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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30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30화

 

230화

 

 

 

 

 

 

 

 

갑자기 이무환이 정색을 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그만 주시했다.

 

“사실 절강으로 들어온 자들만 상대하기 위해서 가자는 게 아닙니다.”

 

“그럼, 강소의 본진이라도 치겠다는 건가?”

 

“못할 것도 없죠.”

 

우내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나?”

 

“가능하지 못할 것도 없죠. 조금만 머리를 쓴다면 말이죠.”

 

이무환의 눈이 백혜대사를 향했다.

 

“안휘 쪽에 연락을 취해서 적을 위협하라 하십시오. 안휘의 정천무림맹이 움직이면 강소의 무리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이곳에서 도망친 자들도 강소로 돌아가야겠죠. 그때 안휘와 절강의 힘을 합쳐서 우리 안에 몰린 적을 치는 겁니다.”

 

계획은 제법 그럴듯했다. 그래도 우내혁은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훗, 말은 간단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네. 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군.”

 

이무환이 착 가라앉은 눈으로 우내혁을 응시했다.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대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나중에 저들을 치려면 지금보다 몇 배나 힘이 들 거라는 것이지요. 적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물러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그걸 누가 모르는가?”

 

“알면 그렇게 하자니까요? 저들이 두렵습니까?”

 

이무환이 또 긁어대자 우내혁이 냉랭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나는 물론이고, 정천무림맹의 무사들도 저들을 두려워하지 않네.”

 

“그럼 문제될 것이 없군요.”

 

우내혁은 이무환을 쏘아보았다.

 

이무환의 말대로 최강의 고수 사오십 명을 움직인다면 적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게다가 부상자가 나아서 합류하고, 안휘의 정천무림맹 무사들과 연합할 경우, 잘하면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상일 뿐, 예상만으로 강소의 본진에 쳐들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우내혁은 슬며시 전음을 보내 호연청을 끌어들였다.

 

<호 형, 저 어린놈이 계속 설치도록 놔두실 거요?>

 

움찔한 호연청이 슬쩍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광룡의 입가에 맺힌 묘한 웃음이 보였다. 역시나 전음을 엿들은 듯했다.

 

‘이 인간아, 왜 물귀신처럼 나까지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가!’

 

호연청은 속으로야 그런 마음이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전음을 보냈다.

 

<어차피 놈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 광룡의 말도 괜찮은 것 같소만?>

 

<그건 그런데, 묵운방과의 싸움은 우리가 주도해야 하지 않겠소?>

 

<광룡은 상황을 주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

 

<허어, 그럼 앞으로 정말 저 새파란 애송이 말을 듣고 움직여야 한단 말이오?>

 

호연청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지만, 짐짓 꾸짖듯이 말했다.

 

<누가 이끌면 어떻소? 정의를 수호하겠다는 사람이 어찌 그리 자리에 연연한단 말이오?>

 

<꼭 그런 뜻이 아니라……. 후우, 뭐, 호 형의 마음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호연청은 우내혁의 입이 닫힌 후에야 넌지시 이무환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꼭 ‘어떤가? 나 잘했지?’ 그런 표정.

 

이무환도 보일 듯 말 듯 웃어주고는 우내혁을 바라보았다.

 

우내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선 기이한 삼색광이 번들거렸다.

 

“일단 안휘에 먼저 연락을 넣도록 하십시오. 대충 써서 보내지 마시고,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고 하셔야 합니다. 잘못되면 고립되어서 정말 위험에 빠질지 모르니까요.”

 

천광지령의 기운이 담긴 눈빛과 마주친 우내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뒤늦게 아차, 했지만 물은 이미 쏟아진 후였다.

 

 

 

3

 

 

 

인원은 이무환을 포함해 총 사십사 명으로 구성되었다.

 

광룡단에서는 밀천회의 고수 중 다섯, 구룡성의 고수 넷, 거기에 순우경이 합세했다.

 

정천무림맹은 우내혁과 두 명의 단주, 대주들 중 부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 일곱과 무사들 중 뛰어난 자 열다섯 명을 뽑았다.

 

그리고 검운장과 항주의 연합세력 중 여덟 명을 뽑았다.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터라 대부분이 제대로 운기조차 못한 상태였다. 이무환은 추적대에게 한 시진의 여유를 주고 몸을 다스리도록 했다.

 

그렇게 사시가 지날 즈음, 신기영과 함께 천당객잔에 있던 남궁산산이 사마추경을 마차에 싣고 돌아왔다.

 

이무환은 떠나기 전 설검원으로 남궁산산과 사마추경을 찾아갔다. 사마추경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어떠셔?”

 

“아직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셨지만, 몸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지셨어요.”

 

이무환은 사마추경의 맥문을 잡아보고 내심 안도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둘러보았다.

 

“가만, 아버지는 어디 가셨지?”

 

“먼저 섬으로 가신다고 하셨어요.”

 

“먼저?”

 

“어차피 도움도 안 되고, 섬이 걱정되신다면서…….”

 

뭔가 이상했다. 물론 내상이 완쾌되지 않아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떠날 일은 또 뭐란 말인가?

 

‘분명 뭐가 있는 거 같은데…….’

 

그리 생각하니 설검원에서 자신을 급히 떠나보내던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무슨 생각인지 어찌 알 수 있을까.

 

“갔다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

 

“알았어요, 오빠.”

 

남궁산산은 쫓아내도 나갈 생각이 없었다. 세가에 가보고도 싶지만, 그것은 이번 싸움이 끝난 뒤, 섬에 다녀와서 가도 되었다.

 

원래 일 년을 계획하고 나왔지 않은가 말이다.

 

쪽.

 

남궁산산은 발뒤꿈치를 들고 이무환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무환은 뭉클한 남궁산산의 몸이 느껴진 후에야 후회가 되었다.

 

‘쩝, 괜히 서둘렀나?’

 

하나 어쩌랴. 지금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무환은 남궁산산을 힘주어 안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접었다.

 

그런데 그가 방을 나왔을 때였다.

 

한 사람이 방 앞에 서있다가 그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사마강이었다.

 

“오랜만이군.”

 

사마강은 내원의 가족을 맡고 있어서 싸울 때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

 

절정의 고수가 되어 돌아왔다고 했다. 사마성운보다 강할 거라는 말도 들렸다.

 

하긴 자신이 봐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떠오르는 해는 잘랐수?”

 

“자네 덕분에 해도 자르고, 좋은 사람도 만났지.”

 

“좋은 사람?”

 

사마강이 피식 웃으며 장난처럼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용아가 자네 원망을 많이 하더군. 지금은 아니지만.”

 

“아하! 성하루에 갔군요!”

 

“자네 말대로 음식 맛이 기막히더군. 그래서 여기 올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네.”

 

이무환의 눈이 가늘어졌다.

 

“흠, 단지 음식 맛 때문에요?”

 

“사람은 더 좋더군.”

 

가늘어진 이무환의 눈이 조금 커졌다. 사마강의 말뜻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혹시……?”

 

“모든 일이 끝나면 이리 데려올 생각이네. 아버님이 반대한다면, 내가 그곳에서 살면 되고 말이야.”

 

“호오, 대단한 각오군요. 하지만 걱정 마쇼, 정말 그런 마음이면 제가 밀어드리죠.”

 

“정말인가?”

 

“당연하죠, 외사촌 형이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제가 도와드려야죠. 외갓집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사마강도 이충량을 만나고 그간의 사정을 들은 터였다.

 

그는 고종사촌 동생인 이무환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고맙네, 아우.”

 

“쩝, 어째 이번 길에 형들은 많이 만났는데 동생은 하나도… 아니구나, 하연이, 우리 예쁜 하연이가 있지? 깜박했네. 흠, 언제 남궁세가에 가봐야 하는데……. 걔가 나를 너무 좋아한단 말이야.”

 

이무환이 중얼거리는 동안 사마강의 웃음이 짙어졌다.

 

“아름다운 여자가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

 

“그거야 그렇… 어? 형이 어떻게 그걸 알죠? 아버지가 말했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사마강이 말하다 말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이 말씀 안 하시던가?”

 

“무슨 말이죠? 같이 있었다뇨?”

 

사마강이 간단하게 옥이에 대해 말했다.

 

순간 이무환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 양반이! 으흥! 그래서 간 거군. 내가 뭐라고 할까 봐 도망친 거였어!’

 

하지만 없는 사람. 더구나 아버지를 들먹이며 화를 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무환은 화를 꾹 참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된 거군요. 끄응…….”

 

“이거,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군.”

 

“아, 아뇨. 잘하신 거요. 덕분에 아버지가 왜 먼저 갔는지 궁금증을 털었으니까.”

 

“그럼 다행이네만…….”

 

사마강은 옥이에게 들은 말을 마저 다 해주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러나 왠지 이무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말해봐야 좋을 게 없을 듯했다.

 

‘나중에 알려주지, 뭐.’

 

그때 이무환이 찌그러진 표정을 풀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좌우간 고맙수. 형 덕분에 옥이가 무사했다니.”

 

“나보다는 용아가 고생했지. 어쨌든 그만 가세. 사람들이 기다리겠네.”

 

“그러죠.”

 

이무환은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설검원을 나섰다.

 

‘쳇, 잘 좀 돌봐달라니까……. 아들 간 떨어지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나?’

 

 

 

4

 

 

 

이무환은 광룡단과 정천무림맹에서 뽑은 사람들을 이끌고 검운장을 나섰다.

 

그때였다. 저만치서 덮개도 없는 마차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대웅이 마부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무환의 눈이 커졌다.

 

“어? 저게 누구야?”

 

대웅은 이무환을 보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대형!”

 

이무환은 누가 보든 말든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부상을 당한 유철상이 대웅과 함께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대웅이 마차를 몰고 나타났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급히 달려간 이무환은 마차 위를 바라보며 소리쳐 물었다.

 

덮개도 없는 마차에는 거적이나 다름없는 이불로 한 사람이 싸여 있었는데 얼굴만 보였다. 유철상이었다.

 

대웅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저 때문에… 저를 살리시려고 적을 막다……. 허엉!”

 

 

 

유철상의 말대로 대웅은 산을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유철상이나, 하다못해 신기영처럼 내력을 지닌 강호 고수가 아니었다. 그러니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십여 장 올라가던 그는 그만 이끼를 잘못 밟아 넘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넘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수색하던 자들이 빠르게 대웅이 있는 산 위로 올라왔다.

 

그때 유철상이 그들을 공격했다.

 

적은 열둘. 유철상은 삼 초 만에 그중 일곱을 쓰러뜨렸다.

 

남은 자는 다섯. 유철상은 그들을 한쪽으로 유인하며 상대했다.

 

그러나 삼 초의 공격을 펼치면서 상처가 도진 유철상으로선 다섯을 물리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그들 중 절정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철상은 최대한 방어에 치중하며 적의 약점을 노렸다. 그리고 기회가 날 때마다 하나씩 처치했다.

 

하지만 적을 모두 처치했을 즈음에는 유철상도 두어 군데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처음의 상처에 나중의 상처가 더해지자 유철상은 손가락하나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다시 산을 내려간 대웅은 유철상을 둘러업고 죽을힘을 다해 산을 올랐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자신이 넘어지며 소리만 지르지 않았다면 적이 유철상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결국 유철상은 자신 때문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일개 흑도의 졸개인 자신 때문에 말이다.

 

대웅은 숨이 턱까지 찬 상태로 산을 넘었다. 그리고 산 너머의 제법 큰 마을에 도착해서, 늙은 말 한 마리와 허름한 마차와 이불 하나를 구했다.

 

그 후부터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는 한도에서 말을 몰았다.

 

쉬지 않고 왔는데도 팔십 리 길을 세 시진 넘게 걸렸으니, 그가 얼마나 조심하며 왔는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무환은 즉시 이불을 벗기고 유철상의 상태를 살폈다.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 숨소리조차 들릴 듯 말 듯했다.

 

다행이라면 아직 맥이 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무환은 유철상의 몸을 이불 째 들어 안았다.

 

“제가 안겠습니다, 단주.”

 

영호승이 재빨리 나섰다.

 

이무환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가 유철상은 안고 검운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우내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그러나?”

 

이무환이 냉랭히 말하며 검운장으로 들어갔다.

 

“조금만 기다리쇼. 나에게는 적 백 명을 잡는 것보다 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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