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기 2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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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광룡기 228화
228화
‘저 미친놈이 남쪽에서 왔다면 그쪽 상황도 변했다고 봐야겠군.’
미친 용 한 마리 때문에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리다니!
‘빌어먹을!’
그는 구양진을 향해 천풍장을 펼치고는, 구양진이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선 틈을 타서 경충문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광룡이 광룡단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경충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광룡? 설마 구룡성의 천외광룡을 말하는 것인가?”
위지호천도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놈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놈에게 쓰러진 절대고수가 하나둘이 아니고, 더구나 광룡단에는 광룡 외에도 절대고수가 넷 이상 끼어 있습니다. 저들로서는 광룡과 광룡단을 막을 수 없습니다, 태상.”
경충문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무환과 광룡단을 바라보았다.
네 명 이상의 절대고수라니!
묵운백령이 힘없이 무너지는 게 이해가 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그는 고함을 치며 묵운백령을 독려했다.
“모두 달려들어서 저놈들을 막아라!”
잠깐 사이, 이무환과 광룡단에 의해 묵운백령과 잠풍련의 고수들을 비롯해 묵운방의 무사들까지 사십여 명이 쓰러졌다.
나머지도 광룡단을 피해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상황이 그리되자 전세가 한순간에 변해 버렸다.
정천무림맹의 무사들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우내혁과 구양진을 비롯한 정천무림맹의 수뇌들조차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적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던 그들은 뒤늦게야 밀천회의 절대고수들을 알아보고 말을 더듬었다.
“저 사람… 호연 형이 아닌가?”
“황보 형도 보이는군. 헌원 형… 소 형도…….”
백혜대사는 그들이 어디의 사람인가를 알기에 경악해 소리쳤다.
“아미타불! 저들은……!”
제갈도가 말했다. 밀천회에서 지원무사가 올 거라고.
그렇다 해도 설마 절대고수 넷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무환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하쇼! 사람들 쓰러지는 거 안 보이는 거요?”
그러고는 호연청을 향해 빠르게 말했다.
“나머지는 밀천회가 처리하쇼! 나는 따로 때려잡을 놈이 있으니까!”
와락, 얼굴이 구겨진 호연청이 대답하기도 전. 밀천회의 존재를 만방에 알린 이무환은, 광룡단원 중 구룡성의 무사들만을 이끌고 한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환비! 이번에는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환비는 광룡의 외침에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십마! 저놈을 막으시오!”
정천무림맹의 고수들을 거세게 몰아치던 잠풍련 고수들 중 대여섯 명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잠풍십마.
잠풍련의 고수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들이다. 둘이면 절대고수도 상대할 수 있고, 셋이면 승리를 장담한다는 고수들. 환비가 묵운방에 들어간 후 입지를 굳히기 위해 아껴둔 자들이 바로 잠풍십마인 것이다.
하지만 환비는 그들이 광룡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잠풍십마 중에는 기존의 잠풍십삼마 중 넷이 끼어 있었다. 전이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광룡의 죽음을 자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능성이 이 할도 되지 않았다.
무면검마와 신도연풍, 잠풍십삼마 중 넷이 놈을 죽이지 못했다. 그것도 구유마도 석치상과 싸운 후 부상을 입은 놈을.
어디 그뿐인가?
절대무적의 고수라 생각했던 천세도인이 폭령잠마단을 세 알이나 복용하고도 놈에게 죽었다.
그리고 이곳에 나타난 것으로 봐서 사우천도 놈에게 무너진 듯했다.
광룡은 그런 놈이었다.
이무환은 환비의 목소리에 씩 웃었다.
솔직히 누가 환비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절대경지의 무위를 지닌 자들 중 그가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고 떠봤을 뿐.
그런데 한 사람이 자신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가.
젊은 나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풍의 기운. 환비가 분명했다.
“흥! 이들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나, 환비!”
쒜에에엑!
무영뢰 세 발이 동시에 허공을 단축하며 날아들자 달려들던 자들 중 셋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무영뢰는 허공에서 선회하며 그들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쒜에에엑!
“헛! 피해!”
환비가 뒤늦게 소리쳤다.
그러나 작정하고 던져 낸 무영뢰다. 더구나 뒤쪽에서 덮쳐들어 변화를 알 수도 없었다.
퍼벅!
하나는 어깨를 관통하고, 하나는 목을 관통했다. 바닥을 구른 한 사람만이 겨우 무영뢰를 피했을 뿐.
이무환은 달려가는 그대로 묵린도를 휘둘렀다.
쉬이익!
도강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그들의 목과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크억!”
“꺼어억!”
초절정에 달한 고수가 허수아비처럼 쓰러진다.
피이이익!
솔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나며 분수처럼 솟구치는 핏줄기!
손을 뻗어 무영뢰를 회수한 이무환은 냉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환비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묵운백령은 놈을 막아라!”
“백 장로, 기 장로, 이곳으로 와서 힘을 합치게!”
위지호천과 경충문이 동시에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등등한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들의 얼굴에는 초조한 긴장만이 남았다.
그들의 명이 떨어지자, 정천무림맹의 수장들과 얽혀 있던 두 명의 장로가 신형을 날려 이무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무 빨리 벌어진 상황에 경충문과 위지호천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잠풍십마가 결코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게다가 이무환의 뒤에는 광룡단이 따라오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호연청 등 밀천회의 절대고수들도 있었다.
“이자들은 우리가 맡겠네!”
무설강과 제갈신걸, 공손척 등이 묵운백령을 향해 쇄도했다.
밀천회의 고수들도 상대를 정천무림맹의 고수들에게 맡기고는, 곧장 두 명의 장로와 잠풍십마를 향해 신형을 날아들었다.
“어딜! 더는 가지 못한다!”
묵운방의 장로인 백가위와 기정교는 노성을 터뜨리며 호연청과 황보광을 공격했다.
“오냐, 이놈들! 어디 해보자!”
그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를 향해 전력을 쏟아냈다.
콰광! 쩌저정!
절대의 기운이 부딪치며 터져 나오는 굉음에 대기가 진저리쳤다.
폭풍에 휘말린 듯 그들의 주위 십 장이 들썩이며 먼지구름이 일었다.
하지만 백가위와 기정교가 막기에는 호연청과 황보광이 너무 강했다. 서너 번의 공방 만에 백가위와 기정교의 얼굴이 창백하게 일그러졌다.
그사이 이무환은 환비를 향해 도를 떨쳤다.
순간 뒤늦게 가세한 초혼신마와 장마가 이무환의 양옆에서 달려들며 진로를 막았다.
그들이 가세하자 이무환의 묵린도가 좌우로 흔들리고, 도첨에서 묵광이 번쩍였다.
벼락처럼 뻗어나가는 한 줄기 도광!
쩌저저적!
대기를 찢어발긴 시커먼 벼락은 곧장 우측에서 달려들던 자를 덮쳤다.
쾅!
벼락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장마의 신형이 날아갔다.
이무환은 그 반동을 이용해서 이 장 높이로 솟구치고는, 초혼신마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일갈을 내지른 이무환은 도를 그어 내리며 초혼신마의 검강을 둘로 갈랐다.
초혼신마의 안색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광룡의 손에 죽은 동료가 어디 한둘이던가.
자신이 왜 도주하지 않고 뛰어들었는지 뒤늦게 후회되었다.
‘내가 미쳤지!’
콰릉!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초혼신마의 신형이 튕겨졌다.
바로 그때다. 금철광과 혁무기가 잠풍련의 무사들에게 밀리는 게 보였다. 유난히 강한 자들. 무면검마가 말했던 환비의 심복들인 듯했다.
이무환이 바라본 바로 그 순간. 한 자루 검이 금철광의 가슴을 꿰뚫었다.
금철광도 지지 않고 자신의 일수를 상대의 가슴에 틀어박았다.
쾅!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 장 뒤로 튕겨졌다.
금철광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비켜!”
이무환은 빽 소리치며 좌수를 털었다.
쒜에에엑!
두 줄기 빛이 귀곡성을 터뜨리며 허공을 갈랐다.
혁무기를 몰아치던 자가 대경하며 급박하게 몸을 틀었다. 그러나 무영뢰는 완만한 호를 그리며 그의 목을 관통했다.
뽁!
동시에 또 하나의 무영뢰가 급격하게 휘돌더니, 금철광의 가슴에 검을 꽂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자의 이마에 틀어박혔다.
이무환이 광룡단을 향해 외쳤다.
“부상이 심한 사람은 물러나 있어!”
그 순간, 기회를 엿보던 환비가 이무환을 향해 전력을 다한 장력을 펼쳤다. 위지호천과 경충문도 신형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휘이이잉!
손바닥에서 일어난 강기가 회오리처럼 휘돌고, 검첨에서 넉 자, 다섯 자 길이의 두 줄기 검강이 쭉 뻗어 나왔다.
우르르릉!
대기를 뒤흔드는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절대의 기운!
이무환은 묵린도에 구성의 공력을 주입하고는 홱 몸을 돌렸다.
콰아아아아!
시커먼 묵광이 비늘처럼 휘돌며 세 사람을 향해 밀려갔다.
세상 그 무엇이든 모조리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기세!
파천묵린광의 일도!
환비와 위지호천과 경충문은 기겁하며 전력을 다해 묵린의 도세에 맞섰다.
콰과광!
절대지경에 오른 세 사람의 기운이 뒤엉키며 벽력탄이 터진 듯한 굉음이 귀청을 먹먹하게 울렸다.
환비와 위지호천은 얼굴이 벌게진 채 뒤로 튕겨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았다.
환비는 자신이 단 일도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난생 처음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서, 설마 이 정도였다니!’
위지호천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악착같이 버텼다.
강하다는 말은 들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도 보았다. 그래도 셋의 합공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단 일도에 세 사람이 밀렸다.
공포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목구멍을 뚫고 올라온 혈기가 당장에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저놈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뿐이야.’
그러나 가장 경악한 사람은 경충문이었다.
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천하에 누가 있어 자신을 일도로 물리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부릅뜬 눈으로 이무환을 바라볼 때다. 이무환이 세 사람 사이로 날아가며 묵린도를 들어 올렸다.
환비와 위지호천은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몸을 날렸다.
오직 경충문만이 검을 치켜들었다. 일도에 밀린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순간 묵린도에서 만천묵린우가 펼쳐지며 묵빛 비늘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경충문도 자신이 평생 수련해 온 경운칠검을 단숨에 삼 초나 펼치며 묵린도에 맞섰다.
그러나 채 만천묵린우의 도세를 파훼하기도 전에 경운칠검으로 펼친 검막이 흔들리며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퍽! 퍼버벅!
“이, 이런!”
경충문은 다급히 몸을 뒤로 날리며 두 바퀴를 구른 후에야 이무환의 도세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디, 이것도 받아보지 그래!”
일어선 경충문을 향해 이무환의 좌수가 쭉 뻗었다.
천광수뢰공 중 천광뇌령이 펼쳐지며 경충문의 몸이 빛무리에 감싸였다.
경충문이 검을 휘둘러 다시 이무환의 장세를 완화시키려 했지만, 완벽해진 천광뇌령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쩌저적!
검강이 산산이 부서지고, 눈부신 장력이 경충문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쾅!
“커억!”
경충문의 몸뚱이가 뒤로 훌훌 날아갔다.
그때였다. 뒤로 물러나 있던 환비가 몸을 날리더니 경충문의 몸을 안아 들었다.
묵운방에 들어가면 자신의 후원자가 되어줄 경충문이 아닌가. 그에게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경충문을 안아 든 환비는 뒤로 날아가며 소리쳤다.
“모두 광룡을 막아라!”
그의 외침이 떨어지자, 잠풍련의 고수들 중 세 사람이 몸을 빼 이무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아무리 이무환이라도 그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환비를 쫓아갈 수는 없었다.
이무환은 수류보를 펼치며 일단 세 사람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그러고는 우수로는 단천묵린월을, 좌수로는 천광뇌벽을 펼치며 삼마를 떨쳐 냈다.
콰르릉! 쩌저적!
가공할 경력에 밀린 삼마가 격한 신음을 흘리며 튕겨나갔다.
이무환은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환비를 쫓았다.
“환비! 어딜 가느냐!”
기급한 환비가 도주하며 외쳤다.
“위지 형! 일단 물러납시다!”
위지호천도 간담이 서늘해져 더 이상 싸울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는 한 소리 내지르며 환비를 따라 몸을 날렸다.
“모두 후퇴하라!”
이무환은 두 번의 도약에 환비와의 거리를 십여 장 거리까지 좁혔다.
“오늘은 결코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환비!”
그때였다. 뜻밖의 전음이 귀청을 울렸다.
<그 아이를 한 번만 놔주게나.>