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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10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6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10화

 

210화

 

 

 

 

 

 

 

 

순우결도 이무환의 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머릿수보다는 뛰어난 작전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때가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적은 칠팔백 명. 아무리 머릿수로 싸우는 게 아니라 해도 차이가 너무 났다. 

 

더구나 상대들도 자신들만큼이나 고수들이 많았다.

 

순우결로서는 아무리 따져봐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무리한 작전이네.”

 

그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천마교의 구마신에 속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호연청도, 소천득도, 황보광도, 철위평도 반대했다.

 

“저들에게 포위되면 끝장이네. 설마 그걸 모르지는 않겠지?”

 

“생각이 너무 짧군.”

 

“말도 안 되는 작전이야. 끝장내려다 끝장날 수도 있어.”

 

웅성웅성…….

 

그때였다.

 

쾅!

 

이무환이 탁자를 내려쳤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무환을 주시했다.

 

이무환은 무심한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하늘은 스스로 찾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고 했소. 천마령주로서, 그리고 광룡단의 단주로서 내리는 명령이오.”

 

천마교도들 중 누가 감히 천마령주의 명을 거역할 수 있으랴!

 

광룡단도 마찬가지였다. 광룡의 말을 어겨봐야 좋은 꼴 보지 못한다는 걸 누가 모르랴!

 

하기에 대놓고 반발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기분이 상했다. 

 

‘건방진 놈. 교주는 왜 저런 놈에게 천마령을 줘서…….’

 

‘비겁하게 지위로 밀어붙이다니.’

 

‘이 기회에 한번 받아버려?’

 

모두가 인상을 쓴 채 이무환을 노려보았다.

 

그때 순우결이 허탈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왜 지금 공격을 고집하는 건가?”

 

이무환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꼬맹이가 그랬습니다. 지금이 공격하기 최고로 좋은 때라고 말입니다.”

 

모두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광룡단 중 상당수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무환은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험, 제 생각도 마찬가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무작정 정면으로 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여기, 여기, 여기… 이곳들만 몰래 들어가서 냅다 뭉개 버리고 빠져나오면 됩니다.”

 

이무환의 손가락은 열두 개의 점 중 네 개만을 가리키고 떨어졌다.

 

그제야 멍하던 표정들이 조금씩 제 얼굴로 돌아왔다.

 

순우결은 눈빛까지 빛내며 야속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말을 왜 이제야 하는가?”

 

“대충 말하면 알아들어야죠. 그럼 제가 멍청하게 정면으로 우르르 몰려가자고 할 줄 알았습니까?”

 

 

 

순우천이 아들인 순우진성에게서 이무환의 계획에 대해 들은 것은 회의가 끝난 지 반 각이 지나서였다.

 

“…결국 숙부께서도 그의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합니다.”

 

그는 순우진성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흠,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자칫하면 피해가 너무 큽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그럼 빠른 시간 안에 놈들의 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느냐?”

 

“소자의 생각으로는 삼 할, 많아야 사 할입니다.”

 

순우천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짙어졌다. 

 

과거의 만인을 짓누르던 앙천마존의 웃음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순우진성은 지금의 웃음이 그때보다 훨씬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최소한 그가 오기 전보다는 확률이 올라갔구나. 그때는 이삼 할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일단 놔두어라. 실패하면 실패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더욱 놈들을 몰아칠 거다. 교도들의 피해가 많아지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어차피 각오했던 일이 아니더냐?”

 

“알겠습니다, 아버님.”

 

“정 불안하면, 네가 천마동의 아이들과 함께 나서도록 해라.”

 

순우진성의 눈이 슬쩍 커졌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순우천의 눈이 순우진성을 향했다. 무공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불길을 뿜어내며 활활 타올랐다.

 

“이제부터… 너는 나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만마의 지존은 스스로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법이니라.”

 

 

 

제5장. 단번에 끝장을 내죠

 

 

 

 

 

 

 

1

 

 

 

모두 백오십육 명이 대전을 꽉 메웠다.

 

본래는 백사십 명이었는데, 순우진성이 열다섯 명을 데리고 마지막에 합류해서 그리된 것이다.

 

이무환은 순우진성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튀어나온 자지? 제법인데?’

 

순우진성만이 아니다. 그 옆에 서 있는 장한 열다섯도 모두가 고수였다.

 

저런 고수들이 갑자기 열다섯이나 툭 튀어나오다니. 

 

‘과연 천마교답군.’

 

어쨌든 상관없었다. 구마신에 속한 자들이 살갑게 대하는 걸 보니 아군인 것은 분명했다. 아군인 이상 강한 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그리고 아군이라면…… 자신의 졸병이란 말.

 

“이보쇼, 당신!”

 

이무환이 순우진성을 불렀다.

 

순우진성은 이무환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분노를 꾹 누르고 담담히 대답했다.

 

“왜 그러시오?”

 

“누구쇼?”

 

순우진성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순우진성이라 하오.”

 

이무환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럼… 천마대공자?”

 

중원오신룡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이름이 천마신룡(天魔神龍) 천마대공자다.

 

잠천신룡과 천수도룡에 이어 천마신룡이 나타났다.

 

이무환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순우진성의 위아래를 쓰윽 훑어보았다.

 

‘흠, 이자도 내 졸병으로 만들까?’

 

하지만 천마교에서 그렇게 놔둘 리가 없었다. 

 

교주가 다 죽어가는 판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의 교주가 될 사람이라는 말.

 

일단은 한시적으로 자신의 명령을 받는다는 것에 만족했다.

 

“험, 아무리 교주의 아들이라 해도 절대 개인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 그리고 반드시 내 명에 따라야 한다는 점, 명심하쇼.”

 

천마교의 사람들은 분노의 눈빛으로 이무환을 쏘아보았다.

 

감히 천마대공자에게 명이라니!

 

그러나 순우진성은 순순히 이무환의 말에 따랐다. 주둥이를 뭉개고 싶어도, 어찌 되었든 천마령주가 아닌가 말이다.

 

“걱정 마시오. 본인은 천마령을 존중하는 사람이니까.”

 

광룡을 따르는 게 아니라 천마령을 따른다는 말.

 

이무환은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전 안에 꽉 찬 고수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광룡식으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이도록 하쇼. 목적지에 도착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소.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으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지는 않을 테고, 자! 이제 놈들을 때려잡으러 갑시다!”

 

 

 

백오십육 명의 인원은 일단 뒤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빙 돌아서 목적지로 향했다.

 

이무환은 광룡단과 함께 마벽장이라는 곳을 맡기로 했다.

 

마벽장(魔壁莊)은 천마교 총단에 딸린 작은 장원 중 하나로, 무기를 손보거나 각종 철기를 만드는 철방이었다.

 

명위종의 정보에 의하면, 그동안 천마교도들이 하찮게 생각했던 그곳의 야장(冶匠)들이 사우천의 비밀 고수들이라는 것이었다.

 

그곳까지의 길 안내는 역부산이 맡았다.

 

역부산은 천마교의 담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조심스럽게 일행을 선도했다.

 

그렇게 오 리를 달렸는데도 어둠 속에 길게 늘어진 담장은 끝날 줄을 몰랐다.

 

‘지미, 뭔 놈의 담장이 끝이 안 나와?’

 

그나마 내부의 상황 때문에 외곽 경비가 심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무환은 역부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멀었수?”

 

“조금만 참으쇼. 거의 다 왔으니까.”

 

그의 말대로였다. 야트막한 둔덕을 하나 넘자,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장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걸음을 멈춘 역부산이 손을 들어서 장원을 가리켰다.

 

“저기요.”

 

역부산이 가리킨 장원까지는 삼십 장 정도 되어 보였다.

 

이무환은 장원 내부의 기운을 살펴보았다.

 

언뜻 보면 별 볼일 없는 장원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별 볼일 없는 장원 전체에서 은은한 기운이 느껴졌다.

 

‘백… 아니, 백오십 정도? 제법 많군. 거기다 결코 약하지 않은 자들이야. 제길, 한바탕 힘 좀 써야겠어.’

 

이무환은 적의 힘이 예상보다 강한 걸 알고 뇌정갑을 손에 끼었다.

 

그걸 전투 준비로 받아들였는지 뒤쪽에 늘어서 있던 광룡단원들도 각자의 무기를 점검했다.

 

“모두 목숨들 잘 챙기쇼. 살아서 돌아가고 싶으면 말이오.”

 

이무환이 웬일로 제법 심각하게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광룡단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그들 역시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

 

곧 그들의 몸에서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와 지나가는 바람마저 멈추게 했다.

 

순간 이무환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나아갔다.

 

“갑시다.”

 

 

 

수십 명이 담을 넘는데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담장을 넘자마자 부챗살처럼 퍼져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로 그 순간, 이무환이 대뜸 소리쳤다.

 

“술 한잔할 사람 다 나와!”

 

막 사방으로 흩어지던 광룡단원들은 대경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미친 인간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야!

 

대부분이 그런 표정으로 후다닥 건물 벽에 몸을 붙이고 모습을 숨겼다.

 

하지만 이무환의 엉뚱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안 마실 거야? 그럼 그냥 가져간다?”

 

건물 여기저기에서 방문이 열리더니 수십 명이 웅성거리며 나왔다.

 

“이 밤중에 어떤 놈이 술을 마시자는 거야?”

 

“비상이 걸린 것도 모르나?”

 

“어떤 미친 새끼가 잠을 깨워?”

 

“술이라고? 어디……?”

 

하지만 그도 잠시, 마당 한가운데에 멀뚱히 서 있는 이무환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새끼, 누군데 거기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저 자식 뭐야?”

 

이무환은 욕을 들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나와 보면 안다니까?”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더니 금방 오십여 명이나 되었다.

 

이무환은 그들을 둘러보더니 짧게 한마디 했다.

 

“자, 시작하자고!”

 

순간, 구석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던 광룡단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방에서 나온 자들을 공격했다.

 

방에서 나온 자들은 대부분 무기를 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저, 적이다!”

 

“이런! 속았다! 놈들을 막아!”

 

비록 무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손발을 놀리며 광룡단의 기습에 대항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막아내기에는 광룡단이 너무 강했다.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쓰러지고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뒤늦게 방 안에 있던 자들이 무기를 들고 방문을 박찼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모조리 도륙을 내버려라!”

 

광룡단원들도 처음에는 무기를 들지 않은 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적이 만만치 않은 고수들임을 알게 되자 무기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따다당! 쩌저저정!

 

콰광!

 

격전음이 점점 커지며 굉음이 장원의 하늘을 울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별들이 촘촘히 박힌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

 

장원에 있던 자들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광룡단에 맞섰다.

 

이무환도 그들 못지않게 소리쳤다.

 

“뭐 해? 사정 봐주지 마!”

 

그러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저 자식 먼저 죽여!”

 

장원의 무사들은 자신들을 불러낸 이무환을 원수처럼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이무환은 그들 사이로 뛰어들며 도를 빼 들었다.

 

어둠 속에서 검은 비늘이 흩뿌려질 때마다 적들은 대항다운 대항조차 못해보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무환은 단숨에 네 사람을 쓰러뜨리고 또 다른 먹이를 찾아 몸을 날렸다.

 

묵린도에 걸리는 것은 무엇도 견디지 못했다.

 

검도, 도도, 몸도 모두가 갈라졌다.

 

콰과광! 쩌저저정!

 

신음조차 굉음에 묻히고, 어둠 속에서 검붉은 피분수가 온천수처럼 솟구쳤다.

 

훗날 광룡의 전설에 굵은 획을 그은 천마대회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열을 셀 동안 청소를 끝내!”

 

 

 

그 시각.

 

사령전의 내실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요홍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변했다.

 

“뭐야? 놈들이 쳐들어왔다고?”

 

“그렇습니다, 전주!”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습격당한 네 곳 모두 금방 무너질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소요홍은 손을 뻗어 자신의 애병을 끌어당기고 벌떡 일어났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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