을 찾았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콰광!
쩌저저적!
대기가 진저리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청석이 움푹움푹 파이고 돌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광기 들린 사람처럼 설치는 것은 이무환만이 아니었다.
호연청을 비롯한 광룡단의 밀천회 사람들도 주위를 휘도는 기운에 맞섰다.
콰과과광!
쩌저정! 따당! 콰광! 우르르릉!
쉽게 벽이 무너지지 않자 이무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일단 진세를 부술 방법을 찾아봐요!”
그들이 누군가. 천하의 절대고수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고수들의 합공도 진세에 별다른 영행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진세의 반탄력에 휘말려서 만겁궁의 장로 묵청과 황산검문의 소진악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졌다.
“크억!”
“함부로 달려들지 말고 방어에 치중하면서 약점을 노려요!”
대뜸 소리친 이무환은 한곳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모용상명이 뒤이어서 소리치며 밀천회의 고수들을 이끌었다.
“진세의 틈을 찾아야 합니다! 일단 제 말에 따라주십시오!”
그는 빠르게 입을 열며 건방(乾方)과 곤방(坤方)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게 했다.
“숙부님과 황보 대협께선 건방을! 헌원 대협과 소 대협께선 곤방을 맡으시지요! 다른 곳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시고 전력으로 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