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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08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08화

 

208화

 

 

 

 

 

 

 

 

적의 숫자는 이십여 명.

 

그다지 많은 수가 아닌데도 이충량과 천태도장은 그들의 포위망을 쉽게 뚫을 수가 없었다.

 

‘이, 이놈들은 또 뭐야?’

 

달려드는 놈들은 결코 묵운방의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묵운방의 어떤 자들보다 강했다.

 

오 초의 공격을 몰아쳤는데도 우세는커녕 포위망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 상태.

 

분노가 머리꼭대기까지 치솟은 이충량은 전 공력을 끌어올린 채 칼을 휘둘렀다.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시퍼런 도강이 우박처럼 흑의인들을 향해 몰려갔다.

 

묵린유성도 중 만천묵린우였다. 비록 묵린도가 아니어서 도강이 파란빛을 발하지만, 위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콰아아아! 쩌저저적!

 

단 일 도에 세 명의 흑의인이 피를 뿌리며 무너졌다.

 

안색이 창백해진 이충량은 이를 악물고 단천묵린월을 펼쳤다.

 

흑의인들을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했다. 늦으면 검운장의 무사들은 몰살당할지 몰랐다.

 

번쩍!

 

시퍼런 도강이 비바람을 뚫고 흑의인들을 휩쓸었다.

 

벼락처럼 뻗어나간 도강이 동선에 있는 흑의인들의 무기와 몸을 한꺼번에 갈랐다.

 

그가 단번에 서너 명을 쓰러뜨리자 천태도장도 전력을 다해서 적을 몰아붙였다.

 

“검운장에 그대 같은 자가 있었다니. 참으로 놀랄 일이로군!”

 

그때 대갈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가공할 압력이 이충량의 머리 위를 눌렀다.

 

이충량은 들끓는 내력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도를 치켜들었다.

 

‘빌어먹을!’

 

시퍼런 도강이 허공을 향해 뻗어나가며 짓누르는 압력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러나 공격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회오리바람처럼 밀려드는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충량을 압박했다.

 

‘좋아! 한번 해보자, 이거지!’

 

오기가 솟구친 이충량은 아직 칠성의 경지까지밖에 익히지 못한 마지막 삼 초를 펼쳤다.

 

고오오오!

 

억지로 펼치는 만큼 자신이 받을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하는 수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짓누르는 엄청난 압력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콰과광!

 

굉음이 일며 한 사람이 저만치 튕겨진다.

 

이충량도 바닥을 구르고는 벌떡 일어났다.

 

눈앞이 노랗게 변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공격한 자는 이제 겨우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젊은 새끼가 무지 강하군!’

 

그래도 자신의 자식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꿀릴 것도 없었다.

 

“흥! 그 정도로는 검운장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다!”

 

이충량은 코웃음 치며 도를 치켜들었다.

 

상황이야 비관적이라 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어쩌면 여기서 죽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젠장! 옥이 엄마도 이해해 주겠지!’

 

이충량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와라!”

 

그가 짐짓 허세를 부리며 칼을 치켜들자 청년의 눈이 흔들렸다.

 

바로 그때 정문 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정천무림맹의 지원 무사들이 도착했다! 모두 힘을 내라!”

 

청년은 이충량을 노려보더니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멍청하게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는 없지.’

 

그는 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절강까지 온 것은 결코 묵운방에 충성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꿈을 찾아온 것일 뿐.

 

마지막까지 수하들을 희생시켜가며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흑의인들도 빠르게 뒤로 후퇴했다.

 

이충량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검운장의 무사들을 독려했다.

 

“놈들이 물러간다! 쫓지 말고 제자리를 지켜라!”

 

소리를 지르자 찢어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제길, 내장이 터진 거 아닌가 모르겠네.’

 

 

 

정천무림맹의 삼차 지원 무사는 모두 이백 명이었다.

 

그들이 묵운방의 검운장 공격에 대한 소식을 들은 것은 서천목산을 지날 무렵이었다.

 

그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반나절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다.

 

덕분에 지치긴 했지만, 아주 늦지는 않게 도착했다.

 

“놈들을 쳐라! 놈들에게 정천무림맹의 의기는 결코 사마에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라!”

 

“정의무적(正義無敵)!”

 

“협의천하(俠義天下)!”

 

정천무림맹 지원 무사들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검운장을 흔들었다.

 

상황이 급변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검운장 내의 정천무림맹 무사들이 전력으로 적을 몰아붙였다.

 

반면에 묵운방과 잠풍련과 마도 문파의 연합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정천무림맹에서 지원무사들이 올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전에 검운장을 무너뜨리려 했다.

 

그런데 검운장의 저항이 생각 외로 강력한데다가 정천무림맹의 지원무사마저 예상 시점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했다. 

 

이제는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상황.

 

위지호천은 이를 갈며 후퇴명령을 내렸다.

 

“모두 이곳을 떠납시다! 후퇴!”

 

 

 

검운장을 뒤덮은 혈우는 반 시진가량이 지나서야 멎었다.

 

칠백이 넘는 시신이 널려 있고,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로 인해 검운장의 대지가 붉게 변색되었다.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

 

살아난 사람들은 적아의 시신을 구별하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제! 사형!”

 

“이런 빌어먹을! 진호야, 눈떠봐!”

 

“크흑! 개자식들!”

 

곧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과 통곡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제4장. 남자는 한 방에 승부를 건다!

 

 

 

 

 

 

 

1

 

 

 

[교도들에게 알리노라! 새벽녘, 사우천이라는 무도한 자들이 태군사의 거처인 마월전에 침입해서 천마령주를 살해하려고 했다! 

 

이는 본 교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여 본 교주는 천마령주로 하여금 그들을 척결하게 할 것이다! 

 

교도들은 천마령주를 도와 적도들을 치는 데 앞장서도록 하라! 천마령을 도와 적도들을 치는 자는, 설령 이전에 지은 죄가 있다 하더라도 모두 용서할 것이다!]

 

 

 

점심이 되기 전,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격문이 천마교 곳곳에 나붙었다.

 

수년 동안 묵묵히 대항해 왔던 교주가 마침내 정면대결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사우천에 대해 아는 자들은 아는 자들대로, 모르는 자들은 모르는 자들대로 잔뜩 긴장했다.

 

즉시 두 갈래의 반응이 나왔다.

 

―만마의 주인이신 천마께서 악적의 무리를 처단하시기로 했다!

 

진즉부터 결단을 바랐던 자들은 환호하며 교주의 거처인 천마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반면 전날의 피해로 잔뜩 긴장해 있던 사우천의 무리들에게는 머리 위에 불똥이 떨어진 셈이었다.

 

 

 

긴장이 천마교의 하늘을 짓누를 무렵, 이무환은 순우결에게서 시시각각 들어오는 정보를 세세히 훑어보며 때를 기다렸다.

 

“흠, 슬슬 상황이 익어가는데? 어떻게 생각해?”

 

남궁산산이 읽던 서신을 옆에 내려놓고 대답했다.

 

“아마 사우천과 손을 잡기로 했던 자들이 심한 동요를 겪고 있을 거예요.”

 

“놈들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질까?”

 

“조금만 더 있으면 적아가 확실하게 구분될 거예요.”

 

“그때가 적시란 말이지?”

 

“그렇죠. 마음의 결정이 내려진 이상, 자신들의 죄를 덜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까요.”

 

“흠, 좋아. 그럼 출동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군.”

 

“잊지 마세요. 시작하면 대응할 시간을 주지 말고 해치워야 해요.”

 

“피를 많이 보더라도 말이지?”

 

단순히 피를 많이 보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이백만 평에 달하는 천마교의 대지 곳곳이 피로 물들 것이다.

 

그런데도 남궁산산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죠. 어차피 피를 보지 않고는 해결될 일도 아닌데요, 뭐.”

 

이무환은 슬쩍 남궁산산을 바라보았다.

 

남궁산산의 맑은 두 눈에서 기이한 한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보는 자신이 다 섬뜩할 정도였다.

 

‘쩝, 긴장이 되니 그 성격이 슬슬 기어 나오나 보네.’

 

그때 남궁산산이 불쑥 물었다.

 

“근데 오빠. 경 언니 이야기, 정말이죠?”

 

마월전에서 돌아오자마자 순우결에게 들었던 말을 해주었는데, 그걸 묻는 거였다.

 

이무환은 가슴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사실이니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직접 태군사에게 들었다니까?”

 

“세상에… 그렇게 불쌍하게 살아왔다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산산의 표정이 금방 울 것처럼 급변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쳐들고는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물었다.

 

“혹시… 태군사가 다른 말 한 것은 없었어요?”

 

‘잘 다독여 주라고 하던데?’

 

이무환은 목구멍까지 기어 나온 그 말을 꾹꾹 눌렀다. 왠지 몰라도, 그 말을 하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어, 그게 말이지, 도와줄 거 없냐고 해서, 네가 말한 방문 이야기 했다니까?”

 

그렇게 둘러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무환은, 짐짓 살기를 흘리며 홱 몸을 돌렸다.

 

“이놈들, 오늘 다 죽었다!”

 

남궁산산은 그런 이무환의 뒷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분명히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이무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광룡단을 집합시킨 지 이각가량이 지났을 때다.

 

“오빠! 지금이에요!”

 

남궁산산이 한 장의 서신을 손에 들고 이층에서 소리쳤다.

 

“알았다! 이쁜이하고 장다리는 꼬맹이 잘 지키고 있어!”

 

“걱정 말고 갔다 오세요.”

 

“예, 단주!”

 

종리난경과 신기영을 남궁산산의 곁에 남겨두었다.

 

그 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지만, 남궁산산이 진을 펼쳐 놓으면 어지간한 강자들은 당분간 막을 수 있을 터. 그 시간이면 자신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었다.

 

 

 

“자! 광룡단의 화끈함을 보여주자고!”

 

광룡단이 마월전의 정문을 나서자,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주시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쳐 물었다.

 

“천마령주! 어디로 가는 거요? 우리가 도울 일은 없소이까?”

 

첫 번째 반응이 나왔다.

 

이무환은 속으로는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차갑게 소리쳤다.

 

“지금은 알려줄 수 없다! 돕고 싶으면 따라와!”

 

그러자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무사가 나서더니 광룡단의 뒤를 따라왔다.

 

 

 

광룡단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지옥전 앞이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온 자들은 모두 백여 명.

 

그들은 광룡단이 지옥전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지옥전이 사우천과 손을 잡기라도 했단 말이오?!”

 

“두고 보면 알겠지!”

 

이무환은 냉랭히 소리치고 슬쩍 고갯짓을 했다.

 

순간 뒤쪽에 서 있던 광룡단원들이 지옥전을 향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그야말로 상대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한 명령이요, 행동이었다.

 

뜻밖의 행동에 뒤를 따라왔던 자들이 주춤거렸다.

 

이무환이 그들을 향해 한 소리 내질렀다.

 

“그대들은 주위를 포위하고, 빠져나온 자들 중 대항하려는 자를 상대해!”

 

 

 

광룡단이 일제히 쳐들어간 지 일각도 지나지 않아 지옥전 안은 곧 진짜 지옥처럼 변해 버렸다.

 

죽은 자는 끝까지 대항하던 자들뿐이었는데도, 무려 오십 명에 가까웠다.

 

지옥전주이며 사우천 십대고수 중에 한 사람인 지옥마제는 이무환이 직접 패대기쳐서 끌고 나왔다.

 

이무환은 지옥마제를 한쪽으로 던져 놓고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자! 시간 없으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2

 

 

 

지옥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은 사우천의 수뇌들은 더 이상 천마교도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곳에 모였다.

 

그들이 모인 곳에는 양쪽에 휘장이 쳐져 있었는데,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서로 간에 아는 사람도 있는 반면,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이자마자 목청을 높였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소! 전면전이라도 합시다!”

 

“그렇소! 놈이 설치는 걸 언제까지 보고 있겠다는 것이오?”

 

“외부에서 온 놈들이오! 교도들도 놈들 편만 들지는 않을 것이외다! 당장 놈들을 칩시다!”

 

이 사람 저 사람 휘장 안에서 소리쳤다.

 

누구 하나 전면전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그들의 정체를 가려주었던 휘장이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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